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0화
카르볼은 당황스러웠다.
‘저, 저 인간이 갑자기 왜 눈물을 질질 짜고 난리지?’
테리온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정보야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보자마자 애처럼 눈물 흘릴 줄은 생각도 못 한 카르볼이다.
‘치, 침착하게 연기해야 한다. 동족들에 대한 정보를 뜯어내려면!’
사명감을 떠올리자 얼굴에 있던 당황이 사라지며 표정 관리가 됐다.
카르볼이 짐짓 근엄하게 리치 드래곤을 연기했다.
“테리온. 나를 본 게 그리 반가운 것이냐?”
“반갑죠. 반가울 마다요. 크흐윽.”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사내가 되어서 눈물을 흘린단 말이냐? 꼴사나우니 그만 그치거라.”
냉랭한 목소리를 듣자 눈물이 저절로 멈췄다.
고개를 든 테리온은 너무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냉정하시네요.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시더니 새로운 심복을 구하다니······ 이건 아니죠.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왜냐니? 세상 어느 주인이 부하에게 일일이 행적을 보고를 한단 말이냐?”
“그건 그렇지만······.”
“새로운 심복을 구하는 것 또한 그렇다. 일손이 부족하여 한 명 더 구했을 뿐인데 그게 서운할 만한 일이더냐?”
한 명 더 구했다?
그 말을 들은 테리온의 눈빛이 변했다.
“그럼······ 부하를 충원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셈이지.”
“저를 버린 게 아니라요?”
“그게 무슨 말이냐? 녀석이 그러더냐?”
카르볼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크와 사전에 맞춘 대본대로였다.
테리온은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분노를 보였다.
“그 망할 놈이 거짓말을 해······?”
“무슨 소리냐?”
“새로 들어온 심복 말입니다. 얼마 전에 녀석을 만났는데 저더러 버려졌다고 통보하지 뭡니까?”
“버려져? 멀쩡한 부하를 내가 왜 버린단 말이냐?”
“그러니까요! 이제 보니 녀석이 거짓말을 했던 거였군요. 빌어먹을 새끼 같으니!”
주인에게 버려졌다는 소릴 들었을 땐 세상 무너지는 듯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심복의 거짓말이었다?
테리온으로선 화가 날 수밖에.
“그놈이 널 찾아가 짓궂은 장난을 친 모양이구나.”
“아무리 그래도 장난이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정말로 버려진 줄 알고 제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요. 설상가상 카르록시나 님도 보이지 않으니······.”
“당시엔 일 처리할 게 있어서 자리를 비웠느니라.”
“정령계 침범에 관한 일입니까?”
카르볼은 약간의 딜레이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어도 그런 척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동시에 녀석을 떠볼 기회이기도 했고.
“그렇다. 노파심에 묻지만, 침범 이유는 너도 알겠지?”
“물론입니다. 정령계를 침범하는 성과를 내면 후견인인 단탈리안 님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발루두크와 연락하지 말라는 것도 경쟁상대로 있는 마족 후견인의 귀에 들어갈까 봐 그런 거고요.”
“잘 알고 있군.”
태연한 얼굴로 끄덕거린 카르볼이었지만 속으론 생각을 정리하기 바빴다.
‘후견인이라면…… 마족을 말하는 건가? 단탈리안은 카르록시나의 후견인이고?’
정보로 보아 발루두크에게도 후견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둘은 경쟁 관계였고.
‘발루두크라는 인간과 연락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였군.’
궁금증을 해소한 가운데, 테리온이 질문을 던졌다.
“그 심복은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특출난 능력을 사용하던데······.”
“운 좋게 구했지. 그나저나 테리온. 내가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됐지?”
“아, 그거 말입니까?”
유도 신문인 줄도 모른 채 테리온이 경계를 풀고 술술 이야기했다.
“시키는 대로 정령계와의 연결이 강한 땅을 찾아냈습니다. 이그란트라는 장소인데 그곳에서 의식을 치르면 정령계에 침범하기 위한 기반이 다져질 겁니다.”
“의식을 위한 준비는?”
“최대한 빨리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단탈리안 님의 명령이 우선이겠지만요.”
“단탈리안 님의 명령이라니?”
“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몇 시간 전에 단탈리안 님을 만났는데 말입니다…….”
테리온이 일전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자 카르볼이 놀랐다.
“단탈리안 님이 내 심복을 원한다? 왜지?”
“그자의 특출난 능력이 마음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기껏 구했더니 뺏기게 생겼군.”
아쉬워하는 연기를 하자 그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테리온이 미간을 찌푸린다.
“카르록시나 님. 단탈리안 님의 명령입니다. 들으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아깝지만 내줘야겠지.”
“그 녀석에겐 비밀로 해야 합니다. 자신이 다른 곳으로 팔려간 걸 알게 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테리온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이미 옆에서 투명화 상태로 다 듣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알았다. 그리하지. 그나저나 내가 시킨 다른 지시 사항은 어떻게 됐지?”
“예? 다른 거라니요?”
“아니, 착각했다.”
잠깐 떠본 카르볼이 이어서 물었다.
“다른 리치 드래곤에 대해 아는 것은 있느냐?”
“아니요. 그런 거라면 카르록시나 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다만, 네가 아는 정보들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렇습니까?”
변명이 그럴싸했는지 테리온은 별달리 의심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붙잡힌 다른 드래곤에 대해서도 모르고?”
“예.”
“살아남은 드래곤들의 행방이라든가.”
“저도 모르죠. 근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으시는지…….”
‘뭐 하는 거야, 카르볼. 의심스럽게.’
투명화 상태로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던 지크는 이마를 짚었다.
천천히 둘러서 물어도 될 것을 조급히 구는 바람에 의심을 사게 생겼다.
‘안 되겠어. 내가 슬슬 나서야겠어. 더는 뜯어낼 정보도 없어 보이니.’
슬슬 개입할 타이밍을 잡는 그때였다.
지크의 눈앞에 기다리던 퀘스트가 뜬 것은.
하지만.
‘이거 뭐야?’
원하던 퀘스트는 아니었다.
【돌발 퀘스트 : 단탈리안 소환하기】
└테리온 말도나도가 당신을 단탈리안에게 바치길 원하고 있습니다.
└테리온 말도나도에게 속아주는 척 소환 의식을 치러 단탈리안을 현세로 소환하십시오.
└단탈리안 소환하기
└랜덤으로 스탯 1,4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5,000 증가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테리온을 죽이라는 퀘스트가 뜰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
자신더러 모르는 척 연기하며 단탈리안을 소환하도록 도우란다.
‘오히려 소환 못 하게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서열은 낮아 보여도 어디까지나 마계의 군단장.
단탈리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지크도 가늠할 수 없다.
직접 만나보지도 못했으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크는 이내 고민을 지워버렸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이런 퀘스트를 주는 거겠지.’
당장은 퀘스트 내비게이션을 믿고 따라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Yes를 선택하셨습니다.]퀘스트를 수락한 뒤 일정 거리에서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지크의 모습이 별안간 허공에서 나타났다.
테리온이 놀라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네, 네놈!”
“어?”
마찬가지로 지크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모르는 척 열연을 펼쳤다.
“테리온?”
“카르록시나 님에게 다 들었다!”
“하하, 그래?”
“잘도 날 속였겠다!”
쿠그그그그―
테리온이 분노를 표출했다.
마력의 파동이 대지를 통해 전해진다.
잘못하다간 동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테리온!”
카르볼이 중재에 나섰다.
“그만하거라! 내 거처를 다 무너뜨릴 셈이냐?”
그 말에 테리온은 마력을 거둬들였다.
하마터면 현혹의 굴이 폭삭 주저앉을 뻔했다.
“녀석은 내가 따끔하게 혼내주마. 그러니 흥분 좀 가라앉혀라.”
“죄송합니다, 카르록시나 님.”
묵례 후에 고개를 든 테리온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눈빛만으로 사람도 죽일 수 있을 정도.
짐짓 화난 표정을 지은 카르볼이 지크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대체 왜 그런 것이냐? 왜 테리온에게 내가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지?”
“죄송합니다. 그저 장난이었는데…….”
“장난?”
희번덕 눈을 뜬 카르볼이 방대한 마력을 방출했다.
쿠그그그!
테리온보다도 거대한 기운에, 지크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크윽.”
“고작 장난이었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엄청난 마력이 지크를 옥죄었다.
웬만한 사람은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억눌리는 느낌을 받았을 터.
하지만.
[저항력이 마력의 압박에 100% 저항합니다.]지크가 받는 압박이라곤 없었다.
‘저항력 스탯이 마력도 막아주는구나.’
몸에 들어오는 해로운 기운은 뭐든 막아주는지 저항력 스탯이 마력의 압박 또한 밀어냈다.
‘그나저나 카르록시나의 몸이라 그런지 상당한 마력이 느껴지네.’
빛의 축복으로 몸을 회복시키면서 카르록시나의 서클도 모두 복구되었다.
그렇기에 카르볼은 생전에 가졌던 힘보다 더 강한 마력을 뿜어낼 수 있었다.
비록 마기는 지크가 다 흡수해서 한 줌도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속아 넘어가는 눈치네.’
테리온은 뒤에서 묵묵히 지켜만 봤다.
분노 연기를 펼치는 카르볼에 맞춰 지크 또한 당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죄, 죄송합니다…… 카르록시나 님.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겠습니다. 크윽,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 말에 카르볼이 표정을 풀며 마력을 거둬들였다.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 말거라. 알겠느냐?”
“예…….”
“테리온한테도 정식으로 사과하고.”
카르볼의 턱짓에, 지크는 테리온이 있는 곳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장난이 지나쳤다면 미안하군. 사과하지…….”
지크가 넌지시 사과했지만 테리온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카르볼의 말에만 답할 뿐.
“테리온. 이놈과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키거라.”
“예. 알겠습니다.”
테리온이 동굴 밖으로 사라지자, 카르볼이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본색을 드러냈다.
“후아! 연기라는 게 쉽지만은 않구나.”
“연기 잘하던데 뭘.”
“너는 그동안 어떻게 한 것이냐? 다른 사람 흉내를 내는 게 오글거리지도 않는가?”
“별로.”
카르볼은 아무래도 남의 흉내를 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듯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지크. 갑자기 왜 모습을 드러낸 거지?”
“더 이상 얻어낼 정보도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나타나야 다음이 진행될 거 아니야.”
“다음이라니?”
“단탈리안 소환 의식 말이야.”
카르볼이 놀란 눈을 치켜떴다.
“설마 그 마족을 소환할 셈이냐?”
“어.”
“그럼 안 된다! 절대로!”
“쉿, 목소리 낮춰.”
지크가 정색하자 카르볼이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호, 혹시 들렸을까?”
“거리로 보아 들리진 않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러지 말고 테리온을 여기서 죽이는 게 어떻겠느냐? 아니면 고문해서 더 알아낼 게 있는지 알아보던가.”
“고문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그리고 지금 죽일 타이밍도 아니고.”
“그럼 어쩌겠다는 거냐?”
“말했잖아. 마족을 소환하겠다고.”
“제정신인 거냐, 지크? 리치 드래곤 좀 잡았다고 기고만장해 있는 거냐? 네가 뭘 모르나 본데 마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존재이니라. 너희 인간이 최강으로 칭하는 드래곤조차 애완 도마뱀처럼 데리고 다니는 수준이라고.”
“나도 알아. 하지만 그놈 얼굴을 봐야겠는걸.”
지크의 똥고집은 카르볼도 막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진즉에 깨달았는지 한숨을 쉰다.
“후우, 그래서, 마족을 소환한 뒤엔 어쩌려고?”
“글쎄.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봐야지.”
“그다음엔?”
“그다음?”
카르볼의 물음에 지크가 말했다.
“죽여야겠지.”
빙그레 미소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