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90)
스왑딜
스왑딜
한국 인천의 만향당 공장 사무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영수는 경영지원팀과 법무팀을 회의실로 불렀다.
“아무르파스텔이 우리를 계속해서 노리는 이유가 뭘까요?”
“계속이라는 말씀은 또… 노렸다는 말입니까?”
“네. 지난번 화재도 그렇고, 이번에 중국에서 라지창이 우리에게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도 아무르파스텔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하…”
회의가 진행되었다.
다 어디선가 이직해온 사람들이었고, 같은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다 보니 전 직장 동료로 혹은 학교 동기나 선후배로 아무르파스텔에도 아는 사람은 있었다.
통로를 통해 정보를 얻어냈지만, 실무자들은 그러한 낌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아무르파스텔의 박 상무라는 사람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박 상무라면… 둘째 성 전무 쪽 사람이군요.”
“둘째… 성 전무요? 첫… 째도 있는 겁니까?”
“총 다섯입니다. 성 회장에게는 세 아들과 두 딸이 있는데, 모두 전무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끼리는 구분하기 쉽게, 나온 순서대로 부르는데…”
아무르파스텔에서 이직한 직원에게 그들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 전달받았다.
아무르파스텔은 성씨 일가의 회사였고 그중 경영권을 가진 이는 회장인 성일도로 다섯 전무들은 그의 아들딸이라고 한다.
성일도 회장의 여성 편력은 화려했다.
그는 이혼을 세 번 했고, 결혼을 네 번 했다.
덕분에 승계 관계도 매우 복잡했다.
첫째는 딸로 첫 번째 부인의 자식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이혼을 당했고 둘째 부인이 뱃속에 아들을 데리고 두 번째로 성일도 회장과 결혼했다.
둘째가 나온 뒤 태어난 셋째도 아들이었는데, 그는 첫째 부인이 낳은 자식이었다.
이혼하던 시기에 배 속에 들어있던 것이었다.
둘째 부인은 아이를 하나 더 낳았는데, 넷째는 딸이었다.
그래서 첫째 셋째가 한 편이 되고, 둘째 넷째가 한편이 되었다고 한다.
셋째 부인도 아들을 낳고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일찍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중 외가가 가장 빵빵한 곳이 막내아들이었다.
성 회장은 또 결혼해 넷째 부인을 뒀지만, 늙어서 그런지 아이를 갖지 못했다.
이렇게 크게는 다섯이지만 세 계파가 그의 뒤를 이으려 하고 있었고 각종 계파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첫째 부인 파벌의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셋째지만 실질적으로는 딸인 첫째라고 한다.
셋째는 능력은 있지만 사람을 너무 막 대한다고, 그래서 그의 과실을 상쇄하고 계파를 알게 모르게 집결시키는 것이 첫째 딸의 능력이라고 한다.
둘째 부인 파벌의 대표는 맏아들인 둘째라고 한다. 그는 맏아들이라 정통성도 있고, 가장 성 회장을 닮아 능력도 있고 냉철하며, 잔인한 카리스마가 있다고 한다.
그 모습에 넷째는 조용히 따라오고, 다른 가족들의 지지도 얻는다고 한다. 물론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더 무서워하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다고.
막내아들은 소수파라고 한다. 하지만, 빵빵한 외가와는 다르게 인물이 너무 좋지 않아 따르는 사람이 적다고.
박 상무는 바로 그중 둘째, 장남인 성일식 전무를 지지하는 계파의 사람이라고 한다.
성씨 일가가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둘째 쪽의 계파는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쪽이라고 했다.
이번에 아무르파스텔 인천 공장 방화 위장 사건은 다른 이가 책임을 지긴 했으나, 공공연하게 다섯째 쪽 사람에 의한 지시라는 소문이 퍼져있다고 한다.
“잠깐. 아니, 그런데 막내도 아니고 왜 둘째가 지금 우릴 노리는 거죠?”
“아 다섯째는 외가 쪽 참모진은 빵빵한데, 본인이 조금 띨 합니다. 막내라 오냐오냐 띄워주다 보니, 뭐라도 되는 양 비위만 맞춰주면 잘해줘서. 둘째는 예전부터 그런 식으로 동생을 이용해먹는데 능했습니다.”
“흠… 경영 승계를 위해 능력을 보여야 하는데, 불법적인 일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으니 동생을 이용하겠다?”
“그런 셈이죠. 애초에 인천에 추가 공장 설립과 중국 공략을 강력히 주장한 것이 둘째였습니다. 중국 시장이 묶여버리니 인천 공장의 정리를 바라는 것도 누구였을지는 뻔한 것이었죠.”
설명 덕에 퍼즐이 풀려 갔고 타겟도 누구인지 점점 맞춰져 갔다.
그런데 여전히.
방화한 것까지는 이해가 갔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자신들을 방해하는 이유는 모르겠는 영수였다.
“어쩌면 내부 승계 최종건에 대한 문제로 그냥 자기들 힘을 자랑하거나, 시험해보고 있는 것이 아닐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이미 내부에 문제가 터졌는데 굳이 힘자랑을 외부에 해서 힘을 분산시킬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쪽 성가들은 심보가 고약해서 그냥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기들이 못 하면, 남도 못해야 한다는 더러운 성질들 가지고 있어서…”
“허…”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황당한 이유일 거다.
“어쨌든 다들 아무르파스텔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십시오. 쫄릴 거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정면돌파할 겁니다.”
“넷!”
“아무르파스텔에 연락하십시오. 우선 박 상무라는 사람부터 수소문해주십시오. 그를 만나보겠습니다.”
“옛!”
회의실은 바쁘게 움직였다.
추쿵, 추쿵…
“허…”
한국에서 있던 일을 생각한 영수는 어이없다는 듯이 연신 헛바람을 내뱉었다.
박 상무라는 사람에게 연락했더니, 그는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자신을 만나러 와버렸다.
보자마자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절을 하며 기분 나쁘겠지만, 이쪽 자금력과 영향력 확인차 작전을 해봤다던가…
그 자금력으로 지분을 인수해 달라고, 자신들의 우호지분이 몇 퍼센트인데 도와주면 어떤 사례를 하겠다고.
그러면 이번에 만향당에 화재를 내고 만향당을 인수합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모든 일의 원흉 첫째, 셋째를 밀어낼 수 있다고.
앞으로 공동으로 전선을 구축하며 중국 진출 파트너로서 잘 해보던가…
추쿵… 추쿵…
“그냥 오다니 멍청한 건지, 간이 큰 건지…”
자신은 그 말을 그대로 믿어줄 만큼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다.
영수는 자신을 적대하기로 했던 상대에게 마법을 쓰는 데에는 거리낌이 전혀 없었기에 박 상무라는 사람에게 거짓을 말하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었다.
추쿵.. 추쿵..
그랬더니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둘째의 사람인 줄 알았던 박 상무는 실제로는 첫째 와도 끈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섯째의 외가 사람이었다.
막내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철저히 숨길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둘째가 시키는 무리한 일들을 모두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무서운 둘째가 시켜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거들을 모두 수집해두고 뒤통수를 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은연중 첫째와 둘째가 격돌할 빌미를 제공하며 서로가 제 살을 깎아 먹게 조정하고 있었다.
이번에 둘째가 만향당을 이용하게 된 것은 박 상무가 먼저 둘째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섯째가 꾸민 함정이었다.
다섯째는 만향당의 저력을 무시하지 않고 있었고, 이번 방화 대처에 대해서도 일이 꼬여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만향당에 역풍을 맞아서 그런 거라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그래서 조심스럽게, 둘째를 이용해 만향당을 이용해먹으려고 한 거다.
집어먹으려다가 오히려 집어삼켜지게…
흥미진진한 집안이다.
추쿵추쿵. 추쿵추쿵. 추궁추궁…
그런데, 그들 때문에 졸지에 도구처럼 이용당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입장에서는 짜증 나기 그지없었다.
“『영주님… 혹시 운행중에 마음에 안 드시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호세뉴.
“아니요. 제가 보기엔 별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운행은 성공적으로 보이는군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으셔서…』”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호세뉴의 뒤로 드와프들이 오들오들 떨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일이 잘 못 되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은 것이…
전형적인 평소 드와프들의 태도였다.
“제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이쿠,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사람에게 명복을 빌어줘야 할 것 같군요. 감히 잠자는 드래곤의 발톱을 뽑으려는 미친자가 누군지…』”
“저 그런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
“무, 후우… 아닙니다.”
영수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참아버렸다.
뭐라고 말해봐야, 드와프들은 워낙 자신을 두려워하기에 와전해서 해석할 것이고 ‘역시 드래곤…’ 등의 악명만 쌓일 것이다.
추쿵, 추쿵…
점점 속도가 올라간 기차는 최고 속도를 유지하며 철길을 따라 달렸다.
시속 약 50km 정도.
차에 비하면 느린 속도였지만, 이곳 마차의 전속력의 두 배 정도는 나오는 빠른 속도였다.
거기다 뒤에 완성된 객실 여섯 칸과 열두 칸의 화물칸을 장착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느린 것도 아니었다.
뿌! 뿌우!
영수의 눈치를 보느라 빼지 못해 꽉 차버린 수증기가 연통으로 빠져나오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푸드드득…
쿵, 쿵, 쿵…
기찻길 옆 숲 속에서 새들이 놀라 달아나고, 그보다 더 둔중한 느낌의 생명체들도 놀라 멀리 달아났다.
기차는 이곳 기준으로 좋게 말하면 말없이 달리는 철마차였고,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새로 나타난 거대한 철 괴물이었다.
실제로, 시운전하던 도중 기차에 정면으로 부딪쳐 도전해오는 몬스터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통짜 미스릴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내연기관만 미스릴을 사용했고 외부는 강철을 사용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몬스터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기관차의 정면에 안전모를 붙여뒀으니까.
오히려 몬스터들의 목숨과 연료를 넣기 위해 기관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죄수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해야 할 판국이었다.
촤악!
화르륵!
촤악!
화르륵!
“『이봐 죄수 94번!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넣으면 안 되고 꾸준하게 넣으라고 몇 번을 말 해야 알아들어?』”
“죄송합니다.”
“『형벌을 감면받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농땡이 부리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할 거야. 내가 잘만 말하면 하루에 5일치 씩 추가로 형량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드와프님.”
죄수들은 구슬땀과 함께, 어느새 기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끼이이이이…
뿌우!
치이익…
비로소 멈춰서는 기차.
앞쪽으로 익숙한 성벽이 보였다.
간트레이그 자작령의 성벽이.
“허… 이게 대체…”
일단의 사람들이 다급히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선두에는 간트레이그 자작이 있었다.
“와… 이런 거대한 마차가 있단 말이야?”
“국왕께서 타신다는 20두 마차보다 더 커 보이는데? 이거 너무 위험한 게 아닌가…”
그와 함께 기차를 보러 나온 간트레이그 자작령의 기사들은 자신들의 주군과 마찬가지로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했다.
영수가 보여주던 말 없는 마차들도 놀랍긴 마찬가지였지만, 눈앞의 기차랑 그것은 스케일부터가 달랐던 탓에 기차가 더 멋있어 보였던 것이다.
끼이익.
텅, 텅, 텅.
한쪽 입구가 열리며 안에 타고 있던 영수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간트레이그 자작을 보며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피부색이 좋아지셨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 봅니다.”
“아, 오 오셨습니까?”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간트레이그 자작.
반면 예전과는 다르게 강자로서의 여유가 넘치는 영수는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기사들이 움찔거리며 그의 앞을 가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저 기사들을 무서워하던 적도 있었지…’
영수는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검과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맨몸으로 처음 떨어졌을 때는 차에서 내리면 기사들의 눈치를 봤다.
어쩌면 그들에게 죽을 수도 있기에.
그래서 안전을 위해 고통을 무릅쓰고 자신의 몸을 강화하고는 했었는데, 강화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부터였던 건지, 자신의 몸은 데미지를 입지 않았고 덕분에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철철 넘쳤다.
“빨리 익숙해지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이 기차는 하루에도 최소 두 번은 왕복할 겁니다. 거기다, 나중에는 영지 외곽으로 더 멀리 가는 기차가 다닐 예정이죠.”
“이런 거대한 마차가 정기적으로 계속 역마차처럼 왕복을 한다니… 한 남작님의 마법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마법력까지는 아니고…”
이것은 마법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 봐야 이해도 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냥 웃고 넘어갔다.
“그런데 한 남작님, 아니 자작님.”
영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왜 한 단계 높여서 부르시는 거죠?”
“아, 지난번에 기사들을 보내서 영주 두 명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그 일이 귀족원에서…”
간트레이그 자작의 말을 들으니, 지난번 잡힌 정보길드의 배후를 캐내느라 파스란과 소르크 두 기사를 보냈던 작전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여 이를 영지전으로 본다는 귀족원의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중 미하오스 자작의 경우 후사가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승리자인 한 자작님께 영지와 작위가 귀속되는 것이 됩니다. 혹시… 아직 제대로 챙기시지 않은 것 아닙니까?”
“음… 그 부분은 생각도 하지 못했군요. 미하오스 자작의 영지가 이쪽에서 제법 멀어서…”
영수는 이곳 미드랜드에서 땅따먹기를 할 생각은 없기에, 익숙한 자신의 땅을 버리고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없었다.
“이곳과는 먼 곳에 있는 곳이지만, 탐스러운 영지입니다. 수도로 가는 길목이라 위치도 좋고, 자작령 중에서도 인구수로나 영지 크기로나 상위권에 랭크하고 있는데, 거기다 가까운 곳에 은광이 있기 때문에 많은 귀족들이 그곳을 노려서, 그래서 그들이 국왕파에 투신을…”
간트레이그 자작은 입에 침을 물며 미하오스 자작령에 대한 역사와 칭찬들을 늘어놨다.
여전히 그는 자신의 영지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볼 때마다 다른 이들의 영지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말씀대로 그냥 두긴 아깝군요.”
“그렇죠. 은광만 해도, 거의 백작령급의 수익과 맞먹는 곳이니…”
“그럼, 이렇게 할까요? 그 영지 간트레이그 자작님이 받으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간트레이그 자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신 지금 이 영지와 그곳에서 나는 은광의 수익을 일부를 제게 주는 겁니다.”
“…”
이어지는 말에 간트레이그 자작은 멈칫거렸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 환해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혹시 생각 있으시면, 저와 계약서 하나 쓰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