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65)
조삼모사식 계약
조삼모사식 계약
하메르가 드와프들을 부르러 간 사이, 영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켜자 상단의 안테나 옆에 x 표시가 떴다.
중앙에 <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라는 알림이 뜨고 있는데, 영수는 알림을 무시하고 바탕화면에 있는 나의 영지 Ver. 2 아이콘을 눌렀다.
[LOADING………………………………. COMPLETE]인스톨이나 업그레이드했을 때만 보이던 긴 로딩이 진행되었고, 잠시 기다리자 화면이 바뀌었다.
지구에서 본 나의 영지 어플의 2D화면 대신, 화면은 검은 배경으로 시작했다.
[ + ], [ + ], [ + ]하얀색으로 중앙에 플러스 표기가 있는 아이콘 세 개가 컨텐츠의 전부였다.
‘뭔가를 등록 하라는 건가…’
이게 전부는 아닌지, 손으로 화면을 밀어보니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슬롯 확장 5,000,000,000₩] [금액을 확인하기 위해서 계좌를 연동하세요.]‘슬롯 추가도 되는군, 그런데 확장에 50억이라…’
더 뭐가 없는가, 자세히 살피다 보니 우측상단에는 반투명한 회색의 톱니바퀴 모양의 아이콘이 달려 있었다.
지구에서 보던 나의 영지 어플과 똑같은 나머지 메뉴 아이콘이었다. 다만, 배경이 검은 색이라 눈에 띄지 않았을 뿐.
‘그러고 보니, 지구에서 사용할 때는 지구 관리라는 메뉴가 떴었지?’
영수는 지구에서의 메뉴를 생각하며 우측 상단의 버튼을 눌렀다.
[차트], [목표], [여론], [미드랜드 관리]“미드랜드?”
‘이곳 이름인가?’
지구에 있을 때 [지구 관리] 아이콘이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생겨난 [미드랜드 관리]의 ‘미드랜드’가 이곳의 이름일 확률이 높았다
영수는 아이콘을 클릭해봤다.
<미드랜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메뉴입니다.>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경고 메시지가 떴다.
고개를 끄덕인 영수는 뒤로 가기 버튼으로 바탕화면으로 돌아와 왼쪽으로 드래그해 [ + ] 아이콘을 눌렀다.
<사업장을 등록하세요.>
글자를 터치하자, [주소 찾기]라는 아이콘이 떴다.
다시 터치하자 화면이 바뀌고 [도로명 주소로 찾기], [지번으로 찾기]라는 아이콘이 떴다.
‘여기서까지 도로명 주소냐…’
도로명 주소가 일부 구획에서야 편하다고 하는데, 평택을 바탕으로 택배업을 하던 영수로서는 초반에 주소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문자에서 주소를 찾아 인천 공장과의 주소를 적어넣자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해당 사업장을 등록하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셨습니다.>
등록이 끝나자 화면이 바뀌고 공장의 전경이 드러났다.
오후 8시를 넘은 데다가, 아무르 파스텔 공장 전소로 공사장은 한산했다.
영수는 뒤로 가기를 눌러 남아있는 [ + ] 슬롯에 평택 공장과 서울에 있는 연구소의 위치도 등록시켰다.
지구에서 보는 나의 영지 어플 하단에는 아래에 동그란 아이콘이 있어서 보이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면, 이쪽 세계에서 보는 나의 영지 어플 하단에는 문자 메시지 아이콘이 붙어 있었다.
<버튼을 눌러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세요. 80글자당 100만 원이 부가됩니다>
‘초당 1실버는 싼 편이었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구에 있는 직원들은 내버려둬도 일을 잘하니 크게 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헉, 헉, 드래곤, 와니 영주님이 우리를 촺왔돠는 뫌을 왜 이제야 전돨화는 거야?”
“『서둘러, 그분이 분노 하시기 전에.』”
화면을 이동해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영수는 드와프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거, 우리 일 잘하는 드와프님들 아니십니까?”
“『헉, 헉, 찾으셨습니까?』”
“『지난번 시키신 일은 다 해놨습니다. 성문도 고쳐놨고 한 방적기와 한 방직기도 모두 만들었습니다.』”
“『가, 가진 돈도 다 바쳤습니다. 부디 저희들의 버릇없음을 용서해 주시길…』”
드와프들은 달려오자 마자 드래곤 접대 자세라는 포즈로 바닥에 엎드렸다.
영수의 눈앞까지 달려와 엎드린 드와프는 다섯이었지만, 영주부로 온 드와프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억, 밀지 마라.』”
“『앞에 다들 엎드린 것 같은데 우리도 엎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영주부에 들어온 드와프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앞 드와프들이 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절을 하기 시작했다.
영주부가 크다고는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욱, 밀지 마라! 드래곤님 눈밖에 나면 네가 책임질 거냐?』”
“『어우야, 앞으로 좀 가봐라. 드래곤님 얼굴이나 한 번 봐 놓자.』”
영주부에 들어온 드와프들의 숫자는 거의 2천, 그 외의 드와프들은 영주부 정문 밖에서 서로를 밀치며 싸우고 있었다.
“다… 영주부로 온 겁니까?”
“『드, 드와프들을 오라고 하셔서…』”
“『다 부르시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으니, 돌아가더라도 일단 다 오는 것으로…』”
“후우… 앞으로는 부르면 대표격인 분들 몇 분만 오십시오. 드와프는 엘프들처럼 대모나, 대표가 되는 이들이 없습니까?”
“『그게, 저희는 나이보다는 실력이라서…』”
“『가장 실력이 좋은 분야별 장인이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 대표를 먹습니다. 여기 저희 다섯이 바로 그들이고요.』”
“영주부 크기를 생각해야지, 그렇다고 해서 2만이 다 오면 어떻게 합니까? 후우…”
드와프들을 이리로 부르라고 했으면 이렇게 다섯 만 오면 될 것을, 2만이 한 번에 오려고 했다니…
그들은 너무 융통성이 없었다.
“여기 있는 분들만 남고 돠른… 다른 드와프들은 돌와가… 돌아가 있으라고 하십시오.”
‘말투가 특이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투를 따라하게 되네…’
영수가 말실수 때문에 인상을 쓰자, 드와프들은 영수가 화난 줄 알고 엎드린 상태로 뽈뽈거리고 기어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복도 끝까지 그렇게 기어가더니 벌떡 일어나 다른 드와프들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뭐하러 다 온거냐! 드래곤 님 화나셨다! 얼른 돌아가!』”
드와프의 목청은 화통을 삶아 먹은 듯이 컸다.
그의 목소리는 드와프들 뿐만이 아니라, 영주부의 다른 이들에게도 선명하게 전달되고 말았다.
“『저는 무기 장인의 대표를 사십 년이나 지킨 무토라고 합니다.』”
“『저는 건축 장인의 대표를 이십 년 지킨 비치라고 합니다.』”
“『저는 예술품 장인의 대표를 오 년 지키고 있는 오루부라고 합니다.』”
“『저는 방어구 장인의 대표를 일 년 맡은 퀴하스입니다.』”
“『저는 기계 장인의 대표인 호세뉴 입니다. 실력들이 다들 비등하여 장인이 된 지는 오 일이 지났습니다.』”
드와프들의 대규모 이탈 소동이 끝나고 다섯 명의 드와프가 영수에게 차례로 인사했다.
“저는 이곳의 영주인 한영수입니다. 이곳 식으로는 영수 한 이라고 부릅니다. 드. 래. 곤. 이 아니라.”
“『죄, 죄송합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저희들이 유희 중이신 드래곤님을 너무 오래간만에 뵙는 바람에, 기본적인 유희 규칙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아니라고 직접 밝히는 대도 드와프들은 여전히 자신을 드래곤 취급했다. 유희라던가?
“후우…”
아무리 말해도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
이곳 미드랜드에 와서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영수는 차라리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드와프들 열 명이 부서진 성을 한 시간 만에 고쳤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주부 앞에 있는 건물 지하의 거처도 하루 만에 만든 것 같은데… 원래 드와프들은 건물을 잘 만듭니까?”
“그러무닙죠. 어디 건물 뿐이겠습니꽈?”
“『원래 드래곤님들의 레어도 전부 저희가 만듭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이만 명이나 있는데, 지금 유희하고 계신 인간의 성 따위야 재료만 있으면 하루면 뚝딱입니다.』”
무토와 비치라고 했던 드와프들이 자신감 있게 말하는데, 가장 뒤쪽에 있던 호세뉴라는 드와프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붙잡았다.
‘일 잘한다고 자랑해봐야, 일거리만 늘어난다는 것을 잘 아는 드와프인가 보군…’
그는 다른 드와프들 보다 영리한, 혹은 세파에 더 찌든 것 같았다.
영수는 호세뉴를 유심해서 쳐다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기계 장인이라고 해서 그에게 관심이 많았던 차였다.
“제가 이곳의 영주가 되고 나서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이 영지가 원래는 후작령의 영주부에 불과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지금은 숲이 된 곳들이지만, 여러모로 유적처럼 그때의 흔적이 숨어있는 모양입니다.”
“『크으… 역시 그렇군요. 원래 드래곤 님들이 귀족으로 변해 유희를 하시더라도 최소한 격에 맞게 백작부터 시작하시던데, 남작 님이라고 하셔서 놀랐더니…』”
“『후작가를 제건한다는 스토리로 즐기시려는 것이군요.』”
드와프들은 영수가 영지를 다스리는 것을 유희, 일종의 드래곤들이 하는 놀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에휴… 남작이라고 해서 방심했던 거지, 그걸 제 발로 찾아왔으니…』”
호세뉴라는 드와프는 작은 말로 중얼거리며 나홀로 한숨을 쉬었다.
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영수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제가 후작가였다는 말을 꺼낸 것은 다른 게 아닙니다. 드와프 님들이라면 충분히, 그때의 영광을 재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들에게 맡겨주시면, 뭐든 가능합니다.』”
퉁퉁!
무토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기며 힘차게 답변했다.
“말이 잘 통해서 다행이군요.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예전에 있던 후작령과 버금가는 성을 쌓으시면 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예?”
“『후우… 좋아할 일이 아니라니까 멍청한 무토…』”
뒤쪽에 있던 호세뉴는 한숨을 쉬며 앞으로 천천히 빠져나왔다.
“『위대하신 분이시어… 성을 쌓으면 지난번 약속하신 페어리 더스트처럼 보상은 있는 겁니까?』”
“『얌마 호세뉴, 너 위대하신 분께 말버릇이 그게 뭐야? 어련히 챙겨주시겠지…』”
다른 드와프들은 전전긍긍해 하며 겁먹은 표정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호세뉴는 당당하게 영수를 쳐다봤다.
물론, 그의 짧은 다리가 파르르 떨리긴 했지만…
“드와프들은 인간들 수준에서는 따라갈 수 없는 대단한 장인들입니다. 대우를 해주고 보상을 줘야 하겠지만…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페어리 더스트 뿐입니다. 그런데, 드와프들은 왜 페어리 더스트가 필요한 겁니까?”
“『엘프들이 정령에서 갈라져 나온 생명이라 성인식에 페어리 더스트가 필요하듯, 우리 드와프들도 같은 이유로 페어리 더스트를 필요로 합니다. 그게 있어야 천 살 까지 계속 작품을 만들 수 있죠.』”
“그럼 보상으로 계속 페어리 더스트를 드리죠. 하지만, 드와프들과는… 엘프들과 같은 계약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잘 아시겠죠?”
“『음… 저희들이 실수한 것도 있으니…』”
“드와프가 대략 2만 명이니, 드와프들에게는 하루에 이만 그램씩 페어리 더스트를 드리죠.”
“『2만… 씩이나요?『』”
영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중에 그들이 일한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주더라도, 지금 당장은 이쪽이 드래곤으로서 협상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드래곤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엎드려 있던 드와프들이 일어나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램이 어떤 단위인 줄은 알까?
지난번 그들에게 준다고 했던 페어리 더스트 소포장 봉지는 개당 100그램이다. 즉, 100봉지라고 해봐야 정확하게 일만 그램이다.
한 마디로 영수는 하루에 그들에게 일의 댓가로 고작 200봉지를 준다는 소리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드와프들은 주저 없이 2만 그램의 조건을 수락해버렸다.
숫자에 혹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100 봉지만 준다고 해도 일을 하긴 했을 것이다.
드래곤인 영수에게 잘못한 것도 있었고 거기다, 요즘은 뜸하지만 원래 드와프들에게 일 시키던 드래곤들은 댓가를 주지 않았다.
물론, 기분이 좋으면 주기도 하지만…
거기다 페어리 퀸이 죽고 나서 더 이상 페어리 더스트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정령족에게 페어리 더스트의 희소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성의 확장도 하나의 일이겠고, 광산의 개발, 농기계, 생활 용품이나 기계 장비 등…”
영수는 드와프들을 불러놓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드와프들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덕후들이었다.
거의 거저에 가까운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설계도 이야기가 나오자 기계 장인인 호세뉴 뿐만 아니라, 다른 드와프들도 모두 눈을 빛내며 영수의 입을 주목했다.
다른 드와프들은 모두 작업을 나갔고, 영수는 기계 장인인 호세뉴를 남겨서 다음번에 가지고 올 기차의 기본 개념과 레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드와프 한 명이 다리를 뽈뽈거리며 영주부로 달려왔다.
“『큰일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예전에 있던 구리 광맥의 흔적을 찾아내 파내고 입구를 복구해냈는데,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이상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마치 키메라나 드마 전쟁 때 마족들이 부리던 마수같은…』”
본 적도 없는 이상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는 부분부터, 영수의 머릿속에 스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영수는 마나 웨이브를 내뿜으며 옆방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파타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