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79)
대공방한
대공방한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최근 들어 무능하다고 욕만 먹고 있는 기사단장들 중 하나였다.
“뭔데 회의실 문을 그렇게 무례하게 박차면서 들어오는 건가?”
“그, 그게 왔습니다.”
“그거라니, 뭐가?”
“하, 한 남작의 차 말입니다.”
“…”
그극!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움찔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그가 왜 왔다는 건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차에 수레를 달아 온 것을 보면 상행을 하기 위해 온 것 같은데…”
“후우… 상행이라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상행을 하러 왔다는 말에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한 남작은 지금 어디 있는가?”
“영지 밖에 있습니다.”
“상행을 나왔다더니, 영지 밖에 있다고? 왜?”
“아, 그게 밤이라 성문을 닫아버렸는데, 한 시간쯤 뒤에 도착해버렸습니다.”
“뭐? 한 남작이 왔는데 성문을 아직도 안 열어줬다고?”
콰지직!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달려가 기사단장의 철로 만든 갑옷을, 일반 옷 멱살 잡듯 잡아버렸다.
“크윽…”
“미친 건가? 간신히 고친 임시 성문 또 박살 내려는 거야? 영지 다 박살 나는 꼴 보겠다는 거야? 네 영지 아니라 이거지?”
“그, 그게 아니라 그들이 온 방면이 몬스터 로드 방면이라, 밤에 문을 열면 몬스터들이 성내로 난입할 우려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주군께서…”
“예외라는 것이 있는 거 아냐! 그깟 몬스터 한둘 쳐들어오는 거랑, 한 남작이 성문 부수고 성벽 다 부숴서 몬스터 때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거랑, 뭐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아니 머리를 달아놓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문부터 열어줘야 할 거 아냐!”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기사단장을 멀리 밀어버렸다.
콰직!
“크윽…”
부스스…
벽에 날아가 부딪친 기사단장은 신음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치하겠습니다.”
“대답할 시간에 빨리 가서 봉화부터 올리고! 기분 상하지 않게 접대하라고!”
탁탁탁탁…
기사단장은 목례를 올리며 바로 뛰어나갔다.
“한 남작이라니… 한 남작…”
분명 그에 대해서 뭔가 생각이 나려고 했었는데, 그가 직접 영지에 왔다는 소리에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머리에서는 생각하던 것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한 남작이 직접 온 것이 아니라, 상행을 담당한 람찬이라는 자가 직접 마차를 끌고 왔다는 것을 전해 들은 것은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였다.
거기다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그들이 판매하려고 가져온 물품에 주력 상품인 페어리 더스트 말고도 힐링 포션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까지 접하게 되었다.
“으득, 너였구나, 너였어! 아니, 이제 네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네가 문제야. 네가! 검은 그림자 마법사 파편, 다 이용해 주마! 너는 이제부터 악이야! 악! 한 남작! 한 남자아악!”
슥슥…
‘누가 어디서 내 욕하나…’
갑자기 귀가 가려워져 귀를 만진 영수는 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따듯한 평일 대낮의 놀이터에는 영수와 가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유치원, 학원 같은 곳에서 놀기 때문에 예전처럼 이런 시간에 놀이터에 나와 노는 아이들은 없었다.
“히히, 더 높이요! 더 높이!”
끼익… 끼익…
그네에 탄 가희는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러운 영수였다.
나이가 벌써 일곱 살.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한창 어울릴 나이에, 집에서만 생활하다니…
‘그래도 이제, 많이 건강해졌으니까.’
가희의 건강은 많이 나아졌다.
병원에서 직접 확인했다.
체력과 힘뿐만 아니라, 사고로 약했던 장기들도 정상인처럼 튼튼해졌다고 한다.
덕분에 소화흡수가 잘 되는지 최근 들어 몸무게도 제법 붙고 있는 가희였다.
그래서 가희의 생일에 앞서, 다희 씨와 함께 평택 지역 최고의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히히. 아찌! 나 하늘로 날아갈 거 같아!”
“날아가면 아저씨가 받아줄 게 걱정하지 말아라.”
“진짜? 그럼 더 세게!”
끼이, 끼이이…
가희는 몸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많이 활동적이게 변했다.
오늘도 가희가 나가서 놀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데리고 왔다.
원래는 다희 씨도 있었는데, 잠시 가희가 배고파 보이니 간식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서 자리를 비우게 했다.
자신이 직접 가도 됐지만, 일부러 가희와 단둘이 될 시간을 노리고 있던 영수였다.
“가희야. 우리 보약 하나 더 먹을까?”
그네를 세워준 영수는 품속에서 나이트 스톤을 꺼내 들었다.
“정말?”
가희가 눈을 빛내며 영수를 돌아봤다.
“먹을래! 먹을래!”
가희도 자신이 나이트 스톤을 먹어서 건강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걸 먹으면 네 개째.
‘너무 이른 나이에 이렇게 급하게 먹이면 기사는 영영 될 수 없겠지만, 어차피 지구에서는 미드랜드의 기사가 가진 정도의 몸 성능은 필요 없다.’
이정도만 먹어도 또래 아이들 중에서는 상대가 없을 거다.
스포츠인으로 키울 것도 아니고 아니, 스포츠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그때 다시 더 먹게 하면 될 것이다.
꿀꺽.
“아찌! 이 약 정말 최고야! 나 이제 완전히 건강해진 거 같아!”
약을 먹은 가희가 펄쩍 뛰어 한 번에 영수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영수는 떨어지지 않게 다리를 붙잡아주며 목 위에 앉혔다.
“후후. 가희의 아빠가 되려면 이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이건,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인 거 알지?”
“응. 쉬이…”
가희는 검지를 자기 입에 가져다 대며 토끼 눈을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놀이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상상력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근데, 막 여기에는 상어가 있는 거래. 그래서 막 비밀을 엳들을 수 있어서 하얀색 모래 밟으면 상어가 나와서 앙 하고 물어버릴 거래.”
“그래? 그럼 여기를 밟으면…”
영수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일부러 하얀, 말라버린 모래 위에 발을 가져갔다.
“안돼. 안돼! 무효무효!”
“아직 안 밟았어.”
영수는 발을 닿을락 말랑한 자세로 멈춰서 가희를 안심시켜주었다.
“저리로 가자.”
가희가 머리를 잡아서 영수의 고개를 살짝 젖어있는 모래가 많은 부분으로 돌려버렸다.
“위잉, 위잉, 위잉, 나는 산처럼 커서 바다를 걸어 다닐 수 있는 로봇입니다. 삐리비립.”
가희에게 적극 호응하며 설정을 추가해주었다.
“히히! 로보트! 저리로 가자!”
가희는 신이 났다.
“삐리비립, 저쪽으로 갑니다.”
영수는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모래 위를 걸었다.
둘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붕어빵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던 다희가 발견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행복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어? 고모다!”
“고모가 어딨냐. 삐삐리빕.”
“저기 있잖아. 우리 고모 울어…”
“음?”
영수가 움찔하며 돌아섰다.
“다희 씨…”
“아, 아니에요. 눈에 뭐가 들어가서.”
다희는 손사래를 치며 얼른 눈물을 닦아냈다.
“아, 그렇군요.”
“어우, 답답해. 가서 안아줘야지.”
가희는 고개를 저으며 영수의 몸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툭!
그리고는 손으로 세게 밀었다.
그 조막손으로 강하게 밀린다고 해서 밀릴 리 없건만, 영수는 마치 가희가 밀어서 그렇게 된 것처럼…
와락!
다희 씨를 강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다 잘 될 거에요…”
영수는 등을 도닥여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슬퍼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지금 이 모습이 너무 행복해서… 계속 이대로만 있었으면 싶겠다 싶어서…”
“다희 씨, 아니 다희야.”
영수는 반말을 하며 다희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가 조금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촉촉한 눈으로 입술을 움찔거리고 있는 모습에 더욱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과 마음속의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들었다.
“우리 이제 같이 살자.”
“네? 저, 저는…”
갑작스러운 영수의 고백에, 다희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영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기 때문이다.
쭈웃…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고, 진한 키스가 오갔다.
영수는 본능에 입술을 맡기고 팔로 다시 뜨겁게 다희를 안아주었다.
“…”
그 시각 가희는 숨을 죽인 채로 뒤로 돌아서 있었다.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작은 손거울이 들려있었고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다희야.”
폭풍이 몰아친 뒤, 영수가 다정하고 편안한 말투로 다희를 불렀다.
“영수… 오빠…”
다희가 얼굴을 붉히며, 영수를 오빠라고 불러주었다.
영수의 입가에 화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결혼식 날짜는 언제가 좋을까?”
미드랜드의 귀족들 사이에 한 가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 트롤 대이주가 남쪽 바닷가의 작은 영지 한국령의 영주 한 남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소문이었다.
대부분 모르는 귀족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큰 규모의 참모진을 가진 대귀족들은 그것이 누군가가 한 남작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퍼트리기 시작한 악의적인 소문이라는 사실을 빠르게 눈치챘다.
평소 마법사로 알려진 그가 흑마법사라는 말이 들려오질 않나, 인마 전쟁 때 마계로 가지 못하고 인간들에 섞여 살던 마족이라는 소문까지 섞여서 돌고 있으니…
이런 악의적인 소문에 머리가 있는 귀족들이라면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특히나 최근 전쟁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라트 왕국의 귀족들은 더욱 몸을 사렸다.
원래, 라트 왕국과 아로네 왕국이 벌인 전쟁은 서로를 멸망시키기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실제로 두 왕가는 두세 대에 걸쳐 한 명쯤은 서로의 왕실의 공주와 결혼을 할 정도로 친했다.
전쟁은 항상, 내부 귀족들의 힘이 강해질 때마다 벌어졌다.
귀족들은 항상 영지를 원하는 속성이 있었다.
힘이 강해지면 귀족들은 내부의 귀족들끼리 영지전을 벌였다.
그러나 항상 내부의 영지는 한계가 있었고, 때로는 강해진 귀족들의 칼날이 같은 귀족을 노리지 않고 왕실을 노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칼날을 돌려야 했다.
귀족들의 힘인 병력과 기사, 돈과 식량을 소모시켜 힘을 빼기 위해 벌어지는 전쟁.
그러던 전쟁이 끝나버렸고 외부로 돌아갔던 칼은 다시 내부로 돌아왔다.
이제 누구를 위해 갈 것인가, 물꼬를 누가 먼저 치냐가 문제였다.
이번 한 남작에 대한 소문은 바로 그, 외부로 돌려진 칼날이 내부로 돌아와 작동하려는 신호탄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컸기에 귀족들은 병력을 점검하고 내부를 점검했다.
한편, 귀족들은 적과 아군을 가리기 위해 사방으로 특사를 보냈다.
최근 트롤의 대이주로 인간들이 길을 확보하지 못해 점점 길가에 출현하는 몬스터들이 많아지고 있는 와중인지라, 대귀족들이 아니면 특사 파견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소문의 중심에 있는 한 남작은 대귀족들의 뜨거운 감자였다.
만나고는 싶은데 다른 이들에게 공격당할까 눈치도 보이고, 또 괜히 안 만났다가는 다른 이들이 만나 그와 힘을 합쳐 쳐들어올 것 같고…
거기다 소문이 반만 사실이더라도, 어쭙잖은 가신을 내려보내서는 한 남작의 심기만 거슬릴 뿐이었다.
그렇다고 핵심 가신을 내려보내자니, 최근 길 사정이 좋지 않아 위험이 너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발 빠르게 대처한 귀족들도 있었다.
한국령 성문 앞.
간트레이그령과 한국령 사이의 길은 안전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기에, 성문 앞은 영지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또가각, 또가각, 또가각…
탈탈탈탈…
그때, 맨 뒤에서 화려한 마차 한 대가 줄을 무시하고 성문을 향해 곧장 달려왔다.
사람들이 줄 서는 것을 관리하고 있던 기사들이 발 빠르게 나서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정지!”
하지만 서지 않았다.
스르릉!
“서지 않으면 공격한다!”
“워워워!”
이힝힝!
푸르…
기사들이 칼을 뽑아 들자, 그제야 마차가 멈췄다.
무려 여덟 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예술품같이 화려한 마차였다.
거기다 말을 몰고 있던 마부부터 평범하지 않은, 마차에 어울리게 화려한 기사의 복색을 하고 있는 기사였다.
스르릉!
“경들은 눈이 있는가? 이것은 귀족의 마차다!”
눈이 부리부리한 기사는 마주 검을 들었다.
기사들이 이쯤되면 살짝 움찔할 법도 한데.
“이것은 영주님께서 직접 정하신 법이다. 영지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기사도 귀족도, 그 누구라도 미리 약속한 공무가 없다면 줄을 서서 들어와야만 한다. 돌아가라.”
한국령의 기사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기사의 앞을 막았다.
말을 몰던 기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감히… 이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아는가? 검귀대공 라이언 일버튼 라트 공작님이시다!”
검귀대공 라이언 일버튼 라트 공작.
라트 왕국의 기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그는 라트 왕국 현 국왕의 삼촌이나, 거대한 반국왕파를 이끄는 귀족이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그의 혈통이나 작위에 있지 않았고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에 있었다.
그는 라트 왕국 기사들 중 가장 강했다.
기사들은 나이트 스톤을 먹고 강해지는데,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었기에 더 강해지기 위해 마법 도구의 힘을 빌렸다.
그런데 검귀대공 라이언 일버튼 라트 공작은 어린 시절부터 기술만으로도 나이트 스톤을 먹은 기사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거기다, 마법의 도움 없이도 마법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마나 나이트의 벽을 깼다.
그는 라트 왕국의 유일한 마나 나이트였다.
비로소 한국령의 기사들이 주춤했다.
“뭔데 소란들입니까?”
그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것을 보며, 성문 시찰을 왔던 크히모스가 달려왔다.
“아, 단장님… 저 귀족의 마차가…”
“누군데 그럽니까?”
“검귀대공 라이언 일버튼 라트 공작님의 마차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경들은 지금 우리 영주님이 누구신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기사단장인 크히모스는 검귀대공의 이름을 들었음에도 하나 움찔하지 않고 한국령 기사들을 다그쳤다.
고삐를 잡고 의기양양해 하고 있던 기사의 안면이 꿈틀거리는데, 크히모스가 그를 돌아봤다.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감히, 한국령에 와서 우리 한 남작님께서 정하신 영지 법을 어기시겠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거죠?”
“감히라고? 허,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그런 망발을 하는 것이냐!”
끼이익…
그때, 닫혀있던 마차의 문이 열렸다.
인자해 보이는 중년인이 얼굴만 밖으로 내밀었다.
“대, 대공님!”
마부를 하고 있던 기사가 검을 집어넣으며 풀쩍 뛰어내려 다급히 발 받침을 문앞에 깔았다.
“허허… 사무스, 너무 뭐라고 하지 말게. 안에서 듣고 있으니 주군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아주 강직한 기사단장이군. 마음에 들어… 그쪽의 이름은 뭔가?”
거인, 검귀대공 일버튼 공작이 마차 밖으로 친히 빠져나왔다.
웃고 있는데도 존재감이 상당했다.
마부를 자청하고 있던 일버튼 공작가의 제1기사단장 사무스는 황송하고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절부절 못 했다.
“저는 이곳의 기사단장인 크히모스라고 합니다. 그쪽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줄 서서 확실하게 신분폐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 영지의 절차입니다. 그만 뒷줄로 돌아가시지요.”
“감히 대공께!”
사무스와 크히모스의 손이 동시에 검 손잡이에 올려졌다.
스릉!
크히모스가 검을 뽑았다.
그러나, 사무스는 검을 뽑지 못했다.
일버튼 공작이 어느새 사무스의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싸울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네. 내 그대의 영주와 직접 만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러니… 검귀대공이라는 나의 명성을 생각해… 잡음 없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군. 이렇게… 부탁하네.”
드드드드…
조용하게 웃고 있는 일버튼 공작의 뒤, 대지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법사도 아니면서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 마나 나이트 일버튼 공작만의 마나 퀘이크, 대마법사의 마나 웨이브 같다는 그것이 발동된 것이다.
크히모스는 차분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왼손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손을 따라 나온 것은 바로 비비탄 총.
그는 일버튼 공작을 똑바로 겨누며 입을 열었다.
“그쪽이 검귀대공이라고요? 그래서 저보고 뭐 어쩌라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