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63)
약 먹고 가라.
약 먹고 가라.
박사들과 계약을 마친 영수는 DMC 타워의 7층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이곳이 당분간 박사님들이 사용하실 연구실이 될 것입니다.”
7층 전체를 빌렸다. 하지만, 이제 막 계약했기에 연구실은 기본으로 설치되어있는 가구와 싱크대 등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우선 내가 가진 원심 분리기에 넣어 보는 것으로 실험을 시작하지. 호텔에 마이크로플레이트, 레오미터, 점도계, CO2 인큐베이터, 주사전자 현미경, 입자형상 분석기가 있네. 지금 당장 이곳으로 가지고 올 테니, 바로 실험 들어가자고. 아, 부인에게 창고에서 다른 장비들도 바로 부쳐달라고 해야겠군.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나?』”
펠트 박사가 손짓하자 팀원이 들고 있던 가방을 싱크대 위에 올렸다.
딸칵.
안에서 휴대용 원심 분리기와 분석용 장비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품속에서 반쯤 남은 붉은색 액체, 힐링 포션을 꺼냈다.
“『원심 분리기를 가지고 다니고, 일하게 될지 안 하게 될지도 모르는 외국으로 오면서 그런 장비들을 가지고 온다고? 역시 펠트 자네는 준비성이 뛰어나군! 나도 질 수 없지.』”
차 박사는 자신의 팀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백팩을 내려놓고 안에서 뽈록이로 포장되어 있는 네모난 상자 몇개와, 플라스크, 비커 등의 실험용 장비를 꺼내 들었다.
바로 포장을 까 조립하자, 순간 거대한 현미경이 만들어졌다.
“『CX753? 6,400배율 현미경을 들고 다니다니… 역시 내 동문이군.』”
“『훗, 다 내 돈 주고 산 건데. 호텔에 주사전자 현미경을 가져온 자네는?』”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씨익 웃더니 바로 장비 세팅을 시작했다.
다른 팀원들과 박사들은 가지고 온 장비만 세팅하고 바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대학에 장비 가져오라고 보낸 건가?』”
“『물론, 내 돈 주고 산 장비에 한해서지만.』
“『연구실에서 실험용 쥐도 한 열 마리만 데리고 올 수 있나? 그리고 나노 튜브로 만든 쥐 우리도 필요하네.』”
“『쥐 우리에 무슨 나노튜브가 필요하다는 건가?』”
“『허, 자네 모르는 구만? 지난번에 LA에서 저분이 주신 것을 실험하다 한 마리가 철창을 갉아먹고 탈출했지 뭔가? 그놈을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건물 이곳저곳을 갉아먹고 다녀서 지금 연구소 두 개 동이 문을 닫았다니까?』”
“『뭐?』”
“『거기다가 탄소강으로 만든 우리도 갉아먹더라고. 베타 성분이라는 것을 투여한 이후에 발생한 일인데, 뼈가 엄청 단단해진 거지.』”
“『호오, 그런 물건이 존재할 수 있다니…』”
“『우리 눈으로 봤잖아. 이 약품은 있을 수 없는 세포 재생이 일어난다고!』”
대화를 나누던 두 박사는 스포이드로 힐링 포션을 빨아들인 순간부터 조용히 입을 닫았다.
우우우우웅…
힐링 포션을 플라스크에 담아 원심분리기를 돌리고, 유리판 위에 포션을 한 방울 올려 돌아가며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크흠.”
영수는 헛기침을 하며 두 사람의 주의를 끌려고 했으나,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실험장비가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여기는 당분간 사용할 임시 거처이고, 사거리에서 건설 중인 세 빌딩 중 하나를 사려고 하는 중입니다. 연구실로 쓰려면 나면 내부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데, 그때 두 분의 도움을…”
“호오… 호? 음…”
“『나도 보지. 오호… 이런 형체가? 흐음… 처음이야…』”
“저녁에 보안업체에서 올 겁니다. 지문과 홍채를 등록할 생각인데… 두 분은 들으실 생각이 없는 것 같군요.”
두 사람은 여전히 영수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들만의 실험 세상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만큼 순수하게 학술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는 이야기지만, 이래서는 연구소의 관리가 되지 않는다.
‘이곳을 관리할 사람을 따로 선출해야겠군…’
논문 심사를 위해 세연대학에 와있던 정필현은 영수의 호출에 DMC 타워로 달려왔다.
“네? 제가 연구소의 관리소장을 맡으라고요?”
“아무래도 다른 분들은 연구에 너무 집중하셔서 말이야…”
“『3계층 물질은 아무래도 아미노산에 가까운 것 같아.』”
“『칼슘, 인산염에 이어 아미노산인가? 지금까지는 신체 구성 요소를 고루고루 포함하고 있군.』”
“『하지만, 아무래도 저 붉은 4계층 물질은…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물질인 것 같지?』”
“『흐흐흐. 이로서 네 번째 새로운 물질인가?』”
차 박사와 펠트 박사는 원심 분리기로 분류해놓은 물건을 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었고, 다른 팀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장비를 진열하며 바로 실험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영수와 정필현이 왔는데도 아예 이곳에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음… 열성적인 분들이네요.”
정필현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영수를 바라봤다.
그를 이곳의 관리소장으로 부른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영수가 직접 뽑아온 인사인 데다가 자주 이사실로 부른 탓인지 인천 공장의 디자인팀에서 위치가 애매했다.
거기다 그를 부른 것은 연구소의 관리만 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소를 차린 것은 저쪽에서 가져온 분석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만들어 팔기 위함이다.
상품의 포장이라든가, 담는 용기 등 그의 디자인 기술은 여러 부분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알려진 이유였고 그를 따로 연구소로 부른 이유는 그에게 대놓고 저쪽 세계에 가져갈 물건들의 샘플 제작과 설계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피로 지장이요?”
정필현은 계약서를 바라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연구원 중 하나가 손가락에 상처를 일부러 내서 힐링 포션을 발라 그 과정을 장비로 촬영하는 것을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손을 쨌다.
“산업시대 초기에 사용되던 초급의 용광로라든가 주조 관련 기술, 증기기관과 증기 기관차, 철도 등의 설계도와 축소된 샘플을 부탁할 수 있겠죠?”
“샘플은 쓰리디 프린터만 있으면 바로 만들어드릴 수 있는데, 이사님이 주문하신 형식으로 설계도를 만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장난감 같은 것도 물건만 있으면 설계도로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증기기관 시대로 넘어가시려는 겁니까?”
“네.”
“그렇다면, 증기기관으로 가기 위한 다른 기술들도 필요할 텐데 우선 물레방아부터 피스톤과 실린더를 만드는…”
노트북을 꺼낸 정필현은 영수가 말한 것 외에도 필요한 기술과 관련된 물품의 설계도를 보여주었다.
“잠시 보다 보니 중세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로 넘어간다는 말을 하시던데요. 아무래도 바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순서상 토모스 뉴커먼의 증기기관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아 확실히 그렇네요.”
한동안 같이 설계도를 보고 있는데, 연구에만 매달려 있던 박사들 중 몇이 슬쩍 뒤로 오더니 아는 척을 해왔다.
그들 중에 취미가 정필현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펠트 박사의 팀 중 몇도 슬쩍 붙더니, 어느새 그들은 증기기관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의 단계와 설계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장비만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대표 격인 차 박사와 펠트 박사가 앞장서서 열띠게 장비를 독차지하다 보니 연구에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영수는 그들 중 따로 떨어져 있던 한 사람을 불러 저쪽 세계에서 가져온 작은 진주 몇 개를 건네고 진주에 코팅되어 있는 막에 관한 연구를 지시했다.
새로운 연구 거리를 갖게 된 박사들은 다시 우르르 몰려들었다.
밖으로 나온 영수는 그들이 지장을 찍은 계약서에 몇 가지 추가 사항을 더 적어 넣은 뒤 흑마법을 사용해 계약서를 활성화 시켰다.
연구소에서 나온 영수는 다시 평택으로 돌아왔다.
어제 다희 씨를 데려다주면서 그녀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띵동.
“저 왔습니다.”
“오셨어요. 영수 씨?”
다희 씨가 웃으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마자 영수의 코끝으로 익숙한 냄새가 전해졌다.
“설마, 오늘은 소고기뭇국인가요?
“네. 어제 영수씨가…”
영수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어제, 짐을 내려주고 집에서 나가기 전에 그녀가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보기에 ‘소고기 무’까지 말했다가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그녀가 그 말을 기억해뒀다가 소고기뭇국을 끓여준 것이다.
“저, 소고기뭇국 정말 좋아합니다.”
웃으면서 말하는 영수의 코끝이 살짝 찡해졌다.
어린 시절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다.
부모님이 도시에 나가 돈을 벌고 있으셨기에 영수는 명절이 되어야 두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는 그때마다 질기고 싼 부위의 소고기를 잔뜩 사 왔고, 하루종일 가마솥 앞을 들락거리며 고기가 흐물흐물하게 될 때까지 팔팔 끓여서 소고기뭇국을 가마솥 하나 가득 해놓으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고작 이틀 있다가 가셨지만, 어머니가 해주신 소고기뭇국은 거의 일주일을 갔다.
그래서 영수에게는 소고기뭇국은 가족과 만날 때만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기억이 있었다.
도도도도도.
“아찌!”
가희가 다려와 영수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오! 가희 잘 있었어? 다희 씨 말 잘 듣고 있었어요?”
“응!”
“아이 착하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는 가희를 한 팔로 안아 들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떠어…
방에서 가희와 놀고 있던 떠북이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 같아 영수는 승자의 미소를 놈에게 날려주었다.
“고모가 아찌 온다고 열 시간 전부터 음식 하고 있었어. 울 고모 너무 유난이지?”
“어머? 얘는, 조금 전에 시작했지, 내가 언제…”
“흥! 나한테는 맨날 거짓말하면 나쁜 어른 될 거라면서…”
가희는 팔짱을 끼고 토라진 척을 하며 영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른을 너무 놀리면 못 써요.”
“심했나? 힛…”
영수는 웃으면서 가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희 씨에게는 눈짓으로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저는 아직 식사 준비가 안 끝나서…”
얼굴이 붉어지며 슬쩍 주방으로 들어가는 다희 씨.
그녀의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영수의 뺨에 가희의 손이 닿았다.
“밥 차려질 때까지 나랑 놀아줘.”
“응. 그럴까?”
영수는 가희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떠어업…
떠북이는 고개를 젓더니 영수를 피해 성큼성큼 걸어 자신의 수조를 향했다.
“아찌, 떠북이 엄청 똑똑하다?”
“그래?”
“자기가 혼자서 우리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해요.”
마침, 떠북이는 가희가 책으로 만들어준 계단을 밟고 자신의 우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응 그렇구나.”
일반적인 거북이였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역시 몬스터…’
하지만, 놈의 정체는 몬스터인지라 영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떠북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조금 컸나? 여하튼 손바닥만큼만 커봐라, 저쪽 세계에다가 갖다 버릴 테니까…’
떠어…
영수는 떠북이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영수는 놈이 위험한 몬스터라는 사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몸도 약한 아이인데, 조금이라도 해 끼치는 순간 저쪽에 가서 기사들 무기 실험용으로 전락을 시켜주마…’
기사들이 떠북이에게 무기 실험하는 것을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진 영수는 깜빡하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아 맞다. 가희야.”
영수는 팔로 안고 있던 가희를 의자 위에 내려주었다.
“아저씨한테 몸이 좋아지는 약이 하나 있는데, 혹시 먹어볼래?”
“약? 시른데…”
가희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싫은 내색을 표했다.
“그럴 거 같았어. 약 너무 많이 먹어서 약은 싫지?”
“응.”
“근데 이건 되게 작은 거야. 그리고 이거 열 개만 먹으면 몸이 엄청 튼튼해져서 더 이상 약 안 먹어도 된다?”
“진짜?”
“일단 하나만 먹어볼래? 하나만 먹어도 되게 많이 튼튼해진대.”
영수는 품속에서 투명한 네모 케이스를 꺼냈다.
딸각.
손에 쥐고 버튼을 누르자 입구로 파란색 둥그런 알약이 튀어나왔다.
“어때, 작지?”
“응. 근데 아찌, 정말로 이거 먹으면 정말로 많이 튼튼해지는 거야?”
“응.”
“아찌는 고모처럼 거짓말쟁이 어른 아니지?”
“솔직히 살다 보면 가끔 하긴 해. 그런데 이번엔 진짜 아니야. 손가락 걸고 진짜라고 약속할게.”
영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가희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음…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믿어줄게. 알았어. 이거 먹으면 돼?”
“응. 근데 이건 고모한텐 비밀이다?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영수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가희는 체념한 듯 한숨을 쉬며 영수의 손에서 나이트 스톤을 넘겨받았다.
약을 이에 넣은 가희는 방에 있던 음료수와 함께 바로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가희야. 밥 먹기 전에 음료수 먹으면 안 돼요.”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을 본 다희 씨가 봤는지 가희에게 한 소리 했다.
“우… 나 약 먹었는데…”
가희가 입술을 삐쭉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했어 가희야. 이건 둘 만의 비밀이다.”
영수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한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자, 가희도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데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이제 조금씩 텀을 두고 아홉 개만 더 먹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