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2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22화
“골드 드래곤?”
전설 속의 존재인 드래곤의 영혼이 이 작은 목걸이 속에 담겨 있다니.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장로가 미간을 구기고 있자, 유그리토가 덧붙였다.
“목걸이를 착용해 보십시오. 그럼 믿어지실 겁니다.”
“이게 뭔 줄 알고 착용하라는 것인가? 인간의 간악한 함정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과거에 인간에게 데인 전적이 있는지 키엘 장로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히스테릭하기까지 했다.
반면 국왕에게 친우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과의 교류에 거리낌이 없던 유그리토는 계속해서 목걸이의 착용을 권했고.
“함정이 아닙니다. 해롭지 않다는 건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유그리토 경. 그대도 목걸이를 착용해 봤는가?”
“예. 드래곤 카르볼레아로스 님과 직접 영혼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기 있는 지크 님이 드래고니안이라는 것도 입증해 주셨고요.”
유그리토의 말에도 장로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이었다.
목걸이엔 손도 대지 않는다.
“드래곤은 과거 우리 엘프족을 도왔던 우호적인 종족. 경의 말이 사실이라면 용력을 타고난 드래고니안 또한 믿을 수 있는 존재라 할 수 있지. 하나.”
키엘 장로 눈매에 난 주름이 깊어졌다.
“인간의 말은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바. 경이 들었던 목소리가 드래곤의 목소리인지 악마의 목소리인지 알 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악마의 혼이라니.
카르볼이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악마 취급을 받은 것에 분노했는지 목걸이에서 가공할 마력이 느껴진다.
카르볼이 그동안 감춰놨던 드래곤의 기운을 여과 없이 뿜어내는 것이다.
흠칫 놀란 키엘 장로가 이질적인 기운에 목걸이를 바라봤다.
“이 기운은…… 용력?”
놀란 얼굴로 뒷걸음질 치던 장로는 이내 어느 정도 믿는 표정이 되었다.
아까처럼 불결한 눈빛으로 목걸이를 보지 않는 걸 보면.
“정말로 저 목걸이에 드래곤의 혼이 담겨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제 좀 믿으시겠습니까?”
키엘은 끄덕였다.
그러나 그 의미가 지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은 아닌 모양이다.
여전히 눈빛에 불신이 팽배한 걸 보면.
“유그리토 경. 지크라는 인간은 어떻게 알게 됐지?”
“아드올리아스의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마력 패턴을 풀어서 온전히 사용하고 계셨죠.”
“그래서 믿고 데려온 거였군.”
엘프의 유물을 가졌다는 건 쉐인 국왕이 믿는 사람이라는 뜻.
뒤늦게 인간을 데려온 이유가 이해되는 키엘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숨겨진 마력 패턴을 어떻게 알았지?”
“카르볼레아로스 님이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3천 년 전, 엘프 장로 중 한 명이 알려줬다고 합니다.”
“3천 년 전이라면, 우리 선조께서 살아계셨을 적이군.”
엘소리움을 차지한 다섯 장로의 나이는 대략 1,500살.
3천 년 전엔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직접 마력 패턴을 전수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대로 계승해 오는 유물의 마력 패턴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 좀 믿음이 가는군. 저토록 강한 용력을 뿜어내는 드래곤이라면 3천 년 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지. 유그리토 경의 말을 믿겠네. 저 인간이 드래고니안이라는 것도.”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데…….”
키엘 장로의 눈에 다시금 의심의 빛이 도졌다.
“드래곤처럼 위대한 존재가 인간과 함께 여길 찾아온 이유는?”
“카르볼레아로스 님께선 장로님께 이야기를 듣고자 하십니다.”
“무슨 이야기 말인가?”
“과거, 리치 드래곤과의 혈전이 있었을 당시, 카르볼레아로스 님은 스스로 혼을 숨기며 대피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 3천 년이 지나 버렸고 다른 동족들의 행방을 알고 싶어 하십니다. 혈전이 어떻게 끝났는지도요.”
“그걸 내가 알고 있다고 보는 건가?”
“아닙니까?”
키엘 장로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른다. 아무리 내가 오래 살아왔다지만 과거 전쟁에 대해선 경과 마찬가지로 아는 게 없지.”
목걸이를 차지 않은 탓에 카르볼의 심정을 알 수 없었지만, 지크는 예상했다.
카르볼이 크게 실망했으리라고.
하지만 장로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다르옌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다르옌 장로님이요?”
“그는 선조님의 제자였으니 당시의 상황을 들었을 수도.”
희망이 생겼다.
모르긴 몰라도 카르볼 또한 기뻐하고 있으리라.
“다르옌 장로님은 어디 계시죠?”
“그는 세계수의 잎을 구하러 떠나셨다. 공주의 안위를 위해서.”
“아…….”
들떴던 유그리토의 감정이 빠르게 식었다.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
지켜보던 지크로선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왜 그래요? 유그리토? 무슨 일 있나요?”
“아, 지크 님. 그게…… 용족의 행방에 대해 알고 계시는 다르옌 장로님이 세계수의 잎을 구하러 떠나셨답니다.”
“세계수의 잎?”
“세계수란 이그드라실이라 불리는 정령의 숲에 있는 나무를 가리킵니다. 엘소리움 왕실에 숲으로 통하는 워프 게이트가 있죠.”
“그래요? 그럼 워프 게이트를 타고 그분을 만나러 가면 되겠네요.”
“흥, 어림도 없는 소리.”
코웃음을 친 키엘 장로가 대신 대답했다.
“이그드라실은 정령계에 있다. 인간은 결코 들어갈 수 없어. 우리 엘프만 가능하지.”
“그럼 다르옌 장로님에게 나오라고 연락하면 되잖아요.”
“그건 불가능해. 통신구가 정령계까지 먹히리라 생각하는가? 장로님을 찾으려면 엘프 중 누군가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그럼 해결됐네요. 누군가 들어가서 장로를 데려오면…….”
“허,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짝이군.”
키엘 장로는 아예 대놓고 빈정거리고 있었다.
드래곤이 보증한 존재인 걸 알아도 태생이 인간인 이상 인정할 수 없나 보다.
“정령계가 어디 쉬운 곳인 줄 아는가? 장로급 되는 실력자가 아닌 이상 살아나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정도로 험난한 곳이에요?”
“험난하지! 만물의 치료제라 불리는 세계수의 잎이 만들어지는 세계가 어디 호락호락하겠는가? 유능한 기사인 유그리토도 그 안에선 나흘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유피넬시아의 기사이면서도 여태껏 치료하지 못한 것이고.”
“유피넬시아?”
“저희 엘소리움의 공주님이십니다.”
지크의 물음에 유그리토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선천적으로 뼈가 약해지는 지병에 걸려 바깥세상이라곤 구경조차 못 하신 안쓰러운 분이시죠. 다르옌 장로님이 이그드라실의 잎을 찾아 떠나신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주님을 치유할 유일한 치료제이기 때문이죠.”
“근데 왜 다른 장로들은 치료제를 찾으러 안 가요?”
“흥! 공주를 아끼는 다르옌이야 가든 말든 상관없다만 우리가 갈 이유는 없지 않은가? 공주야 죽으면 새로 뽑으면 그만이거늘.”
냉랭한 키엘 장로의 목소리에 지크는 잠시지만 보았다.
유그리토가 분하다는 듯 아랫입술을 잘근 깨무는 것을.
‘아무래도 장로들은 병에 걸린 공주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군. 세계수의 잎을 찾으러 떠난 그 다르옌 장로만 빼고.’
대충 이해관계를 파악한 지크가 키엘에게 물었다.
“다르옌 장로는 언제쯤 나옵니까?”
“나오더라도 그대와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드래고니안이라 해도 본판은 인간. 우리 엘소리움엔 한 발자국도 들여보낼 수 없다.”
‘이럼 곤란한데…….’
나머지 장로들을 만나야 퀘스트를 깰 수 있다.
지크로선 난감한 상황.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다.
“정령계에 엘프만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뭐죠?”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군. 정령의 선택도 받지 못한 자가 감히 정령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보는가?”
“정령의 선택을 받아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 숲을 파괴하는 너희 인간들은 이미 정령의 분노를 샀다. 우리 엘프만이 정령의 선택을 받았고 정령계에 발을 들이는 걸 허락받았지. 정령과의 친화력이 없는 인간은 들어가자마자 사지가 분해되어 죽을 것이다!”
‘정령과의 친화력?’
지크는 마침 이곳에 오기 전에 받았던 스킬을 떠올렸다.
‘정령 친화력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데?’
어쩌면 이 스킬 하나만으로 정령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게 아닐까?
시스템도 때마침 이런 스킬을 준 걸 보면 그러길 원하는 것 같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때마침 퀘스트창 하나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 다르옌 장로 찾기】
└엘프 장로 다르옌이 세계수의 잎을 찾아 정령계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를 따라 정령계에 들어가 드래곤의 단서를 찾으세요.
└정령계에서 다르옌 찾기
└랜덤으로 스탯 1,400 증가
└5차 스킬 숙련도 70,000 증가
‘와. 돌발 퀘스트 치고 보상이 꽤 후한데?’
다르옌 찾기가 쉬운 임무는 아닌지, 시스템이 넉넉하게 보상을 걸었다.
‘대놓고 정령계에 들어가라는 걸 보면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도 문제는 없다는 거지?’
정령 친화력 스킬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시스템이 아예 들어가라고 종용하니 긴가민가하던 마음에 확신이 들어찼다.
“키엘 장로님. 정말 정령계에 들어가서 다르옌 장로를 찾아주지 않으실 건가요?”
“내가 왜 인간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그 일은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럼 제가 들어가도 불만은 없으시겠군요.”
“뭐?”
잠시 얼빠진 소리를 내던 키엘이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인간의 몸으로 정령계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건가?”
“예. 제가 직접 들어가서 다르옌 장로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미친 소리. 죽고 싶어 환장한 인간이 여기 있군.”
“환장하든 말든 장로님과는 상관없는 일 아닙니까?”
지크의 진지한 목소리에 이젠 웃음도 나오지 않는지 키엘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죽어도 우리 엘프의 책임은 없다.”
“물론이죠. 정령계로 들어가는 문만 열어주시면 됩니다.”
“흥, 인간이란 자살 방법도 참 다양하군.”
비꼬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했다.
지크로선 퀘스트만 깨면 그만.
자고로 마음이 넓은 사람은 날파리의 목소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따라오거라. 워프 게이트로 안내하지. 그 자신감 넘치는 얼굴도 지옥문이라는 걸 알게 되면 돌변할 게 뻔하지만.”
“자, 장로님! 안내하면 안 됩니다! 지크 님! 들어가시면 안 돼요! 인간은 정령계에 진입조차 할 수 없습니다!”
유그리토가 펄쩍 뛰며 가로막았지만, 지크는 웃으며 카르볼의 목걸이를 착용했다.
“당신, 유피넬시아라는 공주의 기사죠? 공주를 치료하고 싶지 않아요?”
“……저라고 왜 치료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장로급의 실력자가 아니면 정령계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한…….”
“저는 살아남을 거예요. 살아서 다르옌 장로도 찾아보고 시간 나면 세계수의 잎도 따올게요. 그걸로 공주를 치료하면 좋은 거 아니겠어요?”
“그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몸으로는 정령계에 진입조차 할 수가…….”
“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두고 보고 얘기하시고요. 뭐가 됐든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
지크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유그리토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공주의 기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자신의 부족함에 문득 자괴감을 느낄 뿐.
“가시죠.”
“흥, 따라와라.”
지크는 유그리토와 함께 장로를 따라 엘소리움 안으로 들어섰다.
“오. 여기가 엘프의 도시구나.”
웅장하고 마법이 조화된 건물들과 수많은 엘프 주민들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 안내하는 키엘로선 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이었지만.
‘멍청한 인간 같으니. 제 발로 도살장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희희낙락하는구나.’
뭐, 아무렴 좋다.
역겨운 인간이 알아서 황천길로 가겠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으니.
“여기다.”
이윽고 세 사람은 왕실에 마련된 워프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정령계로 통하는 문.
웬만한 엘프들조차 들어가기 꺼리는 곳이다.
“한번 발이라도 밀어 넣어봐라. 들어가기는커녕 고통스러움에 비명이나 지를 게 뻔하지만.”
끝까지 이죽거리는 장로를 무시하며, 지크가 몸을 움직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흥. 다녀오기는. 정령 친화력이 없는 인간은 아예 못 들어간…….”
키엘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게 어찌 된……?”
믿기지 않는 현상에 얼굴 가득 경악이 차오른다.
다름 아니라 인간이 주저 없이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가 버렸으니까.
“……자, 장로님. 인간은 정령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튕겨 나오지 않나요?”
“그, 그렇지.”
“근데 들어간 거 같은데요? 어떻게 된 거죠?”
“…….”
키엘 장로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야말로 묻고 싶은 질문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