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51)
마법사가 아니야.
마법사가 아니야.
발록이 녹아서 사라지고, 바로.
콰과과과과과과!
브레스가 유니목을 때렸다.
“…”
차 안에 타고 있는 영수는 편안했다.
휘이이…
발록이 녹아버렸고, 주변 땅이 초토화되고 있었지만, 에어컨이 잘만 나오고 있는 유니목 내부는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기사들은?’
“크악! 최대한 바퀴에 붙어!”
기사들은 아직 살아있었다.
브레스는 아래로도 새어 나오고 있었기에 그들은 유니목의 바퀴가 있는 곳에 최대한 일렬로 붙어서 방패로 브레스를 막아내고 있었다.
“으 뜨거!”
“방패가 탄다! 방패가!”
잘 버티고 있던 방패에 불이 붙어버렸다.
아직 형체는 유지하고 있지만, 간들랑거리는 것이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윙.
영수는 창문을 살짝 열고 손가락을 밖으로 내밀었다.
콰과과과과!
손은 멀쩡했다.
심지어 뜨겁지도 않았다.
벌컥.
영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콰과과과과과!
브레스가 정면으로 쏟아졌지만, 영수의 몸에 닿자 브레스는 마치 파타피시가 사용했던 저주 마법처럼 재가 되며 사라졌다.
이정도면 시야가 조금 방해돼서 그렇지,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영수는 기사들에게 다가가, 바퀴 사이로 빠져나오는 브레스를 누워서 몸으로 막아버렸다.
열기가 줄어들자, 기사들과 파타피시 등이 영수를 인식했다.
“여, 영주님?”
“브레스를 맨몸으로 막으시다니!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브레스가 재가 되며 영수의 온몸이 재로 뒤덮였다. 콧구멍이며 입이며 눈이며…
“푸우… 푸우…”
파타피시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콰과괏…
그 사이 브레스가 줄어들더니, 어느새 멈췄다.
“으으…”
툭.
거의 손잡이만 남을 정도로 손상된 방패를 들고 있던 기사들은 손잡이를 바닥에 버리며 정글도를 뽑아 들고 영수의 주변으로 다가와 보호하듯 섰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조금 검어진 것만 빼면 괜찮습니다.”
영수는 온몸에 재가 묻은 채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로 씻지 않고 털어봐야 더 번지기만 한다는 것을 지난번 파타피시와의 싸움 때 알게 되어서, 일부러 털지도 않았다.
“그런데 주인님, 드래곤에게서 이질적인 흑마력의 기운이 납니다.”
“나도 느꼈다. 블랙 드래곤인 줄 알았더니 불 속성 브레스… 거기다 느껴지는 것은 진한 흑마력이었다. 저런 드래곤이 있다니, 엘프 생 26년에 처음 들어본 괴사다.”
‘26…’
오늘로 처음으로 드래곤을 본 영수는 그냥 다 저런지 알았기에 오히려 라무레스의 나이가 자신보다 더 어리다는 것이 놀라웠다.
‘대모가 끼고돌만한 나이군.’
인간처럼 엘프가 100살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성인식이 없는 나이로 치면 서너 살, 성인식이 있는 나이로 치면 한두 살밖에는 안 되는 놈이었다.
덕분에 치기 어린 행동이나, 영웅적인 행동을 하려고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 이해가 갔다.
‘아니, 나이치고는 상당히 성숙하고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야 하나?’
“라무레스. 설마 드래곤이 브레스를 또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아는 지식과 너무 다른 놈이긴 하지만, 고룡의 경우에는 브레스를 한 번에 사용하지 않고 나눠서 사용한다고 들었다. 저 정도 덩치니까 나눠서 사용한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나눠서 사용해도 시간이 재사용 시간은 분명히 있어.”
“그럼, 그 사이에 공략해야 한다는 건가…”
펄럭! 펄럭!
그 사이 드래곤의 고도는 많이 낮아져 있었다.
“온다! 펼쳐져서 사격해!”
기사들이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영수는 품속에서 전기 충격기를 꺼내 들고 트럭의 호로천을 걷었다.
“둘은 안에 들어가 있고, 기사들은 모두 브레스다 싶으면 모두 안으로 도망쳐라!”
“네!”
퐁! 퐁! 퐁!
기사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드래곤을 향해 비비탄 총을 발사했다.
퍼엉, 퍼엉, 퍼엉…
비비탄 총알의 위력은 폭발음을 동원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드래곤의 몸 앞에 있는 보이지 않는 막에 총알들이 모두 가로막혀 본체에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영수는 전기 충격기를 드래곤에게 겨누었다.
파지직! 파직!
드래곤은 컸고 빠르게 날아가는 번개는 전혀 빗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펄럭!
그런데 드래곤이 날아오는 번개를 눈으로 흘깃 바라보더니 공중에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번개가 헛되이 허공을 갈랐다.
심지어 더 작은 와이번도 열에 아홉은 맞출 수 있는데.
“너무 빠릅니다!”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사들이 소리쳤다.
파라락!
그런데 그때, 드래곤이 날개를 그대로 쭈욱 피더니 점점 땅으로 내려섰다.
쿵! 쿵! 쿵!
땅에 서서 멈춰선 드래곤.
드래곤은 뭔가를 찾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자기 발로 내려왔다!’
영수는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유니목의 운전석으로 달려갔다.
콰지직! 콰직!
드래곤이 커다란 몸으로 두리번거릴 때마다, 사방이 초토화됐다.
녹지 않고 남아있는 바위나, 녹다가 이상한 모양으로 일어서 있는 금속들까지.
“피해!”
기사들이 파편을 피해 사방으로 도망쳤다.
“조금만 더 버텨!”
키리릭…
영수는 시동을 걸며 기사들을 응원했다.
부릉!
‘걸렸다!’
<아빠 어딨어?>
시동이 걸린 순간, 드래곤이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쿵, 쿵, 쿵.
드래곤은 기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중, 가장 덩치가 큰 크히모스가 제1 타겟이었다.
“으악! 내 쪽으로 온다!”
<아빠야?>
드래곤은 허리를 숙이며 크히모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휘익!
크히모스가 검을 휘둘러 반항했다.
푹! 푹!
정글도는 드래곤의 보이지 않는 막을 뚫고 본체를 때렸다.
하지만,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때리는 정도에 그쳤다.
<힛. 간지러워 아빠.>
드래곤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그대로 크히모스의 몸을 붙잡았다.
“으, 으악!”
우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만일 기사가 아니었다면 크히모스는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빠, 앙…>
앗 하는 사이 드래곤은 크히모스를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콰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크히모스의 허리 위로 드래곤의 이빨이 꽂혀 들어갔다.
“으아아악!”
크히모스의 허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드래곤이 멈칫하며 입을 벌렸다.
퉤.
피를 내뱉으며 크히모스를 땅에 내려놓는 드래곤.
<우리 아빠 아니야.>
“크, 크히모스! 괜찮아?”
“힐링포션!”
두 기사가 힐링 포션을 들고 크히모스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아빠가 둘?>
드래곤은 다시 달려오는 기사들을 양손에 붙잡았다.
“놔, 놔라! 이 악마야!”
“크으윽! 버틸 수가!”
<아빠, 앙, 앙>
콰직! 콰직!
두 기사도 크히모스와 똑같은 일을 당했다.
퉤.
<아빠 아니야. 잉…>
드래곤은 고개를 저으며 두 기사를 땅에 살포시 내려놨다.
“크윽… 미안하네 크히모스. 이 포션은 내가 먹겠네.”
“나도…”
손에 힐링 포션을 들고 있던 기사들은 드래곤의 손에서 벗어나자 마자 바로 힐링 포션을 입에 털어 넣었다.
“으으, 무서워. 기사가 된 것이 처음으로 후회가 된다.”
“크히모스도 품속에 힐링 포션 있으면 먹어. 아니면 죽을 거다. 아니 죽은 건가? 모르겠다. 힘들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자 기사들은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남이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안 크히모스는 숨을 헐떡이며 품속에서 힐링 포션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으으, 이게 무슨 기사단장이야. 기사단장 안 할래. 힘들어. 이러다 죽겠어. 난 집이 좋아. 집에서 쉬고 싶다…”
세 기사들에게는 다행히도, 드래곤은 이미 한 번 물어본 기사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물론, 아직 안 물린 기사들에게는 재앙이 펼쳐지고 있었다.
철컥, 탕!
영수는 운전석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다.
사실, 지금이 차로 박을 절호의 기회이다.
하지만, 아까부터 계속 한마디가 귀에 걸렸다.
<아빠, 아앙…>
드래곤은 계속 아빠를 찾고 있었다.
말투는 어린애가 하는 말투였고, 떨리고 있어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해 보였다.
퉤.
<울 아빠 아냐…>
거기다 목적어나, 수식어가 들어간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지도 못하고 쉬운 단어들만 조합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으악! 오지마!”
<아빠, 아앙 하자. 아앙…>
콰직!
“끄아아악!”
퉤!
<아빠 아냐. 히잉, 아빠 어디써…>
‘가희?’
분명 눈에 들어오고 있는 모습은 쥬라기를 재생해둔 공원에서 날개까지 달린 티라노사우르스가 사람을 집어삼키고 있는 모습과 진배없었는데…
왠지 영수의 눈에는 드래곤이 가희와 겹쳐서 보였다.
“크윽, 힐링 포션을 들고 있길 잘했어. 다들 죽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는 머리를 썼지. 힐링 포션을 들고 있자. 어차피 한 방 물리면 끝난다.”
회복 중인 기사들은 마취 당한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미 물리기를 각오하고 힐링 포션을 꺼내들고 있었다.
드래곤은 죽이려고 날아온 게 아니었다.
<아앙…>
콰직!
“크으악!”
퉤!
<또, 아빠 아냐. 흐, 흐끅, 울면 안 돼. 흐끅…>
드래곤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물 폭탄처럼 쏟아져 내렸다.
촤악!
그 모습을 본 영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드래곤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야! 여기!”
<아빠?>
드래곤이 영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 여기야 여기!”
영수는 두 손을 흔들며 드래곤의 주의를 끌었다.
<아빠… 맞아?>
“그래, 머리카락 봐봐. 네 피부처럼 검지 않아?”
<우웅… 옛날 아빠 빨갰는데… 아닌가?>
드래곤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영수에게 다가왔다.
“날 물어봐. 내가 아빠란다.”
<알았어. 아빠.>
드래곤은 허리를 숙여 영수의 몸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처음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드래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영수를 두 손으로 더 강하게 붙잡고 자신의 눈앞에 가져다 데었다.
“그래, 우리 착한 드래곤은 아빠가 맞는지 물어보려고 계속 물어본 거예요?”
<우웅.>
드래곤이 커다란 머리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 착한 드래곤은 이름이 뭐였어요? 아빠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안단테. 아빠 멍청해!>
“응 그래.”
영수는 웃으면서 팔을 걷어 드래곤, 안단테의 입에 내밀었다.
“앙 해봐요.”
<아아앙!>
콰지직!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툭.
바닥으로 사람 팔뚝만 한, 하얀색 뼈가 떨어져 내렸다.
“여, 영주님…”
영수는 웃으면서 다른 팔로 안단테의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우리 착한 안단테, 이빨 부러졌네?”
<히히. 나보다 딱딱해! 아빠야! 아빠다! 아빠!>
쿵쾅쿵쾅!
안단테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기뻐했다.
그런데 안단테가 발을 구를수록 영수의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영수를 붙잡고 있던 손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검은 비늘 가득한 파충류의 손에서, 자신의 피부처럼 새하얀 사람의 손으로…
‘마법?’
“폴리모프다!”
라무레스가 외치는 순간, 영수의 발이 땅에 닿았다.
“아빠! 나 아빠 말대로 했다? 500년 자고, 또 500년 자고, 또 500년 자고. 근데 중간에 갑자기 막 깼다?”
거대한 드래곤 안단테는 사라지고, 검은 머리에 영수와 비슷한 정도로 적당히 하얀 피부, 누가 봤으면 딸이라고 해도 믿어줄 만큼 닮은 다섯 살가량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영수는 웃옷을 벗어 안단테에게 입혀주고, 두 팔을 겨드랑이에 집어넣어 번쩍 들어 올려 안아주었다.
“응. 그래. 우리 착한 딸. 아빠가 안 와서 고생이 많았구나?”
영수는 안단테의 촉촉한 눈가를 닦아주며 가슴에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아빠. 근데 드마 전쟁은 이겼어?”
“드마 전쟁?”
“크흠, 엘마 전쟁.”
라무레스가 기침소리를 내며 드마 전쟁이라는 단어를 엘마 전쟁으로 슬쩍 바꿨다.
“…”
영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라무레스를 쳐다봤다.
뜨끔한지, 살짝 움츠러들었던 그는 마치 자신은 당당하다는 듯이 다시 가슴을 피며 영수를 빤히 바라봤다.
꼬르륵…
그때, 안단테의 뱃속에서 위 쪼그라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안단테 배고프구나?”
안단테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입에 물며, 반대쪽 손가락으로 라무레스를 가리켰다.
“아빠. 배고픈데 나 저거 먹어도 돼?”
안단테의 눈동자가 마치 고양이의 눈처럼 세로로 가늘게 쪼개졌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라무레스에게 날아가 적중했다.
“어으, 어…”
모든 근육이 놀랐다 풀어지며, 그대로 넘어지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라무레스.
그것은 드래곤들이 가지고 있는 포식자의 권능인 ‘드래곤 피어’였다.
“나, 쩌거, 쩌거 먹을래.”
안단테가 계속 라무레스를 가리키자, 영수는 고개를 돌려서 라무레스를 바라봤다.
소리는 못 내고, 눈으로 도움을 청하는 라무레스.
“저건 지지야. 지지. 저런 더러운 거 먹으면 배가 아야해요.”
“진짜?”
“응. 아빠가 가서 더 맛있는 거 먹게 해줄 게. 조금만 참아요. 할 수 있지?”
안단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쉽다는 듯이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힐링 포션의 반동에서 깬 크히모스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영주님… 드래곤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