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3화
테리온은 황당한 눈으로 지크를 쳐다봤다.
‘저, 저 애새끼가 미쳤나?’
아무리 겁대가리를 상실했다 해도 상대는 마족.
그것도 마계의 잡졸이 아닌 군단을 이끄는 고등한 존재다.
그런 존재의 현신체에 대고 겁도 없이 욕하는 꼴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하다.
‘구속구도 못 푸는 주제에 감히 단탈리안 님을 도발해? 어이가 없군. 저 무시무시한 마력이 느껴지지도 않나?’
보기만 해도 소름 돋을 정도의 마력이 단탈리안의 몸에서 발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크라는 놈은 연신 도발을 건다.
“그만 쳐다보고 덤비라고. 마계의 군단장 씨.”
대놓고 도발하며 싸우자는 스탠스를 취하다니.
‘미쳤다. 당장 피떡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야.’
제아무리 신의 후예니, 뭐니 해도 단탈리안의 특기가 발휘되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
자신의 패가 전부 까발려지는 마당에 이길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단탈리안은 무슨 연유인지 가만히 있었다.
노기 어린 눈으로 노려만 볼 뿐.
‘생각을 읽고 계시는 건가?’
어느 순간, 단탈리안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네놈. 굉장하구나. 아무런 생각도 읽을 수 없다니. 의도적으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인간을 보는 건 내 생전 처음이다. 감히 나한테 얄팍한 도발을 하는 인간 또한.]“최초라니. 영광이네.”
[영광으로 느낄 것 없다. 그만큼 네놈이 자기 분수 모르는 하룻강아지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이니.]이죽거린 단탈리안이 마력을 더 폭사시켰다.
“크윽!”
“윽!”
숨쉬기 힘든지 카르볼과 테리온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마력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일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예외였다.
“뭐하냐?”
아무런 마력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
그 모습을 본 단탈리안은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실상은 자신에게 닿는 마력만 흡수하고 있던 터라 압박을 느끼지 못한 거지만.
[내 마력을 못 느끼지는 걸 보면 마법사가 아닌 건가? 근데 왜 구속구를 차고 있지?]“아, 이거?”
지크가 보란 듯이 힘을 주자.
파캉!
구속구가 힘없이 끊어져 버렸다.
“그냥 제압된 척하고 있었지.”
“저, 저걸 저렇게 쉽게…….”
테리온이 놀라는 만큼 단탈리안도 놀랐다.
[오러 유저인가?]“글쎄? 맞춰보던가.”
다시 유심히 바라보는 단탈리안이었지만 아무리 해도 지크의 생각을 읽는 건 불가능했다.
아니, 가끔 무슨 말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판게아 대륙에서 쓰는 말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언어는 없다고 자부하거늘. 대체 무슨 언어를 쓰는 거냐?]“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내 생각을 읽고 맞춰야지.”
[…….]아예 대놓고 자신을 놀리고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한 단탈리안의 눈빛에 다시금 노기가 서렸다.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네가 죽을 거야. 나한테.”
[허풍과 자신감만큼은 세계 제일이 아닐 수 없군.]헛웃음을 짓던 단탈리안이 표정을 싹 바꿨다.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한테 대드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젠 됐다. 다 시시해졌어.]생각을 읽을 수 없자 재미가 없어진 걸까?
단탈리안의 눈빛은 이제 귀찮은 파리를 보듯 무심해져 있었다.
[궁금한 부분이 많았지만 이젠 정보고 뭐고 필요 없다. 그냥 죽어라.]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탈리안이 뿜어내던 마력이 한 점에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응축된 마력은 곧 탄환이 되어 날아들었다.
지크의 심장을 향해.
그 모습을 똑똑히 본 테리온은 지크가 폭죽처럼 터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츠으으읏!
“……!!!”
[…….]그대로 마력탄을 흡수해 버리는 지크를 보며, 놀람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지켜보던 단탈리안 역시도.
[호오. 저 기술이었어. 차원을 열어 마법을 저장하는 기술. 직접 보니 신기하군. 기억으로 읽을 때와는 또 느낌이 달라.]“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지크는 경고 비슷한 조언 한마디를 남기며 마력탄을 그대로 돌려줬다.
“방출.”
마법 흡수로 흡수한 마력탄이 그대로 단탈리안을 향해 쏘아졌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상대는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당황.
하지만 단탈리안만큼은 반응이 달랐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얼굴.
그 자신감은 이어진 그의 행동에서 알 수 있었다.
스스스!
돌아오던 마력탄을 그저 손을 휘저어 없애버렸으니까.
“안 통하네.”
[마법을 저장했다가 방출해 내는 건 분명 칭찬할 만한 기술이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나한테 까부는 거였다면 곱게 죽을 생각은 말아라. 기껏 오른 흥을 깨트렸으니 말이야.]“흥이라…….”
지크는 곱씹듯 중얼거리며 아공간을 사용했다.
츠츠츠츠-
아공간에 놀란 건지, 지크가 꺼낸 깃털 검에 놀란 건지, 단탈리안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지금 이걸 무슨 놀이처럼 여기나 본데, 아직 위기감이 잘 안 느껴지나 봐?”
[아공간도 열다니. 설마 다른 마족과 계약한 것도 아닐 텐데 어찌…….]“알 거 없고.”
오러를 덧씌우자 검신이 푸른 아지랑이를 머금었다.
“검 맛이나 한번 잡숴봐.”
지크의 검이 순간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방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단탈리안은 사실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아니, 대비랄 것도 딱히 없었다.
마력으로 보호되고 있는 자신의 피부는 한낱 오러 따위로 벨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오러 유저 중에 가장 강하다는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와도 검 따위는 튕겨내리라.’
하지만.
촤악!
예상과 달리 피가 흩날리며 살갗이 베이자.
‘어, 어떻게?’
단탈리안은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타탓!
위기감을 느꼈는지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다시금 마나를 모으는 단탈리안.
‘모름지기 강한 기술엔 제약이 있는 법.’
상대가 마법을 흡수하는 특이한 기술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은 막지 못할 것이다.
‘그래야 하는데…….’
어찌 된 게 단탈리안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라 있다.
‘왜 마력이 모이질 않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만 되던 마법이 완벽히 차단당했다.
“왜 그래? 아까처럼 덤비지 않고.”
내심 당황하던 단탈리안이 다가오는 지크를 쳐다봤다.
[너구나. 내 마력을 잡아먹고 있는 놈이.]“과연 대단하신 분이라 그런지 감은 좋네. 하지만 이걸 어쩌나?”
지크가 한순간에 거리를 좁혔다.
“이제 뒈지게 생겼는데.”
횡으로 휘두른 검이 단탈리안의 복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얕지만 베이긴 했는지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마족은 피가 검은색인가 봐. 시커먼 속내랑 아주 똑같네.”
[비아냥도 끝이다, 인간!]단탈리안이 손아귀를 뻗으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마나는 흡수해도 마기는 흡수하지 못하리라!’
그런 계산으로 악마 전용 흑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단탈리안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마, 마기도 빨아들인다고?]시도하기도 전에 막혀버렸다.
적절한 순간 발동시킨 마기 흡수 스킬이 단탈리안의 술법 또한 차단시켰다.
이제 누구도 지크를 막을 수 없다.
“또 보여줄 거 없어?”
[…….]“없나 보네. 이거 원……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이죽거린 지크는 검을 들었다.
촤아악!
[크윽……!]“표정 좋네. 악마도 고통을 느끼긴 하나 봐?”
마력과 마기가 차단되어 버리자, 단탈리안으로선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검을 피해 도망가기 급급할 뿐.
하지만 스탯이 벌써 5천을 넘어가는 지크의 추격을 피하는 건 오러 마스터도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동속도가 300% 증가하는 풍신의 장화까지 신은 상태라면.
촤악! 촥!
[크억, 큭!]여기저기 피가 튀는데도 아무런 저항도 못 하는 꼴이 도망가는 짐승과도 같았다.
지크는 그런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었고.
그런 충격적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던 테리온이 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마냥 보고만 있을 순 없었기에.
“단탈리안 님! 저, 테리온 말도나도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어필한 테리온은 지크를 죽이고 훗날 단탈리안을 위기에서 구해준 마계의 영웅으로 취급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염원이고 생각이었을 뿐.
테리온의 야망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든 남자 앞에서 막혀 버렸다.
“어…… 너는?”
“나는 어둠의 군주 말리고르 데스본. 주인님의 명령하에 처형식을 거행하겠다.”
어느새 소환된 말리고르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툭!
떨어진 자신의 팔을 남의 팔 보듯 바라보던 테리온이.
“끄흐읍!”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
‘이, 이대로 당할 순 없어!’
다행히 지팡이를 든 팔은 잘리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며 남은 팔을 들었다.
팔이 있으니 마법은 쓸 수 있다.
아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
마력이 모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모이는 즉시 어딘가로 사라져버린다.
신기루처럼.
테리온의 얼굴이 당황으로 가득 찼다.
단탈리안이 왜 아무것도 못 하고 도망만 다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처형을 시작한다.”
“아.”
높이 든 말리고르의 검이 테리온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 * *
[테리온 말도나도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첫 번째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은 아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대지의 선구자를 잡음으로써 메인 퀘스트가 완료됐다.
메시지를 본 지크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말리고르가 테리온을 죽였나 보네. 역시 소환해두길 잘했어.’
물론 죽이기 전에 테리온의 마법은 진즉에 복제해 뒀다.
더 이상 숙련도를 쌓을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마법이 많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이제 남은 일은 단탈리안을 죽임으로써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는 일뿐.
‘그 전에 정보 좀 얻고 싶은데…….’
마계의 군단장이면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리라.
어째서 리치 드래곤을 수하로 부리고 있는지 또한.
‘말로 해선 안 들으니 그 방법밖에 없겠지?’
지크는 온몸을 검은 피로 물들인 단탈리안에게 다가갔다.
움찔.
마력과 마기를 흡수당하며 일반인으로 전락한 녀석은 이제 지크만 봐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아직 죽일 생각이 없어서 일부러 얕은 상처만 수백 번을 그었더니 괴롭힘을 즐기는 미친놈 보듯 질색한다.
[자, 잔인한 인간 같으니…….]“힘 빠지게 도망 다니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응? 이 좁은 동굴에 도망 다닐 공간도 없잖아.”
[도망치게끔 한 인간이 누구인데 하는 소리냐?]“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이렇게 칼질하지도 않았지.”
[……웃기지 마라. 나를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아놓고 어떻게 도망가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그런가?”
하긴 칼을 든 상대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다.
“그럼 이제 칼질하지 않을게.”
[정말이냐?]“내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한다면 말이지. 그게 싫으면 뭐…….”
지크가 다시 칼을 들었다.
반사적으로 단탈리안의 몸이 움찔거렸다.
“지금처럼 고통을 즐기던가.”
[그, 그럴 것 없다. 물어보는 건 뭐든 대답할 테니.]“좋아. 그럼 첫 번째 질문.”
지크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마계로 가는 법에 대해서 말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