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89)
다가온다. 어둠이, 네게
다가온다. 어둠이, 네게
50층짜리 상하이 라지창 빌딩, 최고층에 위치한 왕 회장의 집무실.
삐이!
-『회장님 1층에 자신을 만향당의 대표 이사라 소개하는 한영수라는 사람이 방문했습니다. 어제 한국에 있는 회사에서 방문할 거라고 말해뒀다고 하는데요.』
“『응. 안 그래도 그런 말을 듣긴 했어. 내 스케줄 알지? 나 없다고 해라.』”
-『조치하겠습니다.』
“『맞다, 근데 다음 약속이 뭐라고 했지?』”
-원래 어제는 만향당 대표 이사를 만나려 하시다가, 오늘 아침에 취소하셨죠. 30분 뒤에 아무르파스텔 박 상무를 만난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랬나? 그것도 30분만 더 미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빨리 안 끝나서 말이야. 흐, 흐으읏… 어우야. 거기 좀 더 세게.』”
왕 회장의 야릇한 신음 소리가 인터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비서가 애써 담담한 목소리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어흐, 거기야. 거기 좀 더 밟아봐.』”
본격적으로 지시하는 왕 회장.
“『여기 말인가요?』”
“『어우, 야야… 시원하다. 더, 더 밟아줘. 더!』”
왕 회장에게는 몇 가지 취미가 있었다.
그중, 회사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 중 하나가…
“『어흥! 거기!』”
뚜두둑!
일하는 시간에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탁 트인 자신의 집무실에서…
주변 전망을 바라보며 마사지를 받는 것이었다.
뚜둑, 뚝!
왕 회장의 몸에는 잔뜩 기름이 발라져 있었다.
위아래 옆, 네 명이나 미녀들이 그의 몸을 주물렀다.
퇴폐적인 분위기의 모습.
하지만, 여기는 회사였다.
왕 회장은 선을 지킬 줄 알았다.
“『오우… 오우 됐다. 됐어. 아… 오늘도 정말 최고였어. 책상 위에 팁 있으니까, 다들 들고 그만 나가 봐.』”
충분히 시원함을 느낀 왕 회장은 안마하고 있던 여자들에게 만족스러움을 표현하며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
안마사들은 빠르게 뒷정리를 하고는 책상 위에 올려있는 팁을 받고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모두가 빠져나간 후.
삐릭.
왕 회장이 누워서 리모콘을 건드리자.
끼리릭, 철컥!
자동으로 문이 잠겼다.
안에서만 풀 수 있는, 밖에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 잠금.
지금부터는 아무도 모르는 왕 회장의 개인 시간이었다.
이후로 3, 40분간은 어떤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와 같이 15년간 회사를 일구다시피 하던 개국공신급 이사도, 그의 개인 시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잘려나갔다.
그는 이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삐릭.
우우우웅…
리모콘의 다른 버튼을 건드리자, 2중 3중의 암막이 내려와 창문을 완벽하게 가렸다.
실내가 어두워지자.
위이이잉…
바닥이 열리고 빛나고 네모난 것들이 뭉쳐서 잔뜩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왕 회장의 주변을 비잉 둘러쌌다.
하나하나가 LCD 모니터였다.
정확히 558개가 되는 LCD 모니터.
50개는 층마다 계단 쪽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목을 비춰주고 있었고 8개의 화면은 엘리베이터 안의 상황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500개에는…
여자 화장실의 모든 개별 변기 시설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오. 첸링링이 화장실을 가는구나?』”
왕 회장은 34층의 모니터를 자신이 가진 패드로 미러링했다.
왕 회장에게는 관음증이 있었다.
특히나 어떤 특정한 상황에 대한 관음증이.
58개의 카메라와 모니터는 보안팀이 직접 설치했다.
그들도 왜 이 카메라가 설치되었는지 몰랐다.
500개의 초소형 무선 감시 카메라가 주문된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왕 회장이 직접 설치했기에…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설치한 게 아닌가 하고 회사 내에 소문만 돌 뿐,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어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가 이런 괴벽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물론, 왕 회장이 이것을 회사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재력이 있었고 언론과 당국 권력자를 등에 업었기에 무서울 게 없었다.
“크흐…”
다만, 그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았다.
만일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되더라도, 문제는 없다.
나갈 사람은 나가겠지만, 돈만 더 준다면 카메라가 있어도 그 앞에서 볼일을 볼 사람은 수두룩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자연적이지 않아서 싫었다.
왕 회장이 원하는 것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모습.
모니터를 보고 있는 시간은 왕 회장에게는 숭고하고 고결한 행위였다.
“으읍, 큭…”
그런데 왜 신음을 지르는지…
치..
칙…
치지지짓…..
그는 어떤 행위에 집중하느라, 모니터 중 일부 화면이 어두워진 후 꺼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속도가 제법 빨랐음에도.
“으흣! 으, 으읏!”
왕 회장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치지지지지지지지지…
화면이 더욱 빠르게 검어지고 꺼지고.
치치칙.
어느새 50층 화면까지 나가버렸다.
“흐으으읏!”
이제 막 클라이막스.
쿵쿵!
“『아, 뭐야! 내가 방해하지 말랬지? 어떤 놈이야! 대체 어떤 놈이 제일 중요한 때에!』”
“역시 있었네. 계속 무슨 동물 신음 소리 같은 것만 들려와서, 정말 어디 간 건지 알았네…”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지직!
경첩이 한 번에 모두 떨어져 나가고.
꽈득! 쿵!
문이 떨어져 나가며 강제로 열렸다.
“셔, 셤머(什么 ; 뭐야)?”
문이 열렸지만, 문 뒤로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복도.
하지만 왕 회장은 그곳에 누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뭐 팔아 부자 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 정말 더러운 놈이구나?”
절레절레.
왕 회장은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너, 너는 뭐하는 놈이냐?』”
“나?”
상대는 말을 알아들었다.
“마법산데?”
왕 회장은 갑자기 어둡다 못해 어두컴컴해지는 것을 느꼈다.
퍽!
그리고 고통과 함께 기억의 단절.
이것은 ‘주먹질’이라는 이름의 마법이었다.
“쯧쯧… 이놈 정말 더러운 놈이네…”
영수는 왕 회장의 집무실을 돌아다니며 그가 소유하고 있는 더러운 컬렉션을 모두 파괴했다.
생각 같아서는 언론에 제출해서 그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싶지만, 이곳은 중국이었다.
라지창의 왕 회장은 언론의 지분이 높았고 가족들이 정계에서 알아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언론에 제보하고 매수하려고 해도, 중국 언론에서는 방송하지 않을 공산이 컸고 해외에서 한다면 유언비어라며 덮어버릴 공산이 컸다.
‘하지만, 라이브로 한다면 다르겠지…’
스스슥…
영수는 빽빽하게 쓰여있는 종이의 끝부분에 몇 자를 추가해 적어넣었다.
[을(乙)은 위의 모든 일을 끝낸 뒤, 인터넷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을 자신이 직접 재현해 생방송으로 내보내며 성벽 고백하기]“살다 살다, 별짓을 다 시켜보네…”
인상을 찌푸린 영수는 왕 회장의 손에 상처를 냈다.
“아이 야아…”
고통 때문인지 그가 깨어났다.
꾸욱.
그러나 도장은 이미 찍혔고.
“운버딘트베타그.”
계약서도 발동된 후였다.
“으으음…”
정신을 차린 왕 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이마가 고통으로 시큰한 탓인지, 정신 차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깜빡 잠들었군.』”
왕 회장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쪽에 있는 옷을 걸쳐 입었다.
한쪽에서 그를 영수가 뻔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만향당 대표 이사를 갑(甲)이라 하며, 라지창 왕옌웬은 을(乙)이라 한다. 을(乙)은 갑(甲)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갑(甲)을 인식하지 못한다.]첫 번째 조건이었다.
“『아, 맞다. 근데 만향당 대표이사 벌써 돌아갔나? 그들 회사에 너무 심한 일을 했군. 거래는 중단하더라도 그들에게 돈은 돌려줘야지.』”
삐이.
-『회장님 이제 일이 끝나셨습니까?』
인터폰으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제 아무르파스텔 박 상무를 만나는 스케줄만 남았던가?』”
-『그 일정은 취소되었습니다.』
“『왜?』”
-『갑작스럽게 빌딩의 계단에 검은 스모그가 생기고 감시 카메라가 꺼지는 등 보안 관련 문제가 생겨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약속을 자연스럽게 나중으로 미뤘습니다.』
“『그래? 알았어.』”
[을(乙)은 계약 1시간 전부터 계약 시각까지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두 번째 조건이었다.
“『그런데 우리 지난번에 만향당이라는 곳에서 맡긴 화장품 위탁해서 얻은 수익금이 얼마였지?』”
-『약속된 위탁 판매 수수료 등을 떼면 약 5천만 위안(약, 82억 원) 정도 됩니다.』
“『그거 돌려주자.』”
-『네?』
“『솔직히 우리가 팔았잖아. 어차피 조사하면 다 알 텐데, 억지로 돈 안 주고 꿀꺽하는 것도 우습잖아. 거기다 얼마 안 하잖아? 내가 무슨 거지야?』”
[을(乙)은 만향당의 화장품 판매 대금을 어떤 일이 있다 하더라도 즉시 만향당에게 되돌려준다.]이것은 세 번째 조건.
-『하지만, 회장님. 그 돈은 아무르파스텔과 한 말 때문에 일부러 주지 않는 것 아니었나요?』
‘아무르파스텔이?’
듣고 있던 영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그랬나? 하긴, 그들이 중국 현지에 위탁 공장을 세워주기로 한데다가, 최근 만향당의 화장품들을 연구 중이라고 하면서… 음… 어쨌든 그냥 줄 거야. 줘. 이건 명령이야. 그냥 줘.』”
-『그렇게 되면, 아무르파스텔과의 계약이 파기되고 마는데…』
“『어차피 공론화시키지도 못할 거잖아? 그리고 공론화 시켜서 걔들이 뭐 어쩌려고? 우리 삼촌 누군지 몰라? 거기다 내가 고작 아무르파스텔 따위 눈치나 봐야 해?』”
-『아닙니다. 다만, 공들이시려던 사업분야를 갑자기 철수하신다는 것이…』
“『공 많이 들이긴 했지… 그런데 그런거 다 필요 없어. 무조건 돌려줘. 오늘 당장. 알았어?』”
-『조치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옥상에 내 헬기 준비해. 가야 할 곳이 있어.』
-『헬기 말씀이십니까?』
“『응. 광저우, 칭다오, 텐진, 베이징 공단에 있는 우리 공장들 다 들릴 거야.』”
-『지금부터 밤까지 바로…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 맞다. 그리고 내가 도착하는 헬기장 근처로 성장 빠른 실험용 쥐 암수로 20쌍씩 준비시키고.』”
[을(乙)은 최대한 빠르게 중국 내 주요 공단에 위치한 자신의 공장에 가서 성장 빠른 실험용 쥐 암수 20쌍에게 알약을 먹이고 들판에 풀어놓는다.]네번째 조약은 영수가 왕 회장과의 약속 시간 이전에 중국 내 모든 공단을 돌아다니려니 시간이 부족해서 넣었다.
-『네… 알겠습니다. 더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오늘은 거기까지가 끝이고, 내일은 인터넷 방송 전문가들 좀 모아봐. 잘 찍고 인터넷에 잘 퍼트리는 사람들로.』
이것은 마지막에 넣은 조건 때문이었다.
-『미리 조치하겠습니다.』
“『이상이야.』”
-『네… 그럼 헬기부터 준비시키겠습니다.』
비서는 뭔가 떨떠름한 듯 대답하며 인터폰을 끊었다.
인터폰이 끝나고, 뭔가 나사 빠진 사람처럼 부서져 아무것도 없는 LCD 화면을 바라보는 왕 회장.
자신이 무언가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인지 뚫어져라 모니터를 바라보던 왕 회장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의심이 들기 마련.
“『그럴수도 있지 뭐. 헬기는 안 오나?』”
의심이 드는 순간 왕 회장은 생각을 멈추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두두두두두두두….
헬기가 옥상에 도착하고 얼마 후, 50층으로 수행원들이 올라왔다.
“『회장님, 준비가 다 되셨습니까?』”
서글서글한 미소를 띠며 다가오던 수행원들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회장님 집무실 문이 대체…』”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난장판이…』
“『그럴수도 있죠. 아, 좀 지저분하네요. 청소 하는 사람 불러주세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어가는 왕 회장.
그가 수행원들과 떠나고, 얼마지 않아 벽이 꿀렁거리더니 사람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수였다.
“분명, 아무르파스텔의 의뢰를 받았다 이거지…”
영수는 기억을 더듬어 왕 회장과 비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무르파스텔, 박 상무라…”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