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77)
장인이 너무해
장인이 너무해
밤이 되어 원래는 작업이 끝났을 시간의 구리 광산.
오늘따라 웬일인지 작업장의 램프가 꺼지지 않았다.
툭탁툭탁툭탁…
밤새 광산에서는 뭔가를 두들겨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벽을 부수기 위해 내는 그런 날카로운 소리는 아니었고, 소리가 나는 위치는 광산의 바닥이었다.
삘삘삘삘…
드와프들은 외발 수레에 긴 쇳덩이와 나무판자, 쇠못과 나무못 같은 것을 싣고 계속해서 광산 안으로 날랐다.
달과 별이 사라지고 드디어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아이고 무겁다! 거의 다 왔으니까 힘내!』”
영지에서 호세뉴를 앞세운 네 명의 드와프가 천이 덥혀있는 뭔가를 직접 들고 광산으로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그들은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광산의 입구에다가 가져온 것을 내려놨다.
철컹.
뭔가 딱 들어맞는 둔탁한 쇳소리가 들렸다.
펄럭!
호세뉴가 천을 걷어내자.
드와프나 사람들이 넉넉히 탈 수 있을 것 같이 커다란, 아랫부분에 동그란 쇠 바퀴 네 개가 달려 있는 광물 바구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구니 네 귀퉁이에는 지지대 같은 것이 달려 있어 중앙에서 만났는데, 그 중앙에는 쇠로 된 막대가 있었다.
막대의 양 끝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중앙의 연결부에는 마치 팔처럼 관절이 있는 쇳덩이 달려 있었다.
“움직여보좌!”
호세뉴를 선두로 네 명의 드와프들이 바구니에 올라탔다.
둘씩 앞뒤로 서서 손잡이를 잡고, 쇠 막대를 위아래로 내렸다 올렸다…
끼익, 끼익.
관절 부위가 움직였다.
마구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관절부의 끝은 광물 바구니의 바닥으로 들어가 있었다.
바퀴와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에 힘을 전달하기 위해.
드득…
바구니가 앞으로 움직였다.
“오오!”
드와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식으로 동력을 전달한다니, 그분은 드래곤이 아니라 드와프이신 것인가?』”
“『뭣들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핸드카 1호기 시운전부터 해보자고!』”
“좋지!”
끼익, 끼익, 끼익, 끼익…
“오오오! 관돠!”
드드드드드드…
드와프들이 탄 광물 바구니, 핸드카 1호기가 광산 안쪽으로 쭈욱 미끄러져 들어갔다.
비로소 밝혀진 드와프들의 밤샘 작업의 정체는 광산용 레일 설치였다.
그리고 호세뉴와 드와프들이 타고 있는 것은 ‘핸드카’라는 이름이 달린 인력 기차.
추쿵, 추쿵, 추쿵, 추쿵.
끼기기기기기기…
“『우와! 봤어? 이게 브레이크라는 건가? 이러면 경사에서도 안전하겠는데?』”
굴 안에서 계속해서 기뻐하는 호세뉴와 드와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밤새 작업하던 드와프들은 뒤에 남아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그들의 시운전 하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었다.
그런 드와프들 중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중얼거렸다.
“『부러워서 오늘 작업 하겠냐?』”
드와프들은 자신들이 애용하고 있던 외발 수레를 바라봤다.
“『어찌도 이리 원시적이란 말인가!』”
팡!
드와프들은 외발 수레를 발로 차 구석으로 버렸다.
외발 수레는 이전까지 드와프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지금이라도 인간들에게 전해주면 농가의 생산력을 배가 시켜줄 수 있는 그런 물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외발 수레 위의 더 높은 기술력을 가진 물건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드와프들의 종족 특징인, ‘장인정신’이 발휘되기 시작됐다.
“『설계도 본 드와프 있나?』”
“『나 봤다, 만드는 건 쉽겠더라.』”
“『그럼 니, 내 따라와라. 나는 저거 탈란다.』”
“『나도!』”
“『같이 가자!』”
드와프들이 우르르, 구리 광산을 이탈해 영지를 향해 돌아갔다.
그들의 목적지는 영지 안에 있는 드와프들이 자랑하는 지하의 대공방.
고로와 화로, 주물 장비와 대장간, 각종 작업실과 재료 창고 등 등…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설비는 이미 그 안에 다 있었다.
남은 것은 설계도대로 만들기만 하면 될 뿐.
화악! 치이이이이…
깡! 깡! 깡! 깡!
그극, 그극, 그극, 그극…
드와프들은 각자 가장 잘하는 전문 분야가 있었고, 공방의 모든 드와프들이 기계 장인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모든 분야에 걸쳐 그 어떤 종족보다 만드는 것을 잘하는 장인이었다.
드와프들은 둘씩 짝지어 핸드카를 만들기 시작했다.
핸드카를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고, 한 시간도 되기도 전에 먼저 완성한 팀이 나왔다.
“『크하하하하! 우리 먼저 가겠다!』”
“『치사하다!』”
두 드와프는 핸드카를 들고 광산으로 뛰었다.
하지만, 괜히 시험기를 만든 팀이 넷이서 옮긴 게 아니었다.
만드는 것과 들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헉, 헉, 헉…”
먼저 갔던 두 드와프가 도중에 다시 돌아왔다.
“『왜 빈손이야? 핸드카는 어디 갔어?』”
“『둘이서 들고 가기에는 너무 무겁다. 여기서 광산까지… 어우, 장난 아니야.』”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근성도 없는 놈들.』”
“『그게 아니야. 근성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는 중간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기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뭐가?』”
“『여기서부터 광산까지, 레일이라는 거 깔아버리자. 그게 끌고 가는 것보다 더 빠르겠더라.』”
“『뭐? 너희들은 정말…』”
“『천재구나!』”
드와프들은 자신들에게 내려오는 격언대로 생각이나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일단 행동부터 했다.
땅, 땅, 땅, 땅…
쿵딱, 쿵딱, 쿵딱, 쿵딱…
미드랜드 시간으로 7시 반.
“으으…”
영지의 사람들은 망치 두들겨대는 소리에 좀 더 자려던 사람들도 일괄적으로 잠에서 깨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소음이야?”
사건의 원흉은 드와프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지하 대공방은 방음이 잘 되어있었고, 이건 지하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지상에서 나는 소리였다.
영수가 도착한 것은 거의 9시 경이었다.
인천 포인트를 사용하려다 차가 막혀서 늦게 도착했던 것인데,
끼리기기기기기…
도착하자마자 영수는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충! 영주님 오셨습니까?”
“밖에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그것이 드와프들이 아침 일찍부터… 후우…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그그긍…
병사들이 영주부 정문을 열어주었다.
끼익, 끼익, 끼익.
“크화화화화!”
드르르륵! 드르르륵!
“『누가 더 빠르나 해보자!』”
끼익! 끼익! 끼익!
드르르르르르르륵!
“『거기 조심하라고!』”
끼기기기기기…
수십 대의 핸드카, 수십 명의 드와프, 수십 개의 레일…
누군가는 그새 핸드카에 장식을 달거나 해서 튜닝을 했다.
일부는 아예 틀을 개조해서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몬스터, 뱀, 와이번 등의 모양을 한 그로테스크한 예술품 레벨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덕분에, 영지의 길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데도,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해 눈치만 보며 말도 못하고 쳐다보고 있는 영지민들…
“아니 무슨 기차를 자가용처럼 사용하고 있어…”
영수의 머리가 지끈 아파 왔다.
“생각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드르르르…
끼이이이익!
영수는 핸드카에 올라타 움직였다가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쪼그리고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드와프들을 바라봤다.
“여러분에게는 지금 이 소리가 안 시끄럽습니까?”
“『네? 안 시끄러운데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드와프들.
“저 난쟁이 땅딸보 놈들은 항상 쇠나 암벽에 망치를 두들기고 있을 때가 많아서인지, 귀가 상당히 어둡습니다.”
MSG 정산을 위해 영주부에 방문했던 대모가 드와프들을 대신해 그 이유를 알려줬다.
“『그, 그게 저희들은 잘 몰랐습니다. 이게 시끄러운 건지…』”
“『귀 큰 놈들이 말귀 못 알아듣는다는 말을 많이 하긴 하는데…』”
“후우…”
영수는 한숨을 쉬었다.
‘직업병인가, 종특인 건가…’
드와프들의 귀는 소음에 그 어떤 종족보다도 더 관대했다.
“앞으로 영지 내에 레일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입니다.”
“『아아…』”
“『정말 편하던데…』”
드와프들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쉬워했다.
“레일은 소음이 크기 때문에 영지 밖에 설치하고, 영지 내에는 따로 레일 구획을 설치하기 전까지는 마차만 다니도록 할 겁니다.”
“『저희는 발이 짧아서 말이나 마차가 정말 불편합니다. 뛰어서 가면 광산까지 한 시간은 걸리는데, 이 핸드카를 타고 가면 광산까지는 고작 10분밖에는 안 걸립니다.』”
호세뉴가 앞으로 나와 자신의 짧은 다리를 앞으로 쭉 펴며 변명했다.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소음공해는 소음공해다.
“정 그렇게 레일을 깔고 싶으면 지하를 파십시오.”
영수의 말에 오히려 드와프들은 반색했다.
“『와! 명안이십니다! 역시 드래곤, 아니 영주님이십니다.』
“『뭐하고들 있어? 당장 시작하지? 대공방에서부터 광산까지 굴을 파면 되잖아?』”
“『왜 우리가 그 생각을 못 한 거지? 이런 간단한 문제를?』”
드와프들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이거… 아직 기차도 안 생겼는데, 지하철부터 생기게 생겼네…’
영수가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드와프들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광산에 설치한 레일과 핸드카 설치를 시작으로, 미드랜드의 기차 사업은 활기를 띠나 했었다.
삐이이이이이…
“『크윽! 또 증기가 센다.』”
하지만, 증기기관을 만드는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모형만 흉내 낸 증기기관의 샘플은 빠르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증기기관은 생각보다 복잡한 기계였고 사용되는 광물이 부위마다 달랐다.
지지하는 곳에 무른 광물을 사용하면 형체가 무너지고, 열을 견뎌야 하는 곳에서 녹는 점이 낮은 광물을 사용하면 녹아서 무너지기 일쑤였다.
거기다 압력을 견뎌야 하는 부분도 생각했어야 했기에 그 부분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미드랜드와 지구의 광물들은 성질도 달랐고 명칭도 달랐기에 최근에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영수가 실험실을 방문하자, 호세뉴가 뛰어왔다.
“운행 능력 시험용 기체는 만들어졌습니까?”
“『네. 영주님의 허가가 떨어지기만 하면 바로 시운행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오차를 무시하고 완성된 증기 기관차가 하나 있긴 했다.
펄럭!
은빛 광택을 자랑하는 증기 기관차.
“이게… 미스릴 화 1만7천 개짜리 값어치를 하는 증기 기관차군요.”
모습을 드러낸 시범용 증기 기관차는 영지에 있는 미스릴 주화의 절반을 마법적으로 녹여 만든, 본의 아니게 럭셔리해져 버린 기관차였다.
이 세계의 미스릴은 모든 광물의 정점에 있었다.
열전도율, 녹는 점, 강도와 경도도 모두 높았다.
거기다 금속이면서도 어느 정도 탄성을 가지고 있다.
광물의 장점은 다 가지고 있는 놈이라서 증기 기관차를 만들 때 고민하던 것들이 한 방에 해결되고 말았다.
문제가 있다면…
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정도로 미스릴을 때려 박은 물건은 드마전쟁 시절에 선조 드와프들이 만들었다는 머시너리 골렘 이후로 저희가 유일할 겁니다.』”
호세뉴가 감격스럽다는 듯이 미스릴 증기 기관차를 쳐다봤다.
“기차의 값어치가 너무 뛰어나서, 여객용으로는 운영하지 못할 것 같군요.”
“『이 물건이 만일 다른 영지를 방문하게 된다면, 큰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인간들, 귀족들뿐만 아니라 드래곤이나 마족들이라도 이걸 보면 군침을 흘리겠지요. 미스릴만 해도 가치가 어마어마하니…』”
호세뉴의 말 대로 미스릴 증기 기관차는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물건이었다.
“『하지만, 마법도 아니고 땅 깊숙이 있던 흑탄으로 가는 마차… 굳이 통짜 미스릴로 만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증기 기관차가 제대로 완성되면,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겁니다. 』”
“운행할 때마다 특별히 중무장한 기사들을 배치해야겠군요.”
호세뉴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통짜 미스릴 기관차는 가까운 간트레이그 자작령을 오가는 왕복 기차로만 사용해야겠군…’
코스가 결정되고, 2만의 드와프들 중 1만2천의 드와프가 투입되었다.
고작 차를 타고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간트레이그 자작령으로 철도 레일을 까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드와프들이 투입되어 작업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아무리 핸드카를 사용한다고 해도 영지에서 멀어질수록 자재를 나르는 것만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다 마차가 다니던 원래 길은 그대로 두고 왕복용으로 두 개의 레일을 깔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고 땅을 다지고 때로는 굴을 뚫는 대규모 토목 작업이 필요했다.
아무리 1만2천이나 되는 드와프들이 투입되었다지만, 100퍼센트 인력만 가지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지구에서 막 미드랜드로 도착한 영수는 식사를 마치고 하메르를 만났다.
“영지 내에 아무 문제 없었습니까?”
“드와프들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영주님이 말씀하신 기일 안에 토목 공사를 다 마치고 레일을 깔려면 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요.”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요?”
“산을 뚫어서 터널을 만드는 작업에서 상당히 지체되는 것 같습니다. 호세뉴가 말하길 아무리 드와프들이 천 명만 있으면 산을 옮긴다는 말이 있어도, 정말 산을 옮기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고요.”
하메르의 말에 영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못 한다는 말은 아니군요.”
드와프들은 똘기와 자존심을 빼면 시체라 이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영내에 토목공사에 투입할 만한 인력은 없습니다. 남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밭이 있어 농사를 짓고 있고, 남는 남자들이나 힘이 좋은 이들은 최근 기사 모집에 몰리는 바람에…”
“그 부분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하지만, 영내에는 노는 남자들이…”
“토목공사에 굳이 인력 투입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