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7)
가치 있는 매물
가치 있는 매물
짹짹…
집에 와 기절하듯 잠들었던 영수는 새 소리에 잠이 깼다.
어느새 그곳에 다녀 온지도 하루가 지나있었다.
‘좀더 큰 집으로 이사 가야겠군. 창고도 하나 필요하겠고…’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까, 일어나자마자 고민되는 영수였다.
돈은 충분하니 당장에라도 이사 갈 집만 고르면 된다.
[주공 부동산.]딸랑.
“아이고!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등기를 마무리하고 부동산에서 계약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한 시였다.
영수는 골목 하나를 돌아 아파트 단지를 바라봤다.
창문 문, 창문 문, 따닥따닥 붙어있는 통로가 보였다.
색이 바랜 상아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건물 끝쪽에는 파란색 원 속에 하얀색으로 주택이 그려져 있다.
18평짜리 주공아파트다. 그것도 90년대쯤에나 지어진.
나도 모르게 이곳을 계약하고 말았다.
분명 더 좋은 집으로 계약할 수는 있었는데도 말이다.
돈이 있다고 과소비를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최소한 엘리베이터가 있고 방이 세 개 이상에 화장실도 두 개 이상인 그런 집에서 살아도 됐다.
그런데 고작 방 두 개, 화장실 하나 거실과 주방이 붙어있는 주공아파트로 계약하다니, 그것도 가희네와 같은 동, 같은 층이다.
집을 알아보러 갔더니 매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로 설명할 수만은 없었다.
‘내가 뭔가에 홀린 걸까?’
영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이제 가족도 없었다. 사회에서 만나 익숙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등을 돌렸다.
유일하게 익숙하고 또 보고 싶은 얼굴은 지난날 자신에게 스티커를 건네준 가희밖에 없었다. 이곳에 살면 지나다니다 가끔 가희 얼굴이라도 가끔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 고모도…’
사람의 마음이 가는 것은 이성으로 막을 수가 없는 것 같았다.
“빈집이니 당장 이사 들어와도 된다고 했던가…”
당장 내일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짐 정리도 해야 하니 내일쯤에나 가능할 것 같았다.
영수는 트럭에 올라타 계약서를 보면서 공장 주소를 내비에 찍었다.
부동산에서 순식간에 40억을 썼다.
주차공간 때문에 자신이 살던 원룸 빌라를 구매해버렸고, 또 마침 부동산에 매물이 있기에 창고로 쓸 폐공장도 계약해버렸다.
건물만 남아 있었는데 딸려있는 부지가 커서 마음에 들었다. 도시 계획상 얼마든 창고 건물을 올려도 되는 부지라고.
‘이제 남은 건 미션에 대한 분석과 저쪽 세계에서 팔릴 만한 것을 연구하고 물건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수는 내비게이션의 메뉴 아이콘을 눌렀다.
분명 튜토리얼 미션에서 받은 보상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강화 포인트.
‘대체 너는 뭐 하는 놈이냐…’
[미션찾기] [경로정보] [강화정보]영수는 강화정보 칸을 꾹 눌렀다.
<현재 강화 점수 : 1>
<강화 대상을 선택하세요.>
[차체] [신체] [물품]메시지와 함께 세 개의 아이콘이 떴다.
‘차체와 신체… 차와 몸이라는 소리고, 물품이면 화물칸에 실은 물건들을 말하는 건가? 어떤 물건을 강화해준다는 건지…’
자세한 설명은 되어있지 않았다.
혹시나 클릭해보면 설명을 해줄까 싶었지만, 그러다 괜히 보상이 날아가 버리는가 걱정되었기에 일단 신중하게 선택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 트럭으로 족장과 전사라는 놈을 쳤었지…’
놀랍게도 차는 구겨진 것 하나 없이 멀쩡했다.
국산 트럭이 해봐야 얼마나 단단하다고 손으로 누르기만 해도 푹하고 들어가는 놈인데, 초록 인간을 둘이나 차로 치어놓고도 차는 멀쩡했다.
그래서인지 당장에 차를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신체나 물품인데, 설명은 없으니 무엇을 결정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우선, 남겨두자. 다음에 미션을 깨고 모두 하나씩 올려보면 알 수 있겠지…’
우선은 그 전에 지구에서 할 일이 있었다.
공장은 당장 쓰기 곤란해 업체를 불러 리모델링을 맡겼다.
저쪽 세계에 가서 미션을 깨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대략 1주일, 그 시간 동안 완공을 해달라고 했더니 급행비로 약 20억 정도 들었다.
다음으로는 보안업체를 불러 VVIP 서비스에 가입해 공장 경비를 강화했다.
경비도 중요했지만, VVIP의 서비스에 가입한 이유는 귀중품을 보관 서비스 때문이었다.
용연향을 맡겨야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업할 때도 같은 업체를 이용했지만, 그때는 VVIP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했다.
가격이 1년에 10억이 넘으니까.
‘후우, 그때 가입했었다면, 부사장이 중요자료 다 들고 나르는 일은 없었을지도…’
뒤늦은 후회였지만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그때랑 다른 것이 그때는 부족한 남의 돈이라 많은 것을 따지고 쟀다.
하지만, 지금은 내 돈이고 부족하지 않으니 따질게 적어서 좋았다.
-한하투신운용 주식운용 1팀장 임도준 매니저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휴대폰을 통해 녹음된 음성이 컬러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 이놈 진급도 빠르네… 그새 1팀장까지 올라간 거야?”
임도준, 그는 대학 시절 베스트프렌드로 영수가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여의도쪽 소스였다.
-안녕하십니까! 주식운용 1팀장 임도준 매니접니다!
“나다. 영수.”
-네? 설마 한영수? 망해버린 코스모그라텍의 사장이자, 대학 시절 내 미팅 파트너, 사업 망하고 한강 갔다는 소문이 있는 그 한강 영수?
“그래, 그 영수다.”
-야이 개새꺄! 너 임마! 살아있으면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여의도에서 네가 회사 망하고 한강으로 갔다는 소리 때문에 내가 얼마나 수소문해봤는지 알아?
오랜만의 연락에 임도준은 격하게 반겨(?)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친했는데도 사업을 정리하고 그 뒤로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오랜만에 반갑다. 그런데 혹시, 내가 알아봐 달라는 회사 하나 알아봐줄 수 있냐? 자본 규모 100억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아이고, 사업이라도 하게? 그럼 바로 알아봐 주지. 하고 알아봐 줄지 알았냐? 누구 좋으라고? 너 내가 코스모그라텍 망할 때 피해를 얼마나 봤는지 알아?
“그때 가장 피해 덜 본 게 너잖아. 내가 사건 제일 먼저 알려준 게 너라서 돈도 제일 일찍 빼갔고. 그나저나 내가 한 100억 정도 펀드를 돌릴까 하는데 말이야. 맡길만한 펀드매니저가…”
-어이고, 고객님. 원하시는 정보 알아드려야죠… 할 줄 알았냐? 네가 돈이 어딨다고 100억이야?
그 말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맞다. 예전에 너 처음 회사 들어갔을 때, 너 내 이름으로 계좌 하나 파지 않았던가? 실적 올린다고? 그 계좌 번호가 어떻게 되지?”
-뭐?
딸그락, 딸그락.
후륵…
초조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 중년의 사내 그는 다 쓰러져가는 향수회사 만향당의 사장 호운덕이었다.
만향당은 가족기업으로 개화시대 초기,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용연향을 섞어 향수를 만드는 회사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향수회사였다.
조부께서 독립군에게 후원하다가 가세가 기울지 않았다면, 포경의 중단으로 용연향을 구하기 힘들게 된 지금쯤이면 큰 화장품 회사로 발돋움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시대의 흐름과 대기업의 진출에 밀려 명맥만 간신히 이어오다가 당장 막아야 할 현금 5억이 없어 망하게 되었다.
공장을 50억에 내놨다.
오로지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과 남은 빚을 갚기 위한 금액으로 기곗값과 기술 값은 포함되지 않은, 관계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해달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자 사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호씨 일가는 다 빠지고 고작 열 명밖에 안 되는데, 숙달된 직원들을 고용하면 그쪽도 좋은 것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봤던 바이어가 기존 임금이 비싸다고 반으로 깎자고 제의했지만, 이쪽이 거절했다.
회사에서 최소 15년씩 일한 숙련공들이다. 그들의 평균 임금 330만 원이 비싸다고 절반으로 깎자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꿀꺽.
호운덕은 마른 침을 삼키며 신중하게 서류를 넘기고 있는 젊은 사내를 바라봤다.
‘한영수 사장이라고 했던가…’
허름한 그의 복장을 봐서는 그에게 과연 돈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때 50억이면 적당하지?”
하지만, 옆에서 그에게 조언해주고 있는 한하투신운용의 팀장에게 귀띔으로 들으니 최소 100억대의 펀드를 든 한하투신운용의 VIP 고객이라고 한다.
사락, 사락…
끝장까지 서류를 모두 넘긴 영수는 고개를 들어 호운덕 사장의 눈을 바라봤다.
“조부께서 독립군을 후원하셨다고요?”
“네…”
호운덕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조부께서 독립군을 후원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겪는 게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일제의 잔당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그때 순사하고 부자던 이들이 정치하고 기업하던 시절을 어렵게 버텼다.
깐깐한 기준에 심한 단속, 어떤 시절에는 빨갱이로 몰리고 정치범으로 몰리기까지… 그래서 아직까지 국가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았다.
그런 험난한 길을 겪으며 유지했던 기업이건만, 이제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그래도 50억이면 싼 편이긴 한데… 네가 원하는 조건에 이 정도로 거저 인 매물도 없거든. 그냥… 감수하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옆에 있던 임도준 팀장이 속삭이는 소리가 호운덕 사장의 귀에도 들려왔다.
“아니, 이걸 어떻게 사냐?”
“하긴, 흠집이… 좀 그런가?”
“흠집이라니? 무슨 소리야? 나는 지금 고작 50억을 주고 살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거야.”
“뭐?”
“호 사장님, 저는 이런 훌륭한 분의 후손께서 고작 그런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가치가 너무 적은데 100억 어떻습니까?”
“네?”
지금까지 나왔던 바이어들과 다른 반응에 호운덕은 한 번 놀랐다.
“네에? 배, 백억이요?”
그리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원래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만향당은 눈에 보이는 가치 말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는 기업입니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역사적 가치죠. 이런 기업을 이렇게 기곗값이랑 기술 값도 안 받고 싸게 인수했다가는 제가 욕먹습니다. 정당한 가치를 드리고 구매하고 싶은데, 계약서 다시 쓰시죠?”
호운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가에 잡힌 그의 주름이 파르르 떨려왔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독립운동을 후원한 자의 후손이라고 오히려 괄시받았던 것이 몇 번이었던가?
“그리고 고용승계 말입니다.”
영수는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호운덕을 바라봤다.
“네?”
호운덕은 혹시나 그것 때문에 계약이 깨지는 것이 아닐까 하여 화들짝 놀랐다.
일부러 놀리려고 100억을 불렀다가 이 조건 때문에 깨는 걸까?
“계, 계약을 100억이면, 퇴직금은 제가 줄 테니, 아니 그게 한 사장님 제발…”
다급해서 말이 꼬였다.
정말 100억을 받을 수 있다면, 고용승계를 안 하더라도 그 돈으로 퇴직금이라도 두둑이 챙겨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것은 그의 기우였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왜 직원들 목록에서 호 씨 성을 가진 분들에 줄을 그어서 빼신 거죠? 무려 여섯 분인데요?”
“아… 그들은 제 가족들이라서…”
“장난하십니까? 고용승계를 하려면 그분들도 하셔야죠? 그분들을 다 다시 고용하겠습니다. 만일, 이 조건 거절하시면 오늘 거래는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화를 내고 계약이 없던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누가 봐도 좋은 조건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그리고 고마운.
“가, 감사합니다.”
호운덕의 눈에서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