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2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23화
츠츠츠츳-
눈 깜짝할 사이에 배경이 바뀐다.
인간은 사지가 분해되어 죽을 것이라는 키엘 장로의 경고와 달리 고통이라곤 없었다.
‘역시 정령 친화력 덕분인가?’
정령과의 친화력이 대폭 증가하는 스킬이 아니었다면 이 몸은 어떻게 됐을까?
지크는 상상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은가, 지크?
‘어. 카르볼. 너도 멀쩡해?’
-그런 건 들어오기 전에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넌 영혼이니까 사지 분해될 일은 없잖아.’
-됐고, 빨리 다르옌 장로나 찾아보자. 그가 드래곤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
지크는 멀쩡한 눈으로 세상을 담았다.
광활한 초원과 커튼처럼 드리운 빛이 서로 맞닿을 듯 펼쳐진 경관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가 정령계? 딱히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는데.’
그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문제였다.
무작정 들어오긴 했으나 저 넓은 초원을 다 뒤지라 하면 막막하기 그지없었으니.
‘대체 다르옌 장로를 어디 가서 찾지? 딱 봐도 엄청 넓어 보이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저항력이 추위에 100% 저항합니다.]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스한 햇볕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는데 어느새 구름이 끼고 날씨가 쌀쌀해졌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하지만 좀 더 지내보니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었다.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저항력이 더위에 100% 저항합니다.]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극심한 변화를 보이는 게 바로 정령계였다.
그 사실을 지크는 발을 들인지 몇 분 만에 깨달았다.
‘여기 미쳤네. 일교차가 너무 큰데? 체감상 1분마다 온도가 바뀌는 거 같아…….’
4,000은 훌쩍 넘는 저항력 스탯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마력으로 피부를 보호하느라 진땀을 뺏을 거야.’
이러니 장로급의 실력자만이 정령계에서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건가?
‘뭐가 됐든 지랄맞은 환경인 건 확실해.’
다행히 지크는 저항력 덕분에 버틸만하다.
환경은 아무런 방해 요소도 되지 않는바.
다르옌 장로의 위치만 찾고 얼른 나가기나 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여기저기 움직여봤지만, 딱히 눈에 띌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그림자는커녕 그 흔한 벌레 한 마리조차도 이곳에선 존재할 수 없는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시각각 온도만 이랬다저랬다 바뀔 뿐.
‘생명체라곤 존재하지 않는 세계인 것 같아.’
이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때려죽여도 살 수 없다.
빨리 장로나 찾아서 나가야겠다.
‘그런데 나가는 법을 안 물어봤잖아?’
자신의 무지함에 이마를 탁 짚은 지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다르옌 장로를 찾아야 했다.
나가는 법이라면 그가 알고 있을 테니까.
‘이 넓은 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엘프를 찾아야 한다니.’
한숨이 푹푹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지금껏 1시간은 돌아다닌 것 같은데 별다른 소득이 없다.
정령계라면 모름지기 정령이 있어야 할 법한데도 그런 낌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초원은 거의 다 찾아봤는데. 저쪽 숲으로 가볼까?’
초원 너머엔 숲으로 보이는 곳이 있었다.
숲에 생명체가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정령의 기운이라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런 지크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
숲에 들어서자마자 정령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감지되었으니까.
[128m 지점에서 정령이 감지되었습니다.]‘나이스!’
아예 시스템이 정령의 위치를 알려주자, 지크는 반색하며 방향을 잡고 달려갔다.
망망대해에서 등대지기를 발견한 기분을 느끼며.
‘정령 친화력 스킬은 정령을 느낄 뿐만 아니라 대화까지 나눌 수 있어.’
그 말은 정령에게 이것저것 물을 수 있다는 의미.
단서가 없는 현 상황에서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건가?’
거리가 가까워지자 지크의 눈에 보인 것은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요정이었다.
자신을 향해 흠칫 놀라는 걸 보면 인간처럼 대화는 물론 감정까지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보인다.
[이, 인간이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반가워, 정령 아가씨. 내 말이 들리나?”
[어, 어떻게 정령어를……!]벌어진 입을 틀어막으며 놀람을 여과 없이 드러내던 정령은 그대로 날개를 파닥이며 달아났다.
“일단 내 말은 들리나 보네.”
피식 웃은 지크의 신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헉!]별안간 눈앞에 나타나서 가로막자, 정령이 심장 떨어지게 놀란다.
[히이이이이이익!]“아이고, 놀라게 해서 미안. 그냥 대화나 하자는 건데.”
지크는 정령을 진정시키려 손을 들었다.
그러자 마치 때리려는 걸로 보였는지 정령이 눈을 질끈 감는다.
“워워, 겁먹지 마. 그냥 진정하라고 손을 든 거라고.”
지크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공격 의사가 없음을 표시했다.
적의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뒤로 몇 걸음 물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령은 여전히 겁먹은 얼굴이었지만.
“보다시피 난 인간이야. 너희 정령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존재지. 그런 존재가 여긴 어떻게 들어왔을까? 정령계에서 침입하지 못하게 막아놨을 텐데?”
[…….]“그리고 정령이랑 대화는 어떻게 하는 걸까? 친화력이 없는 인간은 볼 수 없다는 정령을 또 어떻게 보고 있고?”
지크의 말에 정령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성을 되찾은 얼굴.
한편으론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다.
“응? 조금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아?”
[설마…… 정령왕의 선택을 받은 건가요?]‘정령왕? 그런 것도 있어?’
잠깐 갸웃한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답했다.
“그런 건 모르겠지만 일단 정령 친화력이 우수하다는 건 알겠지? 그러니 이렇게 들어와 있는 거고.”
[인간이 어떻게 정령 친화력을…… 당신은 대체 누구죠?]말하면 아냐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은 정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신의 후예라고만 알고 있으면 돼.”
[시, 신의 후예? 그게 실존했단 말이에요?]카르볼이 자주 쓰는 말을 언급했더니 꽤나 놀라는 눈치다.
실제로 신의 후예라는 게 있는 모양이었고.
‘하여간 놀라긴 엄청 잘 놀라네.’
날파리치곤 귀여운 것 같아 피식거린 지크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여기며 본론을 꺼냈다.
“내가 여기 들어온 이유는 하나야.”
[뭐죠?]“다르옌이라는 이름의 엘프를 찾고 있는데,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기대하며 물었지만 아쉽게도 정령은 쪼끄만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여기 들어온 엘프는 못 봤어요.]“확실히 들어왔다고 하던데. 세계수의 잎을 구하러 왔다고.”
[이그드라실의 잎을요?]“어디 있는지 찾을 순 없어?”
[으음, 다르옌이라는 엘프는 모르겠지만 이그드라실이 있는 곳은 알려드릴 수 있어요.]“오케이. 거기까지 안내 좀 부탁할게.”
정령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안내를 맡았다.
지크가 인간이라는 데에서 오던 불쾌감은 정령계의 선택을 받았다는 말로 씻은 듯이 사라진 모양이다.
‘아니면 정령과의 친화력이 대폭 증가해서 그런 것일지도.’
뭐가 됐든 오해는 풀었고 길잡이도 구했다.
지크로선 정령을 따라가며 다르옌의 흔적을 찾기만 하면 그만.
그래도 이름 정도는 물어볼까 싶은 마음에 지크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지크야. 넌?”
[아, 그러고 보니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제 이름은 실바나라고 해요. 바람을 다루는 정령이죠.]“실바나. 정령계는 얼마나 넓어?”
[글쎄요? 끝도 없을 정도로 넓을걸요?]“여기 다른 정령들은 얼마나 있어?”
[말했듯이 너무 넓어서 얼마나 있는진 저도 모르겠어요.]심심해서 물었더니 곧잘 대답해 준다.
이참에 궁금증을 해소해야겠단 생각에, 지크는 이것저것 정령에 관해 물어봤다.
그렇게 물은 질문만 30여 가지.
지치지도 않고 대답해 주는 실바나 덕에 꽤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이젠 완전히 경계를 풀었나 보네.’
덕분에 궁금증도 해소하고 1시간 동안 심심함도 달랬다.
[다 왔어요. 저기 보이는 나무가 세계수라 불리는 이그드라실이에요.]실바나가 가리킨 곳엔 나무라기엔 너무도 거대한 묘목이 뿌리를 드러내며 하늘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난감하네, 이거. 한 바퀴 둘러보는 데만 해도 한나절 넘게 걸리겠어.’
그만큼 압도적이고 거대했기에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는 지크였다.
당장은 엘프 비슷한 것조차 보이지도 않았고.
“실바나. 엘프가 어딨는지 찾아낼 방법은 없어?”
[글쎄요. 저로서는 어떻게 방법이…….]“대지의 정령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 그들이라면 땅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네가 설명했잖아.”
[가능은 할 거예요. 다만 다른 정령이 어디 있는지는 저도 잘…….]“그건 내가 알아.”
지크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98m 지점에서 정령이 감지되었습니다.]“저기. 정령 하나 있네.”
[네? 그게 무슨…….]실바나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한 얼굴이었지만 지크가 앞장서서 정령을 찾아내자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람을 드러냈다.
정령도 찾지 못하는 위치를 인간이 어떻게 찾는 거지?
그런 얼굴이었지만 지크로선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다.
당장 시급한 건 내가 찾은 정령이 대지의 정령이냐 아니냐일 뿐.
“대지의 정령 맞아?”
[네, 마, 맞아요.] [인간이 감히 정령계를 침범하다니!]뒤늦게 지크를 발견한 대지의 정령이 기함을 토했지만 실바나의 설득 끝에 어느 정도 진정을 되찾았다.
“넌 이름이 뭐야?”
[그린더라고 하네만.]“정령마다 말투가 다르다더니, 정말 그렇네.”
1시간 만에 보는 정령이어서인지 신기한 눈으로 보던 지크는 본론을 꺼냈다.
“정령계에 다르옌이라는 엘프 장로가 들어왔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
[으음, 기다리게나. 한번 찾아볼 터이니.]점토로 빚은 인형처럼 생긴 대지의 정령은 잠시 땅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튀어나와 목욕을 마친 듯 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후우우. 역시 세계수의 영향력 덕분인지 흙냄새가 죽여주는구먼. 허허허!]“이봐, 그린더. 어떻게 됐어?”
[아, 찾았네. 찾았어. 정말로 엘프 하나가 정령계에 들어와 있더군.]“정말?”
지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한데 상당히 위험한 상황인 듯 허이. 다 죽어가듯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그게 무슨 소리야?”
놀란 지크는 일단 다르옌의 위치부터 알아내기로 했다.
“앞장서, 그린더! 빨리!”
[아, 알았네.]대지의 정령이 안내한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세계수에 거의 근접한 장소에 있었으니.
[바로 저기네. 저 엘프야.]“다르옌 장로?”
엘프 한 명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지크가 서둘러 몸을 흔들어봤지만 일어날 기색이 없다.
“하…….”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죽었잖아.’
이그드라실의 잎을 구하기 위해 왔던 다르옌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바로 눈앞에 그토록 찾던 세계수가 있었음에도.
[정령계에서 다르옌 찾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1,4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5차 스킬 숙련도 70,000이 증가합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30,760/300,000]눈치 없게도 보상이 들어왔다.
지크로선 전혀 기쁘지 않았다.
시체를 찾았는데 기쁠 턱이 있겠는가?
‘보상은 들어왔지만 드래곤에 대한 단서는? 이대로 아무것도 못 얻는 거야?’
언데드로 만들어서 정보를 알아내 볼까?
지크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고인을 모욕하는 짓이나 다름없었기에.
‘더구나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다시 한번 한숨이 새어 나오는 그때.
순간 실바나에게서 들었던 정보가 스치듯이 떠올랐다.
“실바나! 이그드라실의 잎이 정령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원천이라고 했지?”
[네? 그, 그렇죠.]“그럼, 만약에 생명이 꺼진 대상에게 사용하면? 어떻게 되지? 죽은 자도 살릴 수 있어?”
[그건 저도 안 해봐서 모르겠어요.]“그럼 해보자.”
[네?]“해보자고.”
지크가 손을 내밀며 당당히 요구했다.
“이그드라실의 잎이라는 거. 얼른 내게 가져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