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2화
“어? 왜……?”
놀란 눈으로 대답하자, 토드가 피식하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너무 깔끔하게 죽인 거 아닙니까? 실력이 이렇게 좋으신 줄 몰랐습니다.”
“아…….”
별거 아닌 이유라는 걸 깨달은 에스카가 내심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으론 분노도 치민다.
“놀랐잖아, 새끼야!”
“하하핫, 그런데 진짜로 너무 깔끔하게 베었는데요?”
“그야 장치를 이용했으니까 당연하지.”
“장치요?”
“그런 게 있어.”
에스카가 개발 중인 중력 장치는 발루두크 외엔 발설해선 안 되는 기밀 사항.
아무리 심복이라 해도 토드까지 알 필욘 없다.
토드도 눈치는 있어서 더는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확인은 끝났습니다. 아즈라힐 존스턴이 확실하군요.”
“당연하지.”
“그럼 발루두크 님께는 문제없이 죽였다고 보고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머리통은 어떻게 할 거냐?”
“이거요?”
혹시나 가짜 머리통이라는 게 들통날까 봐 물어본 거였지만, 기우였다.
화르르륵!
토드가 화염을 일으켜 보란 듯이 태워 버렸으니까.
“확인되면 바로 제거하라는 명령이 있으셨습니다.”
“어… 그래.”
겉으론 얼떨떨함을 연기했지만, 속으론 쾌재를 부른 에스카였다.
* * *
할 일을 마친 토드는 곧장 자신의 오두막으로 텔레포트 했다.
그리고 통신구를 세 번 두들겼다.
“발루두크 님. 아즈라힐의 머리를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아즈라힐이었느냐?
“예. 확실합니다.”
-알았다. 약속대로 에스카를 선구자 자리에 올려줘야겠군.
토드는 그 말을 끝으로 발루두크가 통신을 끊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토드. 새로 일하게 될 사람을 구했다.
“예?”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는 발루두크였다.
-요즘에 일이 너무 바빠서 말이지. 네가 내 곁에서 직접 일을 도와야겠다.
“제, 제가요?”
-그래. 그래서 너를 대신할 사람을 구했으니 인수인계를 확실히 해놓도록 해라. 세세한 것 하나도 빠짐없이.
“아…… 그럼 절 대신할 사람은 언제…….”
-오두막으로 보냈으니 기다리면 올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고, 토드는 잠시 얼떨떨함을 느껴야 했다.
‘날 대신할 사람을 보낸다고? 나는 발루두크 님 곁에서 더 중요한 일을 돕고?’
어떻게 보면 승진이나 다름없는 셈.
토드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지금처럼 잡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확실히 고무되는 일이었다.
‘드디어 나도…… 발루두크 님을 도와 위업에 발을 들이는 건가……?’
지금도 충분히 돕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을 뿐 불만족스러웠던 게 사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와중.
끼익-
오두막의 문이 열렸다.
“토드 워드 님 계십니까?”
“너는…….”
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들어와 깍듯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 들어온 신입, 제크 맥플린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토드 워드 님을 찾아 인수인계받으라고 들었는데…….”
“아, 발루두크 님께서 보낸 녀석이군. 제대로 찾아왔다. 이리 와라.”
“옙!”
소년, 제크는 문을 닫은 뒤 뻣뻣한 자세로 토드 앞에 섰다.
“긴장할 거 없어. 내가 뭐 잡아먹냐?”
“하하, 아닙니다.”
“제크라고 그랬지. 상당히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냐?”
“16살입니다.”
“그 나이에 발루두크 님의 눈엔 어떻게 든 거냐?”
“마법적 재능이 뛰어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몇 서클인데.”
“6서클입니다.”
토드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오. 그 나이에 벌써 6서클이라. 엄청난 재능인데?”
“칭찬 감사합니다!”
“긴장하지 말라니깐.”
토드는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듯 어깨를 툭 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뭐 안 좋은 일로 빠지는 거면 몰라. 그런데 이번에 발루두크 님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좌하게 됐단 말씀이야.”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그러니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너한테 해코지할 이유라곤 전혀 없단 말이지.”
정말인지 토드의 입꼬리는 아까부터 내려올 줄을 몰랐다.
“아주 친절하게 인수인계해 줄 테니까 겁먹지 말라고. 알았어?”
“네! 감사합니다!”
“군기는 바짝 들었네. 마음에 들어.”
토드는 몇 분 전에 마을 주민을 몰살하고 온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제크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했다.
“여기 적힌 건 마을의 이름이야. 문제 될 소지가 없는 마을들로만 추려서 리스트를 만들었지.”
“이 마을에 찾아가야 한다는 거죠? 가서 무슨 일을 하나요?”
“네가 할 일은 간단해.”
토드의 눈빛이 순간 섬뜩하게 변했다.
“아이들을 납치하는 거야. 11세 이하의 아이들로만. 갓난아이도 상관없으니 그냥 싹 다 잡아서 데려와.”
“그럼 주민들은요?”
토드가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냐는 눈으로 제크를 바라봤다.
“증거 남길 일 있어? 당연히 몰살시켜야지.”
“아…….”
“여기 작대기 그은 건 내가 몰살시킨 마을이야. 이미 해결했으니까 찾아갈 필요는 없지.”
“납치한 아이들은 어디에 데려다 놓나요?”
“저기 가보면 동굴 하나가 있어. 감옥으로 만들어 놓은 건데 내친김에 같이 가볼까?”
토드가 오두막을 나서자 제크도 서둘러 뒤따랐다.
한참 동안 숲을 거닐던 끝에, 수풀에 가려진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말처럼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동굴이었다.
“여기에 소음 차단 마법이 걸려 있거든? 굴절 마법으로 동굴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동굴 깊숙이 들어가 보면…….”
앞장서던 토드가 돌연 멈추며 경고했다.
“귀 막을 준비해. 시끄러운 소리가 날 테니까.”
“예? 시끄러운 소리요?”
그를 따라 다시 걸어가자 어느 순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 아저씨! 저희 아빠 좀 보게 해주세요, 네?”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응애애애애! 응애애!”
귀청을 찢는 아우성이 들렸다.
총체적 난국.
그것이 굴 안의 실체를 보자마자 제크가 느낀 감정이었다.
“허. 이게 대체…….”
안쪽 깊숙한 곳에는 철창이 다수 마련되어 있었는데, 철창마다 11세 이하의 아이들이 열댓씩 들어가 있었다.
“총 몇 명이에요?”
“얼추 100명 될 거야. 이것도 고생한 거에 비하면 많이 모은 건 아니야. 마을 서른 군데를 털어서 나온 게 겨우 이만큼이니까.”
그만큼 납치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부모를 죽인 걸까?
제크는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애들 납치하는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들고 귀찮은 건 따로 있어. 바로 이거.”
탕탕-
토드는 철창 바깥에 마련되어 있는 커다란 통을 두들겼다.
“이 안에 간식이 있거든. 이걸로 애새끼들 죽지 않게 조절해 줘야 해. 이렇게 동물 사료 주듯이.”
“삼시세끼 챙겨주라는 말씀인가요?”
“야, 이 많은 인원을 어떻게 다 챙겨. 하루에 한 끼, 귀찮으면 이틀에 한 끼만 줘도 돼.”
“그러다 굶어 죽으면요?”
“안 죽어. 내가 이 짓을 반년 동안 해왔는데 아직도 살아 있는 애들만 수두룩한데 뭘. 뭐, 갓난아기는 곧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비쩍 말라 있던 게 이래서였나?
제크는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 아이들을 어디에 써먹는 건가요?”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발루두크 님께서 제물이 필요하다고만 하셨지.”
“그게 끝이에요?”
“어. 여기는 이게 전부야. 가자, 오두막으로. 인수인계 할 일은 이것 말고도 많으니까.”
동굴을 나온 토드가 알람 마법을 걸어둔 뒤 오두막으로 향했다.
알람 마법은 혹시 모를 침입자를 대비해 걸어두는 거라 한다.
생각보다 꼼꼼한 면이 있다.
이윽고 오두막으로 돌아온 제크는 토드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다.
“자, 이걸로 인수인계는 마쳤다.”
“진짜로 끝난 거예요?”
“어. 이미 세세한 것까지 다 알려줘서 더 알려 달라고 해도 해줄 게 없어.”
“감사합니다.”
제크가 인사와 함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죽으면 되겠네요.”
“그래야지…… 엉?”
말하면서도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토드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 뭐라고 했냐?”
“죽으라고 쓰레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크가 갑자기 손아귀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어?”
휙 하고 뭔가 지나갔다는 느낌과 동시에.
툭-
한쪽 팔이 허전해진 걸 느낀 토드였다.
“으, 으아아악!”
바닥에 떨어진 게 자신의 팔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토드는 급히 마력을 모았다.
“이 개새끼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마력탄이 만들어졌고 그것은 제크의 머리를 향해 포탄처럼 날아갔다.
퍽!
“하하! 꼴 좋…….”
머리가 터지는 걸 보고 입꼬리를 올리던 토드가 금세 입을 다물었다.
터진 줄 알았던 머리는 뭉게뭉게 변하며 허깨비처럼 사라지고 있었고, 그건 제크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어찌 된…….”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려온다.
고개를 홱홱 돌려봤지만,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넌 지금 갇힌 거야. 내 환술에.]“뭐? 환술?”
[아, 지금은 아닌가? 오두막에 들어올 때부터였으니.]“X발 새끼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바로 마력을 끌어모아 주변을 날려버리려고 했지만.
서걱!
“끄, 끄아아악!”
한쪽 팔이 날아감으로써 시도는 막혀버렸다.
[아, 지금 건 환술이 아니야. 진짜로 자른 거거든.]“이, 이 개새끼. 어디 있어! 숨지 말고 당장 나와!”
[숨긴 누가 숨어. 지금 네 앞에 있는데.]“뭐?”
토드가 눈을 댓 쓰고 떠봤지만,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난치는 거라 여겼지만 제크, 아니, 지크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진짜로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환각에 휩싸여 맹인처럼 보지 못할 뿐.
“쯧. 이런 쓰레기는 빨리 죽이기 아깝다니까. 시간이 들더라도 좀 더 고통스럽게 죽여야지.”
지크가 고통 극대화 마법을 건 뒤 토드의 다리를 잘라 버렸다.
“크아아아아악!”
토드가 넘어졌지만, 지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쪽 다리도 잘랐다.
“끄아아아아-!”
“시끄럽네.”
비명이 시끄러워 환영 장막으로 차단해버리자 음소거를 한 듯 침묵이 찾아왔다.
팔다리가 잘린 채로 벌레처럼 발버둥 치는 토드였지만, 지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몇 분 전에 떠오른 퀘스트에 머물렀을 뿐.
【돌발 퀘스트 : 토드 워드로 위장하기】
└발루두크 라흐베즈의 심복, 토드 워드의 오두막을 찾았습니다.
└그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뽑아낸 뒤 죽여서 토드 워드로 위장하십시오.
└필요한 정보 뽑아내기
└토드 워드 처치 후 위장하기
└랜덤으로 스탯 1,000 증가
└5차 스킬 숙련도 50,000 증가
돌발 퀘스트치곤 굉장히 후한 보상이었다.
무시할 수 없는 조건.
지크가 환각을 설계해 토드를 속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
‘고문으로는 뽑아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인수인계하는 것처럼 꾸민 거지. 제크 맥플린이라는 가상의 신입을 만들어서.’
발루두크와 통신하던 것까지는 진짜였다.
그러나 발루두크가 새로 일하게 될 사람을 구했다는 말부터는 지크가 만들어낸 환각이었다.
발루두크의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라면 환각으로 설계할 수 있었으니까.
토드가 속은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 이후로 줄곧 가상의 인물에게 인수인계를 해대고 있었지.’
덕분에 정보를 다 뽑아낼 수 있었던 지크는 고통스럽게 바둥거리고 있는 토드를 내려다봤다.
동정심이라곤 없는 무정한 눈빛으로.
“이 정도면 됐겠지. 그만 가라.”
콱!
“빨리 아이들 구해야 하니까.”
지크의 오러 블레이드가 토드의 심장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