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1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1화
“녀석의 이름은 토드 워드. 알비츠 왕국 소속 8서클 대마법사로 발루두크의 심복입니다.”
“심복? 놈이 하는 일이 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로 발루두크 곁에서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발루두크가 믿고 일을 맡긴다는 뜻이죠.”
‘일종의 비서라고 보면 되나?’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다.
이놈이다.
이 토드라는 놈을 역추적하면 발루두크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당장 추적할 만한 사람이라곤 토드가 유일했기에 다른 방도도 없었지만.
“장치 꺼봐.”
“아, 옙.”
에스카는 즉시 컨트롤러의 버튼을 눌러 중력장을 해제했다.
원래대로 돌아온 중력을 느끼며 지크는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크긴 크네.’
5m 크기의 거대한 반지 모양의 장치.
보기엔 우스워 보여도 버튼 하나만으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다.
‘마법사와 오러 유저들을 일반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 물론이고.’
중세시대를 표방하는 곳에서 만든 것치고는 대단한 기술력이었지만, 뭐라 해도 이곳은 판타지 세상.
이미 마법과 오러라는 비상식적인 힘이 만연한 곳이라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발루두크의 심복이 여기로 와서 아크니움을 놓고 갔단 말이지?’
그렇다면 텔레포트로 왔을 테니 분명 마력의 흐름이 느껴질 터.
지크가 스킬명을 떠올리며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품자.
마력의 잔향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잔향이 많이 느껴지는 걸 보면 여기서 마법을 쓴 게 확실해.’
역추적 스킬의 효과는 확실했다.
어디서 텔레포트 했는지 정확히 위치를 짚을 수 있었고, 그 흐름이 어디로 이어지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북서쪽. 방향으로 보면 알비츠 왕국 쪽이야.’
그때였다.
[해당 마력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마력 패턴 사용자의 마력 흐름을 역추적합니다.] [추적 완료.] [역추적한 텔레포트 좌표를 획득합니다.]마력 패턴을 읽고 분석하더니 저절로 좌표가 등록되었다.
‘이러면 놈이 이동한 곳으로 한 방에 텔레포트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씨익 미소 지은 지크는 노예 3호를 바라봤다.
“에스카. 난 그 심복이라는 놈을 만나고 올게.”
“예? 심복의 위치를 아세요? 어떻게요?”
“그건 영업비밀이니까 묻지 말고, 넌 그 머리가지고 발루두크한테 연락해. 아즈라힐을 죽였으니 선구자 자리를 달라고.”
그리 말한 지크는 아공간에서 그림자의 후드를 꺼내 입었다.
텔레포트 했을 때 혹시나 위치가 발각될지 모르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통신구 가지고 있지? 선구자가 되면 연락해라. 축하연이라도 열어줄 테니까. 그럼 간다.”
“아…….”
뭐라 대답도 듣기 전에 지크의 모습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발루두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12인의 선구자 중 가장 바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위업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지시를 내리며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그에게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
‘그분이 부활하시는 것도 이제 머지않았다. 계획에 차질이 있어선 안 돼.’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완벽하지는 않았고 변수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그 변수라는 게 많아진 느낌이지만.
‘우선은 자카르를 습격한 배반자 아즈라힐부터 죽이는 게 순리겠지.’
지금쯤 연락이 올 때가 됐다.
그렇게 생각할 때쯤.
마침 통신구의 불빛이 번뜩였다.
“에스카.”
―발루두크 님. 처리했습니다.
“아즈라힐의 목을 베었단 말이냐?”
―물론입니다. 별거 아니던데요?
자신 있게 말하는 에스카의 목소리에 발루두크는 어떤 의문도 품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중력장에 마력 차단까지 되는 장치를 이용한다면 그 어떤 선구자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
“알았다. 확인해 봐야겠으니 수급을 챙겨서 지정한 장소에 오도록 하거라.”
―약속하신 선구자 자리는…….
“아즈라힐의 머리 확인이 끝나면 바로 임명하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들뜬 목소리를 뒤로하고 장소를 알려준 발루두크는 이내 통신을 끊었다.
‘직접 확인하고 싶으나 지금은 일이 있어서 그럴 시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토드에게 맡겨야겠군.’
발루두크의 손이 또 다른 통신구를 집어 들었다.
* * *
“왜, 왜 이러십니까, 나리. 대체 우리 마을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닥치고 데려와라. 죽고 싶지 않으면.”
“그, 그럴 순 없… 아악!”
퓽 하고 쏘아진 마력탄이 촌장의 뱃가죽을 뚫었다.
마력탄은 매직 미사일처럼 단순한 마법이었지만 8서클 마법사가 사용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 촌장님!”
“다시 말한다. 아이들을 전부 데려와.”
눈앞에 벌어진 살인에 마을의 장정들이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심을 굳혔다.
갑자기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저 의문의 마법사를 막아서기로 한 것이다.
각자 낫과 같은 농사 도구들을 들고서.
“우, 우리는 당신처럼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한 사람의 아버지요!”
“모, 목숨을 잃은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내어줄 순 없소!”
“버러지들이 말로 해선 안 듣는구나.”
지팡이 끝에서 마력이 산발했다.
쿠콰콰쾅!
토드는 그 자리에서 열 명의 마을 주민들을 죽였다.
하지만 그 선택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젠장. 전부 쥐새끼처럼 도망가버렸잖아.”
마을을 둘러보던 토드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아이들은커녕 남아 있던 마을 사람까지 모조리 도망가고 텅텅 비어버렸다.
“기한 내로 제물을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하아… 이거 쉽지만은 않구나.”
벌레들을 추적하기도 귀찮고 텅 비어버린 마을에 더 있을 이유도 없기에 토드는 자리를 떴다.
어차피 이런 마을이야 많았다.
힘을 보여준 뒤 아이들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면 목숨이 아까운 놈들은 내놓을 것이다.
그렇게 모아서 가둬놓은 아이들도 꽤 있었다.
아직 제물의 숫자를 맞추기엔 턱없이 모자랐지만.
‘뭐, 발루두크 님이 천천히 작업하라고 하셨으니 급할 건 없지.’
테드는 대충 시체들을 마법으로 파묻어버리며 뒷정리를 한 뒤,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번쩍하는 빛과 함께 장소가 바뀌었다.
그가 돌아온 장소는 임시 거처로 쓰고 있는 오두막.
양피지에 적어놓은 자료를 보며 다음 타깃으로 삼을 마을을 점검하고 있는 그때.
‘음?’
발루두크 님의 통신구가 번쩍거렸다.
“발루두크 님?”
―토드. 일은 잘 진행하고 있느냐?
“아, 물론입니다. 아이들은 차근차근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 최대한 많이 모아놓도록 하여라. 제물은 많을수록 좋으니.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너에게 시킬 일이 있다.
“시킬 일이라 하시면……?”
―에스카가 아즈라힐을 죽였다고 한다. 녀석을 만나 확실히 죽였는지 확인하고 내게 보고하도록 하라. 접선 장소는 내가 일러줄 터이니.
“아, 그러겠습니다.”
이윽고 장소를 들은 토드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 이동하면 될까요?”
―그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통신을 마치고 토드가 다시금 지팡이를 들었다.
마력을 모으며 에스카와 접선하기로 한 장소의 좌표를 떠올렸다.
“텔레포트.”
번쩍거린 후 그의 몸이 사라졌다.
아무도 남지 않은 오두막에는 고요한 침묵만이 남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어둠 속에서 지크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저 녀석이 발루두크의 심복이구나.”
그림자의 후드를 벗은 지크는 역추적 스킬을 써 토드가 사라진 방향을 가늠했다.
방향이나 좌표로 보나 에스카가 만나러 간다고 했던 장소와 일치했다.
‘아즈라힐의 수급을 확인하러 간 건 확실하군.’
방금 엿들은 대화를 미루어봐도 에스카를 만나러 갔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다만 아쉬울 뿐.
‘발루두크가 직접 확인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잔향을 읽어 곧바로 발루두크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그게 베스트이긴 하지만……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심복을 추적해도 발루두크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오두막부터 뒤져보는 게 우선이다.
가장 먼저 보인 건 책상 위의 문서들이었다.
양피지에 대륙 공용어로 빼곡한 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대개로 마을의 지명과 위치였다.
몇몇은 잉크로 찍찍 그어져 있었고.
‘아까 듣기론 아이들을 모은다고 했어. 제물 어쩌고 말하기도 했고.’
설마 여기 있는 지명들이 마을이고, 하나씩 들러 아이들을 제물로 납치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런데 뭘 위한 제물이지?’
뭐가 됐든 발루두크와 함께 악독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
당장이라도 놈을 쫓아가 죽여도 시원치 않았지만, 지금은 발루두크의 위치를 알아낼 만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
놈이 돌아오기 전에.
하지만.
‘없네.’
10분 정도 뒤져봤지만, 딱히 단서라고 할만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놈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다시 그림자의 후드를 쓰고 어둠 속에 은닉해 있으려던 찰나.
돌발 퀘스트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확인한 지크의 동공이 서서히 확장됐다.
* * *
에스카는 발루두크가 지명한 장소에서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아즈라힐의 가짜 머리통을 들고서.
‘설마 발루두크가 직접 나타나는 거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주인인 지크 님에게 최대한 빨리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발루두크를 찾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계시니.
그런 생각으로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번쩍-
광원과 함께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 토드네.’
8서클 마법사이자 발루두크의 심복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에스카 님? 실망한 얼굴을 하시고.”
“아니다.”
9서클인 에스카가 자연스레 하대했다.
아무리 서열 2위의 심복이라도 실력에서는 자신이 더 위였으니.
더구나 자신은 곧 12인의 선구자가 될 몸.
이제라도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녀석이 아즈라힐의 수급을 진짜라고 믿는다는 가정하에지만.’
토드가 마침 에스카가 옆구리에 끼고 있는 머리통을 발견했다.
“그겁니까? 아즈라힐 존스턴의 머리가.”
“그렇다.”
“이리 줘보십시오. 확인해 보겠습니다.”
에스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머리를 건네줬다.
불쾌한 내색 없이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꼼꼼하게 확인하던 토드가 돌연 이맛살을 찌푸렸다.
“에스카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