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36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36화
‘지크가…… 용병 일을 관둔다고?’
마검사로 이름을 날리는 지크는 명실상부 용병단의 에이스다.
지크를 만날 수 있겠냐고 요청한 손님도 마검사라는 특유의 조건 때문이었다.
‘그런 마당에 용병단을 그만둔다면…….’
크리스는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세요, 단장님?”
“아,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용병단은 제가 원할 때 관둘 수 있다고, 계약서에 그렇게 쓰여 있지 않았나요?”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관두려는 이유가 뭔지 들을 수 있을까? 혹시 우리 용병단이 서운하게 했다거나 불편한 점이 있었다거나 뭐 그런…….”
“아니에요, 그런 거. 그냥 개인적으로 용병 일을 못 하게 됐을 뿐이에요.”
오해 말라는 듯 손사래 치는 지크의 모습엔 한 점의 불만도 없어 보였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닌지 진심이 느껴진다.
물론 진짜 이유는 숨긴 지크였지만.
‘마법 복제 숙련도를 다 채웠기 때문이라고는 말 못 하지.’
그동안 지크가 용병단에 들어온 건 최대한 많은 마법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면 마법 복제 숙련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었으니까.
실제로도 용병단에서 영지전을 치른 덕분에 상당한 숙련도를 쌓았다.
‘마법사들을 만나서 복제한 것보다는, 퀘스트로 인한 숙련도 보상이 더 많긴 했지만…….’
어찌 됐든 용병단에 들어왔기에 더 많은 퀘스트가 발생했고 선구자와의 연결고리도 생긴 것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론 상당한 이득을 봤고 용병단에 들어온 것도 잘한 짓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더 영지전을 치를 이유가 없지. 마법 복제는 9성을 찍었으니까.’
습득한 마법도 1,200개 이상으로 1서클부터 9서클까지 다양하다.
이제는 어엿한 9서클 마법사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수준.
‘이제부터 해야 할 건 마기 흡수야.’
마기 흡수를 9성까지 찍고 7차 스킬 각성을 이루는 것.
헌터의 등급을 최소 두 계단 상승시켜줄 정도로 7차 각성을 한 헌터와 아닌 헌터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내가 이토록 숙련도에 목을 매는 거고.’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선 마기가 필요하고 그 근원은 리치 드래곤에게 있는바.
이제는 마법사가 아니라 리치 드래곤을 찾으러 다녀야 할 판이다.
굳이 용병 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크리스 단장님. 오늘은 이 말을 전하러 온 거예요.”
“음…… 네 뜻은 알겠다. 그런데 지크, 나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되겠니?”
“뭔데요?”
“지금 널 찾는 손님이 와 있거든. 한 번 만나줬으면 하는데.”
“손님? 누군데요?”
“그건 만나보면 알게 될 거다.”
왠지 크리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손님의 정체를 알려주기 꺼리는 눈치였다.
그 사실을 눈치챈 지크는 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는 것뿐이라면 어려울 것 없는 요구였으니까.
“그럴게요.”
“그래, 지금 바로 가자꾸나.”
“너희 둘은 여기서 기다려. 기다리는 동안 얘네들이랑 통성명도 좀 나누고.”
지크가 떠나고.
카르볼과 카르세가 피터와 메리를 쳐다봤다.
“…….”
“…….”
넷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 * *
‘누가 날 찾아온 거지?’
궁금증을 느끼며 단장을 따라간 지크는 곧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자네가 마검사로 유명한 지크인가? 생각보다 더 어리군.”
상대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강한 남자의 표본이라 불리는 인상의 사내였다.
“아,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난 호르모스 상인연합의 호위대장을 맡고 있는 칼로스라고 하네.”
‘상인연합의 호위대장?’
상인연합은 여러 상인이 힘을 합쳐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
그중 호르모스 상인연합은 신성 제국과 브라함 왕국 일대를 아우르는 대규모 조합으로 알고 있다.
‘그런 곳의 호위대장이라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건데…….’
크리스가 왜 손님을 만나 달라고 부탁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용병단 입장에선 여기까지 온 손님을 헛걸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리라.
상인연합의 호위대장이면 용병단 정도는 주무를 수 있는 실력자일 테니까.
‘근데 그런 사람이 왜 나를 찾아?’
의문은 금방 풀렸다.
칼로스라는 남자가 본론을 꺼냈으니까.
“이번에 우리 연합이 신성 제국의 요청으로 호위 임무 하나를 맡았네. 라브테란 산맥을 지나 브라함 왕국까지 중요 인물을 모시고 가는 임무지. 하나,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아 병력을 더 충원하려고 용병단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마침 지크라는 마검사에 대한 소식을 들었지 뭔가? 그래서 자네를 고용하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네.”
한마디로 자기네가 맡은 호위 임무에 충원 병력으로 고용하고 싶다는 뜻.
마검사라는 전설 속의 칭호를 들었으니 눈길이 간 것도 이해는 됐다.
“저 혼자만 고용하는 건가요?”
“아니. 이참에 황금 독수리 용병단에서 몇몇 단원들을 함께 차출할 셈이네. 여기 크리스 단장이 실력 좋은 마법사가 많다고 추천해 주더군. 어떤가? 보수는 넉넉하게 마련해 주지.”
“음…….”
지크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보수 따윈 아무렴 좋다.
최근 엘프의 보물창고에서 돈이 될만한 건 깡그리 챙겨온 터라 부족함이 없는 지크였으니.
다만, 그가 고민하는 건 눈앞에 뜬 퀘스트 때문이었다.
【돌발 퀘스트 : 칼로스의 제안 수락하기】
└호르모스 상인연합의 호위대장 칼로스가 함께 호위 임무를 수행할 용병을 찾고 있습니다.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임무에 참여하여 명성을 쌓으십시오.
└칼로스의 제안 수락하기
└6차 스킬 숙련도 3,000 증가
‘현재 가장 필요한 건 숙련도. 당연히 수락하는 게 맞겠지?’
한데 쉽사리 수락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용병단을 떠나려고 했었지만, 퀘스트가 발목을 잡는 꼴이었으니.
‘제안을 수락하고 임무에 참가하는 게 정말 옳은 걸까?’
자신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신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다.
그러니 지크로선 당장 현실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었다.
당장은 리치 드래곤에 대한 단서도 없었으니.
“할게요.”
“좋아. 결정됐군.”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조건?”
“실력 있는 단원들을 구하신다고 하셨죠? 제가 아는 최고의 마법사가 넷이 있는데. 함께 가게 해주세요.”
“실력만 확실하다면야 문제 될 거 없지.”
“확실해요. 전부 5서클 이상이거든요.”
지크가 자신 있게 입꼬리를 올렸다.
* * *
“이름이 뭐예요?”
“아까 말하지 않았나, 카르볼이다.”
“지크 님과는 무슨 사이에요?”
“무슨 의도로 묻는 건지 모르겠군.”
카르볼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메리는 허리에 손을 얹고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봤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죠?”
“무슨 소리인가?”
“말투는 왜 그래요?”
“본좌의 말투가 어때서?”
“이, 이봐, 메리.”
피터는 서둘러 메리의 팔을 잡아끌었다.
갑자기 카르볼과 카르세라는 여인들이 나타나서 자신도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 싸움이라니.
말릴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피터가 속삭였다.
“지크가 여행 갔다가 데려온 동료들이잖아. 그런 동료들이랑 기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크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기 싸움이라뇨. 저는 그저 순수하게 질문을…….”
“질문이라기보단 심문에 가까웠잖아. 그리고 내가 보기에 저 여자들, 보통이 아니야.”
“네? 보통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넌 안 느껴져? 저 둘에게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마력이?”
그제야 메리는 카르볼과 카르세를 유심히 관찰했다.
확실히 그녀들 중심으로 범상치 않은 마력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내가 볼 땐 최소 7서클 이상의 상당한 실력자들이야.”
“7, 7서클 이상?”
“그러니 괜히 심기 건드리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유연하게.”
한편 카르볼은 피터와 메리의 반응이 마뜩잖았던 모양이다.
입을 삐죽 내민 걸 보면.
“흥, 뭘 저렇게 속닥거리는지 원.”
“카르볼 님.”
정체가 들키지 않게 카르볼이라 부르기로 합의한 카르세는 메리와 마찬가지로 팔짱을 끼며 불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여성 인간이 카르볼 님에게 왜 적의를 보이는 걸까요?”
“난들 알겠느냐. 매정한 인간 같으니.”
애초에 목걸이로서 피터와 메리를 자주 봐왔던 카르볼이다.
그랬기에 카르세처럼 어색하진 않았다.
오히려 카르볼로선 친근한 느낌.
그런데 피터와 메리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까부터 줄곧 이쪽을 경계하듯 바라보는 걸 보면.
“머리의 뿔도 숨겼거늘, 왜 저리 경계하는지 모르겠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현재 카르볼과 카르세의 머리엔 드래곤임을 알려주는 뿔이 없었다.
인간형으로 폴리모프를 해도 뿔 정도는 의도적으로 숨길 수 있기 때문.
그런데도 경계하는 모습에, 카르볼은 내심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달리 호의적이지 않은 듯했으니까.
그때.
“음? 지크가 왔군.”
지크와 크리스 단장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 뒤로 어떤 남자가 한 명 더 따라붙고 있었고.
메리와 피터도 남자를 발견하곤 누군가 싶어 의아하게 바라볼 때, 크리스가 소개했다.
“이분은 호르모스 상인연합의 호위대장이신 칼로스 님이다. 신성 제국의 호위 임무를 함께할 용병을 구하고자 오셨지.”
거대 연합의 호위대장이 직접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피터와 메리가 눈을 큼지막하게 벌렸다.
다른 두 드래곤은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허허, 미모가 상당한 여인들이 셋이나 있다니. 이거 데칸 왕국으로 이주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칼로스는 메리를 포함한 여인들의 외모에 감탄하는 눈빛이었다가 이내 본론을 꺼냈다.
“단장이 말했듯이 충원 병력이 필요하여 용병 몇몇을 구하고 있는데 여기, 마검사로 유명한 지크가 뛰어난 마법사들을 소개해 준다 해서 말이야. 바로 이 처자들인가? 지크?”
“예. 여기 있는 네 명이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입니다. 제 조건은 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으음.”
마력의 농도를 가늠해 보려는지, 칼로스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넷을 차례대로 훑어봤다.
“확실히 자질이 있어 보이네만, 오러 유저인 내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으니 마법 좀 보여주면 안 되겠나?”
“그러죠.”
대답과 동시에 지크는 동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실력을 증명할 만한 마법을 선보이라고.
졸지에 임무에 차출됐음을 깨달은 동료들이었지만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원래가 용병이었으니까.
어차피 지크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갈 예정이었으니까.
그랬기에 피터와 메리는 별말 없이 5서클 마법을 선보였다.
노예 4호인 카르세도 눈치껏 5서클 마법을 쓰며 실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
카르볼만큼은 침묵을 지켰다.
다른 사람들은 지크와 노예 계약을 맺었다지만 그녀는 아니다.
“카르볼?”
“지크. 지금 뭐 하는 거냐.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그야 알지. 하지만 아직 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잖아. 그때까지 호위 임무 하면서 기다리자고.”
최대한 소곤거린다고 말한 지크지만 오러 유저였던 칼로스의 청력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기억을 잃어?’
놀란 눈을 뜨던 칼로스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던 카르볼을 보며 한 번 더 눈을 키워야 했다.
화르르륵!
‘저, 저건……! 9서클 마법인 헬파이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마법을 구사했으니까.
“보여줄 거면 제대로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
카르볼의 돌발 행동에, 지크 또한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