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98)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안 먹히는 핏줄.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안 먹히는 핏줄.
9시 무렵,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 인근 마마스 커피숍.
출근 시간이 지나 커피를 주문하던 행렬이 빠르게 사라지고, 거리는 한산했다.
흔한 종로의 직장가 풍경.
그런데 오늘따라 아침인데도 카페 내에 양복을 입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웅성웅성웅성…
그런 카페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영수였다.
…
아주 미묘하게 살짝 카페의 흐름이 끊겼다.
웅성웅성웅성…
다시 말을 시작하는 사람들.
‘철저하게 준비했군.’
영수는 귀에 살짝 집중하는 것만으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귀에 담을 수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맑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역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커피는 무슨 맛으로 먹냐? 맛 정말 더럽네…”
“커피 한 잔의 여유. 가끔 이런 날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연차를 쓴 날에도 양복을 입고 나왔네요.”
“구텐닥, 이히리빗히, 스비씨바, 곤니찌와, 기무찌?”
“그때 정말 힘들었다니까. 라면에 개 사료 섞어서 먹어봤어?”
“오늘의 스케줄은 10시 30분 안양의 거래처, 1시 50분에 안성 거래처, 3시 30분에 수원 거래처, 이대로면 안양은 나가린가…”
“여기서는 술은 안 팔겠지? 하아, 숙취가 있어서 한 잔 하면 딱 깨겠는데 말이야.”
“오랜만에 토익을 하려고 강남의 헬커스 토익 주말반에 등록을 했는데, 스터디 그룹에 아직 학생인 여자들이 많아서…”
“그래? 나도 거기 등록할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펼치고 있는 대화.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서로 말도 안 통하는 아무 말 대잔치를 벌리고 있었다.
특히, 어느 테이블에서 멀어질수록 아무 말 대잔치를 벌리고 있는 이들이 늘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준비시킨 사람들이 분명했다.
영수는 제대로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테이블 쪽으로 발을 옮겼다.
살짝 구석, 10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카페에서 가장 넓은 자리에 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가 영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여기. 그쪽이 한영수?”
“그쪽은 성일식 씹니까?”
“젊네. 앉어.”
성일식은 맞은편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리를 주도했다.
그의 나이는 적어도 자신보다 10살 정도는 더 많아 보인다. 알려지기로는 46세이니, 관리를 잘한 편.
하지만, 협상 혹은 부탁을 하려고 부른 것치고는 말이 과도하게 짧았다.
“저는 박 상무가 라지창의 왕 회장을 만나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왕 회장에게 들었습니다. 둘이 만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
“그래. 그래. 알았어. 방해는 안 할게. 됐어?”
마치 선심 쓴다는 듯한 태도.
“협상하려고 부른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럼 전 이만.”
영수가 돌아섰다.
드드드…
그러자 앉아있던 사람들 중, 문 쪽의 덩치 큰 사내들이 험상궂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워. 다들 앉아있어. 손님 가신데잖아. 나는 가는 사람 안 잡아.”
드드드…
성일식의 손짓에 일어났던 덩치들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말은 붙잡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말 가면 어떻게 할까?
‘힘으로 하려고 했으면, 오기 전에 카메라부터 손봤겠지…’
영수가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내가 만나려고 하는 건 별거 아니야. 그냥 신세 한탄이나 하고, 좋은 동생에게 좋은 투자처 하나 던져줄까 해서 말이야.”
“서로 그 정도 친분은 없습니다만.”
“사람이 말이야, 늙으면 뒈져야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안 죽어. 안 죽으니까 은퇴를 안 하고. 역시 은퇴를 하려면 죽어야겠지? 그 방법밖에 없겠지?”
자신의 대답과 상관없는 맥락의 발언, 거기다 대놓고 자신의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불효자.
“물론, 내 손으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는 건 아주 불효막심한 일일 거야. 끽해봐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회적으로 매장해서 보내버리는 방법밖에는 없겠지. 법치주의 사회에서 직접 죽이는 것보다는 이게 더 쉽고. 안 그래?”
“…”
동의를 구했지만, 영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큭.”
대답하든 안 하든, 어쨌든 성일식은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갔다.
“설마 진짜 죽이겠어? 나름 장남인데, 정통성에 금이 갈 짓을 내가 왜 하나?”
만일, 그가 장남이 아니었다면 죽이기라도 했을 것 같은 말투였다.
“걱정 마. 우리 아버지는 발정 난 개라서, 산 채로 순장시켜드릴 재료도 충분하다. 적어도 사회와 이사회에서는 말이야.”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부르는 데에는, 어쩌면 진짜로 성일도 회장의 수많은 여성편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잘 해보십시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아버지를 매장시킨다고 해서, 우호지분이 나한테 돌아서는 게 아니란 말이야. 가뜩이나 인천 화재 건도 있고, 내가 추구하던 중국과의 밝은 미래에 똥가루가 많이 뿌려져서.”
“자업자득이겠죠.”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마침 좋은 투자처가 있어. 상장만 하면 두 배 정도 뛸 건데 말이야.”
영수가 그를 비웃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이웨이로 자신이 할 말을 이어나갔다.
“이 바닥에 소문이 자자해. 만향당에서 움직일 수 있는 돈이 한 5천억에서 1조 정도 있다고.”
그 소문에 대해서는 영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인 도준이를 통해 퍼트린 과하게 과소평가된 금액이었다.
“아무르파스텔이 상장한 주식이 두 개인 거 알지? 그런데 이번에 자회사 중에 레트로 파스텔이라는 회사가 내일 국내 자본을 대상으로 상장을 해. 중국발 무역풍 때문에 손해금을 메꾸려는 건데…”
결국, 이번에 비상장 기업을 상장하는 이유는 성일식 본인 때문이라는 소리였다.
“알짜 회사 공개해서 돈을 끌어모으겠다는 소리야. 주주들에게 투자처를 줘서 달래고. 그런데… 여기다 동생이 가진 1조 끌어다 박지그래? 대출 필요하면 내가 3천억까지는 연결해줄게.”
“순환출자 때문입니까?”
“빙고.”
탕!
성일식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책상을 내리쳤다.
A회사가 B회사의 출현에 자금을 대면, B회사는 C회사에, 거기다 C회사는 다시 A회사의 자금을 댄다.
그런 식으로 C회사의 소유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A회사, B회사까지 쥐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복잡하지만 말이다.
“레트로가 아무르파스텔그룹 지주회사의 지분을 7퍼센트나 가지고 있어. 나는 그 회사 지분이 9퍼센트 있는데, 내게 우호적인 지분을 가진 친척들이 한 31정도 쥐고 있지.”
그렇다면 지분은 총 40퍼센트라서 7퍼센트의 지주회사 지분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
“이번에 시장에 풀리는 주식은 약 3조 원어치야. 나에게는 시장에 풀리기 전에 1조 원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 동생이 지분을 구매하면 한 12퍼센트 정도 가진다고 보면 될 거야. 그러면 딱 52퍼센트. 지주회사의 지분이 7퍼센트 는다는 소리야.”
“만일, 제가 그쪽 편을 들어준다면 말이죠.”
“큭. 어쨌든 딱 나는 그 7퍼센트만 끌고 오면 돼. 나머지 친척들은 영감탱이를 은퇴만 시키면 알아서 따라올 테니까.”
“어찌 보면, 이번 중국발 무역풍이나 인천 공장 화재 사건으로 기업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신이 바라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성일식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왜? 어차피 다 내 회사가 될 건데… 물론, 경영하는 입장에서 한 사건에 대해 두어 가지 방법을 고안해서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만하고 안하무인 적인 사람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철두철미하고 냉철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확실히, 그는 소문대로인 사람 같았다.
“어쨌든 나는 동생에게 내 뜻을 전했고, 이건 내가 가진 두어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야. 판단은 알아서 하라고.”
성일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가지.”
드르륵, 드륵…
카페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모두 일어났다.
심지어, 아르바이트 중인 사람들도 모두 유니폼을 벗으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약속장소를 정하자, 그 사이 카페에 전세를 내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성일식이 카페를 빠져나가자, 차가 앞까지 다가와 그를 태웠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미리 떼어 두었던 CCTV를 설치했다.
카페는 분주해졌다.
“일식이는 이런 스타일이다 이건가…”
카페 안에 있던 모두에게 마법을 걸어서 나와 만향당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된 훼방이 아니지…’
서 있던 영수는 피식 웃으며 비어있는 자리에 앉고는, 그대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문자 드렸던. 한빛광장 근처 마마스 커피숍이라고 아십니까? 그곳에서 만날까 합니다.”
정각 10시.
다시 영업을 시작한 커피숍에는 제법 자리가 차버렸다.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또각, 또각, 또각…
약 열 명 정도의 회사원들로 특이하게도 그 중 여성은 한 명이었다.
영수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릿…
뚜우우우…
카페에 들어온 여성의 백에서 휴대폰이 울어댔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이곳입니다.”
영수가 손을 들어 그녀를 환영했다.
“엇, 성 전무님이다.”
누군가의 외침.
드르륵, 드륵.
앉아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가볍게 허리숙여 인사해주고, 영수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한영수 이사님이신가요?”
“맞습니다. 성일연 전무이사님이시죠?”
“네. 귀사의 Q1은 잘 쓰고 있습니다. 기업가지만, 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화장품을 만들어주셨다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의 인사를 아니 드릴 수가 없습니다.”
성일연 전무는 오자마자 Q1 화장품을 칭찬했다.
‘협상의 정석이지…’
영수는 웃는 미소를 지으며 포커페이스를 하고 그녀를 관찰했다.
아마, 성일연도 자신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딱히 진하게 화장을 한 것도 아니고 보톡스를 맞았거나 리프팅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피부가 탱탱했다.
하지만, 성일식의 누나로 50대인 것으로 아는데, 40대 초반 정도로밖에는 안 보였다.
옷도 명품이 아니고, 들고 다니는 가방도 명품이 아니었다. 거기다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따로 관리한 게 아니라 만향당에서 판매하는 Q1 화장품을 사용한 거였다.
‘왠지 사치를 부리기 위해 쓴 게 바른 게 아니라, 상대 기업의 제품을 실험해보기 위해서 바른 게 아닐까 싶군…’
판단 근거는 그녀의 손에서 나는 짙은 화장품 냄새였다.
도준이에게 들은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영업이나 개척보다는 상품 개발에 많은 관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시군요.”
“좋은 소식이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문이라는 것이 워낙 불어나기 좋은 것인지라…”
“앉으시죠.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잠시 앉을 수는 있지만, 차는… 제가 아직 업무 중이라 아직 긴 시간은 낼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또각, 또각…
그녀는 영수의 맞은편으로 다가와 앉았다.
앉으면서 힐끔 보인 구두, 케이지 샌들이라는 특이한 디자인의 것으로 영수가 아는 브랜드의 신상이었다.
‘세르지아 로씨…’
안 그래도 다희에게 신발을 선물해주려고 명품 구두를 검색하다가 본 적 있었다.
물론, 신발 선물하면 달아난다는 미신도 있고 다희에게 발이 불편한 힐을 선물해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었지만…
저 신발의 가격은 약 2백만 원가량으로, 주문제작으로 밖에는 팔지 않는 것이었다.
‘수수한척하는 것은 컨셉이라 이건가…’
저것은 버리지 못한 과시욕일까?
아니면 자신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복종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경배하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지배야욕?
“그나저나, 혼자서 오신다더니 수행원들이 많군요.”
영수는 성일연의 주변을 둘러싼 덩치 큰 사내들을 바라봤다.
“이런 말씀드리기는 부끄럽지만 바로 밑의 동생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녀석이라,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오늘, 만나보셔서 아시겠지만…”
웃으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녀에게는 아침에 성일식을 만났다는 것은 보고가 들어갔다.
보안에 그렇게 신경을 쓰더니, 결국 그의 밑에 있는 사람 중 하나가 흘린 거다.
성일식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안하무인격이라 그럴까?
그의 진영 사람들도 불안한지, 양다리를 많이 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일부러 성일식이 그렇게 조장한 것일지도…
“한영수 이사님, 제가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아무르파스텔의 경영권 싸움에서 손을 떼어주십사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 온 겁니다.”
“그렇습니까? 마침, 제 관심사와 일치하는군요. 안 그래도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려서 오라 가라 하고, 좀 짜증 나던 길이었거든요?”
드륵.
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바로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하자.
“저기… 잠시만요. 제가 의심을 하는 것은 아닌데, 일식이에게 레트로 파스텔 주식을 1조 정도 사서 자신의 손을 들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텐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투자하실 건가요?”
“ 모르겠네요. 비상장주식을 사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죠. 아무르파스텔이라면 장담대로 2배까지 뛸 수도 있고 말입니다.”
영수는 안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일식이가 어떤 조건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정말 주식을 사실 거라면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투자하여, 이번에 풀리는 주식을 모두 사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게는 1조 원어치 지분 우선 할당 판매 권리가 있습니다. 일식이에게도 지정받아서 1조원을 구매하시면…”
“2조를 풀고, 동생분을 배신하라는 소리군요?”
“동맹은 맺지 않으신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만향당이 하는 사업의 판매 실태를 분석해 보면, 만향당의 자금은 시중에 떠도는 것보다 더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소문의 두 배… 많게는 네 배까지 가지고 있으시겠죠.”
정확한 분석이었다.
“그래서요?”
“거기다, 이번에 저희 집 막내인 성삼봉이 크루즈를 사겠다면서 자신에게 배당된 파스텔비전스의 비상장주식 전부를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소개시켜 드릴 테니, 그 주식까지 사시면…”
“제게 돈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제 지분과 우호지분을 합치면 파스텔비전스의 지분율은 48퍼센트입니다. 삼봉이가 판매하는 파스텔비전스의 지분이면, 딱 50퍼센트가 되죠.”
“그래서, 제게 무슨 이득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파스텔비전스의 주요 수입원은 아무르파스텔이 사용하는 모든 기술의 사용료에서 나옵니다. 즉, 회사의 모든 기술이 파스텔비전스에서 개발된 것이라는 소리죠.”
“호오…”
그녀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도와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넘기겠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으니 언제든 발도 뺄 수 있고…’
“어쨌든…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상호 좋은 관계로 협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일연은 끝까지 듣기 좋은 말을 하며 인사해왔다.
영수가 나가자, 그녀도 나가봐야 했는지 바로 따라 나왔다.
“저는 이만, 주차장에 차가 있어서.”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성일연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는,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가 골목을 꺾어 들어갔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차가 바로 그녀와 수행원들을 태우고 사라졌다.
“쯧쯧쯧…”
주차장에 대어 둔 G바겐의 앞바퀴 쪽에 선 영수는 성일연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차며 혀를 찼다.
“다들 특색 있는 불효자들이야…”
회장의 나이는 이제 일흔 중반, 하지만 그는 아직 버젓이 살아있었고 회사에서의 지배력도 약화 되지 않았다.
자식들끼리 지분 싸움을 하겠다는 말은 즉, 회장을 내려 앉히겠다는 말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말이었다.
“성일도 회장은 자식농사는 실패한 것 같아. 안 그런가 친구?”
영수는 그대로 바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바퀴 아래쪽을 향해 말을 건넸다.
“이거… 귀가 상당히 밝으시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동갑이었던가요? 헤…”
G바겐 밑에서 얼굴에 기름때를 잔뜩 묻힌 모자를 쓴 왜소한 체구의 사내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가 세 세력 중 가장 약하고 다섯 형제 중 가장 어린 막내, 성삼봉 전무이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