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37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37화
‘저 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
5서클로 보이게끔 눈치껏 마법을 쓰면 될 걸 갑자기 9서클 마법을 써댄다.
당연하지만 주변에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9, 9서클 마법을 쓰다니!?”
“지, 지크! 이분은 대체……?”
칼로스와 크리스가 동시에 놀라는 가운데, 지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봤다.
이 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마침 적당한 변명거리가 떠올랐다.
“사실…… 카르볼은 전설 속에 나오는 드래고니안입니다. 우연히 연이 닿아서 같이 다니고 있죠.”
“드, 드래고니안!?”
칼로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9서클이라는 것보다 드래고니안이 더 놀라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9서클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지만 드래고니안은 아니다.
말 그대로 전설에서나 나오는 존재.
그건 마검사도 마찬가지였기에 확인 차원에서 찾아온 거지만…….
‘더불어 드래고니안까지 보게 되다니!’
전설 속의 존재를 둘이나 마주한 것에 흥분한 칼로스였다.
그와 반대로 카르볼은 지크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지크. 지금 뭐 하는…….
-가만히 안 있어? 내가 해결할 테니까 입 닥치고 있어라?
그런 눈빛으로 쏘아본 지크가 설명을 덧붙였다.
“드래고니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9서클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건 아닙니다. 기억을 잃었거든요.”
“기억을?”
“그래도 5서클 이상은 쓸 줄 아니 호위대에 넣기엔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대화에서 기억을 잃었다고 했었지.”
칼로스의 중얼거림에 지크가 맞장구쳤다.
“예. 지금은 기억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잘 됐군. 호위 임무라면 경험을 쌓기는 좋을 테니.”
이제 좀 납득했는지 충격에서 벗어난 칼로스가 씨익 웃으며 결정했다.
“좋네! 지크와 여기 네 사람을 모두 호위 병력으로 고용하겠네!”
* * *
칼로스와 크리스 단장이 떠나고 난 후.
피터와 메리는 참았던 질문을 쏟아냈다.
“지크. 이 여성분이 정말로 드래고니안이야?”
“기억을 잃었다는 게 정말이에요, 지크 님?”
굳이 동료들에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지크는 사실대로 말했다.
“드래고니안은 지어낸 거고, 실은 드래곤이지.”
“드, 드래곤?”
“여기 있는 카르세도 마찬가지고.”
피터와 메리가 동시에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특유의 아름다움에 은근히 마음이 동했던 피터는 자괴감에 표정을 구겼고.
지크에 대한 질투로 카르볼과 기 싸움을 벌이던 메리는 부끄러움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단 카르볼이 드래곤이라는 건 너희만 알고 있어. 원래는 5서클의 마법사 정도로 소개하려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드래고니안으로 밀고 나가자고. 기억을 잃은 건 사실이니까.”
“아…….”
“저런…….”
‘실은 리치 드래곤의 기억이지만.’
자세한 건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지크는 그렇게만 말하고 말았다.
그 탓에 피터와 메리가 카르볼을 동정심 어린 눈길로 보게 됐지만.
“카르볼. 너도 그렇게 협조해라? 아까처럼 눈치 없이 돌발행동 하지 말고.”
“아, 알았다, 지크. 내가 실수했군.”
지크가 노려보며 말하자 카르볼도 기죽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리치 드래곤도 제압하는 신의 후예였으니까.
“그럼 앞으로 할 일은 호위 임무인가 뭔가에 참가하는 것뿐이냐?”
“응. 그런데 듣기로는 열흘 정도 시간이 빈다고 했으니까 그동안 다른 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무슨 일 말이냐?”
카르볼의 물음에, 지크는 툭 한마디로 답했다.
“잠복.”
* * *
유황 불씨가 흩날리는 마계의 심층부.
그곳에선 인간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아아아!”
크르르!
산 채로 인간의 팔다리를 찢어먹는 삼두견 켈베로스의 모습은 잔혹하기 그지없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
마족들의 입장에서 인간의 고통은 시간 때우기 좋은 유흥거리였다.
[하하핫! 더 뜯어먹어라, 켈베로스!] [머리만 남기고 잘근잘근 씹어먹어!]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마족들이 인간의 고통을 즐기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무표정한 채로 웃지 않고 왕좌에 앉아 있었다.
마계 서열 71위 군단장, 단탈리안이 그랬다.
[단탈리안 님. 어째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그의 충직한 가신인 라히모스가 의중을 물었으나, 단탈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시선으로 찢어 죽는 인간들을 바라볼 뿐.
그러다 어느 순간 한마디를 뱉는다.
[연락이 없어.] [예?] [인간계에 있는 카르록시나의 연락이 없단 말이다.] [아아, 그 리치 드래곤 말씀이십니까?]충신 라히모스는 걱정 말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드래곤은 단탈리안 님에 비하면 발톱의 떼만큼도 못한 존재이지만, 인간계에선 막강한 존재로 불리곤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을 테니 너무 염려치 않으셔도…….] [누가 리치 드래곤의 안위를 걱정한다 했느냐? 녀석이 배신하지 않았을까 걱정될 뿐이지.] [그 또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녀석에게 악마의 부활서 사본을 건네지 않았습니까? 사본에서 흘러나온 마기에 노출된 존재는 성향이 바뀝니다. 마족과도 같아지죠. 누구도 단탈리안 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하면, 왜 카르록시나와 연락이 안 된단 말이냐?] [……음, 잠깐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닌지…….]라히모스의 대답은 단탈리안의 미간을 펴기에 충분치 않았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찾아봐야겠어.] [예? 인간계로 현신하시겠다고요?] [정해진 시간에 재깍재깍 연락하던 도마뱀이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니면 뭐겠느냐?] [그렇다고 직접 나서실 것까진…….] [됐으니, 제물을 불러 모아라. 모처럼 인간계 구경이나 가야겠다.] [아아, 예.]주인의 뜻이 강경하다는 걸 알아차린 라히모스는 군말 없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인간들의 영혼을 준비하라! 단탈리안 님께서 인간계에 현신하고자 하신다!] [예!]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기를 지우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마족 군사들을 보며, 단탈리안이 하얀 이를 드러냈다.
* * *
대지의 선구자 테리온 말도나도.
대지 속성의 마법에 정통한 그는 정령들 못지않게 땅의 기운을 읽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 자부심도 오늘까지만이었다.
“하아…….”
산산이 박살 났으니까.
‘주변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카르록시나 님의 흔적이 안 보인다.’
좌절한 테리온이 고개를 떨구었다.
“내 사랑…… 도대체 어디 계시는 겁니까…….”
애처로운 중얼거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마음속으로만 흠모하던 상관이 실종되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울 수밖에.
‘설마 저를 버리신 겁니까? 그동안 카르록시나 님만을 바라봐온 저를?’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가정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카르록시나는 그냥도 아닌 불사의 리치 드래곤이었으니.
떠올릴 수 있는 가정이라곤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것뿐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야 해.’
이미 몇 번이고 봤지만 한 번 더 현혹의 굴을 수색해 보기로 한 테리온은 한 동굴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카르록시나 님이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할 때마다 이용하는 동굴.
혹시나 꼬리가 밟힐까 싶어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다.
카르록시나 님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이토록 당신만을 생각하는 저인데, 왜 말도 없이 떠나서 저를 비참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왜…….’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듯 한숨을 푹푹 쉬며 동굴로 돌아온 찰나.
우뚝.
테리온의 발걸음이 입구 앞에서 멈춰 섰다.
‘동굴에…… 누군가 있다.’
침입자의 존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츠츠츠-
아공간에서 지팡이를 꺼내든 테리온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침입자와의 거리를 좁혔다.
200걸음…….
150걸음…….
100걸음…….
상대도 이쪽으로 다가오는지 거리가 빠르게 줄었다.
그렇게 서로 간의 거리는 30걸음까지 좁혀졌고, 그때가 돼서야 두 사람은 마주할 수 있었다.
‘누구지? 소년?’
대충 16~18살 사이로 보이는 소년이 침착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전혀 놀라는 눈빛이 아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테리온이 소리쳤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목소리가 동굴 가득 울렸다.
* * *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정체를 밝히라는 말에 지크는 대응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쪽에서 묻고 싶었다.
네놈은 정체가 뭐냐고.
혹시 이름이 테리온 말도나도 아니냐고.
‘아마도 맞겠지. 가슴에서 아홉 개의 마나 고리가 느껴지는 걸 보면.’
인간 중에서 9서클은 대륙에서 흔치 않다.
마법의 역사가 있기에 오망성이라는 그랜드 오러 마스터보다야 많지만 그래도 15명 이하다.
‘그렇다는 건 카르록시나의 수하인 테리온일 확률이 높다는 거겠지.’
역시 잠복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남은 탓에 종종 이곳을 들러 잠복했더니 예상대로 대지의 선구자를 만났다.
‘넌 죽었어, 이제.’
비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지크였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얼굴에 점점 당황스러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퀘스트가 안 떴으니까.
‘시스템아. 뭐하냐. 빨리 줘야지. 12인의 선구자를 죽이라는 퀘스트를.’
몇 분이고 기다렸지만, 시스템은 응답이 없었다.
돌발 퀘스트든 메인 퀘스트든 뭐든 좋다고.
12인의 선구자가 눈앞에 있으니 얼른 퀘스트를 내리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외쳐봐도 시스템창은 묵묵부답이었다.
지크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뭐 하는 거냐? 내 말이 안 들려? 귀머거리라도 되는 거냐?”
조롱하는 상대를 보고도 지크는 꾹 참았다.
퀘스트가 뜨기 전에는 테리온을 죽여선 안 된다.
죽여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으니까.
‘아니, 내가 왜 죽일 생각부터 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동안 만난 12인의 선구자는 모두 한통속이고 나쁜 놈들이었다.
악마에 홀린 리치 드래곤의 수하로 있는 것만 봐도 대지의 선구자 또한 쓰레기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다만, 녀석이 테리온 말도나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
지크는 이참에 신분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퀘스트도 아직 내려오지 않았으니.
“내 정체는 알 거 없다, 테리온 말도나도.”
“……!”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테리온이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다.
“네놈, 어떻게 나를…….”
‘참 단순한 놈이네.’
방금의 반응으로 정체를 파악했다.
녀석은 테리온 말도나도가 맞다.
졸지에 정체를 인증한 테리온을 보며 비웃었지만, 지크는 거듭 목소리를 깔며 연기를 이어나갔다.
“너를 어떻게 아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카르록시나 님의 심복이 바뀌었다는 점이지.”
“뭐? 카르록시나 님의 위치를 알고 있단 말이냐!?”
자신의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었는지 테리온의 반응이 격하다.
‘확실히 사랑하는 사이라는 게 맞았던 모양이네. 아니, 짝사랑이었나?’
이렇게 되면 둘 사이의 관계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카르록시나 님의 새로운 심복. 네놈은 버려졌다, 테리온 말도나도. 그걸 알려주러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린 것이다.”
“내가…… 버려졌다고……? 카르록시나 님에게?”
어지간히도 충격받았는지 테리온은 영혼이라도 나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설마 했던 가정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허탈감과 배신감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테리온은 막상 다가온 현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카르록시나 님이 나를 버렸을 리가 없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하는 걸 보면.
“네놈이 새로운 심복이라고?”
그리고.
“어디서 튀어나온 지도 모르는 애송이 따위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그러니…….”
고오오오오-
배신감을 분노로 승화시키는 걸 보면.
“이 자리에서 증명하겠다. 너와 나, 둘 중 카르록시나 님의 심복이 될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마력을 끌어올린 테리온이 지크를 향해 적의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