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
사업 시작하기 좋은 날이네.
사업 시작하기 좋은 날이네.
‘도준이가 생각보다 더 좋은 기업을 물어다 줬어…’
거래를 마치고 나온 영수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또 사업가로서도 말이다.
도준이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돈지랄 한다고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건 사업가 한영수가 냉정한 평가하에 한 제대로 된 계약이었다.
원래 부른 가격보다 50억을 썼지만, 가격은 딱 적당했다. 솔직히 두 배가 아니라 네 배를 부를까도 했다.
금액보다는 두 배를 더 주고 인수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만향당은 역사가 120년이 된 기업이다.
역사와 노하우만 하더라도 상당한데, 기업의 창립자 가문은 아는 사람만 아는 독립운동 후원가였다
‘앞으로는 최근 유행하는 개념기업, 도덕기업으로 윤리 마케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 감성, 애국 마케팅 등 일반적인 용연향을 다루는 향수회사라는 타이틀보다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었다.
호씨 일가를 모두 재고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부분도 활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 그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고작 50억을 주고 샀다고 말이 나올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인데, 미연에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을 방지했다.
‘가장 중요한 건 용연향이 들어간 향수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는 거지만…’
용연향을 구하기 어렵게 된 이후로는 세가 기울었지만, 1982년 포경금지법 발휘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및 해외에서 알아주는 명품이었다.
용연향이 들어간 향수는 앞으로 회사의 간판 상품이 될 거다.
‘문제는 그것만 팔 수는 없다는 거지. 많이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사치품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포경금지법 발휘 이후 일반 향수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다가 국제 개방 시대에 맞물리면서 해외의 다른 향수들에 밀리게 된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용연향 사용 기술은 확실히 가치가 있지만, 향수 제조 기술은 낮다는 뜻이지…’
망하게 된 이유가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화장품에 손대려다가 사기도 몇 번 당하고 하면서라고 한다.
그래도 최근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용연향이 들어가지 않은 향수도 괜찮아졌고 방향제나 화장품 부문으로도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용연향이 들어간 고급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명성을 얻고 고급품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다른 저가품 시장도 공략할 생각이었던 영수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경영을 맡긴 호운덕 사장은 받은 돈 중 50억을 그대로 회사에 재투자해 연구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추가로 100억을 더 투자했다.
투자한 금액에 따라 지분율은 4:1로 연구, 개발, 생산은 호운덕 사장이 담당하고 유통과 판매는 자신이 담당하기로 했다.
당연히 소유권은 이쪽에 있었다. 거기다, 투자 금액으로 지분율을 정했기 때문에 추가 투자에 따라 지분율이 올라간다.
저쪽 세계에서 가져온 물건들도 팔아서 투자를 하면, 당연히 호운덕 사장은 영영 소유권은 가질 수 없을 거다.
하지만, 회사의 사장에는 호운덕을 내세울 거다.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만향당의 공장 부지는 임대 계약으로 이번에 계약이 끝났다고 했다.
이번에 계약한 공장 부지의 한 개 동을 만향당에 내주기로 했다.
보증금을 세 배로 돌려주기로 해서 사람들이 모두 나가기로 한 원룸은 이사가 끝나는 대로 직원들의 사택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톡, 톡.
스마트폰으로 잔고를 확인하니 이제 84억 정도 남아 있었다.
“많이 쓰긴 했네…”
물론 오늘 쓴 돈 중 230억을 제외하면 펀드나 부동산 등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140억 정도였다.
자본을 담보로 대출도 할 수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자신은 억 소리 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돈은 있을수록 좋다.
아직 자리잡지 않은 사업 초기에는 이곳에서 버는 돈보다 저쪽에서 용연향 덩어리 하나 주워오는 것이 나을 거다.
그러니 이제, 저쪽 세상으로 넘어가서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할 때였다.
이사한 집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누군가 자신의 땅을 노린다고 했던가?’
간트레이그 남작은 생수통을 사서 군사력을 증가시키길 바랐으니, 그가 바라는 방식으로 군사력 증강을 도와주면 될 것 같았다.
‘어떻게 잡은 호구인데, 최대한 벗겨 먹어야지…’
이쪽에서 싸면서도 저쪽에서는 귀할 만한 물건을 가져가면 될 것이다.
‘그가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을 가져가서 그에게 빚을 지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
보수는 굳이 돈으로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창과 칼이 지배하는 세계, 적당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현지 지배층 간트레이그 남작을 중심으로 지배층들과 거래하는 것, 그것이 영수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었다.
문제는 뭘 들고 가냐인데, 구한다고 해도 도검류나 방어구다.
도검류는 비싸고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그쪽 세계의 병사가 쓰는 방어구보다 좋으면서 싼 건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공장 리모델링을 할 때쯤 주문을 해둔 터였다.
‘남은 것은 어민들을 도와주라는 미션인데…’
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고래였다.
하지만, 고래를 어떻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름만 되면 고래가 출몰한다는 것은 출산기에 따라 이동하다가 벌어지는 해프닝 같았다.
그것보다는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해결해줘야 했다.
‘그물이 약해 보였어…’
현대의 그물은 고래가 쉽게 찢지도 못한다. 간간이 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었다고 뉴스에 나올 정도.
고래에게 그물이 찢어진다는 어민들의 말을 들으면, 그물이 얼마나 원시적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을 공략하면 될 것 같았다.
‘미션을 깨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72시간은 거기서 보내야 하니까, 정보를 수집하면 되겠지…’
정보를 수집하고, 용연향을 주워오고 그곳에서 물물교환만 해도 한국에서 쓸 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었다.
생각하며 오다 보니 어느새 주공아파트에 도착했다.
이삿짐센터에 포장이사를 맡겨두고 처음으로 오는 거였다.
내 집이지만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 상황, 하지만 택배 기사를 하면서 자주 와봤기에 길까지 어색하진 않았다.
‘내집이라…’
잘 나갈 때도 비용 때문에 일부러 작은 오피스텔을 빌렸고 망한뒤로는 계속 원룸에 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사업의 빚을 갚느라 물려주신 집도 날려서, 방 두 개 이상 있는 집은 정말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반겨주시는 부모님이라도 있었는데…’
가끔씩 지치면 본가에 들러 밥 한끼 하고 자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가도 텅 비어있을 뿐이다.
“후우…”
영수의 집은 307호였다.
305호는 가희가 사는 집이었다.
우연이 아니라, 갔더니 매물이 있어서 산 거다.
혹시나 해서.
‘같은 라인에 살다보면… 만나겠지?’
드드드, 끼릭, 철컥.
영수는 피식 웃으면서 열쇠를 돌렸다.
철컥.
막 문을 열었을 때였다.
끼이이익…
그때 옆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누군가 305호에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두근.
“나도 나갈래! 어? 웃긴 아찌다!”
그녀들이었다.
가희의 발랄하고 활기찬 미소가 보였다.
저 꾸밈없는 미소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느낄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여, 여기서 너무 반가운 티를 내면 너무 이상하게 보일 거야.’
영수는 티가 나지 않게 살짝 웃으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완벽했다.
라고 생각했다. 영수 스스로는…
“안. 녕? 가. 희. 야? 여. 기. 서. 만. 나. 네?”
“헤헤. 아찌 로봇가타! 얼굴 되게 웃껴!”
가희는 까르르거리며 영수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렇게 어색했나? 살짝 당황도 됐지만 가희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바라보니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
그런데 뒤편에서는 가희 고모가 놀란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서, 설마 관심 있어서 일부러 여기 이사 왔다고 나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