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3)
The 가희 비기닝.
The 가희 비기닝.
일버튼 공작은 고개를 돌리며 말 건 사람을 외면했다.
“저, 저는 그런 훌륭한 분이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아니, 일버튼 공작님께서 여기 이러고 있으시다니… 아… 아무리 영주님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그러니까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요? 저, 저는 일이 바빠서…”
“일버튼 공작님, 접니다. 일버튼 아카데미 27기생 소르크요. 공작님께서 연설 시간에 그러셨죠. 살아만 있으면 나처럼 강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찾아오니, 우선 살아만 있어라. 그러면 너희들도 기사가 될 수 있다. 라고요.”
“끄응…”
일버튼 공작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시하는 드와프를 살폈다.
힐끔 이쪽을 바라보던 그는 소르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렸다.
“『다들 조금만 더 쉬어라.』”
거기다 오히려 쉬는 시간을 더 주었다.
다른 노역자들이 일버튼 공작을 응원한다는 듯이, 무언가 기대어린 눈으로 돌아봤다.
“크, 크흠… 후우우우우… 그래, 내가 일버튼 공작이 맞네.”
어딜 가나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밝혀만 왔던 일버튼 공작이다.
어디서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숨기려고 애써봤겠는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얼굴은 붉어져만 갔다.
“어쩌다 이렇게 되신 겁니까?”
“후우우우우… 말하자면 긴데… 그냥 어쩌다 보니…”
일버튼 공작이 말을 얼버무리고 있는데, 감독관이던 드와프가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아는 죄수입니까? 잡부 1호면 가만있어 봐… 성문에서 새치기 그리고 난동… 어이쿠. 하하, 푸하하하하! 이거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아니 간을 밖에다 두고 다니시는 분이구먼? 영주 살인 미수라고? 하하하. 내 근 100년간 가장 웃긴 말을 들었군. 푸하하하하. 누굴 죽이려고 했다고? 푸하하하하!』”
서류를 뒤적이던 드와프가 배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소르크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일버튼 공작을 돌아봤다.
“아니,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영주님을 살해하려고 했다니요? 그분이 어떤 분인데요? 일버튼 공작님 같은 분 100명이 달려들어도 털끝 하나 다치지 못하게 하실 분입니다. 아니, 과연 다치게 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지… 아니, 대체 왜 그런 자살행위를 하신 겁니까?”
일버튼 공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기분 나쁘고 가슴 아픈 말이지만, 자신이 경험한 바로는 그 말이…
너무 사실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속 쓰린 그였다.
‘하아… 괜히 기사들한테 센척하려고 하지 말고 그때, 그냥 보석 석방을 받아들이고 넘어갔다면…’
“하아… 이거, 영주님께 청해보려고 했는데… 이정도면 너무 힘들겠는데요? 하아… 영주님께서… 그래도 부탁을 하면 하아… 아… 은사님을, 아아…”
소르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소르크라고 했던가? 27기생이면 리드미히가 1등으로 졸업했던 햇수지.”
“네. 그때는 리드미히가 1등이었죠…”
소르크의 얼굴 표정이 살짝 어두웠다.
일버튼 아카데미의 최근 졸업한 기수가 36기수였다.
무려 10년 전 일이고 36개의 기수를 졸업시켰던 일버튼 공작이 27기의 1등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졸업식 때 자네는 리드미히의 뒤쪽 줄엔가 서 있었을 거야.”
“아, 맞습니다.”
소르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검귀대공 일버튼 공작이 자신을 기억하다니…
“다른 건 자세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 내가 자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 비록, 자네는 리드미히처럼 괜찮은 가문을 등에 업은 것도 아니고 그보다 검술 실력이 더 뛰어난 것도 아니고, 오라고 하는 귀족들도 없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자네는 만성형 인재니, 언젠가 꼭 기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결국 기사가 되었군. 아카데미의 교장이기도 한 나로서는, 정말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어.”
소르크가 감동스러운 표정으로 일버튼 공작을 바라봤다.
그가 지금 한 말은 그때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무려 10년이 지났을 텐데… 한 기수에 500명, 만을 훌쩍 넘는 제자들을 가르쳤으면서 자신에게 했던 말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니…
“여, 영광입니다. 일버튼 공작님의 말을 믿고, 제가 그 말만 듣고 10년을 버텼습니다. 공작님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일버튼 공작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는 초탈한 표정으로.
그는 어떻게 소르크를 기억하는 것일까?
마나 나이트가 되면, 기억력도 좋아지고 머리도 총명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만 명의 기사 후보생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후우, 다행히 귀하게 자란 가문의 기사가 아닌 것 같아 말했더니, 정말로 세 번째 타입이었군. 멘트를 돌려가면서 말하길 잘했어.’
검귀대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검술의 달인이자, 정치의 달인, 수완가이기도 한 일버튼 공작은 스스로의 철두철미함에 감탄했다.
1등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기사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가 어떻게 서는지는 어떻게 아냐고?
당연히, 1등이 앞에 서고 나머지는 다 그의 뒤에 삼각 대형으로 선다.
졸업식 때 1등 뒤에 있었다고 하면, 무조건 맞다.
혹시 몰라 했던 말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잘하면, 석방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데리고 도망가 주겠지. 보석금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어렵겠군.’
“크흑, 일버튼 공작님의 조언으로 비로소 주군을 만났는데, 하필이면 죄목이…”
“허허. 잘 되었네. 챙겨주려고 해서 고맙네. 나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 쓰지 말게. 노역으로 임금을 모아 보석을 하거나, 살인 미수로 10년만 살면 해방을 시켜준다고 하니…”
“안 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가서 영주님께, 청해라도 보겠습니다.”
“은사님이라고요?”
“네.”
소르크는 영수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흠… 소르크의 은사님이라…”
영수는 턱을 괴며 머릿속으로 일버튼 공작이라는 인물을 떠올렸다.
‘수완이 대단한 아저씨였지. 소르크 같이 순진한 기사들이라면 손쉽게 구워 삼켰을 거야…’
“저뿐만 아닙니다. 라트 왕국의 많은 기사들이 일버튼 아카데미에서 검을 배웠습니다. 전대 국왕님의 동생이자 폐왕자가 되신 일왕자님을 양자로 삼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국의 많은 기사 지망생들은 일버튼 공작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 손에 가르침을 얻은 기사들도 많고요.”
“그런가요? 영향력도 상당히 있고… 교육도 제법 잘하는가 보군요.”
“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보석금을 갚아야 한다는데, 할 수 잇으면 제가 대신 갚겠습니다. 부디, 그분만은 풀어주시면…”
소르크는 심장에 주먹을 대며 간곡히 부탁해왔다.
“일버튼 아카데미 출신이라, 흐음…”
한 기수에 500명까지 졸업할 수 있고, 그중 절반 정도는 3년 안에 기사가 된다고 한다.
그 정도면 정말 높은 정도의 기사 합격률이라고.
‘쓸모없이 힘만 센 놈인지 알았더니… 생각보다 쓸모가 있을지도.’
“알겠습니다.”
“네?”
“일버튼 공작을 석방해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제가 한 입으로 두말합니까?”
“아, 아닙니다.”
영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풀어주겠습니다. 대신, 제가 바보가 될까 봐 이런 것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아주 세밀하게 계약서 하나 쓰셔야 할 것 같네요. 일버튼 공작님…’
“이걸로 몇 알째지?”
“다섯 알!”
“우리 가희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잘하고 있어요?”
“응! 힘도 이만큼 세졌어!”
가희가 웃통을 까며 팔로 알통을 보여주었다.
너무 작은 크기라서 피식,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우우…”
놀리는 줄 알고 삐진 가희가 거의 자기 몸무게의 절반은 될 것 같은 두툼한 나무로 만든 탁자 다리를 한 손으로 집더니…
탁자를 그냥 띄웠다.
이정도면 이 나이 또래에서는 강한 것 이상일 것이다.
물론, 탁자가 그렇게 무거운 것은 아니다.
영수만 해도 강화하기 이전에도 저런 탁자는 한 손으로 다리를 잡아서 띄울 수 있었다.
대신, 조금 흔들렸을 것이다.
가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섯 살처럼 보이는 일곱 살짜리 여아가 보여줄 수 없는 매우 강한 힘이다.
하지만, 영수에게는 그래도 귀엽고 연약해 보인다.
‘나중에 두 알만 더 먹여야겠다.’
영수는 가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마지막으로 옷을 단단히 여며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다희야. 우리 준비 다 됐어.”
“네. 저도 준비 다 됐어요. 오빠.”
외출 준비를 마친 다희가 거실로 나왔다.
과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로션만 바르던 다희가 조금 신경 썼을 줬을 뿐인데…
‘예쁘다…’
자신도 모르게 입이 헤벌레, 벌어지는 영수였다.
“제가 너무 오래 있었죠?”
외출 준비한다고 방에 들어가서는 고작 5분 만에 빠져나와 놓고 오래 걸렸다니…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자신을 꾸미는데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여자라고 했을지 모른다.
“…”
“오빠?”
“어, 어 다희야.”
정신 차린 영수가 중얼거렸다.
“어우… 너무 예뻐서 한참을 봤네…”
다희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가희는 웃으면서 영수의 손을 잡아끌고 가, 한쪽 손을 다희의 손위에 포개주었다.
“우리 가요.”
“그래, 가자!”
영수는 다희와 가희, 자신이 사랑하는 두 여자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차가 어딘가를 향했다.
어제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하고 왔는데, 의사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키 작은 것만 빼고는 너무 건강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도 될 것 같다는 통보였다.
세 사람은 뛸 듯이 기뻐했고, 영수는 가희를 위해 미리 조사해둔 평택에서 가장 좋다고 소문난 혜성 유치원에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원장이 자신들의 유치원은 원래 도중에 사람을 받지 않는 명문 유치원이니 뭐니 했었다.
하지만, Q1 화장품 여섯 통을 들고 찾아가 상담을 하니 도중 입학 수속이 더 이상 잡음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평택 혜성 유치원]“다 왔다.”
주차장에 도착한 영수는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내렸다.
문을 연 영수는 어색한 표정으로 가희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계속 집에만 있던 아이인데, 혹시나 적응하지 못하고 울거나 하면 어떻게 하지?
“가희야. 근데, 어차피 유치원은 안 다녀도 되는 게… 나 때만 해도 학교에 유치원 안 나온 애들이 절반이 넘었어. 만일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피잇. 요즘은 다들 유치원 나오거든요? 내가 무슨 앤가? 집에만 있게?”
가희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앙증맞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에스코트 없이도 차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나는 오늘부터 오전 오후에는 유치원에 갈 테니까, 두 사람은 내 걱정말고…”
가희가 말꼬리를 흐리며 영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가희 할 말 있어?”
영수가 귀를 가까이 가져가자.
“아찌… 언제까지 셋이서 데이트할 거야? 나는 동생 언제 생기는데?”
‘헛…’
“…”
영수는 대꾸하지 않고 슬쩍, 다희를 바라봤다.
가희는 때로 이런 쪽, 특히나 연예 쪽으로는 상당히 어른스러웠다.
다희에게 들으니,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병실에 찾아오는 아주머니들과 드라마를 많이 보고 별의별 소리를 다 들어서 그렇다나…
‘어쨌든, 동생은 최대한 빨리 만들어줄게.’
“크, 크흠. 언젠가는 되겠지… 드, 들어갈까 다희야?”
세 사람은 유치원에 들어가 원장을 만났고, 마지막 입학절차를 마쳤다.
“빠이. 아찌는 약속 꼭 지키고.”
가희는 능구렁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영수와 다희에게 헤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제는 대체 무슨 뜻인지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이럴때면 가끔, 짓궂고 음흉한 어른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결국 아이다.
가희의 목소리는 살짝 떨려오고 있었고, 흔들고 있는 손에는 망설임이 느껴졌다.
“그만 가시죠. 계속 이렇게 있으시면 애들에게 독립심을 길러주실 수가 없어요.”
원장이 앞으로 나서서 가희를 향한 시선을 차단하며, 살짝 날카로운 목소리로 두 사람의 등을 떠밀었다.
발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진짜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영수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그것이 제대로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오늘은 다희와 데이트를 할 거다.
평택에서 가장 좋다는 레스토랑의 한 층을 하루종일 전세 냈다.
이벤트 회사를 통해 악단을 불러 미리 숨겨두었고, 그들에게는 ‘다행이지’라는 노래 반주를 연주해달라고 준비했다.
식사하는 도중, 연주가 시작되면 그녀에게 나아가 노래를 부르며 주머니에 있는 반지를 꺼낼 생각이다.
그녀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하려는 것이다.
“그, 그럼 갈까 다희야? 식사도 하고, 가희 볼 책도 좀 사고…”
영수는 다희를 데리고 유치원을 떠났다.
두 사람이 가고 혼자 남게 된 가희.
“이름은 기린반에 새로 들어온 홍가희라고 해요. 서로 친하게 지내렴.”
선생님이 간략하게 가희를 아이들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노는 자율 쉬는 시간이 되었다.
아직은 데면데면한지, 아이들 중 가희에게 접근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가희에게 다가왔다.
훌쩍.
“히… 나보다 작다. 내가 지켜준다.”
왠 바보 같은 남자 아이가 코를 훌쩍이며 가희에게 접근해왔다.
“너같이 어리고 약한 남자애가 나를 지켜준다고? 흥, 너는 너무 약해. 아찌 같은 남자가 될 수 없어.”
“헤헤. 우리 동갑이다. 너 유일하게 나보다 작다. 반갑다. 나는 함바름.”
훌쩍.
바름이라는 남자애는 가희가 철벽을 치는데도, 뭐가 좋은지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와 팔 닿을 정도의 자리에서 멈췄다.
“어휴… 너는 왜 이렇게 코를 흘리니? 휴지 어딨어?”
“엄마가 그러는데, 나 비염 있데. 그래서 계속 코 나온다? 이거 봐라?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바름이는 콧물을 손으로 찍어서 길게 늘어트리지만, 중간에 끊긴다.
급 시무룩해지는 바름이.
“어휴…”
가희는 한숨을 쉬며 품속에서 물티슈를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흥! 해. 흥!”
“흥?”
“아니, 물티슈로 이렇게 데고 코로 흥! 해야지.”
“흥!”
“어휴… 그래. 잘한다. 잘해. 좀 더 흥!”
애가 애를 돌보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가희가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바름이는 사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수업하는 도중에도 아이들은 마치 바름이를 피해서 의자를 빼서 널찍하게 앉아있었다.
“너는 소중한 네 엄마의 자식이야. 요즘 사회 문제인 왕따 같은 것을 하는 아이들은 가정 교육이 잘못된 거야. 알았지?”
“헤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바름이는 뭔 말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헤벌쭉 입을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무리를 이루고 있던 아이들 중에서 특히나 더 화려하게 입은 애들이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멍충이. 너, 막지 말고 좀 비켜볼래?”
앞에 서 있던 여자아이는 다짜고짜 바름이를 밀었다.
콩.
멍하니 있던 바름이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히…”
그런데도 그냥 웃기만 할 뿐이었다.
가희가 고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바름이를 일으켜 주었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니?”
“너는 왜 저런 애를 신경 쓰고 그러니? 됐고, 나는 기린반에서 제일 큰 공장의 공장장을 아빠로 둔 백장미야. 너는 뭐하다가 이제 왔니?”
“그리고 집은 몇 평에 살아? 학원은 몇 개 다니고?”
“전학이야? 다른 도시에서 살다 왔어? 서울? 아빠기 발령나서 평택 오신 거야? 아빠는 뭐해?”
아이들은 전혀 순수하지 않은 질문들.
“후우 요새 애들은 어떻게 되려고…”
가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는, 코를 질질 짜고 있는 바름이에게 다시 물티슈를 내밀었다.
“흥! 해, 아직 코에 코가 남았잖아. 이 코찔찔아.”
“흥!”
“입으로만 하지 말고, 물티슈를 코에 대고. 흥! 세게!”
“흥!”
“이게 감히 날 무시해?”
백장미라는 아이가 발끈하며 가희의 어깨를 붙잡아서 돌려세우려는 데…
“뭐야? 왜 안 움직여?”
“놔라…”
가희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고개를 돌리며 백장미를 살짝 째려봤다.
찌릿.
순간.
쉬이이이…
동시에 세 아이의 다리 사이에서 노오란 액체가 터져 나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선 채로 오줌을 싸버리고 만 것이다.
살짝 옆모습만 보인 가희였다.
그런데 그 얼굴이 동물원에서 가장 무서웠던 동물,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우… 우와아아앙!”
“흑, 흑꾹! 무, 무서워!”
“이이잉!”
울음이 뒤늦게 터져 나왔다.
그 모습에 피식 웃는 가희.
강자의 여유가 철철 넘쳐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