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2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21화
[유그리토와 이야기하기 완료!] [드래곤의 목걸이와 대화시키기 완료!]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차 스킬 숙련도 50,000이 증가합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60,760/300,000] [보상으로 랜덤 스탯 1,000이 증가합니다.]엘프기사 유그리토와 대화 후.
보상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지만, 지크의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카르볼! 대체 둘이서 무슨 이야길 한 거야?’
-으음, 별 얘기 안 했다만.
‘근데 왜 엘프들의 도시에 초대하겠다는 말이 나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어쩌다 보니? 그게 할 말이야? 빨리 자세히 안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말하라고!’
인간에게 구박받는 드래곤이라니.
자존심 상할 법도 했건만, 이미 지크의 힘을 경험해 봐서인지 카르볼은 조금 주눅 든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 우선 본좌를 소개하며 목걸이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했다.
‘3천 년 전, 리치 드래곤과의 싸움을 피해 숨어들었다는 내용 말이야?’
-그렇다. 천마 대전이 벌어진 것도 그 시기였는데, 그때 엘프들의 물건이라 불리는 유물들이 사용됐었지. 내가 유물의 마력 패턴을 알고 있던 것도 당시 참전했던 엘프가 나에게 알려줬기 때문이었고.
‘나한테는 이런 얘기한 적 없잖아. 그냥 남의 물건에 관심이 많아서라고 하지 않았어?’
-그,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
지크의 눈매가 좁아졌다.
마력 패턴을 아는 이유가 엘프족의 가르침 덕분이었다니.
세세히 말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지만 이내 가라앉히는 지크였다.
자신도 카르볼에게 시스템에 대해 함구하지 않았던가?
‘알았어. 그럼 둘이 한 약속이라는 건 뭔데?’
-현재 엘소리움의 권력은 다섯 명의 평의회 장로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다. 마력 패턴을 아는 것도 오직 그들뿐이고. 이 말을 듣고 한가지 생각이 들었지. 어쩌면 엘프 장로들이 다른 드래곤의 행방에 대해서도 알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엘소리움에 가겠다고 한 거야?’
-그렇지. 저 엘프도 흔쾌히 수락하더군. 드래곤 같은 고등한 존재의 부탁이라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다만…….
‘다만?’
-시도는 해보겠지만 장로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인간과의 교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마당에 엘소리움으로 인간을 초대한다면 들여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그러니 장로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지만 안 될 수도 있다고. 이후는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그것이 저 엘프와 한 약속이다.
‘…….’
-네게 의견을 묻지 않은 건 미안하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태 네 명의 선구자를 만나봤지만 모두 드래곤에 대해 모르지 않았나? 나는 우리 동족의 행방을 알고 싶다. 그러니 엘프의 말대로 엘소리움으로 가줬으면 한다. 부탁이다, 지크!
부탁.
자존심 강한 드래곤의 입에서 나오기란 쉽지 않은 말.
그렇기에 지크는 카르볼이 얼마나 간절한 심정인지 알았다.
줄곧 다른 드래곤의 생사를 알고 싶어 했던 그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지크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네가 그동안 해준 게 있는데 안 도와줄 이유야 없지.’
-정말이냐? 고맙다, 지크! 넌 확실히 다른 인간들과는 생각하는 게 다르군!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베풀 줄 아는 게 성인군자라 할 수 있구나!
‘그렇게 띄워줄 필요 없어.’
실은 퀘스트가 떠올랐거든.
뒷말은 삼킨 지크의 망막에 커다란 창이 보인다.
【메인 퀘스트 : 엘소리움으로】
└엘프의 도시인 엘소리움으로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초대에 응하고 엘소리움의 5장로들을 만나세요.
└엘소리움 장로 만나기 0/5명
└버프 ‘자연의 축복’ 획득
* * *
판타지 세계관이 그렇듯, 판게아에는 여러 종족이 살고 있다.
엘프, 드워프, 드래곤 등.
모두 전설로 취급되는 존재들이었고, 지크는 벌써 그중 둘을 만났다.
한 명은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었고, 한 명은 목걸이로 달고 있었지만.
“이쪽입니다.”
“이런 곳에 도시가 있어요?”
“그렇습니다. 믿고 따라와 보시죠.”
그리 말하며 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가는 유그리토를, 지크는 말없이 따라갔다.
진실의 눈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저 허여멀건 뾰족귀 인간을 사기꾼 취급했을지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지. 엘프는 전설 속의 존재니까.’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엘프 또한 소문만 무성한 보기 드문 종족.
당연히 그들이 사는 엘소리움 또한 베일에 싸인 도시다.
일각에선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헛소리라며 치부하기 일쑤였지만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우거진 숲에 왕국 규모의 도시가 존재한다니. 말이 돼?’
하지만 지크는 곧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60m 지점에서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마력과 가까이 갈수록 뚜렷이 보이는 장막의 실체를 확인한 순간 말이다.
[현자의 눈으로 현상을 꿰뚫어 봅니다.]지크가 눈앞의 마법 장막을 꿰뚫어 보고 있을 때, 유그리토가 걸음을 멈추며 돌아봤다.
“여기입니다. 이 앞으로 좀 더 가면 엘프들의 도시가…… 설마 보이시는 겁니까?”
“뭐… 대충.”
성의 없는 지크의 대답에도 유그리토는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대단하군요. 9서클 대마법사도 알 수 없도록 정령의 힘을 빌려 완벽하게 위치를 감춰놨는데 그걸 감지하시다니…….”
감지뿐이랴.
아예 간파해서 장막 안의 도시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뭐, 이상을 눈치챈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기기에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카르볼레아로스 님께서 지크 님을 특별한 분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안심했습니다. 자격에 걸맞은 분을 모시게 되어서.”
‘내가 특별하다고 했어?’
-맞는 말이지 않느냐? 신의 후예여.
그 사이 유그리토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지크도 말없이 숲에 걸쳐진 마법 장막의 경계선을 넘었다.
그러자.
화아악!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까보다 선명하게.
‘이곳이 엘소리움. 엘프들의 도시.’
수풀과 나무들이 가득하던 방금과 달리, 웅장한 높이의 건축물이 눈앞을 드리우고 있다.
엘프들이 왕국 규모의 도시를 이루고 산다는 말은 사실로 판명됐다.
“가시죠.”
무지갯빛이 흐르는 강물을 지나 다리를 건넜다.
입구를 지키던 엘프 경비병들이 유그리토를 발견하곤 부동자세를 취한다.
기사단장이라 그런가?
눈빛에 충성심이 가득한 걸 보니 평소 유그리토의 입지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경비병들의 눈빛은 빠르게 경멸로 뒤바뀌었다.
유그리토 뒤에서 따라오던 자신을 보고서 그런 거다.
“단장님. 같이 온 사람은 인간이지 않습니까?”
“그렇다.”
“설마 인간을 저희 도시에 데리고 오신 겁니까?”
질문하는 경비병들은 하나같이 경멸을 눈에 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엘프는 기본적으로 숲을 숭상하는 종족.
숲을 파괴하는 인간을 결코 좋아할 리가 없다.
‘과거엔 인간의 친화력에 매료되어 교류를 이어갔다지만…… 결국엔 배신당했다고 책에서 봤었어.’
자연을 파괴하고, 엘프의 정령술을 빼앗기 위해 생체실험하며, 돼지 같은 귀족들의 성노예로 팔아먹기까지.
저토록 혐오스럽게 보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로 인간에게 시달렸던 엘프라고 한다.
엘프가 인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마법 장막으로 도시를 가린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저렇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낼 줄이야. 그것도 유그리토가 데려온 손님인데.’
손님 자격으로 왔다지만 어디까지나 유그리토의 독단적인 행동일 뿐.
엘소리움에 지크를 초대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걸 알기에 유그리토도 경비들의 눈빛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지크를 소개할 뿐.
“이분은 엘프의 동맹인 데칸 왕국에서 데려온 손님이시다. 문을 열어라.”
“그건 안 됩니다. 아무리 데칸의 인간이라도 엘소리움까지 데려온 적은 없습니다. 그건 단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장로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데칸의 인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문을 열지 못하는 걸 이해해 주십시오.”
엘프 경비병들은 기사단장의 명령도 거부하며 창대를 교차해 길을 막아섰다.
유그리토의 얼굴에 곤란함이 떠올랐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엘소리움의 권력은 평의회의 5장로가 차지하고 있으니 그 명령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이렇게 되면 유그리토로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장로님을 불러와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겠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지 경비병은 끄덕이며 통신구를 꺼내 연락을 취했다.
‘엘프도 통신구를 이용하는구나.’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텔레포트 게이트처럼 생긴 곳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금박이 박힌 고급스러운 로브를 걸친 엘프였다.
“키엘 장로님.”
“유그리토 경. 할 얘기가 있다면 들어와서 얘기할 것이지 여기서 뭐 하고 있…….”
말하던 키엘 장로의 목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뒤에 있던 지크를 본 직후였다.
눈빛에 곧 냉랭함이 깃든다.
“저 인간은 누구인가?”
“데칸 왕국에서 만난 손님입니다.”
“손님? 누구 마음대로 손님이라는 겐가?”
키엘의 눈은 곧 분노로 일렁거렸다.
“인간의 눈을 피하고자 장막으로 도시의 위치도 감추고 있었거늘. 그런 판국에 난생처음 보는 인간을 데려와서 엘소리움을 노출해? 제정신인가, 유그리토 경!”
“장로님.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지금 진정하게 생겼냔 말이다!”
씩씩거리던 키엘 장로는 지크를 그야말로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는 다른 곳에 시선을 뒀지만.
[엘소리움 장로 만나기 1/5명]‘왜 한 명만 온 거야…… 쩝.’
앞으로 네 명을 더 만나야 퀘스트가 완료된다.
하지만 반응을 보면 도시로 들어가긴커녕 다른 장로를 만나게 해줄 것 같지도 않다.
‘일단은 가만히 있는 게 낫겠지? 괜히 믿어달라고 말 걸었다간 더 거부감만 일으킬 수 있으니.’
안 그래도 인간에게 도시의 위치를 제공한 것에 화가 잔뜩 난 장로다.
유그리토가 합의점을 찾기를 바라는 수밖에.
“키엘 장로님. 진정하고 제가 왜 이분을 데려왔는지 들어보시죠.”
줄곧 차분한 어조로 설득하자 장로가 조금은 진정한 듯 콧김을 가라앉혔다.
“왜 데려왔는가?”
“여기 지크 님은 드래곤의 가호를 받고 계시는 분입니다.”
“드래곤의 가호? 대체 무슨 헛소리를…… 아!”
뭔가 떠올랐는지 장로의 눈이 번뜩인다.
“설마 드래고니안을 말하는 것인가?”
“예.”
유그리토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지크 님은 용의 재능을 깨우쳤다는 전설 속의 드래고니안입니다.”
“허! 드래고니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증명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지크 님. 잠시 목걸이 좀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크는 순순히 카르볼의 영혼이 담긴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키엘 장로님. 이걸 받으십시오.”
“이게 뭐지?”
“골드 드래곤 카르볼레아로스 님의 혼이 담긴 목걸이입니다.”
장로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