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8)
찍찍…
찍찍…
“『먹이면 됩니까? 아니면 주사?』”
“『둘 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사가 좀 더 정량을 재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그럼 주사로 주십시오.』”
“『성장 촉진제도 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영수는 분리해낸 요소와 펠트 박사가 주는 약품, 주사기를 받아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연구소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길로 김포를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영수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자신의 이름으로 예약된 티켓을 찾았다.
[From SEOUL To PUDONG]영수는 수속을 마치고 상하이 푸동 국제 공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 3년 만인가…’
예전에는 중국에 자주 출장을 갔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공장이자 소비시장이기도 한 중국이기에 회사에 다닐 때도, 사업을 할 때도 자주 방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직접 가서 일해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직접 가서 일하지 않으면 항상 더 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직원들이 몇 번이나 직접 출장을 가서 일했는데도 일이 발생했으니…
“쯧…”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시트에 몸을 기댔다.
몸이 좋아져서 잠을 많이 잘 필요가 없어진 영수는 하루 한 시간 정도 쪽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렸다.
중국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 잠을 지금 자두려는 것이다.
-손님 여러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이륙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좌석 벨트를…
영수는 이륙 전 기내방송을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고오오오…
잠에 빠져있던 영수가 눈을 떴다.
서울을 떠난 비행기는 어느새 서해를 건넜는지 중국 본토로 진입하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하늘에서 본 중,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논밭이었다.
‘여전히 크군…’
한국의 하늘에서 보던 논밭은 작고 불규칙하다. 하지만, 중국의 논밭은 하늘에서 보는데도 불구하고 크고 규칙적이다.
뭔가 좀 더 계획적으로 구획 지어진 것 같다고 할까?
물론 커서 더욱 계획적으로 보이는 거겠지만.
중국의 논밭을 처음 봤었을 때는 크게 놀랐었다.
거기다 연이어, 공항에서 내려 도심지로 들어갔을 때, 중국은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와 닿았다.
그들의 경제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기보다 무섭다는 쪽에 가까웠다.
땅도 컸고, 땅의 활용도 계획적이었다.
정부가 주도하여 직접 도시 발전 계획대로 건물을 짓는데, 도로 하나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최첨단 도시가 있고 한쪽에는 오래된 시골이 있었다.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상당했지만, 얼마 전까지 그 최첨단 도시들이 이런 오래된 시골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차를 타고 지나갔을 때, 그 경계 지역에서 건물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음번에 올 때마다, 그 전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던 집이 한순간에 무너져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모두 완공되어 예전에 언제 이곳이 구 도심지 건물이었나 싶을 정도가 되었다.
구 공산주의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사회주의라는 정치 체제는 유지하는…
그 어떤 독재자들보다 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발전에 집중한다는 게 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철저한 계획 성장, 그 성장 속에 있는 그들을 보며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고 커진 중국이, 자신들의 나라에 생긴 내부적 불만을 돌리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
그때의 칼날은 분명 우리나라를 향할 거다.
실제로 몇 개나 돌아왔다.
비록 경제적 보복이나 여행을 다니지 못하게 하는 정도였지만.
아무리 그 전까지 양국 관계가 좋았고, 문화 교류도 무역 교류도 잘하고 있었다가도 이슈가 터지는 순간 바로 적으로 돌아서는 중국.
거기다, 그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생긴 성장통을 우리까지 같이 겪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 또한 오늘까지다.’
위이이이이잉…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에,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이는데 바닷내음이 확 들어왔다.
비로소 상하이(上海)에 도착한 거다.
입국 수속을 마친 영수는 택시를 잡아탔다.
“『상하이 인터내셔널 클라스 호텔로 가주십시오. 회사에 제출해야 하니 영수증 끊어주시고요. 급하니까, 상해심해고속도로쪽으로 해서 구시가지로 돌지 말아주시고요. 차라리 제가 요금을 좀 더 쳐 드릴 게요.』”
영수의 입에서는 유창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움찔, 그리고 입술을 삐쭉.
택시 기사가 백미러로 힐끔 하고 영수를 바라봤다.
“『예전에 다른 택시기사에게 눈탱이라도 맞았나 보군요.』”
“『그런 사람들도 있었죠. 저를 외국인으로 알았나 봅니다.』”
“『큭, 상해 사람들이 타지역 사람에게 조금 배타적이기는 하죠. 저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래 태생이 북경이니까.』”
택시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터기를 켜고 호텔을 향했다.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느 나라나 외국인 눈탱이 맞추는 것은 심하다지만, 특히나 중국은…’
영수는 예전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 중국어를 잘하기 전에 왔었을 때는 상하이의 중심부로 가야 하는데, 가로질러 가는 코스를 타지 않고 외곽으로 비잉 둘러 거의 상하이 외곽에서 꺾어 요리조리 움직여서 데려다줬었다.
약속시간에 늦은 건 물론이고, 돈까지 많이 나와서, 그때 당한 것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 자동차 면허까지 따지 않았던가?
지금도 그대로인 것 같았다.
‘여긴, 여전히 사람이 많네…’
중국의 무역 도시답게 여전히 사람들은 많고 복잡했다.
모든 게 대륙 스케일이랄까?
왕복 10차선이 넘는 도로는 기본이고, 14차선 20차선 도로도 있다.
거기다 커다랗고 어느것 하나 같은 모양이 아닌, 계획적으로 지어진 빌딩들하며…
그래도 여전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창가에 이불과 옷을 널어 말렸다.
바다가 인접한 습한 도시라서 저렇게 일광건조를 해야 한다고 현지 가이드에게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최근 미세먼지나 스모그 때문에 일광건조가 더 안 좋지 않을까?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영수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오늘 가야 할 곳이 어딘지를 구굴 맵을 통해 알아봤다.
머릿속으로 루트를 짜는 사이, 택시는 거대한 길을 달려 거대한 논밭, 거대한 공장지대를 지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의 숲을 지나고 빌딩이 즐비한 곳으로 들어갔다.
[상하이 인터내셔널 그라스 호텔]회사에서 급히 수배해준 5성급 호텔이었다.
직원이 나와 택시의 문을 열어주었다.
“『60원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영수는 약속한 대로 택시기사에게 70원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직접 운전석에서 내려 트렁크의 짐을 빼주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가방을 풀고 있는데.
띠이이이.
방 안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누구십니까?』”
-1503호 한 이사님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해외영업팀 중국 현지 관리담당 박형도 과장입니다. 주문하신 차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풀던 가방을 침대 위에 던져놓은 영수는 바로 방에서 빠져나왔다.
가방에 있는 짐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중요한 건 아니었다.
필요한 짐은 모두 아공간 주머니에 있었으니까.
“급히 수소문하느라 G바겐밖에는 못 구했습니다. 그리고, 펠트 박사에게 부탁받은 것은 차에 실어두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차 키를 건네주는 박형도 과장의 표정은 매우 착잡해 보였다.
“중국 사업부 정리는 잘 끝난 겁니까?”
“네.”
“그동안 미세먼지 먹어가며, 중국에서 너무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박 과장님의 힘이 필요한 지역은 많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도 다수 거래하신 경험이 있으니…”
“일하다보니 중국에서만 거의 15년을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제고 떠나야지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시원섭섭하군요.”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상심이랄 게 있습니까? 이 지긋지긋한 중국놈들, 더 안 보게 되니… 후우… 중국놈들 농락하며 보던 재미를 다시 느끼지 못하는 건 정말 아쉽군요.”
박형도 과장이 쓰게 웃었다.
“한국에 가시기 전에 휴가를 드릴 테니, 지인들과 미리 연락이라도 해두시죠. 어쩌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중국과 거래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아… 그래도 아쉽네요. 중국이 시장은 괜찮은데 믿을만한 기업이 없으니…”
박형도 과장은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맞다.
진짜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매력적인 시장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고, 지금 그 일을 하기 위해 중국에 온 것이니까.
부우우웅…
영수는 휴대폰으로 내비를 키고 차를 몰았다.
신호고 뭐고, 거의 무법천지의 거리였지만, 몇 번 돌아다녀 봐서 그런지 더는 놀라지 않았다.
차가 없으면 사람이 가고, 사람이 없으면 차가 가는 모습.
지금 영수는 왕 회장을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 공장 지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해가 지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공장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더욱 거칠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 공장의 굴뚝들이 모두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적당한 위치에 왔다고 생각한 영수는 공장 근처의 한산한 거리에 차를 세워두고 트렁크를 열었다.
찌, 찟찟….
하얀색 털, 빨간 눈, 그리고 긴 꼬리를 가진 설치류에 속하는 녀석들이 사람을 보고 놀라 소리를 냈다.
그런 작은 우리가 거의 200개에 달했다.
암수를 같이 넣어둔 우리라 그런지, 벌써 짝짓기하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펠트 박사의 인맥을 이용해 현지의 연구원들에게 알음알음 건네받아 모은 유전자가 변이된 쥐였다.
이 쥐들은 특별히 약품 효과의 세대 전이를 관찰하기 위한 실험용으로 태어난 유전자 조작 쥐들로, 생후 20일이면 교미를 할 수 있었고 출산도 고작 10일 만에 했다.
원래 평균적으로 쥐들이 태어난 지 2개월이면 교미를 할 수 있고 출산이 20일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절반도 안 되어 빠르게 번식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영수의 연구실에 와서 계약서를 쓴 펠트 박사는, 과거 소더비의 연구소에서 했던 실험 중 영수에게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음을 고백해왔다.
나이트스톤의 알파 성분을 먹어 뼈가 강해진 쥐 중 도망친 쥐는 한 마리뿐이라고.
탄소강 우리를 갉아먹고 탈주하려다 사살되었다는 쥐는 사살된 게 아니라,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 정부 기관에서 와서는 다른 곳에서 실험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들이 한 실험은 알파 성분의 약효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는지 하는 실험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 실험실에도 펠트 박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그와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두 사람만 아는 암호를 통해 실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아냈다.
세대 전이 실험 결과, 알파 성분의 효과는 무려 아래로 다섯 세대까지 전달, 6세대에서 소멸한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그 실험 이후 미국의 사막에 있던 정부의 비밀 연구소는 결국 탄소강 우리를 뚫고 탈주한 쥐들에 의해 폭삭 무너지고 말았다고 한다.
영수는 거기서 중국의 미세먼지를 차단할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쥐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갉아먹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빨이 가려워서 건물을 긁는다.
“착하지? 움직이지 말고…”
영수가 몸 안의 마나를 살짝 개방하자, 우리 안에 있던 쥐들이 그대로 경직되었다.
공포를 느낀 것이다.
영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내 굳어있는 쥐들에게 알파 요소를 주입했다.
거기다 펠트 박사에게 받은 성장 촉진제가 들어있는 사료를 우리 안에 넣어 주고 바닥에 내려놨다.
작업을 끝내고 개방했던 마나를 다시 회수하자.
찍찍!
찌익!
우리에 있는 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자손 번식 욕구가 폭발했는지, 본능적으로 열심히 교미도 하고 성장 촉진제가 들은 사료도 주워 먹었다.
약효는 2시간이면 돈다고 한다.
거기다 성장 촉진제를 먹게 되면, 10일이던 출산 시간을 8일까지 단축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최소한, 우리를 갉아먹고 가까운 공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관찰하고 싶었지만…
영수에게는 여기서 보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중국은 해안선을 따라 공장이 쭈우욱 이어지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서쪽에 있던 공장들까지 강제로 바닷가로 이주시킨 탓이었다.
그 공장들이 없어져야 미세먼지가 사라질 거다.
아직 영수의 차 트렁크에는 많은 유전자 조작 쥐들이 있었다.
‘잘 부탁한다. 쥐들아.’
중국은 컸고, 풀어놔야 할 쥐와 공단은 많았다.
영수는 오늘도 바빴다.
부우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