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68)
아니라고요.
아니라고요.
꿈틀.
영수가 귀를 꿈틀거렸다.
뭔가를 들은 것 같은데…
“분명 모습은 바뀌셨지만, 검은 머리에 마룡의 머리 위에 타시고 저 무한의 마나 웨이브를 뿜어내시는 모습! 마왕님!”
저 아래에서 계속해서 뭔가가 들려왔다.
“마왕 디오디몬 발락님! 무사하셨던 것이군요! 접니다! 먹물 로빈나르요! 마왕님! 여깁니다! 여기!”
무너지고 있는 동혈.
거대한 덩치의 마수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데 한 인간이 가만히 서서 위를 올려다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는 왜 또 나보고 마왕이래?’
-아빠! 쟤 마족!
“응? 그래? 알았어. 아빠가 때찌때찌 해줄 테니까, 안단테는 이제 진정해요. 알았지?”
-응… 알았
“어.”
안단테는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던 영수의 품에 안겼다.
영수는 안단테를 붙잡고 천천히 바닥에 내려섰다.
“으와와와와와와와와와!”
“허억! 살려주십시오 주인님!”
두 사람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천장에서 파타피시 호세뉴가 요란스럽게 떨어져 내렸다.
“안단테, 저 두 사람도 감싸줄 수 있니?”
“응!”
땅에 닿기 직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안단테의 마법이 두 사람을 감쌌다.
“헉, 헉, 헉…”
“가, 감사합니다.”
파타피시와 호세뉴는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쿠르릉…
쾅! 쾅!
계속해서 바위가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바위는 안단테가 펼친 마법에 가로막혀 공중에서 부서져 나갔다.
“거기, 마족분.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건지 물으면 알려주시겠습니까?”
영수는 로빈나르라는 마족을 향해 공손하게 질문했다.
그러자,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거렸다.
“아! 그리운 말투… 역시나 마왕님이시군요. 저는 마중전쟁이 끝날 무렵부터 마왕님의 명령으로 다시 마계의 문을 연결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혼자서 쌍방향 차원 게이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흐음…”
‘엘프는 엘마전쟁, 드와프는 드마전쟁, 마족은 마중전쟁이라는 건가?’
웃긴 건 그 전쟁을 각각 자기들 편한 대로 자기 종족 이름을 앞에 부쳐 부른다는 거였다.
그런데,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것이 바로 마족과 이쪽 사람들의 전쟁이다 보니 그렇게 우습지만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무려 1,200년이 흘렀다는데, 그 시간 동안 혼자서 쌍방향 뭐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건가…’
왠지 모르겠지만, 눈앞의 마족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다가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으니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고생했겠군요.”
“크흑, 고맙습니다. 정말… 하지만, 마왕님을 돌아가시게 한 중간계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이정도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중간계에 복수라…”
영수는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한 손에는 비비탄 총이, 한 손에는 전기 충격기가 잡혔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 때문에 망설임은 있었지만, 예전의 마족과의 전쟁은 이곳에 사는 사람과 모든 종족들에게 재앙이었다고 한다.
지구로 따지면 핵폭탄을 수십 발 떨어트린 건데, 그런 일을 또다시 벌인다니 위험한자였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없었잖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던 영수는 아무것도 쥐지 않고 손을 꺼냈다.
혼자 오랜 시간을 있어서 그럴까?
자신을 마왕이라고 부르질 않나, 인간들처럼 울기를 하질 않나, 그는 좀 이상한 마족이었다.
하지만, 분명 상처를 받은 마족이었다.
왠지 그와는 다른 해결책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계속 중간계에 복수를 하실 생각이라면 곤란합니다. 당신이 말하는 중간계, 이곳 미드랜드는 제가 다스리는 영지도 있고 제 딸도 살고 있는 소중한 곳이라서요.”
“제가 쌍방향 차원 게이트를 만든 것은 마왕님의 명령 때문입니다. 복수 또한 마왕님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 마왕님께서 그만두시라 명하시니 그만두겠습니다.”
“그만두신다고요?”
“계속할까요? 마왕님께서 다시 하라면 하겠습니다.”
“아니요. 그런데…”
‘이거… 계속 나에게 마왕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누구보고 마왕이라고 하는 겁니까?”
“네? 마왕님보고 마왕님이라고 하는 중인데요?”
“저요?”
“네. 디오디몬 발락 마왕님.”
확신과 기대에 찬 로빈나르의 눈.
“…”
영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역시, 주인님은 마왕님이셨어. 그러니 흑마법을 사용해도 하나도 먹히지 않고 재가 되지…”
“『흐억, 마왕이라니 드래곤 아니었어? 더 무서운…』”
하지만, 뒤의 두 사람은 완전히 믿는 것 같았다.
“우리 아빠 마왕 아냐! 마왕 나빠! 마족 나빠! 베에!”
영수의 뒤쪽에 숨어 바지를 붙잡고 있던 안단테는 고개만 내밀고 로빈나르에게 메롱을 해버리고는 다시 뒤로 숨어버렸다.
영수는 안단테의 어깨를 도닥여주고, 한 손으로 어깨를 감쌌다.
“내 딸이 말했듯이, 나는 마족도 마왕도 아닙니다. 마법사다, 드래곤이다 하는데… 사실은 그냥 인간입니다.”
“허어… 그냥 인간이라니…”
로빈나르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잠시 주춤하던 그는 고개를 젓더니,
찰싹!
자신의 뺨을 때리며 영수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어차피 한 번 소멸하셨던 것은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간으로 환생하신 거군요. 하지만, 아무리 환생체라고 해도 디오디몬 발락 마왕님이신 것은 분명한 사실… 여전히 충성을 맹세드립니다.”
로빈나르는 여전히 오해를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요. 저는 마왕의 환생이 아니라, 그냥 인간입니다.”
“원래 환생을 하면 특징은 남아도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마왕님이 왕이 되시기 전부터 보필하던 제가 있으니, 옆에서 계속 있으며 마왕님의 기억이 돌아오게 도와드리겠습니다.”
팡! 팡!
로빈나르는 자신을 믿어달라는 듯이 가슴을 두들겼다.
“여기 와서 다른 존재로 오해받는 것은 드래곤까지로 족합니다. 저는 마왕도 아니고, 마왕의 환생체도 아닙니다. 인간 한영수입니다.”
“인간 한영수… 아… 그렇군요. 지금은 인간이시니… 훗. 괜찮습니다. 제가 언제 마왕님이 마족의 왕이라 모셨습니까? 힘에 굴복한 게 아니라, 마왕님 그대로를 존경했기에 모신 겁니다. 인간이시라니, 저도 인간으로서 영원히 모시겠습니다.”
“환생체가 아니라니까요?”
“원래 환생한 이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게 더 이상합니다. 하지만 특징은 마왕님이 맞습니다. 한영수님.”
영수가 원하던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부려먹을 나쁜 흑마법사였다.
그런데, 이 마족은 좀 부려먹기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것 같았다.
거기다, 자신을 계속 마왕이라고 오해하는데 아니라고 해도 환생체라는 둥…
‘진짠가?’
솔직히, 계속 마왕님 마왕님 하고 부르고 환생해서 전생 기억을 모르는 거라고 하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 ‘모르는’ 부분이고, 지금까지 겪은 이상한 일들을 생각하면…
‘아니야. 나는 인간 한영수야.’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마왕의 환생체라는 생각을 부정했다.
“저는 절대 마왕의 환생체일 리가 없습니다. 저는 인간 한영수입니다.”
“부정해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한영수님. 저의 심장과 영혼을 걸고…”
꾸르릉…
로빈나르라는 마족의 몸에서 흑마력이 꿈틀거렸다.
여기와서 겪어본 흑마력 중, 안단테의 브레스 다음으로 가장 강한 흑마력이 느껴졌다.
“다들, 내 뒤로.”
심상치 않은 기운에 영수는 안단테를 등에 업고 두 사람을 뒤로 불렀다.
“주인님, 어마어마한 흑마력입니다. 저 정도라면 아바타 상태의 마귀족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흑마력…”
“대, 대체 어떻게 흘러과는 겁니꽈?”
“… 마계의 제 일 마신 카오비단 상란챠 앞에 맹세하오니… 영원히 인간으로서 환생하신 한영수님의 생이 다 하는 날 같이 죽고, 같이 영면에 들어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문이 끝나자, 로빈나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흑마력이 머리 위로 괴이한 일그러짐을 만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지금까지 느껴본 기운 중 가장 불길하고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로빈나르를 덮치더니, 바로 영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기운은 지금까지 느껴본 어떤 것보다 위협적이었다.
“한영수님 저 로빈나르의 충성을 받아주시옵소서!”
‘무슨 충성이 이렇게 사람을 다 죽일 것 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어?’
“제, 제 일 마신 카오비단 상란챠의 이름을 언급하는 주문이라니! 마족이 자신의 존재를 바쳐가며 자신의 능력 밖의 소원을 빌 때나 쓴다는 절대 희생 주문 아닌가!”
주문의 뜻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린 파타피시는 절망 어린 얼굴로 소리쳤다.
그사이 어두운 기운은 영수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피하면 안 된다.’
“다들 조심해!”
영수는 맨몸으로 주문을 받아냈다.
파스스스…
“푸흡…”
코가 간지러웠다.
“허억?”
로빈나르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푸흡, 퉤!”
영수는 자신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검은 재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계속 저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법이 끝났을 때, 영수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검은 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어우, 양이 장난이 아니네…’
“허, 허어… 설마 제 일 마신 카오비단 상란챠님의 힘을 빌린 마법을 무효로 돌리신 겁니까? 이…”
“푸흡. 퉤! 어우…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만, 이건 겪을 때마다 더럽네요.”
“이… 이 로빈나르 감탄했습니다! 크으! 얼마나 강해지신 겁니까? 이제는 제 일 마신의 힘까지 무효로 돌리시다니. 하하! 하하하하하! 마왕이시여! 아니, 한영수님! 이 로빈나르는 큰 걱정을 덜었습니다. 하하하하하!”
로빈나르라는 마족은 미친 듯이 기쁘게 웃었다.
“응? 아빠. 저 마족 아저씨 이제 인간이야.”
“음… 인간?”
“응. 완전히 인간 됐어.”
“그래?”
처음 보고 이해도 안 하고 주문을 외운 것만으로 흑마법을 사용할 줄 알게 된 영수였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지식은 전무하여 지금 상황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할 뿐.
쿠르릉…
그 사이에도 동혈의 붕괴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나쁜 마족 아니네?”
“응!”
“그럼 저 아저씨랑 우리들이랑 같이 위로 다시 올라갈까? 안단테가 해줄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그럼, 가볼까?”
안단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다른 세 사람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우리도 갈까?”
“꽉 잡아 아빠.”
안단테가 영수를 붙잡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으와와와와!”
“주, 주인님 저는 높은 곳도 낮은 곳도 이제 다 무섭습니다. 제발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혼자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흐엉…”
“흐하, 흐하하하하! 마왕님! 아니, 한영수님. 최고입니다! 이거, 이름이 입에 잘 안 붙는군요. 원래 한 번 마왕님은 영원한 마왕님 아니겠습니까?”
“아빠, 조용히 시켜도 돼?”
“응. 제발 그렇게 해주라.”
“…”
“…”
“…”
마법이라도 걸렸는지, 시끄럽게 떠들던 세 사람은 입만 뻐끔거렸다.
그렇게 일행은 그대로 붕 떠올라 지상으로 향했다.
“크으, 인간의 몸에 담을 수 있는 마력의 한계는 비루하기 짝이 없군요. 이제야 회복한 것 같습니다.”
지상에 올라왔더니 바로 기절했던 로빈 나르는 영수가 지구로 돌아갔다가 다시 미드랜드로 출근하고도 한참 뒤에야 정신이 깨고 말았다.
“이제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괜찮아야지요. 제가 마왕님보다, 아니 한영수님보다 먼저 죽어서야 되겠습니까?”
“마왕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이왕 인간으로 살기로 한 거 죽는다는 둥 말씀하지 마시고 그냥 오래오래 잘 사십시오.”
“후후. 여전히 부하들을 많이 걱정해주시는 거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인간의 몸이 되고, 마족이었을 때의 흑마력이 인간의 몸에 적응하고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겪느라 강제로 몸이 다운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적응이 되었습니다.”
“이제 적응하시고 충격이 좀 덜 하실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말씀드리는데, 저는 마왕의 환생체 아닙니다. 인간이고요. 만일, 정말 마왕의 환생이라고 해도 전생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생에 만족을 하신다는 말씀이시니, 저 또한 만족스럽군요. 사실, 마족의 생은 피곤했습니다. 무한한 싸움의 반복과 죽이고 죽는 일의 반복… 그 속에서 우리는 너무 치열하게 살았지요.”
로빈나르는 까마득한 옛날을 회상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드드드드…
그의 몸을 흑마력이 둘러쌌다.
파타피시에게 들으니 이 마력은 보호막이었다.
고위급 마법을 사용할 때는 어떤 마법이든 마법 시술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본적인 방어막 같은 것이 자동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즉, 그는 상당히 높은 등급의 마법을 펼치는 중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나에겐 피해가 없으니…’
영수는 혹시나 마법이 다른 곳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언제든 마력을 덥칠 생각으로 뛸 준비를 하며 로빈나르 주변의 마력의 흐름을 주시했다.
“…에게 맡기오니, 한영수님께 충성한다는 맹세를 어긴다면 저의 목숨을 앗아가소서! 라푸다리안챠!”
꾸릉…
마력은 오로지 로빈나르에게만 흡수되었다.
들은 바 그대로 그가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앗아가는 마법이다.
“헤헤. 이제 저는 절대 배신할 일이 없습니다. 원래 마계에 있을 때부터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사실 마왕님을 조금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의심은 없습니다. 제게는 마왕님, 한영수님만이 오롯이 삶의 목표입니다.”
‘부담스러운데…’
끝까지 오해를 풀지 않아 벌어진 일이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충성하기 위해 마족이라는 종족을 버리고 인간이 되고 배신하면 목숨까지 버리겠다는 마법을 사용했다.
“후우… 그런 부담스러운 충성을 받기에는 부족한 인간이지만, 저를 그렇게 믿고 따른다니 제가 먼저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로빈나르님은 제 사람입니다. 인간에게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도움은 제가 드리겠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기억은 못 하시겠지만, 저 이것저것 만드는 것 마계에서 제일 잘했습니다.”
“음… 그런가요? 그럼… 일 하나 맡아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