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1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8화
리타의 살기등등한 눈빛이 에스카를 향했다.
저놈 짓이다.
마력이 안 모이는 원인은 저놈에게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소울 버스트, 마나 번, 디스펠 같은 잡기술을 쓰는 놈이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향해 비웃는 저 얼굴이 증거였다.
“에스카! 미친 거냐? 감히 날 막아?”
“베르 왕국에서 자랑한다던 풍신의 리타도 제 앞에선 한낱 일반인에 불과하네요. 후후.”
“딴소리하지 말고 이 개새끼야! 지금 작업하는 거 안 보여? 빨리 원상태로 복구시키지 못해?”
“리타, 아니, 로즈 님.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하세요. 지금 방해하는 거 안 보여요?”
실실 웃으며 대놓고 농락하자 리타의 얼굴은 이제 활화산처럼 벌게졌다.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에스카의 말마따나 마력을 쓰지 못하는 지금은 한낱 일반인에 불과했으니까.
“이, 빌어먹을 새끼…… 애초에 날 방해하러 온 거였구나. 발루두크 님의 예상이 맞았어. 아버지인 국왕을 구하려고 이 지랄을…….”
‘호오, 발루두크가 이렇게 될 걸 예상했다고?’
에스카의 가면을 쓴 지크는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보낸 장본인인 발루두크가 에스카를 의심하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에스카를 믿을 수 있는지 테스트할 겸 붙인 거였나? 생각보다 더 신중한 성격이었군.’
완전히 신임을 얻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아니었다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꼈지만, 정신적으로 세게 얻어맞은 건 리타였다.
실제로 얻어맞기도 했고.
뻐억!
유그리토의 주먹질에 볼썽사납게 자빠진 리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마법만 못 쓰면 일반인과 다름없는 유약한 몸이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시선이 지크에게 향하는 것 또한.
“땅의 정령이여, 나의 부름을 들어라.”
유그리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크의 몸이 친신만근 무거워졌다.
털썩!
힘을 빼자 무릎과 손발이 땅에 닿았다.
‘정령의 힘으로 중력을 늘린 건가?’
사실 마음만 먹으면 버틸 수 있었지만, 지크는 굳이 저항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이대로 붙잡히는 게 맞겠지.’
아무리 리타를 막고 국왕을 구했다 해도, 남들 눈에 자신은 엄연한 침입자.
실제로 동료이기도 했으니 이대로 감옥에 들어가는 게 맞는 수순이었다.
그것이 지크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고.
‘리타에게서 정보를 뽑으려면 같이 잡히는 수밖에 없어.’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혀주는 건 이 때문.
이윽고 중력에 굴복한 척하며 엎드린 지크의 뒤로, 국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침입자들을 모두 감옥에 가두어라!”
* * *
상황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
바람의 거인은 궁정 마법사단의 활약으로 소멸했고, 침입자들은 구속구와 구속 철창으로 마법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더 이상의 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남은 것은 국왕의 분노뿐.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궁정의 보안이 이토록 쉽게 뚫리다니!”
“죄송합니다, 전하.”
“면목이 없습니다. 전하.”
보안책임자인 달프레드와 제라드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물론 감시에 소홀히 했다거나 근무에 태만했던 것은 아니다.
국왕이 손님을 대접한다는 말에, 특별히 보안을 강화했고 당직에게 좀 더 감시에 신경 쓰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침입자의 존재가 풍신의 리타라는 예기치 못한 괴물이었을 뿐.
그걸 아는지, 쉐인 국왕은 더는 두 사람을 나무라지 않았다.
“피해 상황은?”
“사상자는 52명으로, 부상자 38명, 사망자 14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대전에서 나왔고요.”
거물이 침입한 것치곤 피해가 적었다.
왕국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도 있는 괴물이 선구자라는 존재들이었으니.
하지만 누구도 다행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피해의 규모보다 보안이 쉽게 뚫렸다는 점이 더 충격이었으니.
“대체 풍신의 리타가 어떻게 들어온 것인가?”
“그건 저희도 조사 중입니다.”
“곧 심문을 시작할 것입니다, 전하.”
제라드와 달프레드가 차례로 말했지만 쉐인의 굳은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그 간악한 년이 나를 노리는 이유가 뭐란 말이냐?”
“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겠지만 일전에 있었던 독살 사건의 보복으로 추측됩니다.”
“극독의 선구자가 관계되었던 사건 말인가?”
“예.”
당시 쉐인 국왕은 극독의 선구자가 만든 독을 먹고 죽을 뻔했다.
지크 맥러플린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몰랐을 일.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선구자가 관여되어 있다니. 대체 놈들이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탄하듯 뱉었지만, 누구도 그 질문에 답을 할 순 없었다.
리타를 고문해 정보를 빼내지 않는 한은 알아내기 불가능하리라.
한숨을 쉰 국왕은 엘프에게로 고개를 돌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오, 유그리토 경.”
“아닙니다, 쉐인.”
“그리고 고맙소. 그대가 아니었다면 데칸 왕국이 큰 봉변을 당할 뻔했소.”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정령술에 조예가 깊은 저조차도 당할 뻔했는걸요. 그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 말에 순간 국왕의 눈빛이 변했다.
현장에 있었기에 유그리토가 말하는 남자가 누구인지 모를 수 없었다.
남자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달프레드. 리타와 함께 붙잡아둔 남자가 누군지 조사해 보았는가?”
국왕의 물음에 달프레드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아는 거라곤 이름이 에스카 로빈스라는 점과 저를 상대로 빠져나갈 정도로 강자라는 점, 그리고 선구자와 같은 편이었다는 점 정도입니다.”
“한 가지 더 있지. 그자가 나를 구했다는 점 말이야.”
“그렇긴 하나, 둘이 다툼이 있어서였을 뿐이지 정황상 일부러 구한 건 아닌 듯합니다.”
달프레드가 부정했지만, 국왕의 생각은 달랐다.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분명 아버지인 국왕을 구하려고…… 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에스카라는 사내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셈이 된다.
아들은 셋만 낳았던 국왕으로선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
‘잠깐, 설마……?’
오래전 잊혔던 기억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자신이 20대 시절에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그리고 어느 순간 부담감을 짊어지고 떠났던 여인이.
벌떡.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난 쉐인이 신하에게 명했다.
“안내하라. 내 직접 침입자들을 만나봐야겠다.”
* * *
‘빌어먹을. 선구자인 내가 이런 감옥에 박혀 있다니.’
독방에 갇혀 있던 리타는 꿈인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차디찬 바닥과 손목에 감긴 구속구가 현실이라는 걸 알려준다.
‘구속구라는 건 도대체 누가 개발한 거야? 정말 개 같네.’
난생처음 구속구를 찬 리타는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올려 봤다.
그러나 아크니움으로 만든 구속구는 스펀지처럼 마력을 흡수해 버린다.
마치 에스카가 자신을 방해했던 것처럼.
‘그 새끼 때문에 위업을 달성하지 못했어. 그 빌어먹을 놈이 배신할 줄이야…….’
처음엔 못 미더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진 대우에도 싹싹하게 굴기에 좋게 봤더니, 이게 뭐란 말인가?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요. 발루두크 님. 저 혼자 작업했었어도 충분했다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푸념을 늘어놔도 들어줄 사람 하나 없다.
마음 같아선 에스카를 찾아 죽여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빌어먹을 구속구…….’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 없다.
‘개 같은 간수들이 꼬챙이 들고 나타나서 좋은 말로 할 때 정보를 불라며 날 고문해대겠지.’
하지만 고문으로 알 수 있는 건 풍신의 리타가 보기보다 독종이라는 사실뿐.
자신에게서 결코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어디 한번 해보라지. 내가 이 악물고 버텨줄 테니까.”
입꼬리를 당기며 독기어린 눈빛을 보이는 그때.
철커덕!
난데없이 문이 빼꼼 열리더니 누군가 구슬 같은 걸 넣고는 닫아버렸다.
쿵!
‘……뭐야?’
구슬을 집어 든 리타는 그것이 곧 통신구임을 알아차렸고, 그 후론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 차버렸다.
대체 누가 이곳에 통신구를 넣어주고 갔단 말인가?
죄수에게 통신구를 주는 건 반역 행위나 다름없는데 말이다.
‘설마 간수 중에 첩자가 있나? 뭐,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만.’
잠시 의문을 접어둔 리타가 통신구부터 두들겨봤다.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지만, 통신구 자체에 마력석이 들어 있었기에 연락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이 통신구가 누구와 연결되느냐지.’
잠시 후 통신구의 깜빡거림이 멎고, 상대와 연결됐다.
―누구냐.
‘이 목소리는?’
눈을 크게 뜬 리타가 반색하며 말했다.
“접니다, 발루두크 님. 리타예요.”
―리타? 네가 왜 비상용 통신구로 연락하는 거지?
“아, 사실은…….”
우물쭈물하던 리타는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혼날 것을 각오하고.
“제가 지금 데칸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이거든요…….”
―뭐라? 그게 무슨 소리지?
“이게 다 에스카 때문이에요. 놈이 모든 걸 망쳤다구요.”
―자세히 말하거라.
한탄스레 말하던 리타가 어쩌다 붙잡혔는지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당연하지만 발루두크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러니까 내가 지시한 위업을 실패했단 말이냐?
“네…… 제가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에스카는 짐덩이가 될 거라고.”
―그래서 내가 주의 깊게 지켜보라 하지 않았느냐? 놈이 반역을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설마 녀석이 저를 상대할 수 있을 줄은 몰랐죠.”
―쯧, 그러게 왜 녀석을 얕보는 바람에 일을 그르친단 말이냐!
“……죄송해요.”
―안심하고 맡겼더니 결과는 이따위라니. 풍신의 리타라는 이명이 아깝기 그지없구나.
비난을 받아도 리타로선 할 말이 없었다.
임무 시작 전만 해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그녀였기에.
―앞으로 어찌할 것이냐? 위업은?
“아, 아무래도 이 상태로는 힘들 것 같아요. 보다시피 구속구 차고 감옥에 갇힌 신세라…….”
―네 입으로 말해 보거라. 내가 시킨 일이 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겠으니.
확인한다는 말에, 평소 같으면 이상하게 여겼을 테지만, 리타는 아무런 의심 없이 술술 정보들을 털어놓았다.
이미 꾸중을 들은 데다 발루두크의 목소리도 위엄있던 터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전부 하는 수밖에는.
하지만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
자신이 털어놓은 정보가 누구의 귀로 들어가는지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크가 거짓으로 꾸며낸 환상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