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70)
우리는 모두 하나
우리는 모두 하나
“못 믿으시는 것 같아서 샘플로 살짝 보여드릴까 하는데… 가발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어차피 오늘 이후로는 가발이 필요 없을 테니까요.”
“무, 무슨 내가 가발을 한다고 하는가? 나를 놀리나? 어차피 다 벗겨져서 머리도 없는 사람을 어찌 감히…”
최승규는 발끈했다.
물론, 속으로는 뜨끔했다.
옆머리에 핀셋형 가발로 살짝 찝긴 찝었던 탓이다.
그런데 영수는 최승규를 보고 있는게 아니었다.
“끄으으음…”
그의 옆에 있던 상 의원이 앓는 소리를 냈다.
“설마?”
최승규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그에게서는 동질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끄응… 이거 눈썰미가 대단하군… 그런데, 정말로 머리카락을 준다는 건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군. 혹시… 자네 마약이라도 한 건가?”
많은 기업인들을 만나본 상 의원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걱정되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 임마. 너 마약이라도 했냐? 국민들의 일을 대신 해주시는 바쁘신 분들 모셔다 놓고 지금 대체 무슨 실례야!”
도준이도 일어나며 발끈했다.
친구인데도 발끈하는 이유는 아래에서도 보이는 살짝 비어있는 머리 때문이리라.
최승규 의원과 상 의원, 도준 세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잠시 얽혔다.
“제가 무슨 마약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저는 정상입니다. 야 그리고 너한텐 내가 말했잖아. 사업 하나 한다고. 그게 이거야. 머리카락 관련 사업.”
“뭐? 머리카락? 머리를 나게 하는 걸 판다는 거야, 아니면 감쪽같은 가발을 판매한다는 거야?”
“쁘로빠씨아 같은 것 말고, 부작용 없이 효능 있는 발모제라도 개발한 건가?”
“어쩌자는 건가? 가발이라도 만든다는 건가? 티도 안 나고, 덥지도 않은 가발이면 내 아는 투자자들과 연결해주지.”
세 사람이 동시에 집요하게 관심을 가져왔다.
탈모인이 되어가는 도준, 대놓고 탈모인인 최승규 의원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탈모인임을 숨기고 있었던 상 의원까지.
이 방 안에서 탈모인이 아닌 사람은 오로지 영수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영수도 그들의 심정을 잘 안다.
‘나도 강화하기 전까지는…’
머리 중앙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원형 탈모가 있었다. 거기다 해마다 이마는 조금씩 넓고 깊어지고 있었다.
친가는 괜찮은데 오래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머리는 40대부터 벗겨져 있으셨다.
이마부터 벗겨지셨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한다.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동지들이여.”
자신도 모르게 동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세 사람이 ‘설마 너도?’ 하는 표정으로 영수를 쳐다봤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탈모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부스럭!
영수가 품속에서 스크롤을 꺼내 책상에 올렸다.
모두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스크롤에 집중했다.
“으음… 사용 설명서인가? 뭔가 아랍? 다른 나라말이 쓰인 것 같은데…”
“종이가 아니라 가죽을 재단해서 만든 건가? 혹시나, 가발에 사용되는 섬유라든가…”
“여기에 뭔가 쓰여있긴 한 것 같은 데 읽을 수가…”
그들은 각자 스크롤의 정체에 대한 추측을 한 마디씩 던졌다.
하지만 이것은 말로 해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냥,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가 실험 대상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아, 참고로 새로 자라는 털은 금발이기 때문에 검은색으로 염색을 하셔야 할 겁니다.”
“금발이…”
“새로…”
“자라난다고?”
영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 그게 무슨…”
“이게 있으면 머리가 자라난다고? 네가 무슨 데이비드 카퍼필드라도 되냐? 바쁘신 정치인분들 모셔왔더니 이게 어디서 장난질이야? 너 내 평판 어떻게 할 거야? 여기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상 의원은 믿지 않았고 도준이는 아예 영수가 사기를 치거나 뭔가를 잘못 먹고 이상해져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넌 왜 이렇게 친구를 못 믿냐?”
영수는 피식 웃으며 도준이를 타박했다.
“…”
최승규 의원은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는 잠시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확인했다.
눈에 힘을 주어 최승규 의원의 눈을 바라보자 그의 눈에 반사되고 있는 화면을 영수도 볼 수 있었다.
‘잔고를?’
“얼만가?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2천8백만 원뿐이네.”
“최 의원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지금 저 말을 믿는 겁니까?”
“허허, 최 의원… 무슨 말도 안 되는 사기에 혹해서 그러는가? 이미 자네 정도 되면 머리에는 초탈한지 알았더니… 나는 먼저 일어나지.”
상 의원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는 샘 치고 보다 가시지요. 아, 그리고 이건 상품 등록도 못 한 샘플인 데다가 아직 가격이 없는 비매품입니다.”
그때 영수가 입을 열어 상 의원의 발을 붙잡았고 뒤이어 최승규 의원에게 답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샘플이라 하여도 무료로 받을 생각이 없네. 나의 정치인이라는 입장을 이용해서 그 어떤 이득도 취할 생각이 없거든. 거기다, 상품 등록도 안 한 상품을 내가 먼저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특권이지. 하지만…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내 그 부분의 특권만은 꼭 누리고 싶군.”
“흠… 가격은 생각을 많이 안 해봤는데… 그냥 대충 100만 원으로 할까요? 장사는 장사지만, 어차피 동지분들께 큰돈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계좌 번호를 불러주면 바로 이체해주지.”
“당장에 사용이 가능하니, 우선 상품부터 사용해보시죠. 미용실 서비스처럼, 서비스를 받고 나서 돈을 계산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니까요.”
“흠… 그렇게 하도록 하지.”
최승규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고는 상에 놓여 있는 물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슬쩍 닦았다.
“다들 너무 오래 일어나 있으셨는데, 잠시만 앉으시죠.”
영수는 스크롤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른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나가려다 멈칫한 자세로 엉거주춤 서 있던 상 의원은 망설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사기 같지만, 그 사기라도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것은 자리를 마련한 도준이도 마찬가지였다.
꿀꺽, 꿀꺽…
두 사람은 목이 타는지 물을 들이켜며 영수를 바라봤다.
영수는 최승규 의원의 뒤에 서서 스크롤을 그의 맨머리 부분에서 범위가 벗어나지 않게 붙였다.
“음… 가발이라면 매우 덥고 불편한 것이겠군.”
“하하. 가발이 아닙니다. 지금 이것을 덮은 부위에서 머리가 자라나는 겁니다. 아, 아까 금발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것 말고도 하나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뭔가?”
“길이가 5센치에서 더 이상 길어지지도 짧아지지도 않는다는 거죠. 대신, 누가 잡아 뽑아도 다시 5센치짜리 털이 자라납니다. 그럼 금색 머리라서, 염색을 다시 해야 할 겁니다.”
“하, 괜찮네. 안 자라더라도 평생 5센치가 어디인가? 1센치만 자라난다고 해도 나는 이 시술을 받을 거네.”
최승규 의원의 단호한 말에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준비 끝났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잠깐만, 사실 옆 머리에 핀을 찝어서…”
또각, 또각, 또각…
최승규 의원은 무려 20분이나 세팅한 옆머리 핀셋 가발 세팅을 죄다 뜯어냈다.
영수는 다시 스크롤을 조정해 그의 비어있는 머리 부분을 완전히 감쌌다.
“준비되셨습니까?”
“됐네.”
“그럼…”
영수는 안 주머니에서 작은 업무용 가위를 꺼내 스크롤의 한쪽을 살짝 찢었다.
“라브카브라슴.”
스스스…
검은색 안개 같은 흑마력이 스크롤에서 뿜어져 나와 최승규 의원의 머리를 뒤덮었다.
하지만, 흑마력을 색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영수뿐이었다.
“으음… 한기가…”
직접 마법을 당하지 않았는데도 가까이 있던 상 의원이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몸에 닭살이 돋았는지, 애써 잘 유지하고 있어 감쪽같던 그의 가발이 흩어지며 머리가 삐뚤어져버리고 말았다.
“으음…”
“다 끝났습니다.”
영수는 웃으면서 스크롤을 머리에서 뗐다.
“헉! 세상에!”
“무슨 저런…”
도준이와 상 의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며 더 이상 커지다 못해 찢어질 정도로 커져 버렸다.
그들의 호들갑과 부담스러운 시선에 인상을 찌푸린 최승규 의원은 습관처럼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내렸다.
사락…
“흑…”
최승규 의원의 눈에서 닭똥같이 굵은 물방울이 뚝.
상에 얼룩이 번졌다.
“거울을 드릴까요?”
“가, 감사하네. 압도적으로 감사한… 크흑…”
절을 하려는 것을 붙잡아 말린 영수는 말없이 휴대폰을 거울 모드로 전환해 최승규 의원의 얼굴 앞에 가져갔다.
어렵사리 얼굴을 든 최승규 의원이 자신의 머리를 보며 활짝 웃었다.
“흐윽…”
“이런 감동적인 장면은 처음이야…”
다른 두 사람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들어갔다.
“하하하하.”
금발이 되어 버린 최승규 의원이 웃으면서 영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금발에 풍성한 머리 때문이었을까?
평소 50대로 보이던 그는 이제 막 40대가 된, 아니 금발 때문인지 그보다도 더 어린 30대 중후반처럼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형님? 형님은 믿어지십니까? 동남아에서 만났던 주술사의 주술이 이렇게 진짜로 통한다는 것이?”
그래서 어느새 형 동생까지 먹어버린 영수다.
“크으! 내가 직접 느꼈지 않는가? 통하지. 통하고말고. 하하하하하. 위하여!”
“위하여!”
선창한 네 사람이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꿀꺽, 꿀꺽, 꿀꺽…
“크으!”
“술맛 좋다!”
모두가 빈 소주잔을 머리 위에 털었다.
금빛 머리가 두 개, 흑발 속에 금빛이 섞인 머리가 하나.
세 사람은 흐뭇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런데… 제가 이런 자리까지 마련해서 형님이나 다른 분들께 먼저 보여드린 이유는… 앞으로도 계속 이것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면 되지 뭐가 문젠가?”
“아무래도 이건 약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의료 시술이라고 보기도 그래서… 거기다 제가 이걸 팔면 기존의 탈모 클리닉이나 의학계에서…”
“허? 감히 누가 우리 동생이 이걸 파는데 토를 단단 말인가?”
“의사들이 다들 자기 머리숱은 풍성하게 관리 할 수 있는 줄 아는가? 괜찮네. 어차피 의사들 사이에도 우리의 동료는 있으니까.”
두 의원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래도 아무래도 현행법상 약이나 의료 시술로는 팔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괜찮네. 약이면 어떻고, 동남아 누구의 민간 주술이면 어떤가? 이런 것은 당장 유통되어야 하네!”
“그렇다네! 만일 필요하다면 이 형이 가진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국회를 움직여 법안을 만들어서라도 통과시키도록 하겠네.”
최승규 의원의 말에 상 의원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시게, 당적을 떠나… 국회 내에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지는 많으니까 말이네.”
“잠정적인 동지들도 많지.”
그 말에 조용히 있던 도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최승규가 입을 다물더니 앞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그게 그가 깊은 생각을 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동생. 그런데 그걸 왜 의료품이라고 단정하는가?”
비로소 열린 최승규의 입.
“네?”
“자네는 그것이 동남아의 주술사가 만든 것이라고 했잖은가.”
“그렇죠.”
일단 표면상으로는 그렇다.
“이것을 지역 관광 기념품으로 등록시키면 어떻겠는가? 각 도마다 관광기념품 개발 및 육성 조례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이걸 어느 도에 가져가도 다들 자기 도의 기념품으로 등록시켜줄 걸세.”
“오, 역시 행시 사시 두루 한 최승규 의원다운 명답이군.”
‘호오…’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한쪽에만 몰아서 주면 말이 나올 테니, 각 도마다 한 장소씩 지정해서 파는 것이 좋을 거야. 가급적 유명한 관광지 근처로.”
여기서는 정치에 더 노련한 상 의원이 끼어들었다.
“명안이야. 명안. 물건이 100만 원이라고 해도 계속 팔릴 것이고. 지방세 수입이 엄청나게 올라갈 텐데, 어떤 지자체에서 반기를 들겠나? 거기다 의학계가 반발한다고 해도 이미 그땐 늦었지. 각 도를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이 당을 떠나서 도와줄 것이야.”
“야. 그리고 작은 여행사 몇 개 인수해서 전국과 전 세계에 탈모 탈출 패키지라는 식으로 운영하면 사업 대박 나겠다.”
도준이의 화룡점정에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자네가 그렇게만 해준다면, 전 세계의 탈모인들이 희망을 갖게 될 것이고 한국 관광업계와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네.”
“이야말로 범지구가 지역과 상생하는 정치, 창조적인 경제 발상이 아닌가?”
어쩌다 보니 범지구적인 데다가 창조 경제적인 것으로 포장까지 되었다.
‘이래서 정치인 정치인 하는 건가…’
듣다 보니 그럴싸해 영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비서를 통해 말해두겠네. 내가 권력 쓰는 건 싫지만, 이건 써야만 하는 거야. 내일 당장 동생 앞으로 팔도의 관광 담당자를 전부 모아오라고.”
“아이고,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형님이 주신 답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혹시나 의학계에서 걸고넘어질 때면, 형님이 잘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하하. 나만 믿게.”
이건 정말이다.
최승규 의원 덕분에 사업의 갈피를 잡았다.
탈모인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사업을 생각했는데, 여러모로 일이 커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지금 이것보다 더 판을 키울 테니까.
“그런데… 두 분께서 혹시 인맥이 닿으시면 제게 한 명 소개시켜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데요…”
“누굴 소개시켜줄까? 정계는 우리 가족들이 있어서 내가 좀 잘 아네.”
“기업가들이라면 내게 맡기게. 나름 좋은 친분들이 있으니…”
“정치인입니다.”
영수의 말에 최승규가 활짝 웃으며 가슴을 두들겼다.
“정치인? 누굴 소개시켜줄까?”
“그분은 외국분인데…”
“외국? 흠… 미국이라면 내가 아는 사람이 꽤 있네. 유학 시절에 알던 친구들 중 몇몇 친구들은 정치인이 되었고 아직 연락을 유지하고 있네. 특히나 나와 처지가 비슷했던 친구들이라…”
최승규는 급 자신 없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오! 미국이면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그분도 미국분이거든요.”
영수의 안도에 최승규의 얼굴이 급 환해졌다.
“그래, 누굴 연결시켜줄까?”
최승규가 눈을 반짝이며 질문했다.
“로널드 드럼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