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2화
[생각보다 빨리 불러냈구나. 능력이 좋군.]“감사합니다, 단탈리안 님.”
극심한 마력의 소비로 현기증이 오는 와중에도, 테리온은 부복하며 마계의 군단장을 맞이했다.
단탈리안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흐으음, 어디서 좋은 피 냄새가 난다 했더니. 말한 대로 싱싱한 제물을 구해왔구나.]제단 위의 여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단탈리안이 입꼬리를 히죽 올렸다.
가히 공포 그 자체.
꿈에서 나올까 두려울 정도의 생김새에, 여인들이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아!”
“닥쳐라! 제물 주제에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시끄럽게……!”
[됐다, 카르록시나의 수하여.]소리치는 테리온을 단탈리안이 막았다.
[인간의 비명은 음악과도 같아서 내 귀를 즐겁게 하지. 소리 지르도록 놔두거라.]“아…… 송구합니다.”
[그보다 내가 찾아놓으라던 녀석은 어디 있느냐? 당연히 준비해 놨으니 날 불렀겠지?]“물론입니다! 그 녀석뿐만 아니라 카르록시나 님도 찾았습니다.”
[카르록시나도?]“예. 바로 여기 계시는데…….”
테리온이 카르볼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모양.
늦게나마 단탈리안의 고개가 돌아갔다.
[놈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거늘 찾긴 뭘 찾았다는…….]순간 카르볼을 본 단탈리안이 입을 다물었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어떤 반가움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의구심만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
[네놈은 누구냐?]“…….”
카르볼은 당황하여 대답하지 않았다.
단탈리안을 소환하는 일까지만 지크와 계획했지, 이후는 대본에 없던 일이었다.
단탈리안이 노기 어린 눈빛으로 재차 물었다.
[누군데 카르록시나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거지?]“…….”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네놈의 정체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으니.]단탈리안이 생각을 읽었다.
카르볼로선 막을 방법도 없이 정보가 털렸다.
[그렇군. 골드 드래곤 나부랭이 따위가 몸을 차지한 것이었군.]‘이런 망할! 이렇게 쉽게 털린다고?’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녀석 앞에선 소용이 없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던 카르볼이었지만 직접 당해보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내가 이래서 소환하지 말자고 했잖아, 지크!’
속으로 일을 벌인 원흉인 지크를 원망할 뿐.
하지만 단탈리안은 다 읽고 있다는 듯 여유를 되찾았다.
[그런 거였군. 나를 일부러 소환한 거였어. 왜지? 지크라는 녀석은 또 누구를 말하는 거고?]단탈리안이 질문을 퍼붓는 그때였다.
“저기…….”
호기심을 참지 못한 테리온이 끝내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카르록시나 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도 좀 알 수 있을까요……?”
몸을 차지했느니, 소환이니, 줄곧 이상한 소리를 해대니 테리온으로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용기를 내어 감히 위대한 마족에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벌을 받을 것까지 각오하고서.
하나, 단탈리안은 꽤 너그러운 마족이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처럼 테리온에게 불호령은 내리지 않았다.
비웃음을 보일 뿐.
[이 자는 네 주인이 아니다. 껍데기만 카르록시나일 뿐이지.]“예?”
[이름은 카르볼레아로스. 카르록시나를 죽이고 몸을 빼앗은 골드 드래곤. 맞지?]대놓고 물어보는 단탈리안.
이미 다 까발려진 마당에 카르볼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다. 마계의 존재여.”
[말투가 좀 건방지구나. 한낱 현세의 도마뱀 주제에.]“…….”
순간 카르볼은 속된 말로 쫄았다.
석화 마법에 걸린 듯 몸이 굳어버렸고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단탈리안에게 덤비자니 죽음을 자초할 게 뻔하고, 가만히 있자니 생각을 읽으며 정보를 빼간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그건 테리온 또한 마찬가지였다.
‘카, 카르록시나 님이 아니라고?’
자신의 인생을 걸어도 모자람이 없는 주인이자 사랑이 눈앞에 있다고 여겼는데 그게 다 착각이었다고?
진짜 카르록시나의 영혼은 죽어 없어졌고 다른 드래곤이 몸을 차지했을 뿐이라고?
‘지금까지 속은 거였다고? 주인님을 죽이고 몸을 빼앗은 불한당에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단탈리안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혹시나 라는 생각이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단탈리안이 카르록시나에게 벌을 주려고 장난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원래 악마들은 장난을 좋아하는 법이었으니.
무엇보다 겉모습은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카르록시나다.
껍데기니 뭐니 해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리 없다.
그걸 생각을 읽고서 파악했는지 단탈리안이 끌끌 혀를 찼다.
[멍청한 인간 같으니. 진실을 말해줬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다니. 그렇게 못 믿겠으면 저 녀석에게 물어보거라. 카르록시나와의 기억이 있는지 없는지.]확실히, 서로의 추억을 확인한다면 신분이 확실해질 터.
테리온이 즉시 굳어 있는 표정의 카르볼을 바라봤다.
“카르록시나 님. 그 일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저한테 선물을 주셨었는데…….”
“물론 기억하지.”
테리온이라도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카르볼이 즉답했다.
하지만 테리온의 표정은 대답을 들은 즉시 썩어들어갔다.
“카르록시나 님은 저에게 선물을 주신 적이 없어. 주인이 종에게 주긴 뭘 준단 말이냐?”
상대가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는지 말투도 바뀌었다.
눈빛은 살기와 복수심으로 뒤덮이고.
“카르볼레아로스라고? 네놈이 감히 카르록시나 님 행세를 하며 나를 속여?”
쿠그그그그―
조금 전까지 탈진할 정도로 마력을 소비했음에도, 테리온의 몸에서 무시 못 할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다고 카르볼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문제는 단탈리안이 있다는 점이다.
‘단탈리안은 도저히 이길 방도가 없다. 그러니 빨리 도와달라고 지크!’
여차하면 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단탈리안은 그리 쉽게 덤벼들지 않았다.
오히려 눈동자에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흥미롭군. 나에게 대항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니. 그리고 그 이유가 지크라는 인간 때문이라니.]중얼거리듯 말한 단탈리안이 속마음을 좀 더 꿰뚫어 보려는지 눈매를 좁혔다.
[신의 후예라……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믿는 건 하찮은 인간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건만. 고등하다고 불리는 드래곤이 한낱 인간에게 의지할 줄이야.]‘시, 신의 후예인 걸 알아차렸잖아?’
최대한 속내를 숨긴다고 했지만 카르볼 또한 생각을 숨길 수 없는 타입이었다.
단탈리안의 입장에선 흡족했지만.
[신의 후예가 실존한다고 하더라도 이 몸의 상대는 될 수 없다. 헛된 희망을 품는군, 골드 드래곤이여.]“……지크라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다. 그러니 널 소환하라고 시킨 거겠지…….”
단탈리안은 곧장 코웃음을 쳤다.
[흥, 방법은 무슨. 죽고 싶어서 소환한 거겠지. 아니면 널 배신했다거나.]“그럴 리 없다. 지크는 날 배신할 인간이 아니야.”
[그럼 아까부터 네가 찾던 지크라는 인간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말할 것도 없다. 생각을 읽으면 자연히 알게 될…….]“읽을 필요 없어. 여기 왔으니까.”
또 하나의 목소리가 공동 저편에서 울렸다.
단탈리안의 시선이 자연히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인간 한 명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서 있었다.
“네가 단탈리안이구나?”
다름 아닌 지크였다.
* * *
지크는 나서야 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스템의 응답이었지만.
[단탈리안 소환하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1,4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5,000이 증가합니다.] [스킬 ‘마기 흡수’의 성취도가 6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기 감지 및 흡수 범위가 35m▶40m로 상향되었습니다.] [마기 흡수로 올릴 수 있는 스탯양이 하루 5개▶6개로 상향되었습니다.] [7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3,763/30,000]‘단탈리안 소환 퀘는 완료했고.’
지크는 다음 퀘스트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여기까지 했으면 분명 다음 지령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으로 군말 없이 마족을 소환했고 이는 확신으로 돌아왔다.
【메인 퀘스트 : 테리온을 죽여라!】
└대지의 선구자인 테리온 말도나도의 쓰임이 다 했습니다.
└쓸모없어진 녀석을 죽여 그동안 고통받은 원혼들을 달래주십시오.
└테리온 말도나도 처치
└스킬 ‘대지의 보호’ 획득
└아이템 ‘대지의 장갑’ 획득
【서브 퀘스트 : 단탈리안을 죽여라!】
└서열 71위의 마계 군단장 단탈리안이 20%의 힘으로 소환되었습니다.
└마기 흡수 스킬을 사용해 무력화시키고 죽여서 마계로 돌려보내십시오.
└단탈리안 처치
└스킬 ‘속마음 읽기’ 획득
무려 두 개의 퀘스트가 떠올랐으니까.
‘역시. 저번에 테리온을 만나도 퀘스트가 뜨지 않은 건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였어.’
시스템은 테리온을 죽이지 않기를 원했다.
그야 단탈리안을 소환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에야말로 지크가 원하던 퀘스트가 나타났다.
‘둘 다 때려죽이면 된다, 이거지?’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퀘스트를 모두 수락한 지크는 단탈리안에게 향했다.
‘워어, 키 큰 것 봐라.’
처음 보는 마족의 키는 보기보다 컸다.
게다가 커다란 박쥐 날개도 달고 있는 게 상상 속의 악마와 거의 흡사했다.
‘다른 점이라면 약해 보인다는 점?’
사실 단탈리안이 드래곤도 가지고 논다는 소리를 들은 탓에 약간 걱정하고 있던 지크였다.
단탈리안이 자신보다 강할까 봐.
‘하지만 가지고 노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 전혀 쫄 필요 없어.’
더구나 시스템은 이기지 못할 상대와 싸움을 붙이는 식의 퀘스트 따윈 주지 않는다.
오히려 승산이 높아 보이기에 퀘스트가 내려온 것이다.
마기 흡수를 사용해 무력화하라고 퀘스트에도 떡하니 공략 방법을 적어놓지 않았는가?
‘승산이 없었다면 소환하라는 퀘스트도 주지 않았겠지. 아니면 도망가라는 퀘스트가 나왔거나.’
단탈리안이 얼마나 센지 모르지만 퀘스트를 보면 20%의 힘만 구현되어 있다고 한다.
뭔가 현세로 소환했을 때의 제약이 있어서 본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어쨌든 카르볼이 곤경에 처하기 전에 빨리 나서야지.’
퀘스트도 얻었겠다, 지크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구속구를 찬 채로 접근하니 단탈리안과 카르볼의 대화가 들린다.
[지크라는 인간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말할 것도 없다. 생각을 읽으면 자연히 알게 될…….]“읽을 필요 없어. 여기 왔으니까.”
이목이 쏠리고, 단탈리안이 이쪽을 바라봤다.
“네가 단탈리안이구나? 뭐 같이도 생겼네.”
[네놈은…….]“누군지 맞춰봐. 생각을 읽는 놈이라 하니 어렵진 않겠지.”
“오, 바로 알아보네.”
[네가 바로 테리온의 기억에서 봤던 카르록시나의 그 심복이었군. 아니, 둘이 짜고서 심복인 척했던 건가? 나를 소환하기 위해서?]“잘 아네. 왜 소환했는지도 알아?”
단탈리안의 노란 안광이 가만히 지크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러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거리는 웃음을 흘린다.
[후후, 주제도 모르는 인간이 감히 나를 죽이겠다고? 하찮은 능력을 너무 맹신하는 경향이 있구나.]“그러는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날 부하로 만들겠다고 떠들고 다닌 거야? 누가 너 같은 버러지 밑으로 들어가기나 한데?”
[버러지?]단탈리안의 표정이 달라졌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살기가 마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것처럼 심각한 표정.
그러나 지크는 줄곧 여유만만했다.
“뭘 꼬나봐? 내가 뭐 틀린 말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