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50)
바위가 움직이니 바람이 분다.
바위가 움직이니 바람이 분다.
시간을 알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바위인 줄로만 알았던 거대한 덩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둑…
딱딱하게 굳어있던 오래된 먼지가 가뭄에 갈라진 논처럼 갈라지고, 회색의 먼지들 속에서 칠흙같이 어두운 검은색 비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펄럭.
장막이 펼쳐지듯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며 동공을 가득 채웠다.
바위인 줄로만 알았던 거대한 덩어리는 웅크리고 있던 거대한 생명체였다.
그것도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는 드래곤.
오랜 시간 동안 뒤척이던 드래곤은 비로소 잠이 깼는지 두리번거리며 긴 목을 하늘 높이 뻗어 기지개를 켰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암.
입이 벌어지고, 기나긴 하품이 이어졌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하품과 함께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어둠으로 감싸진 뜨거운 불길.
꽉 막혀있던 레어의 천장이 녹아서 사라지고, 구름 가득 낀 하늘이 나왔다.
검은 불길은 구름마저 먹어치워 버렸다.
이윽고 사라지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한줄기가 레어의 천장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졸려…
눈 부신 빛을 피해 고개를 젓다가 꼬리에 머리를 푹 들이박고 날개로 덮어 숨어버린 드래곤.
올해 1,251살이 된 드래곤 안단테는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잠에서 깼다.
약 1,200년 전 드마(드래곤-마족) 전쟁 당시.
와이번들과 놀고 있던 해츨링 안단테는 마왕의 부하들에게 납치를 당했고, 이때 같이 있던 엄마가 죽었다.
마왕의 부하들은 안단테를 데려가 주술을 행했다.
마족들의 술수로 잠시 레어를 비웠던 안단테의 아빠는 화가 났다.
그는 레드 드래곤 일족 최고의 전사, 단신의 몸으로 주술이 완전히 끝내기 전에 가까스로 안단테를 구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단테는 이미 마족의 피와 마력에 오염당했고 주술 때문에 강제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남은 마법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검은색의 비늘.
많은 드래곤들이 안단테의 레어에 모였다.
안단테는 어른들의 어려운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와이번들에게 장난치며 놀고 있었을 뿐이다.
어른들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아빠가 안단테를 불렀다.
‘우리 착한 안단테. 500년만 푹 자고 있어. 500년만 지나면 아빠가 다시 돌아올게. 알았지?’
그 말을 끝으로, 안단테의 아빠는 다른 드래곤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안단테는 그때부터 어린 드래곤 해츨링에게는 길다고 할 수 있는 500년짜리 긴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나 잠에서 깬 안단테는 아빠를 찾았다.
그러나, 아빠는 드마 전쟁에서 레어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때 날아갔던 드래곤 들은 모두 드마 전쟁 기간 동안,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올 수 없는 영원한 전장으로 날아가버린 뒤였다.
개체 수가 줄어들어, 개인적인 친분이 없으면 서로 어디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 후세의 드래곤들 중에 안단테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를 알 리 없는 안단테는 다시 500년간 잠에 빠져들었다.
500년만 자면 아빠가 온다고 했으니까.
다시 잠에 깼을 때도 아빠는 없었다.
안단테는 다시 500년을 자기로 했다.
안단테는 착했다.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500년씩 500번이라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 200년 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안단테는 어렸고 배우지 않아서 몰랐다.
드래곤이 계획했던 잠에서 깨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최강 포식자로서의 본능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을 감지해냈을 때.
하지만 이유를 알 리 없는 안단테는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 햇빛을 피하고 계속 몸을 뒤척일 뿐이었다.
얼마지 않아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는 깨닷게 된 안단테.
심심했다. 무려 1.200년 동안이나.
억눌러 오던 심심함이 폭발한 안단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펄럭! 펄럭! 펄럭!
<애들이 안 보여…>
안단테가 애들이라 부르는 것은 어린 시절 자신과 놀아주던 장난감, 와이번이었다.
다른 종족들은 와이번이 몬스터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와이번은 육아가 귀찮은 드래곤 중 하나가 모빌 대신 만든 마법 생명체, 즉 키메라였다.
그래서 와이번들은 항상 드래곤의 레어 주변에서 산다.
어린 해츨링 시절의 장난감 같은 것이었지만, 드래곤들은 나이가 들어 성룡이 되어도 계속 레어 주변에 와이번들을 두었다.
드래곤들 입장에서는 물어도 간지럽지도 않은 와이번들이었지만, 다른 종족 입장에서는 아니었기에 자고 있을 때 주변에 귀찮은 생명체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해츨링들이 자라나 어른이 되고 알을 낳아 해츨링을 가졌을 때, 자신을 대신해 놀아주는 와이번들이다.
그런 유용한 존재를 드래곤이 내쫓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디 갔니 얘들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와이번들은 드래곤이 잠에서 깨어나면 축하하듯 떼로 날아올라 허공을 돌고 있게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안단테가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 둘러봐도 와이번들이 없었다.
마치, 가까운 곳에서 다른 드래곤이 먼저 깨어나서 축하해주러 가기라도 한 것처럼.
<아빠?>
문뜩, 안단테는 어릴 때 들었던 아빠의 말이 떠올렸다.
‘해츨링들은 500년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어른이란다. 그럼 그때는 아빠도 레어에서 떠날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렴. 그때를 위해서 아빠도 함께 500년간 같이 있을 거란다.’
500년이 지나면 어른이 되니 떠난다는 아빠의 말.
<안돼!>
안단테는 인정할 수 없었다.
고작 같이 있어 준 날은 51년뿐이었으면서, 자신을 버리고 가다니.
펄럭! 펄럭! 펄럭!
안단테는 열심히 날개를 펄럭거렸다.
아직 아빠의 품에서 독립하기엔 너무 억울했다.
이제 1,251살.
성용이 되어 새로운 해츨링을 키울 수도 있는 나이였지만, 고작 51살 해츨링의 정신 상태에 머물고 있는 안단테에게는 아빠가 필요했다.
<거기구나.>
펄럭! 펄럭! 펄럭!
안단테는 본능적으로 강한 힘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거대한 마력의 순환이 느껴지고 있었다.
퇴근했다가 지구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영수는 기사들을 불러모아 가져온 전술방패와 정글도를 나눠주었다.
거기에 비비탄 총도 나눠주었다.
나눠주기 전에 파워 실험을 했는데, 거의 500m 정도의 유효 사거리를 가졌고 성인의 몸통만 한 바위를 파괴하는 위력을 보였다.
아크릴판으로 만든 방패도 산산조각내는 위력을 가졌는데, 물론 이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벤츠에 쏘면 내비가 장착된 벤츠는 비비탄 알 튀기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고, 장착되지 않은 벤츠에는 현실에서처럼 살짝 비비탄 알 튀기는 소리만 들리고 말뿐이었다.
참고로, 영수는 힐링 포션을 하나 마실 각오로 손가락 끝에 쏴봤다.
영수의 손가락은 멀쩡했고 심지어 따끔거리지도 않았다.
기사들에게 나눠준 비비탄 총은 권총형이라 소총형보다 소지하기도 더 좋았고, 일곱 살짜리도 가지고 놀 수 있는 총이었기에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모두 배신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쓴 탓에 도난이나 빼돌리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비비탄 알과 가스가 떨어지면 쓸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을 조절하는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비비탄 총이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화약을 사용하는 총, 아니 거의 전차용 무반동총에 버금가는 수준의 위력이라 안전 교육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기사들은 마치 비비탄 알을 폭발하는 마법 도구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그렇게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한 무장과 교육을 모두 마쳤다.
“파타피시. 하루가 지났으니까, 이제 발록을 다시 소환하는 것이 가능하겠지?”
“네. 주인님.”
파타피시가 달려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그런데 발록보다 더 강한 마족은 없어? 영 부실하군.”
“그것은 발록이 부실한 것이 아니라, 주인님께서 강한 것입니다. 그런 주인님을 주인으로 모시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파타피시는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진심으로 충성하겠다는 말을 들은 것은 좋은데, 아부같이 들려서 영 낯이 간지러운 영수였다.
“그의 말이 맞습니다. 영주님은 세계 최강의 마법사입니다.”
“인정.”
기사단장인 크히모스가 기사를 대표로, 심지어 흑마법사를 증오하는 라무레스마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부담스럽네…’
중간계 최강의 생명체라는 드래곤과의 일전을 앞둔 상태로, 이런 기대를 받는 것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자신이야 벤츠를 타고 다닐 거고, 정 안되면 남은 기억지점 포인트를 사용해서 바로 도망칠 것이기 때문에 안전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남는 사람들은?
“만일 드래곤이 공격해 온다면, 최대한 영지에 피해가 없게 숲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먼저 공격할 겁니다. 너무 마차에서 멀리 떨어지지 마십시오.”
“넵!”
하루에 한 번 출근해서 만나고, 지구에서도 어플로 그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때로는 기뻐하다 보니.
어느새, 미운 정이 든 걸까?
오히려 지구에 있는 똑소리 나는 직원들보다 신경이 쓰이는 영수였다.
“그럼, 바로 발록을 소환할까요? 주인님?”
“아니. 발록은 일찍 소환해서 좋을 것이 없어. 드래곤이 정말 공격해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그런데, 마법진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만들 수 있지?”
“네. 재료가 있으니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그럼 마법진을 성 밖에 나가서 드래곤이 공격해 올 때 선 하나만 그으면 바로 발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
파타피시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영수의 고개가 북서쪽을 향해 돌아갔다.
영수는 숲이 있는 방향보다 조금 더 멀리,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산들이 모여있는 곳을 바라봤다.
아주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력에 민감한 파타피시와 라무레스의 고개도 이어서 돌아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갸웃거리며 셋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하늘 높이 검고 성난 불기둥이 솟아올라 구름을 꿰뚫었다.
“으왁”
막 고개를 돌리던 기사들 대부분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불기둥 때문에 지형이 바뀌고 산 위에 끼어있던 먹구름마저 사라지고 해가 났다.
날씨를 바꿀 정도의 위력적인 공격.
“무, 무슨 저런 위력이…”
“저, 저런 공격이 영지를 향해 쏟아지면 한방입니다.”
담이 큰 기사들도 어마어마한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몇 살 먹은 드래곤이 깬 거지? 저런 위력적인 브레스라니… 들어본 적 없다.”
라무레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두 차에 타십시오. 영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발록을 소환하겠습니다.”
영수는 굳은 얼굴로 차로 달려가 시동을 걸었다.
부우웅…
치익, 치익.
엔진이 예열되는 사이 기사들과 파타피시는 유니목이 실린 트레일러 앞칸의 트레일러에 달린 컨테이너에 탑승했다.
“나도 가지!”
라무레스가 컨테이너를 향해 달려갔다.
“너는 여기에 있어. 이건 우리 영지의 문제다. 네가 죽으면 엘프들의 대모가 슬퍼한다. 계약관계가 틀어져 버려.”
영수는 그를 말렸다.
“영주는 우리 엘프들에게 페어리 더스트를 공급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 무적의 파괴 마차가 있고, 나에겐 정령술이 있어. 도움이 될 거라고.”
라무레스는 영수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막무가내로 컨테이너에 탑승했다.
흥분과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영수는 그를 차에서 내리라고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그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한다!”
치익…
부응…
영수의 트레일러 운전 실력과 커다란 아트록스의 차체는 결국 성문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있을 몬스터의 침입 같은 자잘한 피해보다는 최대한 영지에서 멀어지는 것이 중요했다.
영지를 빠져나온 영수는 영지에서 서쪽 방면인 라이트딜레이 후작 영지 방면 길을 따라 최대한으로 영지를 벗어났다.
산이 있는 곳은 북서쪽, 최대한 서쪽으로 가서 조금 전 봤던 불기둥에 의한 공격이 영지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5km정도 달려오자, 길이 좁아졌다.
좁은 길조차도 아트록스로 다 부수면서 달려 가고 있었는데, 한 5km 더 가자 설상가상으로 아트록스로 가기 어려운 진흙탕 길이 나타났다.
치익…
“모두 내리십시오. 여기서부터는 작은 마차로 바꿔 탑니다.”
영수는 내비를 떼서 유니목에 장착했다.
유니목 트럭은 아트록스보다는 작았지만, 오프로드에서의 범용성이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기에 숲에서 끌어내린 드래곤을 받기 위해 들고 왔다.
“영주님, 드래곤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기사들의 말에 영수가 고개를 돌려 산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눈에 집중하지 않아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검은색 드래곤이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꾹, 꾹.
영수는 내비를 켜고 지도를 확인했다.
‘거의 정북 방향이니, 이 정도면 영지가 공격 범위에 들어가지는 않겠지…’
“발록 소환을 준비할까요?”
파타피시의 질문에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준비하겠습니다. 파타피시는 제가 신호하면 바로 발록을 소환할 수 있게 준비하고.”
키릭, 부웅…
영수는 유니목을 트럭에서 내렸다.
그 사이 파타피시는 가져온 재료로 땅바닥에 발록 소환진을 그렸다.
“모두 무장을 점검하십시오. 특히, 두 사람씩 후방에 빠져서 방패가 없는 라무레스와 파타피시를 챙기십시오.”
“네!”
불만이라도 표할까 했더니, 발록 소환 때부터 같이 하기 시작해서 방패의 위력 실험도 같이 지켜보고 있던 라무레스는 군말 없이 기사들의 뒤를 따라줬다.
그도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는 아는 모양이었다.
“라무레스 잠깐.”
영수는 라무레스를 불러 정령술에 대해 따로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그럼, 갑자기 땅을 뒤집어서 마차 앞에 언덕을 만들어주거나 할 수 있어?”
“할 수는 있는데, 높이는 저 긴 마차의 길이 정도?”
아트록스에는 두 개의 트레일러를 연결했기에, 길이는 약 30미터 정도 나온다.
‘최소 30미터 까지는 끌어내려야 한다는 건가…’
“만일, 발록이 드래곤을 끌어내리는 데 실패한다면… 기회를 봐서 언덕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너의 센스에 달려있는데… 할 수 있겠지?”
“훗, 센스 하면 바로 우리 엘프들이지. 맡겨만 달라고.”
“주인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그리고… 드래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조치를 마친 영수는 파타피시가 있는 쪽을 돌아봤다.
드래곤은 이미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다들 준비하십시오. 격전지는 여기가 될 것 같습니다.”
차락…
기사들은 허리춤에 있는 검이 아니라 비비탄을 꺼내 들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만일 아까와 같은 불기둥이 발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마차 뒤로 피하십시오.”
“네!”
“드래곤의 브레스는 최고의 무기지만 한 번 브레스를 뿜으면 충전 과정이 필요하다고. 싸움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미 브레스를 쓴 지 얼마 안 돼서 사용하지 못할 거야.”
“그런가?”
파타피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이라도 부족한 때인지라, 그의 조언은 상당히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부릉…
“파타피시. 이제 소환해.”
“네 주인님.”
차에 올라탄 영수는 파타피시에게 발록 소환을 지시했다.
눈에 힘을 주자 드래곤의 모습은 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마침,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드래곤과 영수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어? 더 빨라졌다.”
“…깊은협곡보다어둡고깊은지저의용암을머금은…”
마나석을 손에 쥔 파타피시는 더욱 빠르게 주문을 외우며 마력을 짜냈다.
이내, 주문과 소환진이 완성되고 예의 마계 기사 라샤 드 발록의 아바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윽, 아바타 재생이 너무 늦어서 소환에 응하지 못할 뻔 했다. 그리고 이제부턴 말을 잘 듣겠다. 지난번 공격은 내 본체를 가져와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인정한다. 인간.”
발록은 웃음기 쫙 뺀 모습으로 나타나 영수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존심 강한 마족이 고개를 숙일 정도라면, 이건 인정을 넘어선 경외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놀라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저기다.”
“드래곤이 날아오고 있군. 바로 계약을 이행하겠다.”
화륵!
발록이 날개를 활짝 펴자, 날개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팔락! 팔락!
발록은 허리춤의 채찍을 꺼내며 유니목을 너머 드래곤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뜨드득.
영수는 사이드 미러를 내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으와아앙! 마족은 나빠!>>
후으으읍…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이쪽을 향해 드래곤의 브레스가 발사되었다.
“다짜고짜!”
“마, 막아!”
“아니, 피해!”
기사들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유니목의 뒤로 달려갔다.
“얌마! 라무레스! 브레스 바로바로 못 쓴다면서!”
“저거, 뭐야… 저런 크기라니. 왜 이렇게 커? 색도 블랙 드래곤의 색이 아니라, 마치 마족의 흑마력 같잖아…”
기사들의 질책을 받던 라무레스는 유니목을 향해 달려가며 중얼거렸다.
모두가 유니목 뒤로 달려들어 몸을 피했지만, 가장 앞에 있는 발록은 아니었다.
“젠장, 또,”
콰과과과과!
<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