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64)
그들은 좋은 일꾼이었습니다.
그들은 좋은 일꾼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시며 담소를 즐기던 영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희씨 집에서 나왔다.
오늘은 저쪽으로 딱히 큰 물건을 들고 갈 필요가 없던 영수는 평택 원룸 주차장의 포인트를 향했다.
-믿어지십니까? 국민들을 놀라게 했던 인천 아무르 파스텔 공장 화재 사건이 오늘 점심 2시 RG 화재보험의 조사로 하룻밤 만에 보험금을 노린 사기 행각으로 밝혀…
라디오를 틀자 아무르 파스텔의 보험 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바로 공개했나보군.”
-생각할수록 괘씸한데요. 이건 거의 대국민 사기극이잖아요.
-거의가 아니라, 대놓고 펼친 사기죠.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르 파스텔이 피해자 라는 식으로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무섭네요. 무서워요.
역시 RG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루트를 통해 아무르 파스텔에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무르 파스텔이 대기업이라지만, RG는 그들보다 역사도 오래되고 재계 순위도 높은 대기업.
가만히 있다가 한 방 먹을 뻔한 RG였으니 화가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 노래 듣고 오셨습니다. 아, 그런데 이번에 아무르 파스텔 고의 방화 보험 사기 사건의 전말… 정말 충격적이었죠?
음악 채널로 바꾸었는데도 계속해서 아무르 파스텔 사건이 언급되고 있었다.
이런 음악 채널까지 RG에서 손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 채널에서도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저도 오기 전에 뉴스 봤습니다. 아니, 아무르 파스텔이 중국과의 무역량 감소로 피해를 봤다고는 하지만 기업 내에 거의 2조에 가까운 자금을 가지고 있다잖아요?
-2조나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다니, 저도 그 소식 듣고 정말 화가 나더군요. 가진 사람이 더 하다고…
화난 이들은 RG뿐만 아니었다.
모두가 자기 맡은바 위치에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던 많은 사람들, 국민들이 열 받았다.
IMF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레버리지 비율을 줄이고 사내에 잉여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르 파스텔도 그중 하나였다.
즉, 중국과의 외교 마찰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고는 하나, 이번 위기를 충분히 버틸 만했다는 거다.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더 화가 났다.
하루하루 피땀 흘려가며 돈 벌고, 먹을 것 줄이고 입을 거 줄여서 열심히 저축해 미래를 대비한다. 대출 끼고 전세로나마 내 집이라도 가져보겠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전까지 자신도 그들 중 하나이던 영수도, 그들의 행태에 열 받았다.
“벌려면 정당하게 벌었어야지…”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라디오를 껐다.
이번 일은 아무리 아무르 파스텔이 언론사에 대한 광고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특별한 인맥 루트를 통해서 언론을 조작할 수 있을 수준이라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그걸 두고 볼 RG도 아니고, 아무르 파스텔의 기업 이미지는 최악이 되었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일어나겠지…’
당장에 국내에서는 최악의 기업 이미지를 가지겠지만, 어차피 이런 일은 해외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
거기다 내수 시장은 큰 시장이 아니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존에 팔던 외국 시장에 집중할 것이고, 다시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면 살아날 것이다.
“해외시장도 점령해버려?”
아무르 파스텔에게 확실하게 복수해주려면, 해외에서 시장 장악력을 대폭 늘려 그들이 발 디딜 틈도 주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향당은 고가품 향수 시장에만 특화된 브랜드고 화장품 시장에서는 고작 걸음마 수준이다.
뭔가 마법적인 일이 있지 않고는 해외에서 아무르 파스텔을 누를 방법이 없다.
‘저쪽 세계 사람들의 미용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차는 원룸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위이이잉…
최근 급하게 설치한 셔터를 올리는 사이, 영수는 내비를 눌러 미션 상황을 확인했다.
<미션 : 나의 영지 Ver. 2 기능을 사용하여 ‘지구’의 관리 지점을 설정하세요.>
<보상 : 강화 포인트 1, 기억지점 포인트 1>
‘지구의 관리 지점을 설정하라는 건, 나의 영지 어플이겠지?’
어플을 켠 영수는 메인 화면의 이곳저곳을 클릭해봤다.
그러다 우측상단의 메뉴를 누르자.
[차트], [목표], [여론], [지구 관리] [지구 관리]라는 메뉴가 새로 생겨있었다.“이거겠군.”
저쪽으로 가기 전에 새로운 미션이나 받을까하는 생각에 영수는 [지구 관리] 아이콘을 눌렀다.
<지구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메뉴입니다.>
휴대폰 화면 중단에 붉은색으로 글씨가 떴다.
원래도 나의 영지 어플로 이쪽에서 영지를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영지에 갔을 때는 나의 영지 어플이 먹통이 되었다.
그것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서비스가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구에서는 저쪽 확인만 가능하고 저쪽에서는 지구만 확인이 가능한 건가?”
일단, 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저쪽 세계로 가야 했다.
영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내비의 경로를 선택했다.
꾹.
빛이 창을 감쌌고 잠시 뒤 차창 밖의 모습이 변해갔다.
영수가 도착한 곳은 어촌마을의 포인트였다.
푸확!
때마침 리자드맨 하나가 물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토, 톰슨!”
뭍으로 나오는 리자드맨의 손끝에는 산호로 만든 창 대신 사람 하나가 딸려 나왔다.
서둘러 부둣가로 나오던 어민들이 움찔하며 리자드맨을 바라봤다.
시시시…
혀를 낼름거리던 리자드맨은 톰슨이라는 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풍덩.
리자드맨은 이내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콜록, 콜록, 켁!”
“톰슨! 괜찮나?”
어민들이 톰슨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리자드맨이 왜 자네를…”
“커흑… 리자드맨?”
물을 토해내던 톰슨은 뒤돌아 바닷가를 바라봤다.
물로 들어가 어촌을 벗어나던 리자드맨이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날 구해준 게 너였구나!”
“구해줘?”
“월척을 낚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을 헛디뎌서 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월척 놈이 달려와서 머리를 박았었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안나.”
“뭐야, 그럼 리자드맨이 구해준 거야?”
“그런 것 같아.”
사람들이 놀라고 있는 사이, 리자드맨의 고개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샘슨도 지난번에 멀리 나갔다가 배가 전복됐는데 리자드맨이 갑자기 번쩍하고 튀어나오더니, 물 밖으로 빼내 줬다고 하지 않았나?”
“샘슨도?”
“이거, 그놈들 사람 잡아먹는 몬스터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착한 놈들이었구먼?”
어민들은 톰슨을 중심으로 모여 리자드맨에 대한 목격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사이 사라졌던 리자드맨이 다른 리자드맨과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톰슨의 배로 추정되는, 낚싯대가 주렁주렁 고정되어 있는 배를 부두로 밀어놓고 바다로 들어가 사라졌다.
마치, 지구에서 동화로만 전해지던 어민들을 구해주고 사라지는 인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리자드맨들도 인간과 섞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구나…’
생각해 보면, 그들보다 더 뛰어난 해상 구조대나 잠수부가 어디 있을까?
앞으로는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진주와 똥만 가져갈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인간과 어울리게 할 법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수였다.
‘갈퀴 손 때문에 그물이나 정밀한 물건, 공산품 등을 못 만든다고 했으니… 그 부분부터 시작해야겠군.’
지난번 어플로 본 리자드맨들의 삶은 거의 원시인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물에서 오래 잠수할 수 있고 먹을 것 때문에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거지, 생활은 육지에서 했다.
그들은 동굴에서 사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뭇가지와 돌로 대충 지은 집에 살고 있는 이도 있었다.
모두가 동굴에서만 살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나뭇가지나 돌로 대충이라도 집을 지어서 산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나름의 삶과 문화가 있다는 소리이다.
권능이라는 이름의 저주 때문에 생활 자체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지구에서 가져온 그물로 인해 그들은 먹을 것이 풍족해졌고, 이전보다 사냥 시간이 줄었다.
분명 그들도 원하는 것이 있을 거다.
‘그것도 받을 겸, 만나봐야겠군…’
“어? 영주님이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자 어민들이 영수를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영수는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영주부로 차를 몰았다.
“아빠!”
영주부에 차가 들어오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안단테가 뛰어왔다.
“우리 안단테 잘 자고 있었어요?”
철컥.
영수는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가 안단테를 맞이해주었다.
“응! 아빠 오기 전에 바로 깼어! 잘했지? 히…”
안단테는 웃으면서 영수에게 안겼다.
“어이구, 가볍다. 얼른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무거워져야겠구나.”
“히히힛.”
영수는 안단테를 안아 들고 그대로 영주부의 식당을 향했다.
“이건 젓가락이라고 하는데…”
영수는 안단테를 무릎에 앉혀놓고 가져온 젓가락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처음에는 사용을 어색해하던 안단테는 어느 순간부터 수십 년을 사용해온 영수처럼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음식을 먹진 않았고 입에 넣어 주는 것은 영수의 몫이었다.
“히히. 아빠가 주는 게 더 맛있어.”
“그래,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다오.”
영수는 안단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단테가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음식을 넣어 주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영수는 안단테와 놀아주는 것으로 이곳의 일과를 시작했다.
한 시간쯤 됐을까?
“히히. 아빠! 달려!”
“다그닥, 다그닥! 이히힝! 달리자!”
‘크윽… 강화가 아무 소용 없다. 강화 포인트도 있는데 하나 더 강화할까?’
영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똑똑.
“크흠, 영주님 영주 대리입니다.”
“아, 하메르. 잠시만 기다려요. 안단테 아빠 일 보고 올 테니까, 잠시만 TV보고 있자?”
영수는 일을 핑계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리모콘으로 TV와 DVD의 전원을 틀었다.
-노는 것이 제 일로 좋아. 친구들 모여봐. 언제나…
바로 준비되어 있는 보로로 DVD가 틀어지자, 안단테는 넋을 놓고 TV에 빠져들었다.
철컥.
영수는 완전히 문을 닫은 뒤 밖으로 빠져나왔다.
TV에 대해 어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뒀기에 하메르는 문만 두들기고 멀찌감치에 서 있었다.
“기다렸습니까? 애랑 놀아주느라고요.”
“아닙니다. 별로 안 기다렸습니다.”
“하메르는 결혼을 했나요?”
“네.”
“아, 자제가 몇이신가요?”
“아들이 셋입니다.”
“그럼 집에서 놀아주느라 힘들겠군?”
“음… 저희 인간들은 영주님처럼 심하게 놀아주지는 않습니다. 주로 교육은 부인에게 맡기는 편이죠.”
“저는 인간… 크흠, 그래 오늘은 뭔가 특이한 일이 있었습니까?”
인간이 맞다고 설명하려던 영수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기사들과 가신들 사이에서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마법사가 아닌데도 마법사라고 소문이 났고, 흑마법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차에 드래곤이라고 소문이 나봐야…
“어제 드와프들이 성문을 고치는데 나타났습니다.”
드와프들은 자신을 드래곤으로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남기로 했다.
가까운 가신도 그렇게 알고 있을 정도이니, 그것이 안단테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말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엘프의 소개로 어제부로 들어와서 살기로 했습니다. 엘프식대로 계약을 하려 했으나, 조금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무보수는 좀 그렇고 페어리 더스트 백 봉지를 주기로 했죠.”
“하루 만에 수복을 마치더군요.”
“2만 명 정도 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선발대로 1만 정도가 왔을 겁니다. 원래 여러 가지로 일을 잘하는 종족이라고 하니, 그 정도는 일도 아닐 겁니다.”
“아, 드와프 드와프 하더니 놀랍더군요. 성문을 고칠 때 참여한 드와프는 고작 열 명이었습니다. 거기다 한 시간 만에 보수를 완공하더군요.”
영수는 멈칫했다.
“호오… 그렇습니까?”
영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를 보고 있는 하메르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영지 건물 거래 대장 보시면, 영주부 앞에 어제 팔린 상점 하나 있을 겁니다. 거기가 드와프들 아지트거든요?”
“그… 그렇습니까?”
“불러오세요.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