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93)
이정도면 내 빽이 더 한정판 맞지?
이정도면 내 빽이 더 한정판 맞지?
호운덕 사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난번 이사님께서 지시하신, 그 사람입니다. 백호석 전무라는 사람인데…”
아 어쩌다, 부인 잘못 만나서 국내의 모든 탈모인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현제 50세로 나이 46세에 전무에 오를 정도의 수완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상당히 미움을 받고있는 모양입니다. 조만간 대기발령 상태로 전환될 거라더군요.”
그래도 국내 판매 금지니 그 정도지, 아마 해외 판매를 금지시켰다면 누군가 그를 암살하러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도 참 억울할 것이다.
그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열심히 일해서 부인과 자식 먹여 살리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상사들에게 쪼임을 받고 있을 텐데…
“그런데, 굳이 이사님께서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부인은 남편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고…”
“그래도 한 번 이야기는 들어봐야겠죠?”
“이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호운덕 사장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인터폰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삐익.
“아까 그분 아직 계신가요?”
-네. 아직 돌아가지 않고 접객실에서 대기 중입니다.
“이사님께서 만나시겠다고 합니다. 사장실로 들어오라고 전해주십시오.”
연락이 끊기고 얼마지 않아 사장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성삼반도체 평택공장장 백호석이라는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사장실 안에 진한 향수 냄새와 섞인 담배 냄새가 확하고 퍼져나갔다.
안에 있던 두 사람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이고! 호 사장님! 만나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호들갑을 떨며 호운덕 사장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호운덕 사장은 한 걸음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냄새가 역하군요.”
영수가 그를 대신해 한마디 했다.
“죄송합니다. 요즘 너무 스트레스받고 긴장이 되는 바람에 계속 담배를 피우다 보니… 그런데 혹시 거기 젊으신 분이 한 사장이라는 분이십니까? 유치원에서 그…”
“유치원은 맞습니다. 하지만, 직급은 이사입니다.”
“아… 설마 만향당을 운영하시는 분이 이렇게 젊으신 분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두 분이 친척이신 겁니까? 어쨌든 반갑습니다. 저는 덕분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백호석이라고 합니다.”
영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과하러 온 사람치고는 너무 당당하고 안하무인 적인 사람이었다.
“한영수라고 합니다. 부인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성삼반도체 제1 공장의 공장장이시라고요?”
“허허… 부인 때문에 아마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겠지요. 허허허… 아차, 제가 이번에 좋은 걸 가지고 왔는데…”
부스럭..
백호석은 사람 좋아 보이는 척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안에 들고 온 쇼핑백을 만졌다.
그가 하는 행태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래서 부인은 남편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신 겁니까?”
영수의 나지막한 질문에 호운덕 사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빽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채널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에디션인데, 부인께 가져다주시면 아주 좋아하실 거라고 제가 장담을 합니다. 한국에 세 개 밖에 오지 않은 한정판인 데다가 안에 제가 따로 넣어둔 것이 있어서…”
백호석은 쇼핑백에서 명품 가방을 꺼냈다.
지켜보고 있던 호운덕 사장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싸고 눈까지 쓸어내리며 그 모습을 외면해버렸다.
왠지 호운덕 사장도 똑같은 일을 겪었던 것 같았다.
영수는 강제로 쥐여주기에 일단 가방을 받았다.
가죽에 채널 특유의 마크가 새겨진 가방 잠금 부위, 그런데 특이하게 네 귀퉁이에 진주가 달려 있었다.
“이 진주 이거…”
활짝하고 백호석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알아보시는군요? 그게 시판가가 2억8천짜리입니다. 특히나 최근에 시중에 나돌기 시작한 향 나는 천연진주를 사용해서 만든 것인데요. 절대 색이 바랠 일이 없다고 합니다. 이거 사실… 지난번에 호 사장님께 드리려고 했던 것보다 더 비싼 겁니다. 호 사장님께는 비밀인 거 아시죠? 아, 그리고 중요한 내용물은 그 안에 있는데…”
‘나에게 향 나는 그 천연진주라니…’
그가 풍기는 담배 냄새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 가방에 들어간 천연진주는 만향당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 ‘그것’ 진주였다.
거기다 지난번에는 이런 식으로 호운덕 사장을 매수하려고 했었다니, 이 사람 아주 총체적 난국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대기업인 성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도체 공장의 공장장이 될 수 있었던 거지?’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것으로 제가 화가 누그러질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아이고, 아니지요. 당연히 아니지요. 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깔끔하게 열 장 넣었습니다.”
호운덕 사장은 아예 뒤돌아버렸다.
왠지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웃고 있는 것 같은데?
딸칵.
채널 가방이 열리자, 안에 봉투가 들어있었다.
사락.
“헤헤… 이거 귀한 겁니다.”
그가 자신 있어 하며 영수에게 건넨 비장의 무기, 그것은 국가에서 발행한 10억짜리 무기명 채권이었다.
슬쩍 뒤돌아 봉투 안을 바라보던 호운덕 사장도 눈을 번쩍 떴다.
“허, 나는 고작 1억짜리 10장으로 매수하려고 하더니…”
“10억이 열 개. 계산해보십시오. 돈이…”
백호석은 초승달처럼 눈을 얇게 뜨며 자신의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누가 못 세겠는가?
100억…
뉘집 개 이름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영수였다.
영수의 개인 통장 잔고는 아무리 써도 1조가 넘었다.
기업에서 자신의 개인 돈으로 운용할 수 있는 부분만 해도 이미 거의 조 단위다.
그런 자신을 돈으로 매수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전무가 100억이라는 돈을? 아무리 자신의 자리가 걸린 일이라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아무리 전무라고 해도, 100억이라는 돈이 어디서 난 것일까?
백씨면 성삼그룹의 로얄 페밀리도 아닌데.
의문이 들었다.
“실례지만, 이 돈이 어디서 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거요?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하니까 아빠가… 줬습니다.”
묘한 망설임, 그리고…
“아빠… 요?”
“예. 사실 제가 40대에 전무가 될 수 있던 것도 우리 아빠가 사실 성삼 그룹의 이 씨 일가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모셨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20년 전에 아빠가 성삼전자의 사장을 하셨죠.”
“하…”
자랑이다.
자기는 금수저라고, 아빠 빽으로 회사에 들어가 전무까지 되었다는 자랑…
이런 사람이 있다있다, 말로만 들었지, 진짜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거기다 그 나이에 아버지도 아니고 아빠라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호운덕 사장님이 왜 그를 들어오라고 하면서 부인은 남편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 건지, 직접 보니 완벽하게 이해가 갔다.
부인이 왜 그 모양인가 했더니, 정말 끼리끼리 잘 어울리고 있던 거다.
“저는 남편분께 무슨 죄가 있나 싶어서 기회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뇌물로 매수라니, 그것도 그런 푼돈을 가지고…”
펄럭…
영수는 백호석에게 봉투를 던져줬다.
채권이 흩날리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 떨어진 돈을 냉큼 주웠다.
“허 참… 매수라니요. 사과를 하려면 성의를 보여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성의를. 제가 노력해서, 세금에도 안 잡히고 마음껏 쓰실 수 있는 것들로만 준비해왔더니…”
“돌아가십시오.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오려면 당사자인 부인하고 같이 오십시오.”
이쪽 부부는 답이 없었다.
강제로 그들을 개조해주는 수밖에.
나중에 충분히 고통을 격은 뒤, 둘 다 한 자리에 불러서 계약서를 쓰게 해야 할 것 같다.
“허 참… 이거, 한 이사님 제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회장님께 충성한 건 우리 아빠만이 아닙니다. 저도, 지금 이 부회장님 아주 어릴 때부터 모셔가지고요. 측근인데 내가… 하아…”
백호석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 채권들을 챙겨 넣었다.
“내가 이런 말은 안 할라고 했는데, 제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저 너무 건드리시면… 어쨌든 알았습니다. 저는 뭐 어찌 되든, 사과하러 왔던 거고. 그쪽에서 안 받아들인 겁니다. 부회장님께는 그렇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허, 이 친구 듣자 듣자 하니 안 되겠는데? 부회장에게는 내가 직접 말하지!”
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언제부터인지 최승규 의원이 서 있었다.
“사장님, 매번 맘대로 들어오시는 최승규 의원님이 또 오셨습니다.”
그의 뒤에서 비서가 최승규 의원이 왔음을 퉁명스럽게 슬쩍 알리고는 사라졌다.
“어? 최… 최의원님이 여기 어떻게…”
“어이고, 저기 저를 아십니까? 저는 뵌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물론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
최승규 의원은 백호석쪽으로는 얼굴도 돌리지 않고 스쳐 지나가며 영수에게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을 대표해 부탁드리겠네. 내국인들에게도 다시 헤어 랜드 이용을 허락해주게.”
“전 그다지 아쉬울 게 없어서요. 국내에서 반대하면 해외로 오라는 오퍼도 몇 개 있었고…”
“음…”
초승규 의원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백호석을 돌아봤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어딘가 문자를 보냈다.
어색한 침묵, 그리고 잠시 뒤.
우우웅…
백호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부회장님이… 잠시 저 전화 좀. 예 부회장님 강녕하십니까? 헤헤.. 네?”
백호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딥니까? 지금 회사 큰일 났습니다. 거기다, 백 백부님께 맡긴 채권을 들고 나가셨다고요? 아니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피하세요. 그리고… 어디서 왜이리 저와의 친분을 팔고 다니시는 겁니까? 아무리 우리가 어릴 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둘이었다.
한 명은 백호석, 또 한 명은 영수.
백호석의 인상은 점점 창백해져 갔고 영수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갔다.
그는 억울할 수 있었기에 기회를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인처럼, 스스로 무덤을 팠다.
그냥 진심으로 사과하면 되었을 것을 돈으로 무마하려고 하려고 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인맥을 팔며 영수가 평소에 가장 싫어하는 노력 없이 인맥과 돈으로 자기 자리를 보전한 무능력한 인간임을 보여주었다.
“부회장님,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우선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채권부터 숨기고 몸부터 숨기세요. 진짜, 그런 걸 일일이 알려줘야 합니까?
“에음… 저, 전 이만.”
벌컥.
백호석은 가져왔던 것들을 챙겨 도망치듯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기세 좋게 으름장 놓더니, 꽁지에 불붙은 멍멍이마냥, 어딘가 급하게 도망치는군요.”
“멀리 못 갈 겁니다.”
영수의 귀에는 공장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차들 몇 대가 공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영장’ ‘핵심인물’ ‘로비’ ‘채권’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나저나, 어디다 뭐라고 문자 보내신 겁니까?”
“이번 상황이나 성삼 그룹에 화나 있는 의원들이 몇이 있었거든. 그래서 며칠 전에 성삼 그룹에 대한 특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영장 심사 중이래서, 물어봤더니 좀 전에 끝났다나 뭐라나…”
최승규 의원은 휴대폰을 켜서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 보여주었다.
[속보, 성삼 그룹 비자금 관련 특검 수사 진행 중.] [성삼 특검팀 돌입, 무기명 채권 등 유가증권 다수 확보.] [기습 특검, 대기업들이 떨고 있다.] [중국 대기업 회장, 만천하에 자신의 성취향을 밝혀, 중국 재계와 정계를 발칵. 소문이 해외로 일파만파] [노벨 문학상 수상한 정주 작가 건강으로 잦은 연중에 죄송한 마음뿐이다. 완전 회복시 연참으로 보답하겠다. 밝혀.] [적폐청산 슬로건 말로만 끝내지 않는다. 성삼 그룹 다음은 어디인가?]메인 화면 상단의 기사 목록 중 절반 이상이 성삼 그룹의 특검과 관련된 기사들이었다.
이래서 권력이 무서운 거다.
저 권력의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곳에 마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 있다고 해도 자신이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음? 그나저나 이사님, 이 중국 대기업 회장이라는 사람 아무래도 라지창 왕 회장인 것 같습니다.”
같이 포털 화면을 보고 있던 호운덕 사장이 뉴스를 클릭했다.
그곳에는 모자이크된 사진이 첨부되어있었다.
“그렇습니까? 이상한 사람이군요. 그들과 거래에서 손을 떼서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영수는 같이 뉴스를 읽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있었다.
“와아… 그나저나 요즘 중국은 쥐들이 문제라는군요. 중국도 나름 잘 산다고 생각했는데, 쥐가 문제라니. 쯧쯧쯧…”
기사의 아래쪽에 있는 연관된 뉴스를 보던 호운덕 사장이 혀를 찼다.
[지진핑 주석 쥐를 인민의 해악한 동물로 지정해.]이틀 정도 지나고, 이제 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