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56)
누가 나를 궁금해하는가?
누가 나를 궁금해하는가?
영수는 영주부 지하의 고문실을 향해 갔다.
문을 열기도 전에 짙은 피 냄새와 고기 썩는 냄새, 타는 냄새가 동시에 풍겨 나오고 있었다.
영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고문실에는 한 명밖에 없었다.
지난번 영수에게 치여 잡혔던 괴한이, 바로 이 모든 냄새의 주인공이었다.
‘힐링 포션이 있으니, 고문도 마음대로라는 것인가…’
영수는 고개를 돌려 크히모스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고문실은 필요 없습니다. 죄질이 나쁜 놈들이나 첩자들의 경우에는 묶어만 두세요.”
‘마법이면 다 되니까…’
“조치하겠습니다.”
끼이익.
크히모스는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고문실의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끄으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누가 의뢰한 것이냐!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
치이이이익!
“끄으으으으!”
“그만.”
영수는 고문관을 멈추고 묶여있는 괴한에게로 다가갔다.
“아주 독한 놈입니다. 이정도면 없던 죄도 불기 마련인데, 이놈은 계속해서 모른다는 말만 하더군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직접 할 테니, 나가 있으십시오.”
영수는 고문관을 밖으로 내보내고 안에 있는 병사들에게도 나가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오해였지만, 모두가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마족의 마법인 흑마법도 사용하는 마법사라는 것까지는 몰랐다.
그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괜한 소문 하나가 추가되고 더 두려움만 쌓일 뿐이다.
모두가 나갔다는 것을 확인한 영수는 이제는 익숙해서 외우게 된 암브로카히브의 주문을 빠르게 외웠다.
“암브로카히브.”
검은색의 기운이 괴한을 감싸고…
‘음?’
약간, 평소와는 반응이 다른 것 같았다.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질문을 시작했다.
“너의 이름이 뭐지?”
“크으… 내가 말할 것 같으냐? 크큭… 아니, 말해주지. 나는 네 애비다.”
“뭐야, 이 자식이! 감히 영주님께!”
찰싹!
크히모스가 괴한의 뺨을 때렸지만, 영수는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실, 괴한에게는 마법이 전혀 걸리지 않았던 것에 살짝 당황했다.
‘왜지?’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평소와 같은 식으로 마법이 나갔는데…
그러고 보니 뭔가 마지막에 조금 다른 것 같이 느껴지긴 했다.
영수는 놈의 몸속의 마나를 느껴봤다.
저주에 걸리면 그 기운이, 흑마력이 몸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져야 하는데…
흑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흑마력은 아니고 다른 느낌의 마나가 느껴졌다.
원천은 괴한의 머릿속이었다.
‘머릿속에 뭔가 있다.’
영수는 놈에게 다가가 머리 위에 손은 얹었다.
괴한의 머릿속에서 느껴지고 있는 마나를 자신의 몸이라고 생각하고,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스읏…
지켜보고 있던 크히모스가 눈을 깜빡였다.
괴한의 머릿속에 있는 마나가 손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이 그에게까지 보였던 것이다.
“암브로시아 열매의 과즙에서… 암브로카히브!”
영수는 다시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질문했다.
“너의 이름은 뭐지?”
“내가 네놈에게 정보길드 출신 이바노프라는 나의 출신과 이름을 말할 것 같으냐? 아무리 고문을 해봐라. 고문을 대비해 훈련하고 통증을 줄이는 시술을 받은 나다. 마법으로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대마법사의 마법도 방어할 수 있는 정신 방어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큭큭큭.”
크히모스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영수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정보길드에서 네놈의 위치는 어느 정도이지?”
“나는 절대 네놈에게 라트 왕국 정보길드에서 정보 요원 서열 열한 번째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나에 대해 알아보려면 루이반 백작의 영지에 가서 블루문 여관의 급사를 족치면 될 거다. 나에게 의뢰를 전달하는 자가 그자니까. 하지만, 그것도 모를 테고 고생깨나 할 거다.”
괴한은 자신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기양양해 했다.
고문과 힐링 포션을 사용한 회복 과정이 계속되면서 몸도 지치고 정신도 혼미해서 인지능력이 떨어진 데다가, 마법에 대한 맹신 때문인지 자신이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왜? 나를 노린 거지?”
“정보길드에서 정보 조사 의뢰를 받았으니 노렸겠지. 조사 의뢰를 받는 창구와 명령이 내려오는 창구는 다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정상이니까. 의뢰자가 누군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알아서도 안 되고. 하지만, 나는 정보길드의 요원 서열 열한 번째에 있기 때문에 의뢰 규모는 알고 있지. 이번 의뢰는 5미스릴짜리 특급 의뢰라고 들었다. 하지만, 절대 말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는 것이 없다더니,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았다.
물론 부족하긴 하지만, 조사를 위한 단서라든가 하는 필요한 정보 대부분은 이미 그의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 정보 조사가 목적이면서 시녀를 납치하려고 하던 이유가 뭐지?”
“들켜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원래대로라면 들켜서는 안 됐겠지. 하지만, 정보를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얻고 있어서 조금 흔들어보기를 하려고 일부러 들킨 것이다. 시녀를 고문해 정보를 알아낸 뒤 죽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반응을 보면서, 그 반응 자체를 정보로 만드는 거지. 이게 내 특기다. 이 특기로 정보 요원 서열 십일 위까지 갔지.”
영수의 안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후우…”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크히모스에게 괴한을 양보했다.
“물어보는 대로 술술 불 겁니다. 캐낼 정보나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시고 다 물어보시면… 죽이십시오.”
영수는 고문실 밖으로 나갔다.
심문이 끝나면 죽이라는 명령에 망설임은 없었고, 크히모스는 명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곳은 이런 세상이다.
죽이려 하다 실패하면 죽는 것은 당연했다.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영수는 현대인으로서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록 자신 때문에 몇이나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최소한 저놈의 손에 죽어간 사람들의 복수는 해줬다는 위안을 가질 뿐이다.
이기적이라고 하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속이 편해지는 길이었다.
끼이익…
얼마지 않아 크히모스가 고문실에서 빠져나왔다.
“쓸만한 정보는 있습니까?”
“훈련을 파라사니 후작 영지에서 받았다는 것 말고는 새 정보가 없습니다. 철저히 점조직이고 워낙 정보 통제를 잘하고 있다고 하네요. 더 이상 해봐야 누가 의뢰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아 보여…”
“그래도 성과는 있었네요. 최소한 정보길드라는 곳의 소속인 것은 알았으니, 그곳을 털어보면 되겠죠. 그런데 정보길드는 원래 어떤 곳이죠?”
“정보길드는 뒷골목에서 자생하는 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양지보단 음지에서, 특히나 구린 정보를 캐내는 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필요한 사람들이 사가거나, 지금처럼 의뢰를 하기도 하고요.”
“우리 영지 뒷골목에도 있습니까?”
“여긴 너무 외지고 작은 영지라서 정보 길드가 활약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몇몇 인원이 정보길드의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럼 정보길드는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죠?”
“주로 큰 영지에 가면 있습니다. 백작령 정도에는 필수고, 자작령도 간혹 길목이 좋은 곳에는 있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수도에 있는 곳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한번 가서 족치긴 해야 하는데, 큰 영지들은 여기서 멀었고 이제 여기서 이것저것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직접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하지만, 괜찮다.
사람을 보내면 되니까.
영수의 앞에는 파스란과 소르크 두 기사가 소집되었다.
두 사람은 용병이나 모험가로 떠돈 경험이 있어 뒷골목에 대해 좀 아는 기사들이었다.
정보길드는 이 두 사람만 가지고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그들의 앞에는 두 벌의 옷이 있었다.
하나는 타이즈, 하나는 정장과 와이셔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영수가 입고 있던, 주문해서 받아두었던 최고급 나노 탄소섬유 방검복이었다.
처음에 영주가 되었을 때는 이쪽 사람들을 무장시키는 것을 경계해 안전모 이상으로 무기를 가져오지 않으려던 영수였다.
아마 자신이 무적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알고 있었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무장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인 이상 비리가 벌어진다.
기사들도 아무리 영주에 대한 충성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지만, 좋은 무장을 시켰다가 다른 곳에 팔 수도, 또 다른 곳에 빼돌리거나 들고 투항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제 하지 않는다.
영수에게는 계약서가 있었고, 기사들도 모두 계약서를 썼으니 말이다.
“한 분은 갑옷 안에 이 갑옷을 입으시고, 한 분은 갑옷을 벗고 이 갑옷으로 갈아입으십시오.”
“이게… 갑옷이라고요?”
“속 갑옷은 이해하겠는데… 아무리 봐도 연회에 나가는 귀족님들 복장처럼 생긴 것이…”
두 사람이 어리둥절하자 영수는 피식 웃었다.
“입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은 뒤로 가서 영수의 말대로 방검복을 착용하고 나왔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영주는 정글도를 뽑아 들고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엇! 영주님!”
“갑, 갑자기?”
서걱!
정글도가 파스란의 갑주를 뚫고 들어갔다.
퍽!
“크윽……”
파스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오랫동안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그는 슬쩍 다시 눈을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떠신가요?”
“부, 분명 신검으로 치셨는데… 아프지는 않고 그냥 맞았다는 느낌 정도만…”
“어? 갑옷에만 구멍이 뚫리고, 안에는 하나도 상처가 없습니다!”
영수는 바로 칼을 휘둘러 놀라는 소르크를 베어갔다.
퍽!
베이는 소리가 아니라 타격음이 들려왔다.
“괜… 찮은데요?”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준비하고 있던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원래 여기서 자기 몸을 지키려고 가지고 다니던 것들이다.
“아무리 갑옷이 좋아도 머리가 노출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걸 쓰십시오. 완전히 얼굴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영수는 두 사람에게 오토바이용 헬멧을 건넸다.
“그리고 이 장갑과 신발을 신고… 또, 이것은 새로운 검입니다. 지난번 검보다 좋을 겁니다. 이건 단검이고…”
영수는 그들에게 탄소섬유 장갑, 군용 워커를 주고 이번에 가져온 두 자루의 진검과 식칼, 비비탄 총을 주었다.
그리고 BB탄 알과 가스를 어떻게 충전해야 하는 지도 직접 시범을 보여서 알려줬다.
탕탕!
소르크는 쓰고 있는 헬멧을 손으로 두들겨봤다.
“어우! 반발력에 손이 다 아프네요. 딱 보기에도 예전에 주신 투구보다 튼튼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 이 검은 신검보다 더 예리해 보이고, 검신 자체도 예사롭지 않고…”
“이 단검 보십시오. 소드브레이커 형식에 장미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품격까지 있는 모습입니다.”
파스란은 장미가 새겨진 식칼에 반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영수는 파스란의 손에서 장미 식칼을 받아들고, 그들이 신검이라 부르던 정글도에 대고 몇 번 움직였다.
슥! 슥! 슥! 슥!
뎅그랑!
정글도의 가운데 부분이 뚝 부러져 버렸다.
“시, 신검을 자르다니…”
“오오…”
“이 단검뿐만 아니라, 드린 검도 이 검을 잘라버릴 정도로 좋은 것들입니다.”
“하아! 이 무장이라면, 정보길드가 아니라 그 어디라도 헤집고 다닐 수 있을 겁니다!”
“원하신다면 누구의 목이라도 따오겠습니다!”
두 사람의 몸에는 뭐라도 할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원래 이렇게나 자신감이 과하던 사람들이었나?’
영수는 잠시, 인원 선정을 잘못한 것이 아닐까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