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1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9화
30분 전.
에스카의 모습으로 독방에 갇힌 지크는 간수들이 물러나자마자 행동에 나섰다.
멍하니 앉아 있으려고 붙잡혀준 게 아니었으니까.
끼기긱.
힘을 주자 괴상한 소리가 나며 손목의 수갑이 풀린다.
‘이딴 구속구야 힘으로 풀어버리면 그만이지.’
마법사의 육체 능력이야 일반인에 지나지 않지만, 지크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오러 유저에 더 가까웠으니.
‘감옥 탈출은 완전 식은 죽 먹기네.’
독방의 문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바람의 형상으로 변해서 틈새를 통과하면 그만.
별다른 긴장감 없이 사냥꾼의 감각으로 주변 상황을 체크하는 지크였다.
‘간수들은 30m밖에 있으니 문제없고, 리타는 저쪽 방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군.’
움직이려면 지금이 적기.
지크가 그림자의 후드를 착용한 채 바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휘잉!
문틈으로 유유히 탈출한 뒤 리타의 독방으로 침입했다.
그러기까지 누구 하나 눈치채는 이가 없었다.
간수는 물론 벽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리타조차도.
‘같은 방에 있는데도 전혀 모르는 눈치네.’
바람의 형상을 풀고 본래의 몸으로 돌아왔지만 리타는 이쪽을 볼 생각조차 안 했다.
사전에 그림자의 후드를 착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환술을 걸어볼까?’
지크의 목적은 다름이 아니었다.
환술로 리타를 속여 정보를 뜯어내는 것.
본래 9서클에겐 환술이 통하지 않지만 구속구를 찼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력이 빨리는 와중에 환술을 간파할 여력은 없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간수가 통신구를 놓고 가는 말도 안 되는 환상을 보여줬음에도, 리타는 이변을 감지하지 못했다.
발루두크와 자연스레 통신하는 것부터가 환상에 제대로 걸렸다는 방증이었다.
실제로는 혼잣말을 줄줄 내뱉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입으로 알아서 정보를 털어놓는구나. 좋아, 좋아.’
리타가 발루두크에게 받은 지시사항은 세 가지였다.
첫째로, 에스카가 반역을 저지르는지 감시할 것.
이 부분은 지크 역시 알고 있던 부분이었기에 패스.
둘째로는 국왕과 엘프를 암살할 것.
이 역시 예상한 부분이었으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왕실의 보물창고를 터는 게 주목적이었다고?’
왕실 깊숙한 곳엔 보물창고가 있다.
들어가려면 국왕의 마력 패턴이 필요한데, 암살하려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국왕을 죽이고 마력 패턴을 추출할 생각이었어. 창고를 열고 안에 있는 보물들을 강탈하려고.’
리타가 세 번째로 받은 지시사항이 바로 이것이었다.
국왕의 마력 패턴을 이용해 창고의 물건을 싹쓸이하는 것.
과거에 보상을 받는다고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지크였기에 어떤 귀중품들이 있는지 잘 안다.
‘카르볼조차 입이 떡 벌어질 법한 무구들로 가득했었지.’
여태껏 그것들을 훔치려고 국왕을 죽이려 한 거였다니…….
‘그 보물들이 뭐라고 그렇게 노리는 거야?’
이해되지 않았지만, 국왕을 죽이려던 이유는 또 있었다.
‘리타가 암살을 진행했다는 걸 공공연히 드러냄으로써, 베르 왕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예정이었구나. 또한, 엘프까지 죽여서 엘프족과의 동맹도 깨트리려던 계획이었고.’
그것이 굳이 암살하는 날을 오늘로 잡은 이유였다.
국왕과 엘프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
놈들의 목적을 대강 파악한 지크는 발루두크의 목소리를 이용해 좀 더 정보를 캐보기로 했다.
-이게 끝이더냐? 내가 시킨 일이 이뿐만은 아닐 텐데?
“어… 더 있었나요? 저는 다 말한 것 같은데…….”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환상에 속아 중얼거리는 리타의 말은 진실이었다.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다.
그리 판단한 지크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봤지? 얘한테서 더는 캘 정보가 없어. 그러니 보상 좀.’
시스템에게 얼른 판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생각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보상이 주어졌다.
[에스카 로빈스로 위장해 따라다니기 완료!] [음모 알아내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1,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5차 스킬 숙련도 50,000이 증가합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10,760/300,000]‘오케이. 좋았…….’
이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이어서 메시지가 또 떠오른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가.
【메인 퀘스트 : 리타 로즈를 죽여라!】
└풍신의 선구자인 리타 로즈에게서 모든 정보를 캐냈습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그녀를 죽이고 감옥에서 탈출하십시오.
└리타 로즈 처치 후 감옥 탈출
└스킬 ‘정령친화력’ 획득
└아이템 ‘풍신의 장화’ 획득
【서브 퀘스트 : 엘프 기사 유그리토 만나기】
└쉐인 국왕의 손님으로 왔던 엘프 기사단장 유그리토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를 만나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유그리토와 이야기하기
└5차 스킬 숙련도 50,000 증가
리타를 죽이는 건 기대하고 있던 퀘스트였다.
그동안의 퀘스트를 보면 선구자를 처리하는 게 시스템의 주목적인 듯싶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예상 밖인데? 엘프와 대화하라니.’
확실히 리타를 막으러 대전에 들어갔을 때 엘프가 있긴 했다.
피부는 하얗고 귀는 뾰족한 게 판타지 영화에서 보던 엘프와 똑같았다.
‘그런데 그 녀석을 찾아가서 대화하라고? 대체 무슨 대화를?’
보상이 탐나기에 퀘스트를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막상 만나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자신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니?
솔직히 유그리토라는 엘프의 이름도 처음 알았다.
‘모르겠다. 하라는 대로 해야지.’
시스템을 믿기에 일단 수락한 지크는 리타부터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핫!”
한순간에 환상을 풀자 리타가 당황한 눈으로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통신구가 귀신처럼 사라졌으니 당연한 반응.
“놀랄 거 없어, 리타.”
“히이익!”
허공에서 들린 목소리에 급기야 뒷걸음질 치며 벽에 딱 달라붙는다.
지크는 그림자의 후드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에스카가 아닌, 본연의 모습을.
“너, 넌 누구…….”
“네가 알아야 할 건 하나야.”
펑!
지크의 모습이 다시금 사라졌다.
뭉게뭉게 독 안개를 남기며.
“방금 본 사람은 저승사자라는 것.”
“쿠, 쿨럭. 커흙!”
어느새 독에 중독된 리타는 각혈하며 바닥을 짚었다.
“허윽, 꺼흐윽!”
그리곤 고통스러운 신음을 끝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죽었군.’
이것으로 메인 퀘스트의 절반은 완료했다.
이제 감옥에서 탈출만 하면 보상이 들어오리라.
‘그 전에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지크는 지그시 리타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그녀를 부활시키면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될지 궁금했다.
‘말리고르와 자카르도 됐는데, 얘는 과연 어떨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지크는 스킬을 써보기로 했다.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
* * *
어둡고 깊숙한 지하 감옥을 내려가는 길.
보통이라면 긴장감이 들겠지만 쉐인 국왕의 마음은 기대와 설렘으로 들어차 있었다.
‘그 사내가 정말로 라일라의 아들일까?’
라일라.
젊었을 적, 왕세자인 자신을 담당했던 시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이름과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다름 아니라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으니까.
‘내 첫사랑이었던 만큼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지만…… 지난 50년간 소식을 들을 수 없었으니 원.’
어느 날 일을 그만뒀다는 통보를 끝으로, 라일라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 후 2년간 어떤 여인도 품지 않고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
간신히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정략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했었나 보다.
이렇게 라일라의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잠깐이었지만 에스카라는 사내에게서 라일라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잘못 본 건 아닌지 확인해야겠어.’
침입자들을 보겠다고 직접 여기까지 발걸음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리타보다 에스카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간수장.”
“헉! 저, 전하? 여긴 어인 일로…….”
“침입자를 봐야겠다. 안내하거라.”
“…예!”
국왕의 행차에 놀란 간수장은 앞장서서 독방으로 안내했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간수들을 대동하고 나선 그는 에스카가 있는 독방 앞에서 멈춰 섰다.
“잠시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문을 열겠습니다.”
쉐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마음 한구석엔 라일라의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어쩌면 50년 만에 아들과 상봉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쉐인이 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헉, 뭐야? 죄수가 왜……!”
“왜 그러나? 간수장?”
쉐인이 빼꼼 고개를 들어보니 비어 있는 독방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 그게 저도 어찌 된 일인지…….”
“혹시 방을 착각한 것은 아닌가?”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분명 제가 직접 죄수를 이 방에 가둬놨는데…….”
“그럼 죄수가 구속구를 착용한 채로 탈출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
간수장의 얼굴엔 당황이 역력했다.
독방에 얌전히 있어야 할 죄수가 감쪽같이 없어지다니?
순간 섬뜩한 생각이 떠오른 간수장이 서둘러 다른 독방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엔 예상대로의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헉! 죄, 죄수가……!”
리타가 피거품을 문 채로 쓰러져 있었다.
간수들이 서둘러 맥을 짚더니 고개를 저었다.
“죽었습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당황하는 사이, 뒤늦게 온 쉐인 국왕이 그 모습을 보았다.
얼굴에 분노가 서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죄수가 죽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이더냐?”
“그, 그게…… 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
에스카라는 죄수는 탈출했는지 보이지도 않고 리타는 독에 당했는지 죽어 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
국왕을 따라 들어온 제라드가 뒤늦게 상황을 보고 첨언했다.
“전하. 상태로 봤을 때 아무래도 금제가 발동해 죽은듯합니다.”
“그레고르 판테인 때처럼 말인가?”
“예.”
작년에 마탑주가 정보를 발설하기 직전에 죽었던 것을 기억해낸 쉐인은 한숨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발루두크의 금제가 걸려 있었다고밖엔 볼 수 없었으니.
“그럼 에스카라는 죄인은 어디로 갔나?”
“그건 모르겠지만 아마도 탈옥한 게 아닌지…….”
“그걸 알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느냐?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당장 놈을 찾아라! 당장!”
국왕의 호통이 쩌렁쩌렁 지하 감옥에 울렸다.
* * *
국왕의 예상대로, 지크는 멀리 가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날 찾을 순 없겠지. 변장을 풀었으니까.’
쿨타임 때문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지크가 뒤를 돌아봤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게 아무래도 리타의 시신을 발견한 듯하다.
‘내가 탈옥한 것도 알았나 보군.’
감옥을 탈출하기 전.
지크는 리타를 언데드로 부활시켰다.
다행히도 그녀는 보통의 언데드와는 달랐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자신을 향해 완벽한 언어를 구사했으니까.
‘리타가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되다니.’
좀 전의 상황을 상기한 지크가 히죽 웃었다.
이것으로 대화할 수 있는 언데드만 셋이다.
다만, 리타를 데리고 오는 데 문제가 없진 않았다.
‘리타와 에스카가 동시에 사라지면 분명 둘이 탈출했다고 여길 거야.’
에스카는 몰라도 리타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루두크의 계획대로 국왕은 리타가 속한 베르 왕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고, 중립국은 곧 적국으로 태도를 바꿀 것이다.
‘그걸 막으려면 리타의 시체가 필요해. 스스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되면 베르 왕국의 짓이 아니라 발루두크의 짓으로 알 테니까.’
그렇기에 금제에 당해 죽은 것처럼 꾸몄다.
물론 시체는 다른 사람의 것을 활용했다.
‘아공간에 아즈라힐의 시신을 넣어두길 잘했어. 이럴 때 써먹을 수 있을 줄이야.’
전에 챙겨뒀던 아즈라힐의 시신에 위상 변화를 사용, 리타의 시신으로 둔갑시켰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발견한 건 리타가 아니라 아즈라힐의 시신.
진짜 리타는 지성을 지닌 언데드로 만들어 차원계에 얌전히 보관해두고 있다.
‘리타를 죽여 소환수도 챙겼고 감옥도 탈출했으니, 이제 보상이 들어와야지?’
지크가 말하기 무섭게.
마침 메인 퀘스트 완료 보상이 눈앞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