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73)
다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다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지구에서 일을 마친 영수는 미드랜드로 향했다.
촤아악.
“아빠!”
차가 멈추자마자, 안단테가 잠에서 깨어 창을 통해 밖으로 날아왔다.
“응, 그래 우리 안단테 잘 자고 있었어요?”
“응!”
해맑게 안겨오는 안단테.
신기하게도 지구에서 보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잘 자고 있던 아이가, 미드랜드에만 오면 자신을 귀신처럼 찾아왔다.
‘내 몸에 안단테를 깨우는 알람이라도 달린 건가?’
영수는 피식 웃으며 안단테와 함께 식당을 향했다.
미드랜드에서의 일과는 항상 둘의 아침 식사로 시작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안단테의 입을 씻겨주고 있는데, 하메르가 서류를 들고 식당으로 찾아왔다.
익숙한 아침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의 뒤에 누가 있었다.
“어?”
오랜만에 보는 얼굴.
“오늘 돌아온 겁니까?”
“오늘 새벽에 막 돌아왔습니다.”
라이트딜레이 후작령에 상행을 떠났던 람찬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만연했다.
그를 보고 있는 영수의 입가에도 그 미소가 전염되었다.
“어떻습니까? 상행의 결과는?”
“라이트딜레이 후작에게 상가를 분양받아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전부 다 팔지는 못했지만, 무려 20 미스릴을 들고 오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을 텐데, 그 사이 1만 봉지 이상 파신 겁니까? 지금쯤이면 상가에 있는 물건도 다 팔렸겠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영수는 람찬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하지만, 칭찬받는 람찬의 입장에서는 왠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하메르가 피식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영지 현황 보고표]“음…”
람찬은 그가 건넨 보고서를 슬쩍 훑었다.
“뭐?”
하단에 쓰여있는 영지 보유금란을 확인한 람찬이 입을 쩍 벌렸다.
29,517미스릴…
“거, 거의 3만 미스릴… 대체 무엇을 하신 겁니까? 드래곤 레어라도 터신 겁니까?”
“안단테 레어 아무도 안 털었어!”
람찬이 놀라 한 말에 영수에게 안겨있던 안단테가 발끈했다.
“네?”
“아, 람찬이 없는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여기는 안단테라고 제 딸입니다.”
영수의 소개에 안겨있던 안단테가 집사에게 배운 대로 자신의 치마 자락을 살짝 잡으며 람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베시시 어색하게 웃었다.
“참고로…”
영수는 람찬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제 딸은 드래곤입니다.”
“…”
“그리고 돈은 드와프들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이주 비용이라면서 자진해서 기증한 겁니다. 후발대까지 다 가진 돈을 줘서는 어쩌다 보니 돈만 많아지고 말았네요.”
“허… 그럼 상행을 해봐야…”
삶의 목표를 잃은 듯한 람찬의 시무룩해하는 얼굴에 영수는 다급히 그를 위로했다.
“아닙니다. 여전히 람찬의 상행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지금 와서야 돈이 큰 문제는 아니게 되었지만, 람찬의 상행은 물류와 인력이 오가는 통로입니다. 람찬이 아니면 이런 벽지에 어떻게 물류가 돌겠습니까? 아, 이번에 제가 사오라고 한 나이트 스톤과 힐링 포션들은 사오셨습니까?”
“네. 새벽에 하메르를 깨워서 영지의 창고에 채워 넣었습니다.”
람찬은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음… 마침, 잘 오셨습니다. 람찬이 오면 주려고 한 게 있었는데.”
“제게요?”
영수는 의기소침해 하는 그를 데리고 영주부 마당 한쪽을 향했다.
그곳은 영수가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곳이었다.
“상행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앞으로는 람찬에게 이 마차를 몰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이, 이… 마차를요?”
람찬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네.”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 우와!”
람찬의 입가에는 미소가 활짝 폈다.
처음에 이곳 사람들이 차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지구에 있는 포터 같은 차라도 이곳으로 들고 왔다 가는 탱크의 괴력을 갖게 되는 현상과 혹시 모를 도난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몸이 물리력과 마법에 대해 무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생각을 바꿨다.
내비를 달지 않은 차는 고작해야 이곳에 있는 광물들 중 가장 강하다는 미스릴보다 조금 더 강한 강도를 가질 뿐이었고, 딸인 안단테에게 상처 주지 못한다.
거기다 이번에 차들을 지구에 가져가서 싹 다 지문 인식 시스템(FRS)을 장착해 시동을 등록한 지문을 가진 사람만 가능하도록 바꿔버렸다.
마스터 계정은 자신의 지문으로 해서 자신이 지문을 등록해준 사람만 차를 몰 수 있었으니, 도난 가능성도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문제는 연료인데…
영수는 이곳에 올 때마다 연료통을 들고 왔지만, 한 번도 차에 기름을 넣은 적이 없었다.
그것은 가지고 온 발전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되는 무한동력이라는 거지…’
“그럼, 가서 조작법부터 익힐까요?”
“네! 영주님!”
람찬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릉!
콰직!
끼이익!
백미러를 통해 나무가 부러진 걸 확인한 람찬이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멈췄다.
“또… 박았습니다.”
차가 나뭇가지 가지고는 상처도 안 나니 다행이지, 운전 학원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당장에 보험금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흐음, 람찬은 주행은 잘하시는데 주차는 영 적응하지 못하시는군요.”
“아무래도, 주행은 조작만 익으면 마차 몰던 가닥이 있어서 익숙한데… 주차라는 개념이 워낙에 생소해서 말입니다. 여관이나 마구간에 가면 말 따로 마차 따로 급사들이 대신 처리해주니까요.”
“그것도 그렇겠군요. 하지만, 주차는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차차 익숙해질 겁니다.”
“아빠, 쿵쾅은 끝났어?”
“응.”
“그럼 나 나갈래.”
뒷좌석에 있던 안단테가 가운데로 머리를 삐죽 내밀며 영수에게 안겨왔다.
“차는 여기 놔두고, 이만 돌아갈까요?”
철컥.
영수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
철컥.
뒤이어 람찬도 따라 내렸다.
“그런데 영주님, 저는 언제부터 제대로 차를 몰 수 있습니까?”
“말씀드렸듯이, 주차까지만 합격점을 받으면 내일이라도 바로 사용하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그, 그럼 저는 좀 더 연습해도 되겠습니까?”
“흐음…”
영수는 턱을 괴며 차의 주변으로 고갯짓했다.
수백 명이 와서 거칠게 벌목이라도 하고 간 듯, 주차를 하다 부서진 나무들이 사방에 즐비했다.
오죽하면 안단테가 운전 연습을 ‘쿵쾅’이라고 부를까?
“아직은 좀 더 이론에 치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없이 혼자 연습하시다가, 영지에라도 끌고 오시면… 사람 여럿 죽겠는데요?”
“하하하…”
람찬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거렸다.
“안타깝군요. 마침, 오크들이 단체로 어디 갔다 온다면서 우르르 나가서, 상행에는 시간도 있는데… 일단 이론을 되짚으면서 머릿속으로 연습을 톡톡히 해야겠습니다.”
“오크들이 어딜 갔다 온다고 나갔다고요?”
“네. 도착하고 나니 오두막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크들하고 취취거리면서 뭐라고 말하더니, 급하게 ‘일’, ‘한다’, ‘영주’, ‘5’, ‘날’이라고 쓰여있는 팻말을 들어 올리더니 전부 다 나가더군요. 영주님이 뭔가 시키신 일이 있던 거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미드랜드에 오기 전에 오크들에게 트롤이 어디 사는지 알아놓으라고 주문하긴 했었다.
‘5일 걸리는 거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 나갔다고?’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오두막을 비웠다고요?”
“네. 그런데… 비장한 표정으로 무기들 챙겨서 가는 게 어디 한판 뜨러 가는 분위기이긴 하던데… 이사이온 경이 따라가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음, 설마…”
영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단테를 바라봤다.
“안단테, 혹시 마법으로 사람이나 오크도 찾아줄 수 있니?”
“으음… 내가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데…”
“그래? 그럼 혹시 어떻게 하는 마법인지 아빠한테 보여줄 수 있어?”
“응! 누굴 찾을까?”
“하메르 아저씨 알지? 하메르 아저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찾아봐.”
“잠깐만. 머릿속으로 하메르 아저씨를 떠올리고…”
안단테가 눈을 감자.
스스스…
자연스럽게 마법이 흘러나와 사방으로 그 기운이 번졌다.
영수는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느꼈다.
‘이런 거구나…’
“아! 저깄어!”
안단테가 손으로 영지의 한쪽방향을 가리켰다.
“그래. 고맙다.”
영수는 안단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이사이온을 떠올리며 좀 전에 느꼈던 감각을 재현해냈다.
파스스…
한 번에 많은 정보가 들어 왔다.
머릿속으로 숲이 그려지고, 마나가 퍼질수록 더 멀리에 있는 것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정보는 순식간에 머릿속에 있는 이사이온의 이미지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거깄구나.’
영수가 눈을 뜨고 한쪽을 바라봤다.
그곳은 숲 속, 여기서는 제법 먼 곳이었다.
영수는 차를 향해 뛰었다.
“람찬은 먼저 영지로 돌아가세요. 안단테, 같이 갈래?”
“응!”
철컥, 탕!
부아아아앙!
두 부녀를 태운 차는 빠르게 숲으로 돌진했다.
콰직! 쾅! 쿠쿵!
나무가 부서지며 길이 났고, 신난 안단테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숲 속을 울렸다.
“저기 영주님, 그렇다고 이렇게 숲에다 버려두고 가시면…”
숲에 홀로 남게 된 람찬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르륵!
취췻!
그륵!
취췻!
두 무리가 대치하고 있었다.
한 무리는 트롤이고 한 무리는 오크였다.
미드랜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몬스터 둘이 숲에서 대치라니, 대체 왜 그럴까?
“어이, 어이. 이러지들 말자고.”
그 사이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인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사이온 한국령의 기사다.
“지금이라도 영지에 가서 영주님께 상의를 드리자고. 숫자가 보이지 않아? 아무리 오크가 용맹하다고 해도, 트롤이 거의 백이 넘는데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오크들을 말리고 있었다.
“취췻! 그래. 네 말이 맞다. 위대한 전사의 지시다. 망설이지 말고 싸워야겠지.”
“취릭! 가자!”
우어어어!
“야이 새끼들아! 내 말 좀 들어! 여기는 트롤의 보금자리라고 너희들도 마을에 다른 몬스터가 쳐들어오면 미친 듯이 싸울 거 아니야!”
하지만, 말려봐야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기탱천한 오크들은 이사이온의 말을 신호로 망설임을 버리고 트롤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끄뤄어어어!
트롤들은 소리를 지르며 근육에 힘을 주어 몸을 부풀렸다.
그러자 정말 몸이 불어났다.
온몸을 뒤덮고 있는 초록색 털들 사이로 피처럼 붉은 근육의 결들이 얼핏얼핏 드러났다.
그 뒤로는 작은 체구의 트롤들이 보인다.
앞선 트롤들에 비해 덩치가 작다는 뜻이지, 키는 거의 똑같다.
앞선 이들은 수컷 트롤이고, 뒤에 있는 이들은 암컷 트롤이다.
암컷 트롤들은 붉은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었다.
트롤들의 피부와 같은 붉은색이다. 하지만 아직 작다.
자세히 보면 붉은 피부의, 아직 초록색 털이 하나도 자라나지 않은 어린 트롤들이 있었다.
어린 트롤들은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둥지를 쳐들어온 적들로부터 얼굴을 숨기지는 않았다.
어린 트롤들은 냉정하게 눈을 들어 오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들이 훗날 복수해야 할 이들일지도 모르기에.
그들이 떠는 것은 절대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쿠워어!
무기를 앞세운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빨랐다.
그러나 트롤보다는 느렸다.
콰직!
트롤들이 땅을 밟자 스프링이라도 단 것처럼 빠르게 앞으로 뛰어갔다.
“위험하다고!”
서걱!
이사이온의 칼이 앞선 트롤의 팔을 손쉽게 베었다.
만일 그가 베지 않았다면, 트롤의 뾰족한 손톱이 반응도 하지 못한 오크를 꿰뚫었을 것이다.
기사가 아니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와 힘.
“취췻! 고맙다! 그 트롤은 너의 것이다.”
도와줬더니 오크는 자신을 공격한 트롤을 버리고 갔다.
어쩌다보니 싸움에 참여하게 된 이사이온.
끄륵! 그르륵!
팔을 베인 트롤의 몸이 근육을 불리기 전의 상태로 작게 쪼그라들었다.
촤락!
그러나 팔이 재생되고.
그워어어어!
다시 근육이 뻠핑 되었다.
“아니, 나는 싸우러 온 게 아니라니까…”
이사이온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트롤의 공격을 피해 움직였다.
기사라고 해도 트롤을 공략하는 것은 어렵다.
반으로 쪼개거나 머리를 자르지 않고는 이렇게 곧장 재생해 버리고, 피부와 뼈가 두껍고 강해서 간혹 칼이 부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을 다시 뽑으면 트롤을 죽이는 것은 손 뒤집는 것 보다 쉽다.
이사이온의 무기는 투박한 모양의 정글도다.
대충 깎아 만든 듯 서 있는 날이지만, 강도와 날카로움은 신검이라 불리는 여느 검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뿌짓… 뿌지지..
“하아… 우리 편이 죽게 놔둘 수는 없고…”
고민하던 이사이온이 다시 검을 뽑았다.
아직 피해를 입은 오크는 없었지만, 곧 죽을 것 같은 오크는 보인다.
이래 봬도 오크들 책임자기도 하고…
뿌지직!
“뽑은 이상은 피를 봐야겠지…”
꽈득! 콰드득!
“차하아아!”
이사이온이 칼을 뽑아들고 트롤을 향해 돌진했다.
빵빵!
“엇?”
소리와 함께 눈부신 빛이 빠르게 반짝 거리며 이사이온의 눈에 쏘아져 그의 시야를 뺏고 말았다.
하이빔(상향등)이다.
쿠르릉! 콰직! 콰직!
나무가 부서져서 사방으로 튀자, 오크들과 트롤이 각각 반대편으로 갈리며 물러났다.
빠아아앙!
클락숀이 울렸다.
“영주님! 왜 이리로!”
“아니, 오크들 관리 하고 싸움 말리라고 놔뒀더니, 가장 앞장서서 웬만하면 뽑지 말라는 검을 뽑고 있어요? 이 사람 이거 안 되겠네!”
부아아앙!
“으, 으아아악! 영주님! 사,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