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6)
이론과 영창의 상관관계
이론과 영창의 상관관계
“너와 나의 온도 차, 불의 온도, 차징파이야!”
화아아악!
라쿠스의 손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골목을 가득 채운 불.
원래 차징파이야는 한명을 상대하는 대인용 마법이 아니라, 불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폭발하는 다수용 마법이다.
하지만, 대마법사인 라쿠스는 마나를 제어하여 사방으로 터져나가지 않고 골목으로만 불이 몰리도록 만들었다.
완벽한 마나제어.
스스스스…
그런데, 불 속에서는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화락!
불이 갈라졌다.
불쑥, 하얀 재에 뒤덮인 얼굴이 튀어나왔다.
“제 소개를 하죠. 이름은 한영수라고 합니다. 이곳 영주고요.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요즘들어 저는 왠지 범죄자들이 좋더군요. 제발로 와서 노동력을 공급해주니까요.”
“어떻게?”
“어떻게… 는 모르겠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 전 규격 외입니다. 푸우… 그나저나 이놈의 먼지는…”
영수는 얼굴을 털어가며 어느새 라쿠스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충동적인 충격으로, 임팩트쇼크!”
찌릿!
라쿠스의 손에 번개가 맺히고 바로 그 번개는 영수의 가슴팍으로 쏘아졌다.
파스스…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마법.
“마, 마법이뮨?”
라쿠스는 황당하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자, 그럼 여기까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리자, 주먹이…
퍽!
어느 깊은 가을밤.
“음냥…”
라쿠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따듯한 남쪽의 어느 바닷가, 자신은 한가로이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자신은 대마법사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초월급 마법사.
아니, 그 이상으로 올라갔다.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영창도 없이 마법이 사용되었다.
자신의 그런 모습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몸을 기대왔다.
거기다 왠지, 자신은 숫총각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났다.
따끔.
‘음…’
손끝이 따끔거렸다.
인상을 찌푸린 라쿠스.
하지만, 꿈이 너무 달콤했다.
눈을 뜨지만 않으면, 깨지 않을 환상…
“운버딘트베타그…”
어두운 기운.
백마법사로서 절대 좌시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번쩍!
결국, 라쿠스는 눈을 떴다.
예의 그 검은 머리 사내, 한영수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고, 양피지 위에 자신의 피로 지장이 찍혀 있었다.
거기서 느껴지는 거대한 흑마력.
라쿠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일어나자마자 눈물이시라니, 무서운 꿈을 꾸셨나요?”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셨습니까?”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십니까?”
“느껴지는 흑마력이 소환된 마족의 귀족 이상으로 느껴져서,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라 생각되어 꿈과의 괴리감 때문에 울었습니다.”
라쿠스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자신이 잠자는 사이, 어느새 자기도 몰래 썼던 계약서와 계약서에서 느껴지는 흑마력…
과연 그 내용은 무엇일까?
“포기하지 마십시오. 죄가를 치루면 풀어드리니까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영수라는 사내에게 달려들려고, 움찔하며 몸을 움직이려는데.
철렁!
수갑이 딸려 나왔다.
이것 때문에 계속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몸속의 마력이 움직이지 않았기에, 평소에 걸어두었던 신체 강화 마법들이 모두 해체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계약서를 썼으니, 풀어드리겠습니다. 얌전히 있으십시오.”
“네. 얌전히 있겠습니다.”
한영수라는 사내가 자신의 팔목에 잠겨있는 수갑을 풀어주었다.
마력이 움직였다.
자신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으니, 사내에게 마법을 써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얌전하지 않은 것일 테니…
“아, 저를 공격하려는 것은 포기하십시오.”
“예. 포기하겠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고분고분한 사람이던가?
아니다.
나이 마흔다섯에 대마법사가 되었는데, 여자와의 관계 한 번 하지 못했다.
히스테리가 많았고, 괜히 모든 것을 꼬아서 봤다. 그래서 조사관까지 되지 않았던가?
자신은 그렇게 고분고분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묻는 질문에는 다 답변하고 있고 그가 권유하거나 명령하는 것은 다 하고 있었다.
“왜지요?”
“뭐가요?”
“제가, 그쪽의 말을 다 따르고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제 성격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 그건 흑마법 중 하나인 운버딘트베타그, 불공정 계약을 맺는 마법 때문에 그런 겁니다. 제가 묻는 것에 사실대로 대답하고, 제가 하는 명령을 다 따른다고 계약서를 썼거든요. 아, 물론 그 외에 도망치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 등도 계약서에 쓰여있습니다.”
“그렇군요.”
의문은 풀렸다.
이제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마법을 써서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는 게… 뭐지?’
그런데 도망치려는 생각만 하면,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머릿속이 멍하고 맹해졌다.
“그럼, 저를 따라 나가보시겠습니까?”
“네.”
라쿠스는 영수를 따라 감옥을 빠져나갔다.
감옥에서 빠져나오자, 영수가 그를 차에 태웠다.
‘신기한 마차…’
이곳의 영주가 말 없는 마차를 타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한영수라는 사내가 자신이 조사하려고 나온 영주였다.
조사하러 가기 전에 조사관의 보조들이 말없이 가는 마차를 타고 다닐 정도면 대단한 마법사일 거라고 경고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자신은 대마법사니까 남작령을 차지할 정도의 낮은 실력을 가진 마법사 따위야…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최소한 도망칠 수 없겠냐면서 부정적인 예측을 모두 일축했는데.
자신은 잡힌 신세가 되었다.
부우웅…
말 없는 마차가 움직이더니, 빠르게 영지를 벗어났다.
숲밖에 없는 영지 밖의 어느 한 공터.
끼익!
마차가 멈췄다.
철컥.
“내리시죠.”
영수가 먼저 내려 라쿠스를 에스코트 했다.
“내리겠습니다.”
라쿠스는 고분고분히 영수의 말을 따랐다.
영수는 그의 소유이던 지팡이와 마법 도구를 전달해주었다.
도구 중에는 누가 찢어도 자신을 바로 마다르시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절대 이동 마법 스크롤도 있었다.
그러나, 그걸 찢어서 뭘 어쩌려냐는 생각이 도망친다는 생각을 방해해버렸다.
“백마법은 제가 처음이라서요. 이제부터 제가 다음이라고 말하면 아는 마법을 가장 낮은 단계로부터,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영창하고 발동해 주십시오.”
“알고 있는 마법을 가장 낮은 단계로부터, 가장 높은 단계까지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세상에 빛이 있으라, 라이트!”
빛의 구슬이 생겼다.
라쿠스의 마법 실력으로는 이제는 영창을 하지 않아도 한 번에 수십 개도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마법이었다.
“흠… 이렇게 하는 건가?”
옆에 있던 영수가 손을 들자.
반짝!
라쿠스의 손에 있는 광구보다도 더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구슬이 생겨났다.
“이게 맞군요. 빛의 밝기는 마력의 공급양으로 조절하는 건가? 흐음…”
영수는 마나 공급을 조정해, 라이트로 생긴 광구의 밝기를 조절했다.
눈이 따갑지 않을 정도로.
라쿠스는 눈을 번쩍하고 크게 떴다.
마법에 사용되는 마나의 양을 조절하여 마법의 성질을 바꾸는 것은 고급 기술이다.
가장 기본적인 마법인 라이트라고 하지만, 라이트 마법의 성질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는 아무리 높은 등급의 마법사라도 쉽게 흉내 낼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경지가 높은 것보다는, 마법 자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만 했다.
‘백마법이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안단테는 어두운 곳에 날려 보내기도 하던데, 이렇게 했던가?”
영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또 다른 형식으로 마나를 흘려보내자, 광구가 저절로 움직였다.
영창 없이 저렇게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광구를 날리려면 최소 70페이지 마법사는 넘는다는 소리이다.
“자, 그럼 다음이요.”
“마력과 마법 하나 되어 힘찬, 매직 미사일!”
마나가 뭉치고, 뭉친 마나가 날아갔다.
콰직!
나무 밑동이 부서졌다.
기본적인 마법이었지만 매우 위력적이었다.
그것은 라쿠스가 고대의 문헌을 142페이지까지 본 대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원래 고대의 문헌을 130페이지 까지만 펼칠 수 있어도 대마법사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겐가?”
슈르르륵…
콰콰콰쾅!
대충 쏜 것 같은 매직 미사일에 나무 네 그루가 산산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분명, 같은 매직 미사일인데 더 높은 마법 수준과 더 높은 마나를 가지고 있는 초월급 마법사나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자, 다음이요.”
“불이 타오르는 건, 번!”
화륵!
쿠화확!
“다음.”
“메마른 땅에서 물을 찾는…”
불, 물, 바람, 땅, 4대 원소의 기본 마법으로 시작하여 점점 마법은 고급 마법으로 변해갔다.
라쿠스는 마법을 사용할수록 놀랐다.
기본 마법만 가지고도 두어 단계 상위의 마법 같은 효과를 내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체 저 마법사는 등급이 어떻게 되는 거야…’
최상위 등급인 초월급 마법사를 넘어, 고대의 문헌을 직접 만들었다는 마법사도 저 정도는 아닐거다.
“다음.”
“뜨거움으로 장벽을 쌓고 연료로 적을 넣어 불태우니 붉게 타오르는 열의 장벽은 끊임이 없다. 파이어월!”
화륵!
화르르륵!
영수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이어월이 숲을 불태웠다.
“이런, 너무 번졌나?”
틱!
마법을 캔슬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촤악!
수백 개의 워터볼이 생겨나 순식간에 불을 껐다.
아무리 수계 기본 마법인 워터볼이라지만, 한 번에 수백 개라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헉, 헉…”
라쿠스는 점점 지쳐갔다.
마나 고갈이 오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낮은 등급의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사용한다면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수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마법을 알아간다는 것에 활기를 띠며 기뻐하고 있었다.
“다음.”
“오로지 절삭만을 위해 피어오른 바람이, 커헉, 쿨럭!”
라쿠스가 입으로 피를 토했다.
“음?”
“커컥, 커헉…”
괴로워하는 라쿠스.
힐링포션을 꺼낸 영수가 주머니에서 라쿠스에게 건넸다.
“드십시오.”
“쿨럭, 먹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먹는다고 해봐야…”
“그럼,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마나고갈… 마, 마나를 모두 소모했습니다.”
“마나 소모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라쿠스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몸속에서 느껴지던 마나의 기운이 적게만 느껴졌다.
심지어 살짝 꼬여있었고.
“마나가 자연스럽게 차오르지 않는군요.”
“마나고갈은… 무리해서 마나를 쥐어짜다가 겪게 되는 증상으로 다시 정상적으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려면 일주일은 걸립니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영수가 중얼거렸다.
일주일을 기다려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 프로포즈가 밀린다.
라쿠스를 잡고난 뒤 지구로 갔다가, 바로 프로포즈를 위해 장소를 섭외해두고 다희에게 놀러 가자고 해뒀다.
그게 바로 3일 뒤다.
이래서는 계획에 차질이 있다.
“음…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군요. 기다려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래서는 마법을 바로 배울 수 없겠어서요.”
“지, 지금 마… 마법을 배우셨다고 했습니까? 그럼 좀 전에도 계속 같은 마법을 사용하신 게 우연이 아니라…”
“배운 거죠. 저는 남들이 마법 쓰는 것을 보면, 바로 똑같이 재생할 수 있습니다.”
“허…”
라쿠스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마흔다섯에 숫총각.
경지를 올리기 위해 마법에만 올인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이렇게 사기적으로 마법을 배우는 방법이 있었다면, 자신이 총각으로 남아있었겠는가?
“라쿠스가 마법책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소지품에 없어 아쉽군요.”
“마법… 책 말입니까?”
“네. 어쩌다 보니 마법책에 쓰여있는 설명을 보고 영창과 주문을 읽으면 바로바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더군요.”
‘허…’
그건 마법책이 아니다.
영창책이다.
영창책으로 마법을 배운다니, 말도 안 되는 마법 교습법이다.
설명과 영창, 주문만 있는 쓰여있는 책은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책이 아니라, 이런 마법이 있다고 소개하거나 혹은 마법사들이 영창을 까먹지 않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책이었다.
그것으로 마법을 배운다고?
말도 안 된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마법에 사용되는 마나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된 속성의 마나를 꼬아 마법의 발동 원리서를 보고 모두 외워야 한다.
가장 기본 마법인 라이트 원리서만 해도 해도 엄지손가락 두께만 한 책 한 권이다.
원리서에 따라 마나를 움직여 마법 회로를 완성하면, 비로소 마법이 발동된다.
실패하면?
다시.
성공하면?
그때는 발동된 마법이 몸에 기억된다.
한 번 기억된 마나의 흐름을 불러오기 위한 장치가 바로 이 영창이라는 행위이다.
마나를 익힌 마법사가 마를 입에 모으면, 영창에 따라 마나가 움직여 자동으로 회로를 재생한다.
마법사들은 한 마법이 끝나면 계속 다른 마법을 배우고 이해해야 했기에 이미 배웠던 마법은 영창조차 까먹을 때가 많았다.
당연히 고급 마법일수록, 영창조차 길었고.
그래서, 사용하게 될 수 있게 된 마법은 따로 영창만 적어서 들고 다닌다.
‘영창책으로 마법을 배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영창 책으로 마법을 배울 수 있으면, 내 진심으로 네게 복종한다.“
“왜요? 혹시 라쿠스는 마법책을 가지고 있나요?”
“마법책은 없지만, 설명과 영창, 주문이 적혀있는 영창책은 들고 다닙니다.”
“진짜요? 어디 있죠?”
“지팡이와 일체 시켜 놨습니다.”
“지팡이요?”
영수는 라쿠스에게 다가가 그가 건네는 지팡이를 받아들었다.
안 그래도 지팡이에서는 마나가, 뭔가 마법적인 기운이 느껴지고 있기는 했다.
마법 사용을 돕기 위한 아이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법책을 넣어놨다고?
“흠…”
영수는 눈을 감고 지팡이 속의 마나를 읽었다.
“대략 이런건데…”
지팡이 속에 있는 마나를 그대로 카피.
허공에 마나로 이루어진 선이 생겼다.
“이게 답니까?”
“아… 니… 요…”
‘헉…’
마법 아이템 속의 마나까지 그대로 카피하는 모습에 라쿠스는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이 놀랐다.
‘설마, 진짜 영창만 보고도 마법을 하는 거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특정한 매직워드를 넣으면… 마나로 이루어진 마법 책이 펼쳐집니다.”
“비밀번호를 넣어 푸는 형식이구나… 그럼 그 단어가 뭐죠? 말해주세요.”
‘아차, 내 매직워드는…’
“라쿠스 마법사님 앞에는 여자들이 줄을 서지요?”
라쿠스는 자신의 입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라쿠스.
철컥.
지팡이의 머리 부분이 돌아가고.
반짝!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을 수놓았다.
“호오, 이런 식으로 마법서를 저장할 수 있구나…”
라쿠스는 쪽팔려 했지만, 영수는 그의 비밀번호가 뭐든 큰 상관을 하지 않았다.
바로 읽고, 바로 해볼 뿐.
“황혼보다 더 붉고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것, 시간의 흐름에 묻혀 어디로 갔나… 썬클라우드버스터!”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불덩이.
점점 떠오르더니, 집채만 했던 불덩이의 크기는 점점 작아졌다.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되는 불덩이.
어느새 떠오른 불덩이는 구름이 보이는 곳까지 숨었다.
그러다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반짝!
하늘에 빛이 뿜어져 나오고.
불의 띠가 구름 사이를 가르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꽈릉!
열기와 충격파가 지상으로 전달되었다.
어느새 허공에서 모습을 감춘 구름.
“구름을 증발시키는 마법이라, 날씨 조절할 때 괜찮은 마법이네요.”
“…”
라쿠스는 할 말을 잃었다.
‘영창만으로, 아니 거기다 저런 터무니없는 위력은…’
썬클라우드버스터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 중 가장 강한 마법이다.
하지만, 자신이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나석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효과가 원래는 저렇지 않았다.
고급 마법에는 시전자를 보호하는 술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자신이 사용하면 압축된 불덩이가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만 터진다.
그런데 구름 위라니, 대체 위력의 범위가 어디까지 가기에…
“오, 여기 힐링? 큐어? 오토실드? 제가 원하는 마법들도 있군요. 아, 그런데, 혹시 이런 마법들을 반지에 세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법을 반지에 새긴다고요?”
“네. 안 그래도 마법을 배우는 이유가, 반지에 마법을 새기고 싶어서입니다. 아, 제가 말 안 했던가요?”
“안 하셨습니다.”
‘그런 건 좀 진작 말하지…’
말했으면 자신이 마법 반지를 대신 만들어도 되고, 마나 고갈도 피하고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불공정 계약 때문에 겉으로 불만을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라쿠스였다.
라쿠스의 가르침과 드와프들의 도움을 받은 세공으로 다희의 프로포즈를 위한 반지를 완성한 영수는 기분 좋게 지구로 돌아왔다.
반지를 만들다 보니 평소보다 좀 늦었다.
영수가 평택 원룸 지점에 나타났을 때는 시계가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 점심 차려준다고 했는데…’
영수는 다희가 차려주는 점심밥을 먹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차를 달렸다.
철컥.
주차장에서 막 내리는데.
우우웅…
[서울 연구소 차 박사님]휴대폰이 울리며 연구소의 차 박사님께 전화가 왔다.
“한영숩니다.”
-한 이사님, 드디어 그것을 향료와 따로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이요?”
-그것, 그러니까 리자드맨 코팅 원료에서 말입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매우 기쁜 것처럼 들렸지만, 영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오자마자 밥도 안 먹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