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94)
으스러지게 안아도 힘 조절은 합니다.
으스러지게 안아도 힘 조절은 합니다.
한국에서는 성삼 특검이 시작되었고, 중국에서 쥐와 해충 박멸이 시작되었다.
두 일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아도, 사실상 이 모든 것을 일으킨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중국에 특별한 쥐를 풀었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최소한 그가 한국에서 성삼 특검이 시작되게 한 사람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증권가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만향당의 실제 소유주 한 모 씨.
별명 ‘털 가진 거인’.
그는 최소한 인류의 20퍼센트, 아니 잠정적으로는 3, 40퍼센트가 되는 인류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탈모로부터 완전한 해방, 탈모 걱정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가져다준 인물.
그는 화가 나면 무서운 사람이니 건드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꿀꺽.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이, 지금 생사결을 앞둔 격투기 선수처럼 잔뜩 긴장한 채로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크흠…”
괜한 헛기침으로 긴장을 날려 보내려 했지만, 여전히 긴장되었다.
최근 들어 잘 입지 않던 양복까지 차려입고, 외모에 한참 신경을 쓴 것 같은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영수.
반지를 들고 있는 한 손은 뒷짐을 지고, 반대편 손을 들어 올리는데 손이 바르르 떨려 목표 지점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아픈 곳도 없는데.
“후우…”
심호흡을 하며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을 펼치고, 인류와 처음으로 접촉하는 ET처럼 검지손가락을 펴는데.
파르르르르…
‘크윽.’
너무 떨려와서 그냥 주먹을 쥐어 버렸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을 뻗을 수 없었다.
고작, 벽에 박혀있는 벨일 뿐인데.
누르려고 할 때마다, 무언가 자신을 잡는 것처럼 손이 떨려왔다.
자신에게 용기가 그렇게 없었던가?
아니다.
트럭 타고 미드랜드라는 처음 보는 세상으로 떨어졌을 때부터 결심한 일이 아닌가?
문을 향해 반걸음 정도 더 가까이 다가갔다.
“후우…”
숨을 내쉬며, 이번에는 주먹을 들고 문을 향했다.
하지만, 왠지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힘들었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사람은 없다.
그냥 떨려서 그런 거다.
‘가볍게 두들겨야지…’
똑! 똑!
번개가 치는 것처럼 큰 소리.
‘읍…’
생각보다 더 크게 두들긴 것 같아 가슴이 떨려왔다.
그래도, 이미 문은 두들겨졌다.
안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발소리, 익숙한 발소리.
“누구세요.”
“저, 접니다.”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아, 영수 오빠 오셨어요?”
철컥.
끼이이이…
문이 열리고 다희가 나왔다.
좀 전까지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지, 한 손에는 노란색 실리콘 국자가 들려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해지고, 뭐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온몸의 긴장이 풀려서 뒤로 숨긴 손에 들고 있던 반지를 그대로 놔버릴 뻔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아찔했다.
그런데 그 아찔함이 너무 좋아서, 입가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맺혔다.
‘이 여자다.’
강한 확신이 들었다.
“오빠, 회사 가시는 길이에요? 오늘 진짜 멋지게 차려입었네요. 그런데, 잠시만 기다려보실래요?”
다희는 들고 있던 국자를 내려다 놓고 서둘러 뛰어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정성껏 넥타이를 다시 매준다.
그 손길이 너무 따듯했다.
덥석.
“다희야!”
손을 붙잡았다.
“어멋… 오빠 오늘은 가희가 유치원 가는 날이 아니라…”
가희가 방에서 빼꼼하고 나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랑… 나랑 결혼해줘라! 눈물 나오지 않고 행복하게 해줄게. 죽을 때 같이 죽고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고 으스러지게 안아줄게!”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었다.
질러놓고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다 좋은데, 프로포즈 대사를 너무 횡설수설해버렸다.
‘아, 왜 그랬지…’
자책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귀가 예민해져 버렸다.
사락사락, 두근두근, 쓰윽, 끼이, 도도도, 쿵쾅쿵쾅, 우우웅, 드드드드…
귓속으로 온갖 굉음이 마구 쏟아졌다.
오로지 다희의 입만 보고 있었다.
다희의 입이 열러, ‘예’ 라고 해주기만을, 아니면 ‘결혼해요’라고 해주기 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목으로 불덩이가 들어간 것처럼, 거칠게 침이 목구멍 속을 할퀴었다.
감각이 예민해진 까닭일까?
하지만, 몸의 모든 컨트롤을 놓을 정도로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눈에는 다희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
파르르 떨린다.
몸이.
표정은 약간 멍한 게, 백치미 있는 표정이다.
예쁘다.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헤…
내 미소를 보고, 다희가 멈칫한다.
그러더니 눈과 입이 움직였다.
초승달처럼 휘는 눈과 위로 깊고 길게 올라가는 입의 꼬리, 웃음이다. 다희가 웃음을 지었다.
‘예에에!’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왜 눈을 뜨는데…
눈이 슬퍼 보이는 거지?
슬퍼 보인다 하는 순간, 갑자기 홍수에 불어나 당장 터질 것 같은 댐처럼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어? 이게 아닌데…’
“흑…”
땜이 터졌다.
다희가 울기 시작했다.
“다, 다희야!”
‘아… 더 이상 울지 않게 해주려고 했는데… 슬프지 않게, 행복하게만…’
시작부터 눈물이라니…
“아니… 그… 그게…”
뭔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할지…
머릿속이 아주 새하얬다.
떠어…
그때, 뒤에서 떠북이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이 아니라, 다희의 허리춤 정도로 그 뒤쪽에…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가희다.
가희는 생각해보면 아까부터 이쪽을 힐끔 보고 있다.
“애휴. 이래서 연예 초보들은 안 된다니까. 이럴 때는 꽉 끌어안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뽀뽀를 해야지…”
작은 중얼거림.
‘고맙다 가희야.’
와락.
“다희야!”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훔쳐버렸다.
오랜 시간의 도둑질.
그래도 만족하지 못한 거친 입술이, 다희의 뺨에 흐르는 눈물도 훔쳤다.
그리고는 훔칠 수 있는 모든 곳을 훔치려고 하는데…
“히힛.”
뒤에서 웃고 있는 가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그녀를 안았던 두 손 중 하나를 풀고, 손가락으로 가희의 방 안을 가리켰다.
“얼레리 꼴레리 레요. 히힛.”
끼이익. 쿵.
“아코…”
놀리면서 방으로 가다가 발을 찐 가희.
머릿속에서 펑 터지던 사랑의 케미컬(화학물질)들이 가라앉았는지 이제는 좀 차분해졌다.
‘조언 고맙다. 딸.’
“오빠…”
다희는 울면서, 또 웃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그녀를 한 번 으스러지게 안아주었다.
서로의 체온이 오가며, 몸이 따듯해졌다.
영수는 다희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오빠. 너무… 아름다워요.”
다희는 반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반지의 중앙에는 탁한 우유와 파란색이 섞인 듯한 수정이 박혀있었고, 금색, 은색, 검은색, 빨간색, 우유색이 섞인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평범한 형태의 반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규칙 속에 규칙이 없고, 규칙 없는 속에 규칙이 있는… 혼란과 규칙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예술품처럼 보인달까?
그도 그럴 것이 이 반지의 외관을 잡은 것이 드와프였다.
거기다, 파란색 탁한 수정은 엄지손톱만 하게 작았지만 실제로는 집채만 한 마나석과 흑마석 등 에너지원을 특별 가공하여 마법으로 압축한 보석이었다.
마법을 새겨 넣지 않았어도 이 반지를 그대로 가지고만 있어도 몸이 건강해지도록, 드와프의 비법도 담겼다.
거기에 수십 가지 마법을 더했으니…
“다희야. 이건 오빠가 특별히 지구상에 없는 광석으로 만든 반지야. 특별한 힘이 있어서 이게 널 계속 지켜줄 거니까, 부디 어디 외출할 때 꼭 끼고 나가야 한다?”
영수는 특별히 당부했다.
“우와… 우리 아빠 엄마를 엄청 과보호하는 거 봐.”
입술 삐죽 내미는 가희.
왠지 예쁜 반지를 받은 자기 엄마를 질투하는 것 같았다.
‘그럴 줄 알았지.’
영수는 피식 하고 웃으며 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당연히 네 것도 준비했어. 가희야.”
파란색 보석함이 나왔다.
딸칵.
안에서 나온 목걸이.
목걸이 또한 단순한 금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드와프들이 만든 예술품에 다희에게 준 알 굵은 반지보다는 알갱이들은 작았지만, 압축된 에너지원 보석을 여러 알 박아서 마법을 걸었다.
여기에도 다희와 동일한 마법이 걸려있었다.
오토쉴드, 웜바디, 템퍼레쳐컨트롤, 프레쉬에어, 리틀클린, 프로텍트프롬파이어, 프로텍트프롬콜드, 프로텍트프롬어스, 등 등 등…
건강보조 마법에 여러 가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마법을 무려 48가지나 새겨넣었다.
미드랜드의 대마법사 노예 라쿠스와 마계 최고의 장인 로빈나르 그리고 알고 보니 마법 천재인 자신이 만든, 이쪽은 물론이고 저쪽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희대의 역작이었다.
“가희도 이거 꼭 차고 다녀. 아빠가 준 보약 같은 거야. 뭔 말인지 알지?”
영수는 목걸이를 가희의 목에 걸어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다.
“웅!”
“둘 다, 내가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꼭. 꼬옥! 차고 다녀. 연구실에서 그러는데 원적외선이나 알파파, 베타파, 온열효과 등 등… 뭐, 그런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이 나와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건강해진다고 하는 물건으로만 만든 거니까.”
영수는 슬쩍 반지와 목걸이의 정체에 대해 얼버무렸다.
“호호. 오빠가 해준 건데 꼭 차고 다닐게요. 사랑해요. 그리고 너무 고맙고…”
“고마울 게 뭐 있어. 우리 둘 사이는 미안한 것도 고마울 것도 없는 그냥 당연한 사이 아니야?”
이미 역사는 흘렀고, 다희와 영수 사이에 몇 번이나 만리장성을 쌓는 대공사가 진행되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이제는 결혼식을 언제 하느냐만 남았다.
“오빠. 나는 가희 초등학교 가기 전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
“나도 올해 넘기기 전에 하고 싶었어.”
이제 막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이니, 올해가 넘어가기까지는 약 한 달 반 정도 남았다.
바쁜 결혼 일정이지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영수에게는 돈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도 많았다.
서로 가지고 있는 결혼식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나는 다희가 좋아하는 결혼식 형태로 할 거야. 무조건! 결혼식은 여자가 주인공이거든.”
“저는 간단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여기 근처에 웨딩홀이 있던데, 그냥 그곳에서 간단하게 오빠가 하자는 데로…”
모든 걸 맡길까 했더니 다희는 오히려 자신에게 모든 걸 맡겼다.
거기다 가까운 웨딩홀이라면, 솔직히 음식 맛도 없고 좀 허름한 곳이 아니던가?
“나, 돈 많아 다희야.”
“그래도, 결혼식에 너무 돈 많이 쓰면 아깝잖아요…”
“너한테 쓰는 돈인데, 하나도 안 아깝다니까? 음… 안되겠다. 결혼식은 내가 알아서 할 게.”
다희에게 결혼식을 맡겨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오빠가 잘 준비해줄게, 후훗…
“오빠 그런데 가희 성 씨는…”
아 그러고 보니 가희의 성은 다희와 같은 성, 다희 오빠의 성을 따르고 있었다.
솔직히 성을 뭐라고 불러도 가희는 내 딸인데…
하필이면 지난번, 백호석의 부인이 했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가희가 좋아. 홍가희면 어떻고 한가희면 어때. 아니면 둘 다 써서 한홍가희, 홍한가희도 좋고. 하지만, 여기에는 내 의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희의 의사가 중요하고 봐. 가희는 어때?”
“히히. 한홍가희랑 홍한가희는 이상해. 나는 아빠 좋아. 한가희 할거야.”
가희가 와락, 허리춤으로 안겨왔다.
그러자 살짝, 다희가 가희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눈을 흘기는 것은 기분 탓일까?
‘괜찮아. 가희가 없는 시간은 많으니까 다희야. 우리 또…’
“크흠… 아 그리고 이 집이 셋이 살 수 없는 건 아닌데, 나는 좀 더 크고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갈까 해. 평택도 좋고 아니면 서울이나 다른 곳도 좋은데… 두 사람은 어디가 좋겠어?”
“저는 어디든 좋아요. 오빠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다희는 내가 한다고 하면 뭐든 지지해주었다.
“우웅… 나는 이제 막 친구들도 생기고 그래서 평택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유치원도 가급적…”
가희는 평택에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친구들 때문이라…
유치원에는 바름이라는 애 하나인데…
설마 걔가 남자친구?
“가희야. 유치원에는 너랑 바름이만 있지 않니?”
“아니야. 민아도 있고 혜리도 있고 윤아랑 진식이도 있어.”
그새 만향당 직원들의 아이들이 유치원을 옮겼다 보다.
그런데…
‘진식?’
남자 이름을 듣자 몸이 움찔거렸다.
‘대체 어떤 놈이 또 우리 딸을…’
“그래. 그럼 평택에서 집을 구할게. 가희는 정원 있는 집이 좋아? 아니면 아파트가 좋아?”
“나는 떠북이랑 놀 수 있는 정원 있는 집!”
가희가 씩씩하게 소리쳤다.
영수가 웃으면서 가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허공을 보는 영수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진식이… 대체 어떤 놈인지… 조사를 해봐야겠어…’
영수는 팔불출 아빠였다.
“그나저나, 오빠. 오늘은 공기가 정말 맑은 것 같은데 우리 산책갈래요?”
중국의 광져우에서 베이징 밑 텐진까지.
거대한 띠처럼 공단이 밀집되어 있는 곳의 전역에서, 쉼 없이 돌아가던 공장을 상징하던 굴뚝 연기가 뜨문뜨문 올라왔다.
왜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샤 라오슈(杀老鼠)!”
“샤 라오슈(쥐를 죽이자)!”
현재,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중국정부에서 진행하는 강제 쥐잡기에 동원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