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59)
버전 투
버전 투
영수는 마지막 줄까지 다 보고 황당한 표정으로 대모를 바라봤다.
“로빗들은 최근 개체 수가 많이 줄어서 5천 명이 넘지 않는다네. 거기다 결과를 보고 주는 것이니, 자네에게 그렇게 부담스러운 계약은 아닐 거야.”
그들의 숫자가 부담스럽다거나,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마지막에 줄이 너무 이상한데요? 로빗의 페어리 더스트를 대모님이 갖는다고 쓰여있는데요.”
영수는 입 밖으로 ‘이거, 혹시 사기 아닙니까?’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 그들에게는 페어리 더스트가 필요가 없네. 주식이 잡초이고 입맛이 달라서, 아무리 페어리 더스트가 신의 조미료로라고 불린다 해도 먹을 필요가 없지.”
“그럼 다른 대가를 줘야 하는 게 아닙니까? 굳이 페어리 더스트가 필요가 없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걸 대모님이…”
“로빗들의 개체 수가 5천 명이라도 남은 것은 엘마 전쟁 이후 우리 엘프들이 그들을 보호해주었기 때문이네. 그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보호를 받고 있지. 언제든 우리에게 그 은혜를 갚겠다고 했는데, 마침 이번 일을 듣고는 선뜻 와서 도와준다고 하더군.”
영수는 로빗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대모님이 하는 말이 사실입니까?”
끄덕끄덕.
“제 말을 알아듣는 겁니까? 아니면, 말을 원래 하지 못하는 겁니까?”
끄덕끄덕, 도리도리.
로빗은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물론, 언어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영수는 여기 와서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 인종을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씀하십시오. 대모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사실입니까?”
끄덕끄덕.
여전히 로빗은 고갯짓으로만 말했다.
“영주, 여기에는 사정이 있네. 그들이 말은 할 수 있지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래서 내가 대리인으로 나선 거고.”
“죄송하지만 직접 말 하실 수 있다고 하셨으니 말씀을 해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저는 로빗들과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영수의 최후통첩에 입을 닫고 있던 로빗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쓰으으… 바! 맞다고! 맞다고 하잖아 이섀꺄! 아따, 참말로! 시부엉, 내가 몇 번을 끄덕여야 알아듣는 당가? 거기는 귓구멍에 당근을 박았냐? 확 마! 이 주먹으로 그 당근 뽀개줘? 팍씨!”
“…”
“후우… 그만 말하게. 내가 알아서 하지.”
대모가 고개를 저으며 로빗의 앞을 막아섰다.
“사실 저래서 내가 대신 말한 걸세. 로빗 일족은 선천적으로 욕설과 반말을 참지 못하는 지독한 병이 있어. 그 욕설 때문에 엘마 전쟁에서 마족들의 지독한 추종을 받았지.”
‘선천성 투레트 증후군을 유전병으로 가지고 있다니…’
로빗은 작은 목소리로 대모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귀를 기울이자…
“쓰으바, 귀쟁이 너! 임마! 말 제대로 했다고 안 했냐? 팍씨!”
로빗은 자신에게만 욕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거 안심해야 하는 걸까?’
“물론, 계약하면 이들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걸세. 어떤가, 이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
레드 엘프 5만 명, 로빗 약 5천 명.
그들이 직접 자신의 피를 묻히는 것을 봐야 했기에 계약만 진행했는데도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크흠, 어떤과?”
공장에 도착하자 방적기와 방직기를 완성시킨 드와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영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리저리 만지고 확인하던 영수는 설계도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진 것에 감탄했다.
“마치, 쓰리디 프린터로 찍어낸 것 같군요.”
“쓰리디 프 뭐?”
“아,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뜻입니다. 확실히 드와프는 기술력이 있는 종족이군요.”
“『하하핫! 우리에게 걸리면 이 정도는 식은 수프 먹기지. 이것 뿐만이 아니네, 우리들에게는 다른 기술도 있지. 채광이나 제련, 축성이나…』”
“네. 여러 가지 만드는 것들을 잘하신다는 말은 엘프의 대모님께 들었습니다. 상당히 기대가 되는군요. 계약을 맺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세부 계약 조건은 조정해야 하겠지만…”
“『그럼, 바로 계약하도록 하지! 어떤 조건이 좋을까?』”
“장인 분들이고,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시는 분들이라 당장에 조건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계약에 대해 세밀하게 고려하고서, 내일까지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잘못 계약하면 부작용이 있으니 그들을 위해서라도 계약을 세밀하게 해야겠지만, 해도 졌고 이제 퇴근 시간이었다.
거기다 오늘 본 피만 해도 무려 5만5천 명분이라 더는 보고 싶지 않은 영수였다.
“『모루도 달궈졌을 때 두들기라고, 까탈스럽게 계약 조건을 안 부를 테니 당장에 계약하지 그러나.』”
드와프는 화통했다.
성격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지금쯤이면 안단테에게 틀어준 DVD도 자동 전원 차단 예약으로 꺼졌을 시간이었다.
같이 식사하고 침대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했는데, 그게 끝나면 지구로 가봐야 할 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일과 시간은 해 떴을 때부터 질 때까지로 정한 데다가, 집에 돌봐야 할 아이도 있어서요. 제가 좀 더 잘해드릴 테니, 내일 하시는 것이 어떨지요?”
“『이거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군…』”
드와프가 살짝 인상을 썼다.
살짝만 인상을 썼는데도 원래 얼굴에 있는 잔주름이 있는지라, 이마에 파인 부분이 협곡처럼 깊게 파였다.
“이런, 자네. 지금 계약하지 그러나? 그들은 엘프들보다는 인간에게 더 유용한 종족이야. 하지만 장인이라고 해서 자존심이 매우 세네. 잘못 자존심을 건드렸다간 페어리 더스트가 없으면 죽는다고 해도 계약하지 않으려고 할 걸세. 지금 계약하는 것이 어떤가?”
대모가 나서서 중재했다.
“제가 계약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세한 계약 내용을 내일까지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지요.”
“『고작 아이 때문에 우리 드와프와의 계약을 미루겠다는 말인가?』”
“고작이라니요?”
영수는 정색하며 드와프를 돌아봤다.
“제게는 고작이 아닙니다. 가족 때문에 영지와 여기에 이룬 것들을 다 버린다고 해도, 저는 제 가족들을 챙길 겁니다. 말씀 조심하시죠.”
“허?”
“드와프들이 한두 명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계약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드와프들은 몇 명이 왔습니까?”
“『1만이다.』”
“1만 명이고, 한 명 한 명이 여러 일을 할 줄 아는 장인들입니다. 그런 분들과의 계약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진행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루 시간을 주시면 계약 조건을 생각해서 만족스럽게 제시하겠다는 말입니다. 딱 하루만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허어! 자네 배짱이 드래곤 급이구만! 귀쟁이, 난 이제 여기 일 없는 것으로 하겠네. 흥! 차라리 오백 살에 죽고 말지!』”
드와프는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봐 난쟁이. 우리들은 그냥 하루 만에 대충대충 계약했다고, 장인들이니 더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이잖아. 나이도 많은데 좀 더 자네가 이해를 해주게.”
“『흥! 일 없대도! 내가 받은 냉대는 드와프들 모두가 기억할 거야!』”
대모의 설득도 소용없었다.
“『흥! 내 인간 치고는 괜찮은 기술로 만들어서 동력 부분에서 개선시켜줄 부분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자기 복을 자기가 찬 것으로 알게나. 이만 난 가지.』”
‘동력? 수력이나 풍력도 이용할 줄 안단 말인가?’
드와프의 말에 영수는 제법 놀라고 말았다.
“아빠!”
그런데 그때, 공장의 입구에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아갔다.
작고 귀여운 검은 머리 소녀, 안단테가 영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어? 안단테 집에 있지. 왜 여기까지 왔어요? 위험하진 않았어요? 이상한 사람이 사탕 준다고 따라가면 안 된다?”
“히히. 아빠가 지켜줄 거잖아.”
안단테는 점프해 영수의 품에 안겼다.
“허끅…”
순간, 팔짱을 끼고 있던 드와프가 딸꾹질을 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더니 안단테를 향해 돌아서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이봐? 갑자기 드래곤 접대 자세라니 자네 왜 그러는가?”
대모가 당황해하며 드와프를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드와프는 땅에 머리를 박은 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모, 모르겠다. 드래곤 접대 자세는 우리 드와프의 몸과 본능이 기억하는 건데…』”
“맞다. 아빠! 밥 준비 다 됐데. 밥 먹자!”
“응. 그래 우리 안단테 아빠가 틀어준 건 잘 봤어요?”
“응!”
“그럼 가서 밥 먹을까요?”
영수는 안단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뒤돌아 땅에 머리를 박은 드와프를 바라봤다.
‘왜 저러지?’
갑자기 땅에 머리를 박고 절한 이유가 어찌 되든, 영수는 가기 전에 꼭 하기로 했던 말을 하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제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라서요. 계약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내일 오십시오. 저보고 배짱이 드래곤 아빠급이라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내일 안 오시면… 그냥 그런 것으로 알죠.”
“『어, 가, 감히 그, 드드, 드, 드래…』”
드와프는 제대로 대꾸하지도 못하고 말고 말을 심히 더듬었다.
‘건강이 안 좋나…’
고개를 갸웃한 영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안단테를 목에 태우고 공장을 빠져나갔다.
영수가 빠져나간 뒤, 얼마지 않아 드와프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 사이 대모는 정령을 불러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정말?”
“『뭐가 정말인가?』”
“정령이 그러는데, 영주의 딸이 드래곤이라고…”
“『허, 허, 허윽, 큰일일세. 내가 감히 드래곤님께 바, 반말과 땡깡을… 우리 일족은 죽었다…』”
영수는 자지 않으려는 안단테를 어떻게든 침대에 눕히고 동화책을 읽어준 뒤 지구로 돌아왔다.
-코오… 코오…
영수는 휴대폰을 켜서 나의 어플로 [드래곤 래어]를 눌러,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안단테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훗. 이 녀석, 결국 잘 거면서 나랑 조금이라도 더 놀려고…”
영수는 입가에 웃음을 띠우며 화면을 보고 있다가 영지의 경비나 다른 부분들도 확인하던 영수는 간만에 [여론]에 들어갔다.
‘1. 페어리 더스트다. 페어리 더스트!’
‘2. 엘프도 자주 보니까 슬슬 적응되네. 붉은 애들은 뭐지? 이쁘긴 하다만…’
‘3. 드, 드래곤님 죄송합니다. 드래곤님 살려주세요.’
1위는 페어리 더스트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번 엘프들과 계약하고 나니 엘프 인구가 늘어있었다. 계약한 엘프들이 모두 인구에 잡힌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이번에 5만 명의 엘프와 계약했으니, 그들의 목소리가 가장 최상단에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안단테가, 뭘 했다고 드래곤이…”
영수가 다시 돌아가 드래곤 래어를 확인했지만, 안단테는 천사 같은 모습으로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플 상단을 확인했다.
【14,726미스릴 34플레티넘 22골드 36실버 14쿠퍼】
【인간 57,381, 리자드맨 1,209 오크 2,078, 엘프 70,521, 드래곤 1, 로빗 5,013, 드와프 20,003.】
‘드와프?’
계약한 적도 없는데, 세 번째로 많은 인종에 드와프가 들어와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고개를 갸웃거리던 영수는 화폐 보유고를 보며 깜짝 놀랐다.
“뭐야? 잔고가 갑자기 1만 미스릴이 넘잖아?”
14,726미스릴.
아무리 람찬이 가지고 있는 MSG를 다 판다고 해도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금액이었다.
꾹, 꾹.
영수는 내비를 눌러 미션을 확인해봤다.
화폐를 다 모으라는 미션은 사라지고, 새로운 미션이 떠 있었다.
<미션 : 아티팩트를 +2로 강화 하시오.>
<보상 : 강화 포인트 2, 기억지점 포인트 1>
<미션 : 나의 영지 Ver. 2 기능을 사용하여 ‘지구’의 관리 지점을 설정하세요.>
<보상 : 강화 포인트 1, 기억지점 포인트 1>
“나의 영지 버전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