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61)
잿밥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잿밥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집에 도착한 영수는 TV를 틀고 샤워실에 들어갔다.
쏴아아아…
-… 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불이 나기 전에 옆에 있는 M사의 공장에서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증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그때가 여덟 시 반이었나? 불이야 라고 누군가 소리치는 것 같았는데…
TV에서는 증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음성 변조 처리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워 중이던 영수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애초에 떳떳하다면 음성 변조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방송국까지 매수해서 발악하는 모습이 참 우스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불이 확 나서 소방차들이 달려왔는데…
-… 네. 조금 전에 들으신 대로, 분명 불이 나기 전에 M사의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아무르 파스텔의 공장에 불이 났는데요.
-아무래도 연관이 있지 않겠습니까? 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든가 말입니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불이라는 것은 종잡을 수 없어서, 잔잔하게 타오르다가 갑자기 확 불이 붙기도 하거든요.
-그뿐만 아닙니다. 아무르 파스텔의 경우 불이 나기 전, 잠시 라인을 중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휘발성 원재료를 다른 공장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불이 났더라도 이렇게까지 크게 번지면 안 됐다고 하는데요.
-공장이 타오른 데에는 공장을 만든 시공사가 불법적으로 재료를 바꾼 탓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벽 마감재를 불에 취약한 알루미늄 합성 피복으로 사용했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불이 더 커질 요소는 충분히 있었다는 소리군요.
끼릭, 끼릭.
“허, 시공사까지 걸고 넘어지나…”
영수는 아무르 파스텔의 악독함에 고개를 저으며 수건을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
패널들은 계속해서 아무르 파스텔을 제외한 다른 곳으로 화재의 원인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조용히 구석에서 말을 듣고 있던 소방정복을 입은 소방관이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인천소방본부 남훈금 소방장]-여러분의 말씀을 듣다 보니 이상하군요.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은 여덟 시 반 경이고, 실제로 불이 나서 소방차가 출발한 것은 약 2시간 뒤인 10시 반 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소방안전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불이 시작된 곳은 만향당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무르 파스텔 공장 서쪽 외곽부터였습니다.
-하지만, 분명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 소방안전본부에서 폐쇄회로 화면과 과학적 분석 기법을 통해 밝혀낸 팩트입니다. 거기다 건물이 완공된 시기는 불연, 준불연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였습니다. 저희들의 확인에 따르면 시공사는 외벽 마감재에 준불연 단열재인 PF보드가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음…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희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체 어디서 연구하고 조사하신 겁니까? 애초에 화재 현장은 잔불을 정리하는 중으로, 소방 관계자 외로는 현재 출입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어디서 어떤 자료를 수집해서 조사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증인의 증언과 다각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따라…
-제발 이상한 것을 언론에 흘려서 수사에 혼선 주지 마십시오. 현장에서 잘 조사하고 있는데, 이상한 말 때문에 주식하는 사람들이 소방서에 연락해서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아십니까? 그런 것들까지 다 받아주느라 제대로 출동도 못 하고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고생하는 건 소방관 분들이지.’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아무르 파스텔이 너무 괘씸해서 불을 지르도록 내버려뒀지만, 그것 때문에 괜히 소방관분들만 고생하는 거다.
‘저쪽에 가면 번개를 막아내는 마법 옷도 있었는데, 불도 막아내는 옷도 있겠지?’
나중에 마법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불을 막아내는 방화복을 만들어와서 소방관분들께 기증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요. 119 신고 전화가 장난 전화는 아니니까…
-크흠, 화재란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 실험과 정보 조사를 조금 더 해보고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는…
남훈금 소방장의 팩트 나열에 패널들은 많이 당황하고 있었다.
중앙의 남자 아나운서는 포커페이스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바로 중재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본이나 모니터를 훑어보는 것으로 그의 당황함을 전했다.
-아, 남훈금 소방장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시간 관계상 특집 1부를 마치고, 뉴스를 보시고 오겠습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특종이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김안권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는지, 아나운서는 슬쩍 1부를 마감했고 스튜디오 화면이 빠지며 기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현재 이곳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세계 최대이자 최고가로 추정되는 영문 드래곤볼, 국문 여의주라 불리는 천연진주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덟 개로 이루어졌다는 여의주는 경매 전에 그중 하나를 도난당해 큰 소란이 있었는데요.
‘이것도 내 일이네…’
마침 뉴스에서 특종이라고 첫 번째 전하는 소식도 자신과 관련된 일이었다.
-소더비에서는 일곱 개인 상태 그대로 경매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경매 시각인 오후 여덟 시, 한국 시각 오전 아홉 시 경에 경매 시간을 한 시간 연장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한창 경매 중이겠군요?
-현지의 뉴스에서는 경찰 관계자를 통해 소더비에서 현지 시각 오후 일곱 시 반 경에 도난 신고를 취소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한 오후 여덟 시 경, 삼엄한 경비 속에 무장한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경매는 처음 나왔던 매물 그대로인 여덟 개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쯤 경매가 끝났을 수도 있겠군요?
-음… 네. 경매는 한창 진행 중이며, 경매에 들어간 지는 이제 막 40분이 흘렀습니다. 경매의 시작가는 2억 달러로 최소 4억 달러까지 올라갈 전망입니다. 개당 가격은 약 5천만 달러로, 단일 보석 및 보석 세트로서도 최대의 가격을 갱신할 예정입니다.
-아, 그렇다면 한화로는 약 4천400억 원 정도겠군요? 그 이상으로 받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물론, 경매가 끝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작 시각만 알려졌지 참여자나 판매자, 구매자 등 모든 것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경매이기에 경매가 끝나도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구매자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최종적으로 얼마에 팔리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현지 위성 사정으로 통신에 시차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네. 그 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는 6억 달러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며칠 전부터 뉴욕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부호들이 호텔이나 배를 빌려 파티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유명인들의 방문도 많았고, 유명 배우들과 스포츠 선수들이 연관된 사건이나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경매를 위해 뉴욕에 방문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뉴욕과 한국의 통신 딜레이 때문에 특파원의 말은 한 박자씩 늦었다.
특파원의 말이 끝나고도 아나운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른 뉴스로 바뀌며 화면이 전환되었다.
드드드, 드드드…
그때 식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부르르 떨려왔다.
윤사라였다.
“한영숩니다.”
-지금 막, 경매가 끝났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수수료 떼시고, 세금 납부 처리하셔서 제 계좌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절반은 원화, 절반은 달러로요.”
-얼마에 판매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적당히 몇억 달러 정도에 팔렸겠죠.”
-무려 8억 8,888만 8,888달러입니다.
“부자의 숫자인 8에 가득 찬 숫자인 9라는 상징적인 의미… 중국인이 샀나 보군요.”
-음…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 드릴 수는 없지만… 아? 잠시만요.
윤사라가 잠시 통화를 멈춘 사이 뉴스 화면이 바뀌며 사라졌던 뉴욕 특파원이 다시 TV에 얼굴을 비쳤다.
-구매자가 나왔다면서요?
-네. 구매자는 중국 완다바바 그룹의 회장인 마졘린씨라고 합니다. 그는 자국 기자들을 불러모아 경매 낙찰 금액을 밝혔는데요. 8억 8,888만 8,888달러를 불렀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중국의 보물이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너무 돈을 많이 쓴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물의 진정한 가치는 진주를 둘러싸고 있는 코팅막에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코팅막이요?
-네. 그 코팅막은 산화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물질로서 진나라 시대로 추정되는 진시황제의 보물인 천연진주의 산화를 2천 년이 넘게 막은 것으로 보이며…
영수가 TV를 보고 있는 사이, 수화기 너머에서는 중국어와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잠시 뒤, 윤사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구매자에 대해서 밝혀도 된다고 하는군요. 완다바바 그룹의 마졘린씨입니다. 이미 그 분이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여의주의 소유자라고 밝혔기 때문에…
“저도 지금 TV로 봤습니다.”
영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중국의 대부호이자 큰 사업가인 마졘린도 알아본 코팅막은 리자드맨의 그것이다.
그가 관심을 갖고 그것을 이곳에서 재생해내는 데 성공해 국제 특허를 낸다면, 아무리 다음에 그것을 가져와도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가져와야 하는 건가…’
-쉬릿…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네요.
-시싯, 그물이 끊어지지도 않아요. 이거 고래도 잡겠습니다. 츄릅…
수확물을 거둬온 리자드맨들은 물 밖으로 나와 그물에 잡힌 물고기를 분류하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크흠.”
한동안 휴대폰으로 리자드맨을 보고 있던 영수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래에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눌렀다.
“이건 마법입니다. 놀라지 마시고요. 인간 마법사 한영수입니다. 지난번에 가져다준 통이 있죠? 거기에 앞으로는 그것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쉬쉿? 이게 무슨 소리지?
-시시시… 그… 마법사 목소리 같은데요?
“네. 접니다. 마법사 한영수요. 지난번에 가져다준 통은 마을에 가져다 두셨죠?”
-쉬릿… 네. 그런데 정말… 거기에 정말 그걸 모으라는 말입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쉬쉿…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땅에 묻어뒀다가… 앞으로 거기에 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후우…”
영수는 버튼에서 손을 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리자드맨들은 가까이 모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쉬쉿. 갔겠지?
-시시시… 통신 마법이었던 모양이야. 갔겠지.
-쉬릿…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똥을 모으라고?
-시싯. 스멜 스톤을 달라고 할 때부터 그런 기미가 있었어. 아무래도, 그 마법사 우리 똥 냄새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꾹.
“다… 들립니다.”
-쉿! 어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