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3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38화
‘이 새끼가?’
테리온의 도발에 속으로 욱한 지크였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퀘스트가 안 떴으니까.
‘어떡해야 하지?’
상대는 자신과 싸우려고 하는데 이쪽은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다.
‘퀘스트가 안 뜨면 싸울 이유가 전혀 없어.’
시비를 걸곤 있지만 죽일 정도까진 아니다.
그리고 녀석이 악인이라는 증거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때문에 지크는 싸움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상대가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지만.
“어딜 도망가려고?”
지크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자 테리온이 눈치 빠르게 마법을 사용했다.
드드드드드- 쿠우우웅!
지면에서 돌무더기들이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퇴로를 막아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출입구의 빛이 깜깜한 어둠으로 뒤덮였다.
“네놈이 물러설 데라곤 없다. 둘 중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이곳에서 승부를 보는 거다.”
“꼭 이래야 하나?”
“흥, 애송이 놈이 겁도 많군. 아니, 눈치가 빠르다 해야 하나? 벌써 싸움의 승패를 예상한 걸 보면?”
테리온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죽 웃었다.
아무래도 지크가 겁먹어서 싸움을 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일단은 자리를 뜨는 게 좋겠어. 지금 싸워봐야 득이 될 건 없으니.’
지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이 이성의 끈을 건드린 걸까?
“어딜 가냐고 물었다!”
흥분한 테리온이 지팡이를 뻗었다.
수천 킬로그램에 달하는 바위들이 마법진과 함께 허공에 형성되더니.
슈아아악!
지크를 향해 쏘아졌다.
부딪친다면 그야말로 곤죽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무게.
하지만 지크의 몸에 닿는 순간.
“……아니?”
바위들은 다른 차원 너머의 공간으로 흡수되듯 사라져버렸다.
테리온의 표정에 경악이 깃드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딱히 예비동작도, 마력을 쓴 흔적도 없었는데 자신의 공격을 마술처럼 사라지게 했다?
어디 가서 본 적도 없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똑같이 복제해내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죽진 마라.”
그 말과 함께 나타난 무수한 바위들.
테리온이 만들어냈던 그것들이 역으로 이쪽을 향해 폭격을 가했다.
쿠콰콰콰콰쾅!
지진이라도 난 듯 동굴이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늦지 않게 실드를 사용해 막아냈지만, 자욱한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흙먼지가 걷힌 뒤에야 테리온은 깨달았다.
그 사이에 녀석이 이미 사라졌음을.
“이런 제기랄!”
* * *
‘후, 텔레포트를 썼으니 따라오진 못하겠지.’
텔레포트로 순식간에 자리를 벗어난 지크는 좀 전의 상황을 되짚었다.
‘왜 12인의 선구자를 보고도 퀘스트가 안 뜬 거지?’
시스템은 올바른 성장을 위한 길을 안내해 주는 인생 내비게이션과 같다.
여태까지의 퀘스트만 봐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도움이 안 된 적은 결코 없었으니까.
부당한 선택을 강요한 적도 없었고.
‘그런데 이번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어.’
고개를 갸웃거린 지크는 450m 범위 밖에서 들리는 소란에 고개를 돌렸다.
쿠구구궁!
어지간히도 빡쳤는지 여기까지 진동이 다 느껴진다.
‘흠모하던 여인이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남자를 골랐다. 그리고 그 남자와 일기토를 벌였지만 보란 듯이 도망치고 말았다? 나라도 빡칠 만하네.’
피식거린 지크는 테리온을 사냥꾼의 감각 범위 내에 담아두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퀘스트가 안 떠서 일단 자리를 피하긴 했지만 모처럼 찾은 선구자를 놓치긴 싫었으니.
그런데.
‘응?’
지크의 눈빛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누구지?’
그의 감각에 테리온을 마주한 또 하나의 존재가 잡혔으니까.
* * *
“X발! X바아아아아알!”
콰콰쾅! 쿠쿠쿵!
마력의 폭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동굴이고 뭐고 여기저기 난장판이 되었다.
와르르 무너지며 매몰될 위험에 처했지만, 테리온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자신의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시간이 지나고.
일찌감치 쓴 배리어로 압사의 위험에서 벗어난 테리온은 무너진 돌무더기에서 빠져나왔다.
화가 덜 풀렸는지 여전히 씩씩거리는 표정을 하고서.
“개새끼. 어디로 튀었는지 만나면 죽여 버린다. 그러면 심복이 없어진 카르록시나 님도 어쩔 수 없이 나를 다시 받아들이겠지. 킥킥킥.”
실성한 듯 웃음을 흘리고 있는 그때였다.
[너에게서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구나.]흠칫 놀란 테리온이 휙 고개를 돌렸다.
바스락-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이라기엔 너무도 거대했다.
3m 가까이 되는 장신.
귀족처럼 차려입었지만 보란 듯이 펼쳐져 있는 박쥐 날개.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과 고양이처럼 찢어진 동공.
누가 봐도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에 테리온은 얼어붙었다.
아니, 그보다는 상대에게서 흘러나오는 마기에 짓눌렸다는 게 더 정확했다.
[분노는 그 무엇보다 뜨겁고 달콤한 감정이지.]“누, 누구…….”
[네가 카르록시나의 수하라는 건 알고 있다.]“……!”
카르록시나의 이름이 나오자 테리온은 상대를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리치 드래곤인 그녀가 악마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쯤은 충신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사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테리온이 즉시 부복했다.
“위, 위대한 분을 뵙습니다!”
[날 알아보는 눈치로군. 난 오늘 네놈을 처음 봤는데 말이야.]“그건…….”
[어깨너머로 봐서 알고 있는 게로군. 악마의 의식으로 카르록시나와 내가 소통하는 것도 훔쳐본 적 있고.]테리온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 그걸 어떻게 알았지?’
마치 사람 마음을 읽는 듯한 느낌.
놀라웠지만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처음 본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카르록시나 님의 수하라는 건 어떻게…….’
[카르록시나의 수하임을 알아맞힌 이유가 궁금한가 보군.]“……!!!”
[네 짐작대로니라. 나는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 하찮은 미물에 한정해서지만 말이야.]‘새, 생각을 읽어?’
그 말을 듣자마자 테리온은 즉시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네놈은 머리를 비울 수 있는 타입이 아니다. 내 앞에서 애써 봤자 소용없다는 소리지.]“아…….”
[많이 혼란스러워하는군. 궁금한 것도 많은 듯하고.]“소, 솔직히 그렇습니다.”
마족이 노란 안광을 빛냈다.
[내 이름은 단탈리안. 보다시피 마족이며 72위계 마족 군단장 중 71위 군단장을 맡고 있지.]‘군단장?’
그런 대단한 분이 인간계에 몸소 행차하다니.
놀라고 있었지만 단탈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 놀랄 것 없느니라. 지금은 완전히 현신한 것도 아니고 힘을 100% 발휘할 수도 없다. 그저 탐색할 요량으로 잠깐의 시간만 내었을 뿐.]“탐색……말입니까?”
[최근 카르록시나와의 연락이 끊어졌거든. 현혹의 굴에 가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어서 네 마력을 따라 이곳으로 온 것이니라. 널 알아본 것도 당연히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었고.]“아…….”
[그나저나 생각을 읽어보니 너 역시 카르록시나를 찾고 있는 모양이구나.]“그, 그렇습니다!”
[현신하고 처음 마주한 인간이 같은 목적을 가진 인간이라니. 운이 좋군.]운이 좋다는 건 테리온도 동감하는 바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위대한 마족의 힘을 빌릴 기회가 찾아왔으니까.
그렇기에 곧바로 소리쳤다.
“카르록시나 님의 행방이라면 제가 알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카르록시나 님의 심복이라 주장하는 자를 만났거든요!”
[그 또한 알고 있다. 자세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잠깐 기억을 읽어야겠다.]‘생각만이 아니라 기억도 읽을 줄 아시나?’
[그렇다. 그러니 이리 가까이 오거라.]단탈리안의 손짓에 테리온은 싫은 내색도 없이 다가갔다.
카르록시나를 찾기 위해서라면 단탈리안의 협조를 이끌어야 한다.
그 마음이 마족에 대한 두려움마저 극복하게 했다.
턱-
커다란 손바닥을 머리 위에 올리자 테리온의 머리가 야구공처럼 작아 보였다.
기억을 읽는 데 드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한지 곧바로 손을 뗀다.
[흥미로운 인간을 만났었군.]단탈리안은 처음으로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상의 마법을 흡수해 차원의 틈에 저장한 뒤 다시 방출하는 마법이라. 나조차도 본 적 없는 기술이야.]“예?”
이 마족이 무슨 소릴 하는 거람?
마법 흡수는 뭐고, 차원의 틈은 또 뭐지?
그런 생각이 단숨에 떠올랐고, 뒤늦게 실수했음을 깨닫고 머리를 비우려 했지만 이미 읽어낸 단탈리안이었다.
[네가 조금 전에 만났던 카르록시나의 심복이라는 인간 말이다. 기억을 읽어보니 네 마법을 흡수했다가 그대로 방출하는 독특한 기술을 구사하더군.]“아…….”
테리온은 좀 전에 있었던 전투를 떠올렸다.
자신이 소환한 바위들이 녀석에게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더니 똑같이 복제해서 나한테 그대로 돌려줬지.’
이제 보니 복제한 것이 아니라 차원의 틈새에 저장했다가 방출한 모양이었다.
[마족도 불가능한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니. 아니, 벨제뷔트 님이라면 가능할지도…….]중얼거린 단탈리안의 눈빛엔 전에 없던 호기심과 열망이 피어 있었다.
[그 인간을 찾으면 카르록시나의 위치 또한 찾을 수 있겠군.]“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녀석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무리다. 하루에 현계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는 데다 지금으로선 본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여, 너에게 명령하고자 한다.]명령이라는 말에 테리온이 다시금 부복했다.
“뭐든 내려주십시오!”
[카르록시나의 심복이라는 그 인간을 찾아라. 잡아서 내 앞에 대령하라. 내 직접 그 인간을 만나보고 싶구나.]“아. 혹시 만나서 심문을 하시려는……?”
[아니. 놈을 카르록시나의 뒤를 잇는 새로운 부하로 만들 것이다.]“예?”
테리온은 얼빠진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녀석을 갑자기 자기 부하로 만들겠다니?
[놈의 독특한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그런 힘을 지닐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물론 카르록시나도 찾으면 좋겠지만, 그 인간을 먼저 찾는 게 우선이니라. 알겠느냐?]“아… 알겠습니다.”
[놈을 찾아서 제압한 뒤엔 나를 불러라. 인간계로 소환하는 방법에 대해선 일러줄 터이니.]소환 방법을 설명한 단탈리안의 몸이 이윽고 온몸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바스락거리면서 불티를 날리며 천천히 흩어진다.
[명령을 거역하면 죽음뿐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여라, 인간.]“…….”
이내 완전히 사라진 단탈리안을 보며, 테리온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더러 어떻게 찾으라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