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3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39화
단탈리안의 명령에 테리온은 난감했다.
‘카르록시나 님을 찾는데 도움받을 줄 알고 좋아했더니 이게 뭐야?’
도움은커녕 자신이 직접 찾으라는 명령만 내리곤 사라졌다.
그것도 카르록시나를 찾으라는 게 아니라 심복을 우선으로 찾으라는 명령.
테리온으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기억을 잃더니 새로운 부하를 찾았다며 좋아했어.’
카르록시나를 찾는 건 안중에도 없는 느낌.
그녀의 부하로서 은근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리치 드래곤인 주인님보다 그딴 놈이 더 가치가 있나?’
확실히, 놈이 가진 능력은 경이롭다.
마법을 흡수한 뒤 그대로 돌려주는 형식의 기술이라니.
처음 봤을 때 어떤 원리인지 파악도 못 한 게 사실이었다.
단탈리안은 그걸 단번에 간파해냈지만.
‘그렇다 해도 부하로 탐낼 정도는 아니지 않나……?’
어쩌면 그런 능력을 처음 봐서 그럴 수도 있다.
자신도 그런 능력은 듣도 보도 못했으니.
‘리치 드래곤보다 더 귀한 존재라서 호기심이 동한 걸지도.’
단탈리안의 마음이야 어쨌든, 당장은 그의 명령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거역하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도 하루빨리 카르록시나 님을 찾고 싶었고.
‘그런데 어디 가서 찾냔 말이지.’
단서라곤 심복이라 주장하는 그놈뿐인데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아마도 텔레포트로 사라졌겠지만, 일단은 땅의 기운을 이용해 추격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찾아야지. 판게아 대륙을 전부 뒤져서라도!’
열의를 품은 테리온이 빠르게 움직였다.
* * *
“자카르. 잘 할 수 있지?”
“맡겨만 주십시오, 주인님.”
지크는 언데드 부하인 자카르를 소환해 등을 떠밀었다.
테리온에게서 정보를 뜯어낼 요량으로.
‘테리온은 분명 누군가와 함께 있었어. 그런데 조금 전에 사라져 버렸지.’
자카르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아낸 다음 테리온을 미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같은 바이소 왕국 출신 선구자인 자카르라면 테리온도 경계심을 풀리라.
‘자카르가 죽은 건 발루두크도 모르는 비밀이니까 들키진 않을 거야. 겉으로 봤을 때 언데드처럼 보이지도 않고.’
테리온의 위치를 알려준 지크는 그림자의 후드를 쓰고 자카르를 몰래 뒤따라갔다.
혹시나 연기가 들통날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에 곁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잠시 후, 지근거리까지 접근하자 두 사람이 서로를 인식했다.
“테리온?”
“자카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지의 선구자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이거 발루두크 님이 들으시면 기뻐하시겠군.”
“자카르. 자네가 어떻게 여길…….”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야. 멀리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서 와봤더니 자네가 있을 줄이야. 기운의 근원지가 테리온, 자네였나?”
테리온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할 생각은 없다는 듯 정보도 내준다.
“내 기운이 아니야. 위대한 존재의 기운이시지.”
“누구를 말하는 거지? 카르록시나 님 말인가?”
이번에도 고개를 저은 테리온은 순순히 입을 열었다.
같은 선구자인 자카르라면 말해도 문제 없겠다는 얼굴로.
“마족 서열 71위인 단탈리안. 조금 전에 그분을 마주했었네.”
“뭐? 마족?”
생각지도 못한 존재에 자카르가 눈동자를 키웠다.
그건 옆에서 투명한 상태로 지켜보던 지크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와 접촉했나 싶더니 마족이었어?’
판게아 대륙에서 천족과 마족은 신적인 존재였다.
실질적인 증거는 없지만 목격담은 많다.
3천 년 전에 일어났다던 천마 대전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
‘그런 존재를 마주쳤다고 말하는 거야, 지금?’
현대로 치면 귀신을 봤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리치 드래곤도 마주한 마당에 마족이라고 없을 리 없겠지만.
“그분과 무슨 이야길 나눴나?”
“으음, 그게 말이지…….”
뭔가 떨떠름한 얼굴로 뜸을 들이던 테리온이 끝내 정보통을 풀었다.
“그분에게 명령을 받았네.”
“무슨 명령?”
“카르록시나 님의 심복을 찾아서 데리고 오라더군.”
“심복은 또 무슨 소리인가? 심복은 자네잖아?”
“그렇지. 그런데…… 바뀌었더군.”
씁쓸하게 말하던 테리온은 지크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었다.
열 받아서 동굴을 부쉈다는 것까지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그 녀석이 상대 마법을 차원에 넣어서 사용하는 특이한 기술을 구사하는데, 단탈리안 님이 내 기억을 읽고선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야. 부하로 삼고 싶으니 나더러 그 인간을 잡아서 준비하라지 뭔가? 기가 막혀서 원.”
“잠깐, 기억을 읽어?”
“그래. 단탈리안 님의 능력이라더군. 보기만 해도 인간의 생각을 읽고 머리에 손을 얹으면 기억을 읽을 수 있는.”
“허! 놀랍군.”
능숙하게 연기하던 자카르였지만 옆에 있던 지크는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생각과 기억을 읽어? 그게 가능해?’
순간 그리 생각하던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고차원의 존재이니 못할 건 또 뭔가?
자신은 시스템도 가졌는데.
단탈리안도 자신의 능력에 반해서 부하로 삼고 싶다 하지 않았는가?
‘마족의 부하라니. 만약 수락하면 나도 리치 드래곤처럼 불사의 존재가 되는 건가? 허.’
소리 없는 비웃음을 지은 지크가 다시 상황을 관망했다.
원하던 정보는 얻었으니 이제 테리온을 꿰어낼 차례다.
“카르록시나 님을 찾고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현혹의 굴은 찾아봤는가?”
“거긴 진즉에 찾아봤지. 하지만 몇 번을 가도 보이지 않으시더군.”
“그래도 한 번 더 찾아보지 그러나. 혹시 모르지 않는가. 카르록시나 님이 돌아와 있을지.”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별 기대는 안 되는군.”
한숨을 쉬는 모습이 흡사 버림받은 사냥개처럼 처량해 보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카르는 작별을 고했다.
떡밥을 던졌으니 슬슬 빠질 타이밍이다.
“그래도 한번 찾아보라고! 행운이 있길 빌겠네. 난 이만 바빠서.”
“또 지성을 가진 언데드를 찾으러 떠나는 건가?”
“뭐, 그렇지.”
“알았네, 잠깐이지만 대화 즐거웠어. 행여나 발루두크 님에겐 날 만났다고 연락하지 말게. 회의에 참가하고 싶지 않아서.”
“알잖은가, 내 입 무거운 거.”
걱정 말라는 듯 씩 웃은 자카르가 몸을 돌렸다.
유유히 숲으로 사라지는 그 모습을 지크는 흡족하게 바라봤다.
명연기였다.
* * *
자카르와 헤어진 뒤.
테리온은 온 사방을 돌아다녔다.
동굴이란 동굴은 샅샅이 뒤져보겠다는 마인드로 카르록시나를 찾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3시간을 그렇게 돌아다녀도 별다른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하아…… 카르록시나 님…… 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이렇게 돌아다녀도 흔적 하나 없다는 건 의욕을 꺾어버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테리온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저에게서 벗어나실 순 없습니다. 대륙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내겠습니다.”
사랑에 대한 집착이 집념이 되었고 각오를 다지게 했다.
이후로 2시간을 더 수색했지만.
“후우.”
나오지 않는 결과에 테리온은 지쳐버렸다.
새벽이 다 되도록 마력을 이용하며 정신력과 체력을 동시에 써대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대체 어디 계신단 말인가?’
한숨을 쉬며 잠시 몸을 뉘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누워 있자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자카르도 나처럼 지성을 가진 언데드를 찾기 위해 대륙을 돌아다니고 있겠지?’
5시간 전에 만났던 자카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확실한 신념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고.
‘수년 동안이나 대륙을 돌아다니며 시체를 찾아 나서다니. 그놈도 어지간히 미친놈이야.’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자카르가 현혹의 굴을 살펴보라고 했지.’
현혹의 굴은 카르록시나가 거처로 삼았던 곳.
당연히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이 잡듯 뒤져본 테리온이었다.
이번에도 보나 마나 없을 게 뻔했다.
‘그래도 한 번 찾아는 볼까? 혹시 모르니.’
테리온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곧장 현혹의 굴로 이동했다.
* * *
파아앗!
횃불이 일렁이는 굴 안.
여전히 사람의 흔적은 없다.
‘그럼 그렇지. 카르록시나 님은 진즉에 여길 버리고 떠나신 거야.’
그런 확신을 가지고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흠칫.
테리온의 동공이 반사적으로 한쪽을 향했다.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있어.’
그리고 그곳엔.
“아아…….”
자신이 그토록 찾던 주인이 있었다.
“카, 카르록시나 님…….”
감정이 벅차 오르며 테리온의 눈 아래로 물기가 차올랐다.
그 모습을, 카르록시나가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5시간 전.
“뭐라? 나더러 카르록시나인 것처럼 연기를 하라고?”
“테리온을 속이려면 어쩔 수 없잖아.”
지크의 제안에 카르볼이 격하게 반발했다.
“네가 직접 내 모습으로 변장하면 되지 않느냐?”
목걸이였던 시절, 자유자재로 남의 흉내를 내던 걸 봤기에 하는 대꾸였지만,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림자 후드를 입고 테리온을 미행해야 해. 모처럼 찾은 녀석을 놓치면 곤란하니까. 한마디로 일손이 모자란다고.”
“그렇다고 이 몸에게 다른 인간인 척 흉내 내라니…….”
“정확히는 인간이 아니고 리치 드래곤이지.”
“뭐가 됐든 사악한 리치 드래곤의 흉내는 낼 수 없다!”
“내야 할걸? 다른 동족의 단서를 더 찾으려면. 앞으로도 계속 내 도움을 받으려면.”
“…….”
“난 널 도와주려는 거라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확실히 카르볼은 그동안 지크의 도움을 많이도 받았다.
그만큼 자신도 도움을 많이 줬지만, 지크가 아무런 대가 없이 동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실은 퀘스트 때문에 도와준 거지만.’
속말은 삼킨 지크가 잠자코 대답을 기다렸다.
결정을 내렸는지 카르볼이 한숨을 쉬며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다. 네 말대로 따르지. 내가 뭘 하면 되느냐?”
“현혹의 굴에서 테리온이 오길 잠자코 기다리고 있어. 녀석이 이쪽으로 올 수 있도록 떡밥을 던질 테니까.”
“놈을 이리로 유인한다는 소리군. 그다음은?”
“그다음은 리치 드래곤인 척 연기를 펼쳐서 정보를 얻어내야지. 테리온에게선 아직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으니까.”
“알았다. 그리 하지.”
일전의 상황을 상기한 카르볼이 침을 꼴깍 삼켰다.
지크의 말대로 녀석이 제 발로 찾아오고 말았다.
‘이제 저 인간으로부터 정보를 뜯어내야 한다. 하지만…….’
카르볼로선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말을 믿을지 알 수 없었으므로.
그러나, 다행히도 걱정은 기우였다.
테리온이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다가왔으니까.
“카, 카르록시나 님……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감격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