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16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6화
“이 무슨……!”
“빨리 나가보자꾸나!”
제라드와 달프레드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사단장님!”
마침 당직을 서던 단원들이 뛰어오고 있었고, 호위병들도 황급히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다.
“무슨 일이냐!”
“침입자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침입자?”
“대마법 보호막이 한순간에 부서졌습니다!”
궁정에는 당연하지만, 마법 폭격을 막기 위한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다.
그동안의 역사와 모든 기술을 쏟아부어서 만든 것으로, 9서클의 마법까지도 막아낼 수 있는 거대한 마법 방벽이었다.
‘그런데, 그게 뚫렸다고?’
아니, 뚫린 게 아니라 부서졌다.
보고하는 단원은 그렇게 표현했다.
그 말은 9서클 마법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이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9서클을 넘는 힘을 지닌 자는 대륙을 통틀어 극소수에 속하겠지만.
“난 현장으로 갈 테니 넌 얼른 단원들을 소집하거라!”
“예! 사단장님!”
현장이 어디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대하고도 찌릿찌릿한 마력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느껴졌으니까.
제라드와 달프레드는 각자의 지팡이를 들고서 마력의 진원지가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마침 호위병들도 그곳에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건 제라드와 달프레드 역시 마찬가지였고.
“저, 저게 뭔……!”
모두의 이목이 모인 곳에는 길이가 15m쯤 되는 육중한 거인이 있었다.
허나, 흔히 생각하는 생명을 가진 거인이 아니었다.
눈, 코, 입, 손, 발, 어깨, 다리 등.
몸 전체가 소용돌이로 이뤄진 바람의 거인이었다.
“저, 저 마력 덩어리는 대체…….”
“소환수인가, 아니면 마법인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괴생물체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놈이 공격한다! 막아라!”
거인의 입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왔기에.
후우우우우웅!
콰콰콰쾅!
거인의 입에서 나온 돌풍에 궁정의 지붕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다행히 피해를 보지 않은 단원들은 침착하게 주문을 외우며 훈련의 성과를 보였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매직 스트라이크(Magic strike)!”
“스파이럴 스톤(Spiral stone)!”
단원들이 최대한 빠르게 캐스팅할 수 있는 마법들로 혼란을 주는 사이, 제라드가 큰 마법을 준비했다.
“피스트 오브 락스(Feast of rocks)!”
제라드의 머리 위로 생성된 수십 개의 암석 덩어리들이 일제히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쿠그그그그!
평범한 암석이 아닌, 마력으로 형성된 암석이어서인지 놈의 형체가 일그러진다.
효과가 있다.
아직 모자란 감이 없진 않지만.
“몸집만 크고 움직임은 느리다! 공격 마법으로 빠르게 제압한다!”
그 사이, 추가로 단원들이 도착했고, 거인을 상대하는 마법사만 50명이 넘어섰다.
수십 개의 마법이 연달아 직격하자 거인의 마력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반격도 못 하고 울부짖는 형상을 취하는 게 이대로면 쉽게 막을 수 있을듯하다.
하지만, 달프레드는 그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뭔가 이상해.”
“스승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바람의 거인을 만들어낸 존재가 있다면 분명 엄청난 힘을 지닌 마법사일 거다. 그런 존재가 가담하면 우리를 쓸어버리는 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고. 한데 보거라. 거인 외에는 아무도 없지 않느냐?”
달프레드의 말마따나, 습격자는 바람의 거인 한 명뿐이었다.
다른 마법사가 침입한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설마…….”
“저 거인은 우리의 눈을 돌릴 미끼일 가능성이 크다. 소란을 피우기엔 저만한 것도 없겠지.”
거인의 주인은 분명 어디론가 궁정에 침입했을 터.
침입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달프레드가 몸을 돌렸다.
“너는 여기서 거인을 막고 있거라. 난 침입자를 쫓아볼 테니!”
* * *
“봐. 침입하기 쉽지?”
리타의 작전은 간단했다.
바람의 거인으로 시선을 돌린 뒤 미리 봐둔 경로로 침입하겠다는 작전.
처음엔 궁정 마법사들이 이런 단순한 작전에 속을까 싶었지만, 바람의 거인을 본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조차 거인의 형상에 멍하니 시선을 빼앗겼으니까.
‘순전히 마력만으로 그런 무식한 거인을 만들어내다니…… 괜히 풍신이라는 이명이 붙은 게 아니었구나.’
내심 감탄했지만, 잠깐일 뿐.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이라면 거인의 마력을 단숨에 빨아들여서 존재 자체를 없애 버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랬다간 리타가 날 의심하겠지. 놈들의 계획도 알아내지 못할 테고.’
일단은 거머리처럼 따라붙어서 무슨 짓을 하는지 옆에서 다 지켜봐야 한다.
행여나 불상사가 생길 것 같으면 그때서야 자신이 나서면 되고.
바람의 거인을 굳이 막지 않은 것도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였다.
‘눈속임용이라 그런가? 크기만 컸지, 실속은 없는 거인이었어.’
그 정도는 아버지 혼자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어때, 내가 보여준 힘이.”
리타가 자신을 보며 콧대를 세웠다.
에스카로 위장 중인 지크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대놓고 저렇게 칭찬해 달라는데 해줘야지, 뭐.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력만으로 그런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내시다니! 역시 풍신이라는 이명이 아깝지 않습니다, 리타 님!”
“야. 내가 로즈라고 부르라 했잖아. 뭐…… 기분 좋으니까 특별히 이름 부르게 해줄게.”
“감사합니다! 로즈 님!”
“이름 부르라니까.”
정말로 기분 좋은지 입가에 미소까지 짓던 리타였지만…….
“여기 있었구만.”
별안간 앞길을 막아선 한 노인의 등장에, 미소는 게눈감추듯 사라지고 말았다.
‘저분은……!’
지크가 놀라는 사이, 리타도 놀란 눈으로 노인을 노려봤다.
“네놈은 설마…… 궁정의 유일한 9서클이라던 달프레드 비그스란드?”
“허허, 노인한테 네놈이라니. 개념이라곤 시궁창에 내다 버린 침입자로구나. 하긴, 쥐새끼처럼 몰래 기어들어 오는 꼴이 시궁쥐나 다름없어 보인다만.”
만나자마자 도발부터 거는 달프레드에, 리타는 분노하지 않았다.
코웃음만 칠 뿐.
“혓바닥으로 날 흔들어서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이려나 본데, 통하지 않아, 늙은이. 내가 이래 봬도 경험만큼은 풍부하거든?”
“거 처음 본 노인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뭔 헛소리야? 어쨌거나 칭찬은 해줄게.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내 생각을 읽었다는 거잖아? 확실히 늙어서인지 통찰력은 있어.”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군. 아무렴 상관없나?”
척-
달프레드가 지팡이를 들었다.
“어차피 이 앞으론 한 걸음도 지나가지 못할 테니.”
“후후, 덤비려고? 내가 만든 바람의 거인을 봤는데도?”
같은 9서클이라도 실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리타가 만든 바람의 거인만으로도 증명됐다.
달프레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괴물을 만들만한 마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침입자를 놔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건 아무런 의미 없다. 원래 실전이 중요한 법이니.”
“헛된 희망 품지 말고 정신 차려, 노인네야. 네가 지금 누굴 마주하고 있는지나 알아?”
“안다. 풍신의 리타가 아니더냐.”
리타의 눈동자가 조금은 커졌다.
“날 아네?”
“바람을 다루고 그런 괴물을 만드는 존재라면 12인의 선구자인 풍신의 리타밖에 없겠지.”
“정답이야.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나와 싸우겠다고?”
달프레드의 눈매가 깊어졌다.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베르 왕국의 선구자가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다만, 12인의 선구자 전원이 달려들어도 절대로 궁정의 침입을 허락할 수 없느니라.”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개죽음당하겠다는 말로밖에 안 들리는데?”
비식거리는 웃음을 지어 보인 리타가 지팡이를 들었다.
신경전 끝에 싸움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지크가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리타 님. 저런 늙은이한테 시간 쏟지 마시고 저한테 맡겨주시죠.”
“뭐?”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위업을 달성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소곤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리타의 눈빛이 변했다.
아무래도 위업이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 모양.
“알았어. 여긴 너한테 맡기지.”
설득된 리타는 이내 마력을 운용해 바람의 기운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후우웅!
“도망가게 놔둘 성싶으냐!”
달프레드가 곧바로 마나탄을 쏘아내 막아보려 했지만.
티잉-!
무영창으로 실드를 전개한 지크가 간단히 튕겨내 버렸다.
“늙은이. 네놈은 나 에스카 로빈스가 상대하마.”
그 사이, 완전히 바람과 동화된 리타가 달프레드를 지나쳐 통로 너머로 사라졌다.
“이런!”
그 모습을 달프레드가 허망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지크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휴우. 내 말에 설득되어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달프레드 공이 죽을 뻔했으니.’
두 사람이 붙었다면 볼 것도 없이 리타가 이겼으리라.
그만큼 둘 사이엔 압도적인 격차가 존재했으니.
하지만 지크가 개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나서면 리타 따위는 단숨에 죽일 수 있지.’
그러나 리타를 죽이라는 퀘스트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리타의 임무가 뭔지 정확히 알아내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것이 지크가 리타를 죽이지 않은 이유.
때문에 달프레드가 내심 겁먹고 물러서 주기를 바랐다.
아버지의 스승님이 다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달프레드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지크가 나서게 된 것이다.
‘리타를 먼저 보내는 건 계획에 없었지만…… 달프레드 공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달프레드를 제압하고 리타를 쫓아가야 한다.
무슨 일을 저지르기 전에.
하지만 달프레드는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는지 에스카로 위장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사실은 지크인 줄도 모른 채.
“에스카라고 했나? 네놈은 누구냐? 또 다른 선구자냐?”
“…….”
“정체가 뭐든 간에 상관없지. 이럴 시간이 없으니.”
쿠그그그-
달프레드의 지팡이 끝에서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단번에 승부를 볼 심산.
“널 제압하고 풍신의 리타를 쫓아가야겠다.”
“그건 제가 할 말인데요.”
슈우우우욱―
한순간에 마력을 빨아들이자, 달프레드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이, 이건?’
놀란 달프레드가 마력을 모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어딘가로 마력이 새어 나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
그래서인지.
“슬립(Sleep).”
기초적인 마법 한 방에 스르륵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털썩.
“잠깐 잠들고 계세요. 달프레드 비그스란드 공. 일어났을 때는 상황이 끝나 있을 테니.”
그리 중얼거린 지크가 허공에 상태창을 띄웠다.
그의 시야엔 리타에게서 복제한 마법 목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아까 사용한 게 이 마법이었나?’
지크가 바람의 형상이라는 마법을 사용했다.
휘오오오!
이윽고 돌풍이 불더니 형체가 사라지고 어느새 공기처럼 가벼워졌다.
‘서둘러야겠어.’
바람으로 형상화한 지크의 몸이 서둘러 리타를 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