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1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5화
최근 발루두크는 선구자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었다.
계획한 것마다 틀어졌기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서열 최하위의 말대꾸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발루두크 님. 이건 아니지 않아요?”
눈앞에서 뾰로통한 얼굴로 말하는 리타의 모습에, 색다른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손녀가 투덜거린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아무리 에스카가 선구자들에게 도움을 줬다곤 하지만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에요. 솔직히 저로선 낯선 인물이라 믿음직하지도 않고요.”
“이해한다. 에스카가 선구자가 된 데엔 내 의사가 많이 반영되긴 했지.”
“그러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중요한 임무에 굳이 위험부담을 짊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이러다 임무에 또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넌 에스카를 데리고 임무만 성공시키면 돼.”
“그 녀석이 발목 잡을까 봐 그러죠.”
“걱정 마라. 에스카는 이래 봬도 9서클이야. 제 앞가림은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이유로 놈을 붙여준 건 아니다.”
“그럼요?”
발루두크의 눈매가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놈이 배신할 건덕지가 없지 않거든.”
“예? 배신이요?”
발루두크는 에스카와 국왕과의 관계를 알려줬다.
리타의 눈동자가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놈이 국왕의 핏줄이었다니……!”
“녀석이 데칸에 증오심을 품고 있다는 건 이 때문이다. 아버지인 쉐인 국왕을 못내 미워하고 있지. 허나, 그 감정이 지금껏 지속되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놈이 정말로 믿을 만한지 테스트해 보고 싶으신 거군요?”
“그래. 그러니 리타, 네가 옆에서 에스카를 잘 감시하거라. 국왕에게 해를 끼치는지 아닌지, 확실히 파악하고.”
“염려 마세요. 행여나 놈이 결정적인 순간 저를 방해한다면…… 제 뜻대로 해도 되는 거죠?”
발루두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이다.”
* * *
사흘 후.
리타는 약속장소에서 한 남자를 기다렸다.
얼굴에는 짜증스러움이 가득 차 있다.
“신입 주제에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중얼거리던 그때,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나타났다.
에스카였다.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50대의 중년인이었지만 리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늦었잖아. 신입. 죽고 싶어?”
“죄, 죄송합니다. 장소를 착각하는 바람에…….”
“어쭈? 감히 내 앞에서 변명을?”
감히라고 하기엔 서열 11위나 12위나 거기서 거기였지만, 리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너 지금 제정신 아니지? 오늘 같은 중요한 날에 지각도 모자라 말대꾸를 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저, 정말 죄송합니다, 리타 님.”
“로즈 님이라고 불러. 언제 봤다고 이름을 부르고 있어, 쯧.”
나이 어린 선임에게 혼나는 신병처럼 고개를 숙인 에스카는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변조하느라 최대한 늦게 왔더니 핀잔이나 듣고 있네.’
사실, 리타 앞에서 욕먹고 있는 사람은 에스카가 아닌 지크였다.
원래는 에스카를 보낼 생각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돌발 퀘스트가 떠올랐기에.
【돌발 퀘스트 : 에스카로 위장하여 음모 알아내기】
└리타 로즈가 모종의 이유로 데칸의 궁정을 노리고 있습니다.
└에스카 로빈스로 위장해 따라붙으며 정확히 어떤 음모를 꾸미는지 알아내십시오.
└에스카 로빈스로 위장해 따라다니기
└음모 알아내기
└랜덤으로 스탯 1,000 증가
└5차 스킬 숙련도 50,000 증가
보상은 이번에도 꽤 좋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랄까.
‘어차피 막을 생각이었으니 나쁠 거 없는 퀘스트이긴 한데…….’
문제는 리타가 받은 명령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에스카로 위장하기는 달성했으니까, 음모만 알아내면 퀘스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그런 생각에, 지크는 주눅 든 연기를 펼치며 정보를 알아내고자 했다.
이렇게.
“저, 로즈 님. 그나저나 저희가 할 일은 뭔지…….”
“넌 그냥 닥치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알았어? 에휴, 짐만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벌써부터 자신을 짐짝 취급하는 리타 때문에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정보를 얻으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나?’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터.
그저 고개를 숙이며 굽히는 연기를 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었던 걸까?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진 눈으로 쳐다보던 리타가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흥, 그만하면 됐어. 선구자라는 놈이 어깨나 움츠리고는.”
“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넌 주특기가 뭐야?”
“제 주특기는 왜…….”
리타의 미간이 팍 일그러졌다.
“또 말대꾸하네? 같이 행동하는데 적어도 작전에 필요한 능력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선구자들은 저마다 주력으로 다루는 속성이 있다.
녹스 베노마이어는 독.
아즈라힐 존스턴은 환술.
자카르 패트릭은 사령술 등.
모두가 9서클인 건 같지만 주특기로 다루는 속성 마법은 제각각인 그들이었다.
‘리타 로즈는 바람이라고 했었지?’
풍신의 리타라 불리던 걸 떠올리던 지크는 잠시 에스카의 마법들을 상기했다.
“저는 소울 버스트라는 마법을 주로 씁니다. 디스펠, 마나 번, 블링크 등도 가능하고요.”
“그냥 잡기술을 쓴다는 이야기네? 별로 쓸모는 없겠어.”
신랄한 비평에 지크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짐짝 취급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했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그냥 내 뒤나 따라오면서 시키는 일이나 해. 알아들어?”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임무가 뭔지는 알아야…….”
“알 필요 없고 그냥 따라나 오라고.”
“그럼 어디로 가는지라도…….”
“끈질기네, 진짜.”
찌릿 노려본 리타였지만 장소 정도는 알려줘도 되겠단 생각이었는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우린 지금 궁정으로 갈 거야.”
“궁정이요?”
“데칸의 국왕을 잡으려면 당연히 궁정에 쳐들어가야 하지 않겠어?”
“혹시 정면으로 쳐들어가실 생각은…….”
“따라오기나 해. 내 힘을 보여줄 테니까.”
비릿한 미소를 지은 리타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지크는 그 뒤를 걱정스레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 * *
남대륙의 다섯 왕국 중에서, 데칸은 약소국 취급을 받는 나라다.
그럼에도 다른 왕국이 침범하지 못하는 데엔 동맹국인 바이소의 힘이 컸다.
데칸의 국왕은 인덕이 좋은 만큼 인맥도 넓은 편이었으니까.
물론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도 엮여 있었지만…….
“중요한 건 데칸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 궁정 마법사단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거다. 그러니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정진하기를 바란다. 알았나?”
“예!!!”
“오늘도 훈련하느라 수고했다. 당직을 제외한 인원은 숙소로 돌아가 피로를 녹이도록.”
연설을 마치며 하루를 마무리한 제라드는 사단장실로 돌아왔다.
단원들처럼 피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밀린 서류 작업을 처리하기 위함.
사라락-
한동안 작업에 몰두하던 제라드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테이블 위 액자에 시선이 간다.
액자 안엔 피터, 러셀, 알렉스, 루나, 지크의 얼굴이 자그맣게 그려져 있다.
‘루나야 가문에서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없고…… 피터랑 알렉스는 시골에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두 아들을 못 본 지도 1년이 넘었다.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내치긴 했지만,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누가 뭐라 해도 둘은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핏줄.
찾아갈 순 없어도 마음 한구석엔 자식 걱정으로 가득한 제라드였다.
그건 다른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러셀이랑 지크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후계자 시험을 떠난 지 반년 가까이 된 러셀과 지크였다.
‘둘을 보려면 앞으로 1년 반이 남은 건가…… 2년이라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긴지.’
마도 수련을 이유로 피터를 8년간 마탑에 보냈을 때도 이렇게 마음이 허하진 않았건만.
소식조차 들을 수 없어서인지 벌써부터 그리움이 느껴지는 제라드였다.
그때.
“제라드, 안에 있느냐?”
“아, 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스승의 모습에, 제라드가 상념을 접었다.
“뭐 하고 있었느냐?”
“뭐하긴요. 일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무슨. 조금 전까지 멍하니 있어 놓고는. 또 자식들 걱정이나 하고 있었을 게 뻔하지.”
달프레드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좋지.”
둘은 테이블에서 찻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 다 궁정 마법사인 만큼 나라의 정세나, 업무 관련된 대화가 주로 오갔지만, 오늘의 화제는 달랐다.
“러셀이랑 지크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더냐?”
“궁금하죠. 피터 때와는 달리 통신구도 없어서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데요.”
“걱정 말거라. 각자 독립해서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게다. 둘 다 어디 내놔도 꿇리지 않는 실력자이지 않느냐? 한 명은 드래고니안이기도 하고.”
“드래고니안이라도 아직 16살밖에 안 되지 않았습니까. 걱정되는 게 당연하죠.”
“그 16살이 그동안 뭘 이뤘는지 잊었느냐?”
스승의 말에 지크의 성과가 떠올랐는지 제라드는 픽 웃음 지었다.
그레고르 판테인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모자라, 극독의 선구자까지 잡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궁정 마법사단의 실세를 꺾고 국왕의 독살까지 막은 유일무이한 일을 해냈다.
그게 바로 막내아들인 지크의 이력.
고작 16살이 해낸 일치고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드래고니안이라는 재능을 지닌 사람이 바로 지크이니라. 어디 가서 대접받지 못할 일은 없다는 말이지.”
“그렇겠죠.”
“그 아이를 걱정할 시간에 우리부터 걱정하는 게 나을 거야. 언제 어느새 따라잡힐지도 모르니.”
“이미 따라잡힌 게 아닐까요? 저도 쓰지 못하는 무영창을 이미 사용하던 아이이니…….”
“그럴지도 모르지. 흐흐.”
한참 어린 소년에게 따라잡힐지 모른다는 말에도, 달프레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지크는 제자의 자식이자 데칸 왕국의 보물과도 같은 인재.
경쟁상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요즘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응?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호세 데포르테 공작 말입니다.”
“데포르테라면 3대 마법 명가에 드는 가문이 아니더냐?”
“예. 근래에 저희 가문에 선물을 보내거나 찾아와서 차 한잔하고 돌아가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
“뭘 이런 걸 가져오셨냐고, 바쁜데 시간 내셔도 괜찮으시냐고 돌려 물으면 그때마다 능구렁이처럼 답하며 진의를 숨깁니다. 도통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야 뻔하지 않겠느냐? 첫째 딸인 실리스 공녀의 혼사를 위해 일찍이 관계를 트려는 거겠지.”
“하지만 저희 집안엔 약혼자로 내세울 만한 애들이 없는걸요. 피터나 알렉스는 이미 시골로 추방당했고, 러셀이나 지크를 염두에 뒀다기엔 관계성이 전혀 없고…….”
“음…… 미리 포석을 깔아두려는 게 아닐까? 어쨌든 러셀과 지크를 사윗감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싶구나.”
“그런 걸까요……?”
호세 공작이 사윗감을 노린다라…….
만약 그렇다면 둘 중 러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제라드였다.
서열상 막내인 지크가 실리스 공녀의 눈에 차진 않을 테니.
“저의가 뭐든 나쁘게 보진 말거라. 호세 공작은 청렴한 인물이야. 안 좋은 의도로 뒷공작을 펼칠 만한 성정이 못 돼.”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특히 보안에 더 신경 쓰거라. 국왕께서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고 계시니.”
“예. 안 그래도 보안을 더 강화하고 틈은 없는지 점검을 마친…….”
그때였다.
쿠우우우웅―
궁정에 폭발이라도 난 듯 진동이 울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