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1)
이게 진짜 일리 없어.
이게 진짜 일리 없어.
“아, 영주님 오셨습니까?”
막 감옥을 빠져나오던 크히모스가 가볍게 예를 취했다.
“고생하시는군요. 안 그래도 하메르에게 일 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너무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말입니다.”
“오늘 잡혀들어온 죄수들이 제법 난동을 피워서, 죽지 않게 잡아넣으려다 보니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음… 다음부터는 난동을 부리면 그냥 총이나 칼로 팔다리 하나 부수십시오. 난동꾼 다치지 않게 제압한다고 하다가 괜히 우리 기사들이나 병사들 다치면 그게 무슨 바보짓입니까? 어차피 팔다리 하나 잘려나가도 힐링포션이 있고, 돈이야 그들에게 어떻게든 뽑아내면 되니…”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잠시 순찰만 하고 가겠습니다.”
“제가 모실까요?”
“괜찮습니다. 가서 일 보십시오.”
크히모스는 목례하며 감옥을 완전히 빠져나갔다.
가라니 간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다른 귀족이었다면 은근히 안내해달라고 하거나, 대접받기를 원했겠지만 자신의 영주인 영수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괜히 자신 핑계 대고 남아서 일 안 한다고 혼만 날 거다.
쿵쿵!
“신분, 성명, 오징어.”
안에 있는 간수가 외시창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나 영주야 문 열어.”
“신분, 성명, 오징어.”
영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영주, 한영수, 꼴뚜기.”
끼이익…
“영주님 오셨습니까?”
병사들은 자신이 영주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으면 아무리 교육을 해도 ‘나 영주야.’ 한마디면 바로 문을 열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군기인지 알던 사람들이라 바꾸는 데는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충!”
“특별한 죄수들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귀족가의 죄수들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들은 2호실에 있습니다. 벌써 수갑을 다 써서, 다른 귀족들은 3호실에 가둘 생각입니다.”
“수갑을요? 두 명 아니었습니까?”
“원래 일버튼 공작가 사람들 두 명이었는데, 조금 전에 막 후루앙 백작가의 기사들이 난동을 피우다 잡혀들어왔습니다.”
“그렇군요.”
‘귀족들이 우리 영지에 관심을 갖는다라…’
그동안 조용하던 귀족들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영지에 방문한다는 것은 현재 왕국에 뭔가 정치적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굳이 복잡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은 영수였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방문했고 그 사실만으로도 소문이 생겨날 거다.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대처는 해야 했다.
‘기사들에게는 최소 전신 타이즈에 오토바이 헬멧을 지급해서 군사력을 높여놔야겠군…’
드드드드드…
“충!”
대기하고 있던 간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그들을 본 영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병사들의 옷은 이리저리 찢겼고, 심지어 피가 묻어있었다.
“다치신 겁니까?”
“제압 과정에서 조금 다쳤습니다.”
선임병이 대답했다.
“영주부에 가서 힐링 포션을 지급 받아 치료하고 영양보충 하신다음에 오십시오. 이건 명령입니다. 오실 때까지 제가 관리하고 있죠.”
“그…”
선임병은 망설였다.
그러나 이제는 병사들도 영수가 하는 말들이 허투루 하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만 명령으로 내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렇게 하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강제 노역을 시켜서라도 보상은 죄인에게 톡톡히 받을 겁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영주부에 힐링 포션을 요청하십시오. 힐링포션은 썩어나는 영지니까요.”
“넵!”
선임병은 경례를 하며 병사들과 함께 물러났다.
덜걱, 덜걱…
쩔뚝이며 걸어가는 병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영수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
고문을 위해 방음이 되어 있는 감옥 문, 귀를 기울이자 문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와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쩔그럭, 쩔그럭, 철렁!
“크윽… 저는 여기까집니다. 대공.”
“그럼 바로 다음 사람 와주게. 수갑도 쇠기 때문에 언젠가 이렇게 하다 보면 마모돼서 풀릴 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노력해주게, 수갑만 풀면 내가 이곳을 누구도 살아있지 않은 곳으로 만들 테니.”
‘뭘 어떻게 한다고?’
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에서 간수들의 일지를 꺼내 들었다.
죄수들이 가지고 온 물품들의 목록이었다.
그긍, 끼이이익…
“모두 제자리로.”
쩔그렁, 쩔그렁…
일버튼 공작의 명령에 죄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극.
문이 열리고 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 그대가 영수 한 남작인가?”
일버튼 공작도, 다른 죄수들도 모두 그가 영수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긴장했다.
이곳에서는 보기 힘든 검은 머리, 거기다 영수가 입은 옷은 미드랜드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복색이었다.
“다들 아는 것 같으니 인사 생략 하지. 아, 며칠 전 드와프들이 와서 죄수들 가두는데 지금 수갑은 자기들끼리 부딪혀서 마모될 수 있다고, 특별히 미스릴 합금으로 코팅해도 되겠냐고 묻더군. 그러라고 했다.”
자기사람을 죽인다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었다.
철그렁…
일버튼 공작은 자신의 손에 묶여있는 수갑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수갑에 드와프들을 쓰는 것도 모자라, 직접 미스릴 합금으로 코팅했다고? 무기에 쓸 것도 없는 그 귀한 것을…”
영수느 일버튼 공작의 말을 무시했다.
“밖에서 다 들었다. 영지를 어떻게 한다고?”
“…”
“네 이놈, 사악한 마법사 놈아. 기대해라! 우리 대공께서 풀려나시기만 한다면, 네놈의 영지를 풀 한 포기조차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어주실 거다!”
일버튼 공작은 가만히 있는데, 사무스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누가 풀어준대?”
“뭐?”
“나가자마자 영지를 공격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뭐가 좋다고 풀어줘? 잘됐네. 마침 본보기가 필요했는데, 검귀대공 일버튼과 그 외 떨거지들이 여기서 죽어 나간다면 다른 영지의 귀족들도 내가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겠지.”
“그, 그건…”
“사무스 그만. 냉정하게 생각해라. 나라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라면 나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의 말대로 목을 베어 광장에 효수하여 자신의 강함을 알리는 데 쓰겠지.”
“…”
분위기를 파악한 사무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럼, 다들 죽어 나갈 날만 기대하고 있으라고.”
영수는 그대로 돌아서서 감옥을 빠져나갔다.
“이거 큰일이군. 수갑이 풀리면 마법사인 그는 마나 나이트인 나를 상대할 수 없을 테니. 풀려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겠어. 아주 이성적인 판단이야. 나라도 저렇게 했을 것이야.”
밖으로 나가던 영수는 피식 웃었다.
“대공님, 정말…”
기사들의 안색은 사색이 되었다.
“걱정하지 마라. 그가 정말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다만 우리를 풀어줬다가는 자신이 죽을 것 같아 저러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우리는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저기 한 남작의 자비에 달렸겠지. 우리가 그의 영지에서 너무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니. 만일 풀려나더라도 큰 보상이 필요하겠지…”
“그런…”
피식.
일버튼 공작은 노련했다.
그는 먼저 자신을 풀어주고 싸움을 받아들이도록 도발을.
그게 안 통하자 이성적이라며 칭찬을.
그래도 안 통하자, 반성한다는 식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관용을.
마지막으로는 보상을 언급하며 매수까지 하려 했다.
짤랑…
영수는 책상 위에 있는 수갑 열쇠를 집어 들었다.
“하하하. 이거 분위기가 험상궂은 것 같아 제가 장난을 좀 쳐봤습니다. 귀족분들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감옥을 구경하시겠습니까? 어찌, 감옥은 편안하셨습니까?”
영수는 웃으면서 다시 감옥에 들어왔다.
“오오!”
일버튼 공작이 반가운 표정으로,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 손에 들린 열쇠를 바라봤다.
“한 남작, 내가 잠시 그대의 영지 법에 저촉된 행위를 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네. 몰라서 그랬지, 아는데도 그랬겠는가? 그리고 내가 영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여기 있는 이들을 안심시키려고 그냥 하는 말이었네. 설마, 내가 이곳에 그대와 적이 되려고 찾아왔겠는가? 하하하.”
일버튼 공작은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에는 사무스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입을 꾹 다물고 억지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성문에서 기사단장이 크히모스까지 나와 알려주는데 무시했다고 들었다. 아마, 기사들을 도발해 나를 끌어내려거나 영지의 군사력을 시험해보려고 하는 수작이었겠지.’
영수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입가에는 영업용 미소를 띄웠다.
“아이고, 설마 제가 먼저 알았다면 검귀대공 일버튼 공작님께 저희 영지의 법을 강요했겠습니까? 세상에는 예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버튼 공작님은 바로 그런 예외의 분이시죠.”
짤랑, 짤랑.
영수는 머리를 긁고 과도하게 액션을 취하며 일부러 손에 든 열쇠를 소리 나게 흔들었다.
일버튼 공작은 물론이고 다른 기사들의 눈도 계속 열쇠를 따라간다.
“하하. 이거 나는 그렇게 특별 대우받기에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네. 그래도 자네 영지에 온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어. 앞으로는 마법사가 다스리는 영지에서는 각별히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 아주 좋은 교훈이네. 좋은 교훈을 줘서 고맙네. 내 여길 나가면 꼭 보답하도록 하지.”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까도 그렇고 정말 보상을… 주시겠다는 겁니까? 안 그래도, 그냥 풀어드리기에는 제 위신도 있고 영지에 보석석방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보상을 주시면 바로 풀어드리는 제도가 있긴 한데. 연구비도 좀 부족하고…”
영수가 눈을 빛내며 일버튼 공작을 바라봤다.
“보상 말인가?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이곳에 같이 좋은 일 하자고 왔지, 싸우러 온 사람도 아니고 보상, 아니 선물은 기본적으로 줘야 하는 게 당연하지.”
“오! 그럼, 혹시 압수 목록 중에 있는 일버튼 공작님의 통짜 미스릴 소드를 제가 가져도 되겠습니까? 안 그래도 마법 실험에 필요한 재료라서 말입니다.”
“통… 짜 미스릴 소드 뿐만이겠나? 다른 검들도 다 갖게. 원래도 귀한 광물들로 만들었지만 나 검귀대공 일버튼 공작이 사용하던 것이라고 하면 더 높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것으로 실험에 보탬 되길 바라네.”
일버튼 공작은 경직된 얼굴로 더 진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화통하게 대답했다.
“하하하. 이거 굳이 주시겠다면야.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거, 정말 불편하셨겠군요. 제가 지금이라도 풀어드리겠습니다.”
영수는 열쇠를 들고 일버튼 공작에게 다가갔다.
‘마법사라는 놈이 멍청하게… 보물에 눈이 멀어 제 놈 목이 떨어져 나갈지 모르고 열쇠를 풀어주려고 하는구나. 그래, 이것만 풀어라. 죽여주마 내가…’
‘열쇠만 풀어주면 죽인다! 따위를 생각하고 있겠지?’
영수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그 비릿한 미소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철컥, 철컥.
두 수갑을 완전히 풀 때까지, 일버튼 공작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기다렸다.
“다 풀렸습니다.”
“음… 마나가 몸에 다시 도는군, 개운해… 오해를… 풀어줘서 정말 고맙네.”
일버튼 공작은 자신의 팔목을 어루만지며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하하. 불편을 겪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자, 다른 분들도 풀어드려야죠? 제가 직접 풀어드리겠습니다.”
쩔렁.
영수는 키를 가지고 다른 기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 시각, 일버튼 공작은 팔을 주무르며 감옥의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말이네, 한 남작.”
일버튼 공작은 감옥의 문에 손을 올리며 영수를 불렀다.
“네. 일버튼 공작님.”
영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하며 기사들의 수갑을 푸는 데만 집중했다.
“자네는 정치와 정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군.”
뿌드드드득… 콰득!
감옥의 문이 뜯겨 일버튼 공작의 손에 들렸다.
그는 기사를 뛰어넘어 마나 나이트가 된 지도 오래였다.
무기를 가리지도 않았고, 마나의 수발도 자유로웠다.
감옥 문은 그에게 아주 좋은 무기였다.
쎄엑!
형식에 벗어난 그의 검이 영수의 머리를 노렸다.
‘네놈이 마법사라 하더라도, 나의 마나 소드는 마법조차 가른다!’
마나 소드가 영수의 머리를 갈랐다.
파슷.
‘어?’
하는 순간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마나 소드.
깡!
그리고 영수의 머리를 때리며, 그대로 구겨져 버리는 감옥 문.
“컥!”
하며 반발력에 튕겨 날아가는 일버튼 공작.
꿀럭…
속을 다쳤는지, 피를 토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대, 대공…”
“대공 님! 괜찮으십니까!”
손이 풀려난 기사들은 일버튼 공작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드드드드…
영수의 몸에서 감옥 내의 모든 이를 옥죄이는 마나 웨이브가 뿜어져 나왔다.
“다들, 보석금을 낼 수 있다면 석방입니다. 아니면, 보석금 채울 때까지 일하시면 되고요. 일버튼 공작님은 좀 전에 살인 미수 하나 추가하셨네요. 이번 보석금은 좀 더 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