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74)
트생은 다큐다.
트생은 다큐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차와 시끄러운 클락션 그리고 이사이온의 처절한 비명.
특히나 그의 처절한 비명소리는 두 종족간 싸움을 완전히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끄으아아아아악!”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는 이사이온.
끼익!
그의 바로 앞에서 차가 섰다.
“아아아…”
비명을 지르던 이사이온은 오래동안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슬쩍 실눈을 떴다.
차가 눈앞에 멈춰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연스럽게 소리를 줄이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자연스러웠어.’
“취췻! 위대한 전사를 뵙습니다.”
오크들도 차를 향해 돌아서며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철컥.
영수가 화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안단테가 날아와 영수의 등에 매달려 눈에 힘을 주고 오크들을 노려봤다.
물론, 영수의 얼굴을 흉내만 내는 거라 무섭지는 않고 귀엽기만 했다.
“대체 뭣들 하시는 겁니까?”
“취릭? 위대한 전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트롤을…”
“제가 찾아달라고 했지, 찾아가 몰살시키라고 했습니까?”
“취췻, 원래 트롤을 찾는다는 것은 피를 구하신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췻? 상처를 내야 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싸움을…”
“아니, 그런 걸 왜 오크들이 합니까? 트롤이 오크보다 더 강하다면서요? 그냥 찾기만 해주면 되지…”
“취취! 오크들은 전사입니다.”
“췻! 뭉치면 트롤보다 강합니다.”
오크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들의 근육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상당히 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후우, 어쨌든 싸움은 없을 테니 다들 돌아가세요. 이사이온은… 일단 오두막에 가서 대기하십시오.”
“취췻! 알겠습니다.”
“취륵, 트롤 운 좋았다. 요즘 우리 운동하거든.”
“치칙, 우리에겐 인간들의 무기도 있었는데 운 좋은 줄 알아라 트롤.”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도망치듯 사라지는 오크들.
오크들은 지지 않으려는 듯이 트롤들에게 한 마디씩 뱉으며 숲으로 슬쩍 사라졌다.
하지만 돌아갈 때까지도 그들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저, 저는 정말 말리려고 했습니다. 진짜예요. 그래도 우리 애들이 공격당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사이온은 끝까지 남아 변명하다가 오크들의 뒤를 따라 슬그머니 사라졌다.
트롤은 그들보다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몬스터였다.
무한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고 덩치도 크고 근력도 더 강하다고 한다.
수십 명이서 트롤 하나도 어렵다는데, 그들의 마을을 공격한다고?
“오인한 명령으로도… 질 걸 알면서도 공격하려고 했다는 건가.”
멀리, 돌아가는 오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들을 바라보는 영수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륵…
트롤들은 오크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비로소 오크들이 다 돌아가자, 다른 트롤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트롤이 앞으로 빠져나왔다.
“그륵, 인간이 오크들에게 명령을 내리다니…”
“사연이 길군요. 오크들이 위대한 전사라 부르며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먹을 것과 노동력을 교환하는 그런 관계가 되었고요.”
“그으륵… 우리 말을 알아듣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혹시 말로만 듣던 드루이드인가?”
‘이번엔 드루이드인 건가…’
마법사, 드래곤, 마왕에 이어 이제는 드루이드라는 새로운 호칭을 갖게 된 영수였다.
“원하는 대로 부르셔도 됩니다. 제 소개를 하죠. 인간인 한영수라고 하고, 가까운 곳의 인간들이 사는 곳의 영주이기도 합니다.”
영수는 큰 트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트롤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륵… 드루이드라면 숲의 친구. 하지만, 오크를 부리는 드루이드, 그대의 손은 왠지 경계가 되는군.”
‘하긴…’
생각해 보니, 조금 전까지 오크들이 처들어와 보금자리에서 대판 싸울 뻔한 게 자신의 말이 와전된 탓이었다.
트롤이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할 것이다.
“저는 트롤들과 거래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오크들이 싸우러 온 것은 제가 트롤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말이 잘못 전달되어 그렇습니다. 놀라신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 보상을,”
“그릉! 그대로 인해 우리의 보금자리가 오크들에게 더럽혀지고 말았다. 이는 그대의 탓! 드루이드! 그대는 적이다!”
그르르!
그롹!
그뤄어어!
트롤들이 몸을 크게 부풀리며 달려와 영수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 모습은 미드랜드에서 가장 강한 누군가를 화나게 만들었다.
“우씨… 지금 우리 아빠한테 화내는 거야?”
쿠오오…
크게 숨을 들이키는 안단테.
그럭!
거걱, 걱!
트롤들은 목을 붙잡으며 괴로워했다.
최상위 포식자에 대한 공포(Dragon fear).
트롤들은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겁에 질려버렸다.
수컷 트롤들의 커졌던 몸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모두가 몸을 떨었다.
수컷 트롤도 떨었고, 암컷 트롤도 몸을 떨었다.
오크들이 둘러싸고 있어도 떨기는 하지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던 어린 트롤들은 누구 하나 고개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안단테. 아빠는 괜찮아. 아저씨들은 아빠한테 화내는 게 아니야. 원래 어른들이 일할 때는 큰 소리도 오갈 수 있는 거거든? 안단테는 착해서 그것 때문에 오해한 거야. 그렇지?”
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안단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응…”
영수의 손이 닿자 안단테의 입에서 나오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그냥 그런 거야?”
안단테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영수를 쳐다봤다.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단테도 순진한 표정으로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이 착해라.”
“응! 안단테 착해!”
안단테가 밝게 웃었다.
그륵…
그…
그제야 트롤들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고작, 안단테가 숨을 들이켜 존재감을 보인 것만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르륵… 모든 것은 끝장났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이것은 절대 적인 공포…”
가장 앞에 선 큰 트롤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말을 할 수 있었고, 먼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트롤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러고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어쨌든 오해 때문이었습니다. 제 딸이 드래곤인데… 싸울 생각이었으면 제가 오크를 보냈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르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드래곤이시여…”
큰 트롤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 뒤이어 움직일 수 있게 된 트롤들이 바닥에 엎드렸다.
‘역시 드래곤은…’
하이패스 수준이다.
“그륵… 그런데 대체 다 가지신 분께서… 저희들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
트롤의 대표인 큰 트롤은 신색을 회복하더니 그 이후로 계속 억울하다는 듯한 볼멘 목소리를 냈다.
“음…”
영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들에게 달라고 할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피였다.
‘당신의 피를 거래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은 인간은 물론이고 다른 종족들에게도 꺼내기 힘든 말이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바치고 일하겠다고 나선 드와프 때와는 달랐다.
물론 상황은 안단테를 내세워 협박으로 뭔가를 얻어내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애 교육상도 안 좋고…’
“제 딸이 드래곤이라고 해서 여러분께 뭔가를 공짜로 얻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릉… 그렇다면 저희에게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위대하신 분이시여. 어차피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붉은 피밖에는 없겠지만…”
큰 트롤은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평생을 피 때문에 인간들에게 심지어 다른 몬스터들에게까지 공격당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말투에 한이 서려 있는 듯했다.
“제가 원하는 것 역시 피입니다.”
“그륵, 역시 피… 몇 명이 희생하면 되겠습니까? 제 피로 가능하다면 저 만으로 끝내주십시오. 죽이셔도 귀찮게 반항하지 않을 테니…”
“아니, 죽인다는 게 아닙니다. 분량에 상관없이 꾸준히… 트롤분들의 몸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피를 일정 간격으로 공급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그릉… 설마 우리를 사육하겠다는 겁니까?”
트롤은 얼굴 근육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몸을 부풀리며 화내지도 못했다.
그의 어깨가 힘없이 축 처져버렸다.
“그륵… 드래곤님께서 그러시겠다고 하면 희생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여자와 어린이들은 봐주십시오. 우리 트롤들은 털이 자라기 전까지 어미의 품에서 추위와 싸워나갑니다. 어른이 되는 아이들은 절반도 안 됩니다. 제발…”
간절한 부탁이었다.
그 속에는 지겹다는 감정이 묻어 난다.
그들의 피는 인간에게도 몬스터에게도 귀했으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평생동안 종족 전체를 귀찮게 굴었겠는가?
반응이 이해가 가는 영수였다.
“제가 원하는 것은 여러분의 죽음이나 사육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피를 받아가겠다는 겁니다.”
“그륵?”
영수는 품속에서 빈 힐링 포션 병을 꺼내 트롤에게 건넸다.
“무리가 없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 인당 이런 병에 피를 채워주는 정도로, 그 대신 저는 먹을 것을 공급해준다든가, 인간이나 몬스터로부터 공격받지 않게 보호해준다든가 하는 것을 걸지요. 아니면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능한 선에서 협의를 하고요.”
“그륵… 고작 이정도의 병이라면… 하… 제가 오해를 했군요. 트롤은 원래 피의 축복을 받은 종족. 식사만 잘하면 이정도의 피는 계속 생겨납니다. 이 삼 일에 한 번씩은 줄 수 있겠군요.”
트롤은 빈 병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군요. 그럼 어떤 조건으로 계약,”
“그륵!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조건은 저희에게 모독입니다! 강한 자에게 당하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자 숙명! 트롤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우리는 피의 축복으로 강해질 수 있습니다. 강자에게 죽는다는 것이 자연스러움! 그것을 버텨내고 강해져 우리의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입니다!”
큰 트롤은 영수의 말을 끊으며 열변을 토해냈다.
“흐음…”
그들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그들이 가진 가치관도 다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치관이 확고한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바라는 정도의 피의 양은 무리 없이 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거기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으니, 그건 조건이 맞으면 계약하겠다는 말을 한 셈이 아닌가?
“정말… 원하는 것이 없습니까?”
“그륵, 우리는 자연과 숲의 가르침처럼 있는 그대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이대로가 좋습니다. 드래곤이시면서 드루이드이시니 그에 대해서는 더 잘 아실 겁니다.”
‘대체 드루이드가 뭐냐고…’
영수는 진전없는 협상에 고개를 저으며 그의 뒤로 보이는 다른 트롤들을 바라봤다.
수컷 트롤들이 근육을 부풀린 상태로 바쁘게 숲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미 숲에 갔다 돌아온 수컷들의 손에는 열매 같은 것들이 들려있었다.
암컷 트롤들은 수컷들이 가져다주는 열매를 먹기도 하고, 갈아서 즙으로 만들어 어린 트롤들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생김새를 제외하면 얼마나 평화로운 모습인가?
트롤들의 이빨과 거대한 덩치를 보면 고기가 주식일 것 같았는데, 먹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까지 채식주의.
‘거래가 힘들겠는데…’
트롤은 원시적인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었다.
숲과 자연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어 물욕이 적었고, 육식도 아닌 채식을 하는 평화로운 종족이었다.
수컷들은 가족을 지키는 전사고 암컷들은 아이들을 돌보도록 애초에 몸도 그렇게 발전한 것 같았다.
마치 영화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진짜 히피족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 쟤들은 아까부터 계속 추운가 봐.”
등에 업혀있던 안단테가 어린 트롤들을 가리켰다.
어린 트롤들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했다.
털 하나 나지 않으면 어린 트롤이다.
그들은 몸을 계속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암컷들은 품 안에 어린 트롤들을 안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오크들과 대처할 때도 암컷들과 어린 트롤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
갑자기 지구에서 봤던 다큐멘터리 두 개가 오버랩되었다.
두 다큐의 온도차는 상당했다.
하나는 적도, 하나는 남극에서 찍힌 것이었으니까.
‘황제… 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