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97)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수는 분노했다.
두 딸 아이의 아빠로서, 어린 자신의 딸을 노릴지도 모르는 놈, 그런 소아성애 범죄자 놈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을 용납할 것 같은가?
그것도 힘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이 미드랜드에서?
참지 않을 거다.
“역시 마왕님…”
로빈나르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변명은 듣지 않겠다. 저 세상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사죄해라.”
나지막한 통보.
“그! 저, 저는 아이들이 커나가는 걸 보는 걸 좋아하는 거지, 다른 놈들처럼 이상한 놈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어릴 때 마계에서 정말 힘들게 살아서!”
화르르르…
“마왕님, 마법이 멀리 떠 있어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가까워도 열기만으로 영지가 날아갈 것 같습니다.”
로빈나르가 차분히 영수를 말렸다.
만일, 카르모포가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영지의 중심부가 아니라 외곽에서 나타났다면, 만일, 중간에서 로빈나르가 중재하지 않았다면…
부우우웅, 끼익!
“영주님 저 지금 돌아왔습니다. 근데, 뜨겁게 웬 불을… 어? 카르몬 상단의 상단주인인 카르모포 씨군요. 그런데, 어떻게 라이트딜레이 후작령에서 저보다 더 일찍 영지로 오실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자신이 운용하는 카르몬 상단에 대해 알고 있는 람찬이라는 사람이 막 도착하지 않았다면.
“카르몬! 맞다, 저는 카르몬 상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고아원, 고아원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커나가는게 너무 좋아서! 벌써 천 년 동안이나 고아원을!”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카르모포는 어쩌면 그대로 소멸했을 지도 모른다.
“저 말은 사실입니다. 영주님. 평민들에게도 평판이 좋은 사람이죠. 카르모포 씨의 카르몬 상단은.”
“흐음… 평판도 좋고, 카르몬 상단이 고아원을 천 년 동안이나 잘 운영하고 있었다니…”
팟.
거대한 불꽃이 허공에서 소멸되었다.
“히, 히이익!”
기괴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카르모포는 구름조차 한 점 없는 허공을 보며, 자신도 조금 전의 불꽃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제가 오해했군요. 죄송합니다.”
영수는 굳은 인상을 풀며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사과했다.
로빈나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이분은 마왕님의 환생이다!’
“죄, 죄송은요! 아닙니다! 고아원 운용이 취미입니다! 더, 더 운용할 겁니다! 살아만 있을 수 있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카르모포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바람직한 사업을 많이 하시는군요. 마족에게는 무릇 편견이 있는 편이라…”
“아닙니다. 맞습니다. 마, 마족 놈들은 다 쓰레기입니다! 아, 아니, 아니아니, 디오디몬 발락 마왕님과 로빈나르 같은, 그리고 저 같은 마족을 제외하고는 다 쓰레기입니다. 절대 마왕님까지 쓰레기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왕님 절대, 제발…”
땅에 엎드려 오들오들 떠는 카르모포.
가뜩이나 마족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카르모포이기에 이렇게 보면 누가 봐도 영수가 악당 같았다.
“일어나십시오. 물론, 영지 습격 미수를 하신 부분에 대한 패널티는 있겠지만, 영지에는 보석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같이 맞춰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할 수 있을 겁니다.”
“뭐든 시켜만 주시고, 뭐든 맡겨만 주십시오. 인간계를 다시 정벌하는 겁니까? 제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상로를 개척해놨습니다. 인간들과도 많이 알고, 인간들이 원하는 돈이라는 것도 있고, 다시 게이트를 여실 겁니까? 제가 이곳에서 인간들에게 구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구해드리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시면 영원한 충성충성을…”
목숨을 구걸하는 카르모포의 손이 덜덜덜 떨렸다.
“…”
영수는 말없이 그의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저는 대가 없이 남의 것을 뺏지 않습니다. 환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확실히 옛날의 디오디몬 발락이라는 마왕이 아닙니다. 인간 한영수입니다. 이곳에서는 영수 한 자작이라고 부르죠. 겁먹지 마세요. 해치지 않습니다. ”
왠지 따듯하고 인자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그게 더 두려운 카르모포였다.
“저는, 저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란스러워하는 카르모포에게 영수의 옆에 있던 로빈나르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조용히 하고 따라오게. 설명은 나중에 내가 할 테니.>>
카르모포의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로빈나르의 메시지 마법이었다.
“마왕님 우선, 그 미수 사항에 대해서 보석금 지불 방안이라든가 하는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겠군요.”
“그렇군요. 같이 들어갈까요?”
“넵!”
카르모포는 힘차게 말하며 영수의 뒤를 따랐다.
“상단 문제로 방문하신 거라면 창고에서 물품 정리만 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람찬은 가볍게 목례만 하고 차를 끌고 뒷문을 향했다.
안단테는 영수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따라가며 계속 뒤를 힐끔거렸다.
카르모포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혀를 낼름거리며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
저렇게 보면 카르모포가 좋아하는, 그냥 귀여운 소악동이다.
그런데…
‘쟤는 헬스타다. 분명히…’
실제로는 여기서 두 번째로 무서운 존재다.
마수3병단 소속이라, 헬스타가 직접 싸우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었다.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말 그대로 산도 들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카르모포는 조용히 따라가며 상황을 정리해봤다.
‘그러니까, 마왕님은 환생하신 게 아니라고는 말 하시는데 딸은 헬스타야. 거기다 숨어서 쌍방향 차원게이트를 연결 중인 걸로 알고 있던 로빈나르가 이곳에 와서 일을 돕고 있다. 마왕님이 확실하다는 건데…’
“그런데 무려 천 년 이상이나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단도 천 년 이상이나 운영하고 있었다는 소린데, 사실입니까?”
“네, 넵! 마법으로 계속 얼굴을 바꾸며, 고아원 출신으로 저 자신에게 입양된 양자 행세를 계속했습니다.”
영수의 질문에 카르모포는 긴장하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마법인 거죠? 흑마력을 쓰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건가…”
앞서가던 영수는 바로 카르모포의 인간 형태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족의 인간 변신 마법은 드래곤의 변신 마법과는 패턴이 다르군요. 지난번 본 마족의 아바타 신체와 비슷한 것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사용하는 마력 근원이 흑마력이다 보니…”
카르모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족의 변신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중언부언 모두 떠들었다.
‘충신 중 충신인 로빈나르가 마왕님을 몰라볼 리는 없다. 환생이라… 이거 설마, 세계수와 페어리퀸도 환생해서 같이 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 영수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그럼, 두 분 먼저 안에서 말씀 나누시고 있으십시오. 저는 안단테를 방에 데려다주고 안심시켜준 다음에 오겠습니다.”
“네. 마왕님.”
“네, 넵! 마, 마왕님!”
“호칭은 한 자작 정도면 됩니다. 그럼…”
끼이익…
영수는 직접 문을 열어 카르모포를 안내해주고는 안단테와 함께 놀이방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비로소 둘이 한 방에 남았다.
“로빈나르… 마왕군 차원장인 로빈나르가 맞습니까?”
카르모포가 로빈나르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클, 마왕님께서 먹물이라 부르던 그 로빈나르 맞습니다.”
“그 별명은… 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흑마력은 그대로지만 몸은 완전히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혹시, 로빈나르도 죽고 나서 환생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건 아니고 마왕님이 인간으로 환생하신 것을 보고, 저도 마왕님이 살아계실 때까지만 살기 위해 제 일 마신 카오비단 상란챠께 빌어, 인간의 몸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환생하신 게 맞습니까? 어쩌면 환생하신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랬으면 제 일 마신 카오비단 상란챠께서 애초에 저를 인간으로 바꾸시지 않았겠지요.”
“아, 하긴 제 일 마신 카오비단 상란챠님의 권능을 담은 마법이었다면…”
로빈나르의 주문 에는 ‘… 영원히 인간으로서 환생하신 한영수님의 생이 다 하는 날…’이라는 말이 있기는 했다.
그것이 현재 로빈나르가 철석같이 영수가 마왕의 환생이라고 믿고 있는 근거였다.
만일 상인으로서 천 년 이상을 살아온 카르모포가 그때의 주문을 완벽하게 들었다면, 이 말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냈을 것이다.
인간으로 환생하긴 했는데, 그 전이 꼭 마왕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카르모포가 그것을 알리도 없었다.
물론, 안다고 해도 그는 영수의 앞에서는 태양불 앞의 반딧불처럼 작은 존재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마왕님께서는 인간들과 함께 살며, 따님이신 안단테님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목적이십니다. 물론 이곳 말고, 다른 차원에서도 살림을 하시는 것 같은데…”
“다, 다른 차원에 살림을 차리셨다고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마왕님 아니십니까?”
“아, 아아…”
카르모포는 당연히 이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마중전쟁의 침공도 마왕이 차원을 찢어 먼저 중간계에 가고 나서 시작되었다.
“안 그래도 마왕님께서는 쥐 같은 특정한 동물을 내쫓을 수 있는 마법이 필요하셔서 마족들을 소환하실까 하고 있었습니다. 진트라족인 카르모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마수3병단에 들어간 거기도 하니…”
“카르모포에게 잘된 일이군요. 마왕님께 마법을 알려주신다면, 보석 조건도 더 내려가실 겁니다. 공정하시고 가치를 아시는 분이거든요.”
“그, 보석 지불이 끝나면 저는 가면 되는 겁니까? 아니면 이곳에 남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혹시 마계로 갈 수 있을지…”
“그러고 보니 마계로 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셨죠? 상단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마왕님께 넘기고 마계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겠군요.”
“그렇네요. 마왕님이시라면 흑마석이 없이도 차원을 찢어발기실 수 있겠죠?”
처음으로 카르모포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데… 마왕님 사후 막상 마계가 어떻게 변했을지 두렵고, 이곳의 기반이 아까워서 남으실 거라면…”
로빈나르의 말에 카르모포가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흑마석의 기운이 느껴져서 마계에 갈 희망을 품긴 했는데…
사실, 마계는 인간계와는 다르게 아주 험난한 곳이었다.
디오디몬 발락 마왕이 있었기에 규칙이 있고 살만한 곳이 된 거였지.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마왕 사후, 마계가 예전의 무질서 속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것을…
“으음… 이곳에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운버딘베타그 마법으로 충성 서약 한 번 하시고 부하로 들어오면 되지 않을까요?”
“운버딘베타그면 마족을 위한 고급 마계 마법서 상에 나오는 마법이라 자주 사용하는데… 해봐야 고작 아무 힘 없는 평범한 인간 상인들에게 밖에는 못 써먹습니다. 마법사나 저 같은 마족이라면 항마력이 있어서 걸리지 않을 마법인데요?”
“후후… 마법을 거는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마왕님…”
“그렇습니다. 마왕님은 무한의 마나와 절대 이뮨, 절대 마력감과 절대 스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환생하시기 전의 마왕님보다 더 강한 거 아닙니까?”
로빈나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카르모포는 천 년 이상 상인으로 살아온 마족답게 머릿속으로 쉴 새 없이 계산을 때렸다.
‘그래, 예전의 디오디몬 발락 마왕님을 생각한다면… 마왕님 편에 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계도 제법 살만하고. 아이들도 많고…’
결론이 내려졌다.
끼이익…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문이 열리고 영수가 들어왔다.
“마왕님. 충성 서약을 할까 합니다. 저를 부디 받아주십시오.”
우선 카르모포는 절부터 시작했다.
카르모포에게 배운 대로, 특정한 동물을 지정해 접근을 금지시키는 마법 아이템을 만든 영수는 한국에 오자마자 전역을 돌아다녔다.
인천에서 시작해 해안선을 따라 목포를 찍고, 부산을 찍고, 속초를 찍고서 다시 인천까지.
한국을 한 바퀴 비잉 돌며 지하 깊숙이 마법 아이템을 묻었다.
그리고 다시 인천으로, 공장의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출발한 지 20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지금 시각은 새벽 4시, 평소라면 미드랜드에서 한창 일 하던 것을 마무리 짓고 안단테와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시간이다.
“간만이네, 이렇게 오랫동안 운전하는 것도…”
보통 사람들이라면 지쳤을 강행군이었지만, 영수는 아직 끄떡없었다.
영수는 주차를 마무리하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나의 영지 어플로 안단테가 자고 있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영수는 바탕화면으로 나가 메시지함을 열었다.
“이왕, 못 가는 김에 시비 거는 놈들 처리는 오늘 해야겠네…”
지난번 영수가 미드랜드에 가 있는 사이 문자가 세 개가 와 있었다.
[박상무에게 전화번호를 받아서 이렇게 연락합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귀사와 본사 사이에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낌새가 보입니다. 만나서 이야기하지요. 아무르파스텔 성일연 전무이사] [나 성일식이요. 한 번 만납시다. 전화 주시오.] [안녕하세요. 한영수 이사님. 저는 아무르파스텔에 다니는 성삼봉 전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최근에 박 상무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진 것 같아서 그 사람이 걱정되어 한영수 이사님께 연락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한영수 이사님이라서요. 만나뵐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건강하세요.]장녀 성일연, 장남 성일식, 막내 성삼봉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를 보내는 스타일이 셋 다 모두 달랐다.
문자가 성격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한달까?
“우선 이 사람부터 만나 볼까…”
영수는 세 문자 중 하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