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5)
노다지로부터의 귀환
노다지로부터의 귀환
호위기사가 영주부에 다녀왔다며 가죽 주머니를 남작에게 건내주었다.
그는 주머니를 손에 들고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면서 가죽 주머니를 전부 이쪽으로 내밀었다.
“이, 이 정도면 충분한지 모르겠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성의의 전부입니다.”
영수는 간트레이그 남작에게 받은 주머니를 살짝 열고 안을 살폈다. 노랗고 하얀 빛이 반짝거리며 눈을 찔렀다.
‘골드와 실버라고 하더니, 금과 은이였군.’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쪽은 쿠퍼, 실버, 골드, 플레티넘, 미스릴이라는 단위의 돈을 쓴다고 한다. 쿠퍼서부터 위로, 값어치가 100배 차이라고 한다.
호위기사들이 순식간에 생수를 챙겼다.
영수는 그들의 허리춤에 메여있는 검을 힐끔 쳐다봤다.
지구랑은 적어도 7, 800년 이상 문명 차이가 나는 곳이고, 무력이 지배하는 곳이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몸을 지키기 위한 수단들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영수였다.
탕!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영수는 화물칸을 닫으며 간트레이그 남작에게 악수를 청했다.
“벌써 가보시려는 겁니까?”
미션을 완성했으니 여기서 더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밤에 온 데다가 이곳에 오니 낮이었는데 점점 해가 저무는 것을 보니 슬슬 피곤하기도 했고.
“네. 이만 가보려고 합니다.”
간트레이그 남작은 손을 맞잡으면서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표정으로 영수를 쳐다봤다.
“식사라도 초대할까 했는데…”
“정말, 가야 할 시간입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그, 그럼 가신들과 성문에도 말해놓을 테니, 집이다 생각하고 자주 들려주십시오.”
간트레이그 남작은 반대편 손을 포개며 두 손으로 손을 붙잡았다.
아쉬운 듯 뜨거운 손, 자주 들려달라는 말은 빈말이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더 있나?’
계속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볼일이 끝났다.
나중에 다시 올 수 있게 되면 모를까, 여기서는 안녕이다.
“나중에 오면 다시 만나도록 하죠.”
영수는 손을 빼며 운전석을 향했다.
“영지부는 영지에서 제일 크니까, 언제든 찾아 오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제가 아랫사람들에게 말 해둘 테니 언제든지 안내를…”
운전석으로 가는 내내 간트레이그 남작은 졸졸졸 따라오면서 말을 걸어왔다.
쉽게 이야기 꺼내지는 못하는 것을 보니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철컥.
“네. 그럼 이만.”
문을 연 영수는 발을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간트레이그 남작을 돌아봤다.
“영수 마법사님!”
간트레이그 남작의 다급한 음성에 영수는 잠시 멈칫했다.
“사실 제가 정원을 가꾸는 것이 취미인데 해충이 너무 많아서 꽃들이 잘 크지 않습니다. 가지치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막상 불러놓고는 정원 이야기를 하는 간트레이그 남작.
“살충제를 뿌리던지, 영양제를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영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운전석으로 올라탔다.
“그렇군요… 살충제와 영양제라…”
“그럼.”
팡!
운전석 문이 닫혔음에도 간트레이그 남작은 한동안 옆을 떠나지 못했다.
‘정원이라… 너무 눈에 보이게 힌트를 주는군.’
영수는 사실 그가 하려는 말이 뭔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했던 말 중에 답이 있었다.
‘누군가 그의 땅을 노리나 보군.’
꽃과 해충에 빗대어 말했지만, 꽃은 자신의 땅이고 해충은 그 땅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군장을 가볍게 하려고 생수통을 구매한다는 그의 말을 생각하면 그가 군사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았다.
‘이곳으로 다시 오게 된다면 그에게 빚을 지우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자신은 그가 생각하는 진짜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에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거기다 지금 영수가 가장 궁금한 것은 간트레이그 남작의 사정이 아니라, 과연 내비에 과연 뭐라고 쓰여 있나 하는 것이었다.
<튜토리얼 미션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 및 미션 확인은 메뉴를 확인하세요.>
영수는 화면 오른쪽 구석에 있는 메뉴 버튼을 꾹 눌렀다.
[미션찾기] [경로관리] [강화정보]세 개의 아이콘이 떴다.
‘미션찾기?’
톡.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시려면 미션을 클릭하세요.>
<미션 : 간트레이그 남작의 고민을 해결해라.>
<보상 : 강화포인트 1 기억지점포인트 1>
<미션 : 간트레이그 남작령 어민들의 고민을 해결하라.>
<보상 : 강화포인트 2>
새로운 미션이 두 개나 있었다.
‘그래, 우선 미션은 그렇다 치고…’
취소 아이콘을 눌러 이전 화면으로 돌아온 영수는 바로 두 번째 아이콘을 눌렀다.
<기억지점을 설정하면 경로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경로간의 이동 후에는 72시간의 딜레이가 생깁니다.>
[???] [지구]<현재 설정된 경로 : 0개>
<현재 기억지점 : 0개>
<남은 기억지점 포인트 : 2>
“아!”
적은 설명이었지만, 알 것 같았다.
꾹.
지구라고 쓰여있는 아이콘을 눌렀다.
그러자 맵 화면으로 전환되며 마지막으로 있었던 사거리 주변, 익숙한 도로들이 펼쳐졌다.
<기억지점 포인트를 이용해 기억지점을 설정하세요.>
탁, 탁…
영수는 맵을 드래그해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자취방을 찾아냈다.
꾹.
<기억지점 포인트를 사용해 기억지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Y/N>
꾹.
<Y를 선택하셨습니다.>
맵 위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선이 생겨나며 여섯 개의 각을 가진 육망성이 그려졌다.
<기억지점 설정을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기억지점에서 ‘<지구>-이름없음’의 이름을 변경하세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그것 외로는 변한 것이 없었다.
뒤로 가기를 누르자 이전 화면이 떴다.
화면은 변해 있었다. 현재 기억지점과 남은 기억지점 포인트 뒤의 숫자가 1이 되어있었다.
???라고 쓰여있는 아이콘을 클릭했다.
대부분이 검은색인 와중에 일부 도로가 표시된 형태의 맵이 펼쳐졌다
이건 딱 보기에도 이 세계에서 자신이 밝힌 맵이었다.
탁, 탁…
영수는 맵을 움직여 바다가 보이는 지점을 찾아냈다.
그곳에는 붉은색 세모난 표시가 보였다. 바로 현재 트럭의 위치였다.
꾹.
<기억지점 포인트를 사용해 기억지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셨습니다.>
<기억지점 설정을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기억지점에서 ‘<???>-이름없음’의 이름을 변경하세요.>
선택을 마친 영수는 취소 버튼을 눌러 이전 화면으로 돌아왔다.
<새로 설정된 경로가 있습니다>
[???] [지구]<현재 설정된 경로 : 1개>
<현재 기억지점 : 2개>
꾹꾹꾹꾹!
영수는 현재 설정된 경로를 마구 눌렀다. 그러다 숫자 부분을 누르자 화면이 바뀌었다.
<경로 :‘<???>-이름없음’에서 ‘<지구>-이름없음’으로 가는 경로>
“이거다!”
꾹!
<목적지가 선택되었습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Y/N>
“당연히!”
<Y를 선택하셨습니다.>
순간 트럭이 빛에 휩싸였다.
너무나도 강한 빛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영수.
“…”
영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노란 대리석과 회색 대리석이 연속으로 붙어있는 기둥과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져 있는 하얀색 선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정말… 주차장이잖아?”
영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내비에 새로 뜬 글을 발견했다.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같은 경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72시간의 딜레이가 필요합니다.>
72시간, 3일이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그때 갑자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난리를 피워댔다.
주머니에서 꺼내서 보니 부재중 통화 알림 문자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배달을 끝내고 나머지 배달을 하려다가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넘어갔다.
고객들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우우웅!
마지막 문자가 들어왔는지 진동이 멎었다.
[한 씨, 분류 안 해? 미쳤어? 그리고 클레임이 왜 본사로 들어가는데? 여하튼 오기만 해보라고, 손해배상을 톡톡히 청구할 테니까.]마지막으로 온 문자는 부재중 통화 문자가 아니라 태극 택배 집하장의 본사 직원 이세훈의 협박 문자였다.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 아침 7시부터 집하장에 모인 기사들끼리 무임금으로 한창 지역별 분류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갈까 보냐.”
이제 더는 이세훈의 협박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빠진 만큼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미안했지만, 그 부분은 돈으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보상해줄 거다.
우우우웅…
마침 전화가 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세훈이었다.
영수는 전화를 끊어버리고 차단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예전에 저장해두었던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한영수입니다. 박사장님 그간 격조했죠? 네, 요즘 혹시 용연향 같은 걸… 네, 알겠습니다.”
영수는 끊고 다시 걸고, 물어물어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다 안색이 환해져서는 어딘가로 마지막 통화를 걸었다.
[00X – 44 – 75 – 423X – 084X]액정에 뜨는 번호가 유난히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