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0)
대공님, 그럼 시작해볼까요?
대공님, 그럼 시작해볼까요?
“허?”
일버튼 공작은 기가 찼다.
자신이 어디서 이런 대우를 받는단 말인가?
아무리 자신이 반국왕파의 수장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왕궁에 갔을 때도 세우는 사람이 없었다.
국왕과의 독대조차 언제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아니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답이리라.
화가 났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슬쩍 뒤로 물러났다.
“네, 네 이놈! 감히 마법사 나부랭이를 영주로 둔 시골 변방의 기사 주제에 대공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스릉!
사무스가 칼을 뽑고 달려들고 있었다.
일버튼 공작은 일부러 말리지 않았다.
그의 능력은 자신이 보장한다.
자신의 영주를 믿고 떠드는 실력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촌놈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쎄엑!
크히모스는 검을 피해 빠르게, 멀리 뒤로 물러섰다.
“그럼, 이제부터 정당방위다!”
그는 오히려 검을 치우며, 비비탄 총의 끝을 사무스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일버튼 공작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작은, 방패도 단검도 아닌 것으로 뭘 어쩌려고?
“죽어라!”
사무스가 달려들었다.
끼기기…
퐁!
방아쇠가 당겨졌다.
“피!”
콰직!
순간, 일버튼 공작이 땅을 박차며 사무스를 향해 달려갔다.
내리치고 있는 그의 검을 빼앗아 들고 마나를 발출.
퍽!
동시에 사무스를 멀리 쳐냈다.
“해!”
비비탄 총알과 마나 검이 부딪쳤다.
콰쾅!
비비탄 총알이 산산이 부서졌다.
“큭!”
일버튼 공작의 몸은 허공으로 떠 두 발이나 밀려났고, 터져버린 비비탄의 파편은 크히모스를 덮쳤다.
따다닥!
카캉카카카카캉캉캉!
콰직!
먼지가 흩날렸다.
“단장님!”
뒤로 물러났던 한국령의 기사들이 크히모스를 불렀다.
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크히모스의 모습은 가히 난장판이었다.
입고 있던 쇠 갑옷은 다 깨지거나 찌그러져서 그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게 해줬다.
오로지 멀쩡한 곳은 노오란 투구뿐, 급히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얼굴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런 충격에도 그가 속 안에 입고 있던 검정색 타이트한 가죽처럼 보이는 내복은 찢어지기는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괜찮다! 강한 적이다. 데프콘 하나 발령, 모두에게 착총을 허가한다.”
크히모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갑옷 안에 영주님이 하사하신 전신 마법 갑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니…
“착총!”
철컥!
기사들은 품속에서 비비탄 총을 꺼냈다.
뒤에 있던 병사들은 거리를 벌려줄 수 있는 창을 버리고 정글도를 뽑아 들었다.
“으음… 무시무시한 아티팩트로다. 이곳 영주의 능력이 이정도란 말인가?”
일버튼 공작은 신중한 표정을 하고 기사들이 꺼낸 비비탄 총을 경계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
마나를 씌웠는데도 중간이 똑 부러져 있었다.
급히 마나를 씌웠다고는 하나, 자신이 직접 내려준 사무스의 검에는 무려 5푼의 미스릴이 섞여 있었다.
“사무스.”
일버튼 공작은 앞을 주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사무스를 불렀다.
“나의 1번 검을 꺼내주게.”
“네? 드와프가 만든 통짜 미스릴 검을 말입니까?”
사무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구구구…
하지만, 일버튼 공작은 반이 부러진 검에 마나를 씌우며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일 뿐이었다.
상대의 아티팩트를 경계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막 사무스가 마차를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움직이지 마십시오. 두 분은 우리 영지를 향해 적대 행위를 하셨으니, 신병을 구속하겠습니다.”
철컥!
크히모스가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사실, 이때가 일버튼 공작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기회였다.
경비 근무에 지급된 비비탄 총은 전자동으로 장전되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장전해야 하는 총이었던 것이다.
“감히, 네놈들 따위가…”
사무스가 으르렁거리며 돌아서자, 뒤에 있던 기사들이 그를 겨누었다.
“움직이면 쏘겠습니다.”
“사무스 그들의 말대로 하지.”
“하지만 대공님?”
푸스스…
일버튼 공작은 전의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검에서 마나를 해제하며 반검을 땅에 집어 던졌다.
“대단한 아티팩트다. 아티팩트가 세 개. 두 개까진 막겠지만, 한 발은… 막을 수 없다.”
“그, 그런?”
“항복해라. 사무스.”
“신중하신 선택입니다. 병사들, 포박해!”
크히모스의 명령에 병사들이 밧줄을 들고 달려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일버튼 공작이, 남작가의 병사들에게 자발로 잡혀가는 모습은.
기사단장인 사무스는 이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찡긋.
‘아…’
일버튼 공작이 이쪽을 돌아보며 윙크를 보내왔다.
‘대공님께서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거구나. 저 아티팩트의 위력 가지고 대공님을 어쩔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 순순하게 잡혀가는 척하며, 아티팩트가 어떤 건지 조사하려는 거겠군.’
안심하는 사무스.
두 사람은 그대로 영지의 지하 감옥까지 끌려가 버렸다.
철컥, 철컥.
밧줄이 풀리고, 두 사람의 팔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마차와 가진 소지품을 통해 신분을 파악하고, 영주님께 따로 보고드리도록 할 테니 그동안 얌전히 있으시오.”
끼이이이… 쾅!
문이 닫히고 기사들이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뒤, 사무스가 웃으면서 일버튼 공작을 돌아봤다.
“대공님. 이제 이 수갑을 부수고 탈출해서 들쑤시는 겁니까? 크으… 오래간만에 대공님을 보필하는군요. 아로네 왕국 로함달 영지 방면전에서 이후로 정말 오래간만이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입가에 웃음을 띄우는 사무스.
대공과 함께 위험천만한 마법사의 영지에서 탈출하고 들쑤셔서 아티팩트를 탈취한다.
이 얼마나 짜릿하고 재미난 모험담이란 말인가?
그런데, 일버튼 공작은 아무 말이 없었다.
표정도 심각한 것이…
“하아…”
일버튼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그러십니까? 대공님.”
“사무스…”
“넵.”
“자네, 이 수갑 좀 풀어줄 수 있겠나? 이 수갑을 찬 이후로 몸속 마나가 안 움직이고 있네.”
“…”
일버튼 공작이 영지에 왔다는 보고는 다음 날 정기 보고 시간이 되어서야 영수의 귀에 들어갔다.
“일버튼 공작? 중요한 사람인가요?”
“라트 왕국 내에 그런 걸 물어보시는 귀족님은 영주님밖에 없을 겁니다. 아니 모든 왕국 통틀어 그를 모르는 귀족이 있다면 반드시 다른 세상에서 온 자일 겁니다.”
영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재촉했다.
하메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검귀대공 라이언 일버튼 라트 공작은 전대 국왕의 동생으로 왕위를 물려받은 뒤 숙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의 형제였습니다.”
“왜 살아남은 거죠?”
“같은 질문을 그의 장인이었던 재무대신 라우네 백작이 했었는데, 차마 왕국의 대검호가 되어 왕국을 수호할 아우를 죽일 수 없었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일버튼 공작은 왕국의 유일한 마나 나이트가 되었죠.”
“마나 나이트?”
“기사의 최고봉, 마법사도 아니면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를 말합니다.”
“으음… 기사 위로도 또 다른 게 있었구나…”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마나 나이트라는 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방법을 알아내서 가희한테 알려줄까? 요즘 세상도 험악한데…’
“영주님. 마나 나이트입니다.”
“그렇군요. 마나 나이트. 아, 그렇구나. 아? 국내의 유일한 마나 나이트라고 했나요? 이야. 놀랍네요. 왕국 내 유일한 마나 나이트… 그렇군요.”
영수는 놀라는 척했지만, 말투는 별일 아니지 않냐는 태도였다.
“후우… 하긴, 영주님 앞에서 마나 나이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 그럼 국왕이 보낸 사람이겠군요.”
“아닙니다. 그는 국왕과는 정 반대에 있는 인물이니까요.”
“네? 전대 국왕의 동생이면, 현 국왕에게는 삼촌 벌 아닌가요?”
일버튼 공작이 마나 나이트라는 것은 감흥도 없었다.
하지만 삼촌이 조카의 반대에 있다는 상황은 흥미로웠다.
“현 국왕에게는 전대 국왕을 시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촌이긴 하지만 일버튼 공작이 국왕을 반대하는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 거죠.”
“자신을 살려준 형을 죽인 조카라… 반역을 일으킬 명분은 충분하군요.”
“그건 아닐 겁니다.”
하메르의 대답에 영수가 급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반대파라면서요?”
“반국왕파에는 여러 파벌이 있습니다. 국왕을 밀어내고 자신의 가문을 왕가로 세우려는 파벌이 두 개 정도, 다른 왕족을 왕으로 세우려는 파벌이 셋, 이권 때문에 국왕을 반대하는 파벌이 두 개.”
“일버튼 공작도 왕가의 혈통이니, 다른 왕족을 왕으로 세우려고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그는 현 왕의 형인 일 왕자를 아들로 삼아 보호하고 있지요. 하지만, 파벌들 중 군사력은 가장 약합니다.”
“그렇다면 영지를 방문한 이유는… 제가 가진 힘이나 재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자신의 파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온 것이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런데 혹시… 아닙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하려던 하메르는 말을 아꼈다.
그가 뭘 걱정하는지는 대충 알겠다.
“저는 누가 왕이 되든 관심 없습니다. 그냥 우리 영지가 잘 먹고 잘살면 되지, 남의 영지를 침범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남이 우리를 치정 싸움에 이용해먹게 둘 생각도 없고요.”
“후우… 다행입니다.”
하메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가 걱정하는 부분은 영수가 짐작하는 것과 비슷했지만, 조금은 달랐다.
‘몬스터가 일하면서 살고 있는 영지인데, 다른 영지에 쳐들어가면 그야말로 마왕이나 마족으로 오인받지…’
영지의 상황이 소문나서 인간들이 마왕을 때려잡겠다고 쳐들어오면…
솔직히,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것은 영주대리인 자신이었다.
영지의 세부 경영에는 관심 없는 영수를 대신해 자신이 일을 다 할 생각을 하니 아찔한 하메르였다.
“아, 그런데 그 일버튼 공작은 어디 있는 거죠?”
“입구에서 새치기를 하려다가 기사들을 공격해서, 기사들이 감옥에 가둬두었습니다.”
“호오? 일 처리를 참 잘하는군요. 당시 경계를 섰던 기사들과 병사들의 이번 달 월급에 보너스를 지급하십시오.”
영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어쨌든 난동은 최하 15일 구류입니다. 거기다 영지의 병사을 공격하려고 했으니, 가중처벌해서 60일 구류로 하죠. 그럼 그 일은 됐고… 다른 일은요?”
“아, 1호 터널 개통이 끝났습니다. 2호 터널도 시공을 들어가면서…”
영수는 일버튼 공작에 대한 이슈를 머리에 지우고 밀린 일을 처리했다.
일을 다 마친 영수는 안단테와 놀아주었다.
점심을 먹은 뒤, 안단테와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영수가 귀에 잠시 집중해 영지 사람들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다가 시끄러운 쇠사슬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일버튼 공작은 영영 감옥에 갇힌 채로 영수의 머릿속에서 영영 잊혀졌을 지도 몰랐다.
쩔그렁, 쩔그렁, 쩔그렁, 쩔그렁, 쩔렁, 쩔…
“크윽… 죄송합니다. 힘을 쓸 수가…”
사무스는 거의 울 것 같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일버튼 공작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무릎 꿇은 사무스를 일으켜 주었다.
“그만하게. 내가 어리석었지… 남작의 영지 지하에 능력봉인 마법 수갑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마법사 놈이 점을 쳐서 대공께서 오신다는 것을 알고 함정을 판 것이 분명하옵니다. 음흉하고 계획적인… 치밀한 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다리면… 우리 기사들이 구하러 와주겠지.”
“대공께서 행선지를 비밀로 하라 하시어, 일부러 어디에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흔적을 찾자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상황을 모를 테니 시간이 흐른 뒤에나 찾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흔적들이 사라질 텐데…”
“끄응… 자네는 참… 강직한 기사단장이로군.”
“감사합니다. 대공님.”
“끙…”
지난번 봤던 이 영지의 기사단장이라는 자에게 말했을 때처럼, 이번건 칭찬이 아니었다.
원래는 총명했던 자인데, 이제는 그 말뜻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총기가 흐려졌다.
고작, 하루를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얼굴에는 절망이 어려있었다.
전장에서조차 화려한 막사에서 생활하던 두 사람이다.
언제 이런 감옥에 갇혀봤겠는가?
철컹, 철컹.
뭐해! 잡아!
끼이익…
끄윽, 끄아악! 놔라!
크윽! 강하다!
챙! 챙!
밖이 소란스러웠다.
“누, 누군가 온 것 같습니다.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기사단인가?”
두 사람의 안색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그긍그긍!
그때 감옥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갑옷을 입은 누군가가 감옥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일버튼 공작이 아는 얼굴이었다.
“오! 자네는 후루앙 백작가의 백금 기사단장 체프가 아닌가? 날세, 날 좀 풀어주게! 힘을 봉인당하는 바람에,”
퍽!
“들어가라!”
그때, 예의 그 영지 기사단장, 크히모스가 안으로 들어오며 체프를 발로 밀었다.
뒤로 묶여있는 그의 손.
“…”
“뭣들 하는 겁니까? 다른 사람들도 빨리 제압하세요.”
“죄송합니다. 단장님. 갑옷은 다 썰어놨는데,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거기! 맨살이니까 이제 그냥 투구로 패!”
퍽! 퍽! 퍽!
“크윽! 살려주십시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일버튼 공작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