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4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4화
[무슨…… 말이냐?]“어떻게 하면 인간이 마계로 갈 수 있냐고.”
[인간이…… 왜 마계를?]단탈리안의 입에서 반문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인간을 짐승인 켈베로스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마족들이다.
인간도 마족을 두려워하는 걸 보면 그 사실을 잘 아는듯했고.
그런데도 마계에 오고 싶어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크의 입장은 다르다.
그에게 있어 마계는 마기를 충족하기 위한 좋은 환경이었으니까.
물론 속마음은 일절 드러내지 않은 지크다.
“알 거 없고, 그것만 말해. 갈 수 있어, 없어?”
[당연히 갈 수 없다. 차원을 이동하는 일이 그리 쉬워 보이던가?]“그러는 넌 어떻게 현세로 왔는데?”
[나는 마계의 군단장으로서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렇다고 제약 없이 가능한 일은 아니지.]“제약이라는 게 뭔데?”
[차원을 넘어 현세에 들어오는 순간 본신의 힘의 80%를 잃어버린다. 게다가 인간 처녀 다섯 명의 피로 소환하는 의식 또한 치러야 하지.]“그럼 의식 없이는 현세에 못 온다는 소리야? 네 의지로 올 수는 없어?”
[그건 아니다. 소환 의식 없이 현세로 가기 위해선 마계에서 인간의 영혼을 제물로 사용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대략 100명분의 영혼이 필요하지…….]“너 같은 경우? 그럼 상위 마족의 경우 더 많은 영혼을 제물로 쓴단 말이야?”
[그렇다…….]단탈리안은 말하면서도 지크의 눈치를 살폈다.
같은 인간의 영혼을 촉매로 사용한다는데 기분 좋을 턱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잠깐 인간계 탐험 좀 하겠다고 인간을 제물로 쓴다니…… 이거 안 되겠네, 마족 새끼들.”
[나, 나는 서열이 낮아서 그나마 적게 소비하는 편이다. 다른 군단장에 비하면 아주…….]“같잖은 변명 지껄이지 말고, 리치 드래곤을 부하로 삼은 이유가 뭐야? 인간계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려고 드래곤을 부려?”
[그건…….]우물쭈물 말하기를 주저한다.
푹!
지크의 검이 주저 없이 허벅지에 박혔다.
[크아아아악……!]“대답 안 하지?”
박힌 검을 비틀자 소리가 더욱 커진다.
[하, 하, 한다! 해! 그러니 이것 좀…….]“일단 말해. 제대로 대답하면 그때 뽑아줄 테니까.”
[다, 다음 천마 대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천마 대전? 그게 무슨 소리야? 천마 대전은 3천 년 전에 끝나지 않았어?”
[끝나지 않았다. 끝낼 수가 없지. 빌어먹을 천족에게 진 게 분해서라도 다음 천마 대전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그러니까 지금, 3천 년 전의 설움을 만회하려고 천족이랑 리벤지 매치를 벌이겠다는……?”
[그런 셈이지.]“거기에 우리 인간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거고?”
[따지자면 그렇……지.]“하…….”
한숨을 내뱉던 지크가 눈살을 팍 찌푸렸다.
“천마 대전이고 뭐고 아무래도 좋아. 근데 그걸 왜 우리 인간계에서 하는 건데? 너희들 전쟁이니 너희끼리 하면 되잖아.”
[나도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게이트를 열어서 천족과 마족이 가장 만나기 좋은 곳이 중간 지점이 바로 인간계인 것을…….]들을수록 어이가 없던 지크가 입을 벌렸다.
자기들 싸움을 왜 남의 차원에서 한단 말인가?
애꿎은 인간들만 피해 입히면서.
“그래서, 드래곤은 왜 리치로 만든 건데?”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수하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너도 그런 이유로 리치로 만들 생각이었고.]“그럼 12인의 선구자들은? 녀석들의 목적도 다 똑같아?”
[궁극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내 관리에서 벗어난 녀석들이다. 리치 드래곤들이 수하로 만들어낸 존재가 그들이니.]말하자면 마족 밑에는 리치 드래곤, 리치 드래곤 밑에는 12인의 선구자가 있는 셈.
‘그들 모두가 최종적으로는 천마 대전을 준비하려 한단 말이지?’
목적은 대강 파악했다.
이제부턴 자세한 계획을 들을 시간.
하지만 단탈리안은 쉽게 기밀을 털어놓지 않았다.
[아, 앞으로의 계획은 나도 몰라.]“나 아직 검 안 뺐거든?”
지크가 다시 검을 비틀자, 허벅지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낀 단탈리안이 비명을 질렀다.
[끄으으! 저, 정말이다! 자세한 계획은 나도 모른다! 나 역시 위에서 시키는 대로 그때그때 움직이고 있을 뿐이야!]“위? 누구?”
[마왕이신 벨제뷔트 님 말이다!]누군지 물었지만 들어도 모르겠다.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거짓말을 하고 있진 않아.’
하긴 72명의 고위 마족 중 71위면 거의 말단이 아닌가?
그런 녀석이 뭘 알겠나?
“믿을게. 그럼 12인의 선구자들이 왜 중력장을 만드는지, 왜 환각제를 이용해 마도스교 신도들을 늘리려고 하는지, 설명해 봐.”
[마, 말했듯이 12인의 선구자란 인간들은 각자 리치 드래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들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다. 내 소관이 아니야.]이번에도 진실로 나온다.
지크는 다른 것들을 물어봤다.
다른 리치 드래곤의 위치라든지, 살아남은 드래곤들의 위치라든지.
하지만 뭐 하나 건질만 한 정보가 없다.
“이 새끼 겉만 번드르르하지, 알맹이는 없는 말단 쓰레기구만?”
[…….]딱히 부정하지 못하는 단탈리안이었다.
“후우, 좋아. 성실히 답해줘서 고마워. 물어볼 건 다 물어봤어.”
[그, 그럼 이제 살려주는 건가?]“그 전에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지크가 깃털 검으로 단탈리안의 목을 겨눴다.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 거지? 지금의 네 몸은 20%의 힘으로 구현된 가짜잖아. 진짜 본체는 마계에 있을 테고.”
[그, 그건…….]겨눠진 검 끝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던 단탈리안이 침을 꼴깍 삼킨 뒤에 말했다.
[현신화한 몸을 잃으면 기존의 육신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20%의 힘을 영영 잃어버리게 되지.]“회복할 수 없기에 두려워한다는 거군.”
[그렇다. 가능하면 살아 돌아가는 게 나로서도 좋은 일이지.]“그렇다 해도 이해는 안 돼. 힘을 잃는 게 왜 목숨을 잃는 것처럼 두렵지? 고작해야 20%만 잃는 거잖아.”
[마계에선 힘이 곧 서열을 의미한다. 힘을 잃으면 내 서열은 단숨에 72위로 떨어지고 말 거야. 여태 내가 가진 지위, 명성, 부하들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는 소리다.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흐음, 그래?”
지크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걸렸다.
그 순간, 생각을 읽은 단탈리안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야, 약속하지 않았나? 날 죽이지 않겠다고…….]“그런 약속한 적 없는데?”
[이, 이러지 마라. 살려준다면 리치 드래곤으로 만들어주마.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그딴 거 필요 없거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푸슉!
지크의 검이 전광석화처럼 단탈리안의 목을 꿰뚫고 돌아왔다.
[커어어억……!]생명을 잃은 몸이 곧 불티를 휘날리며 사라지기 시작한다.
[단탈리안 처치 완료!]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기본 스킬 : 속마음 읽기]―효과 :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습니다. 시야에 상대가 보일 때만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특이사항 : 스킬의 On/Off가 가능하며, ‘속마음 읽기 사용/해제’ 시동어를 통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시 정신력이 소모됩니다.
‘이것도 미래 예지처럼 정신력 소모 스킬이네?’
보상으로 받은 스킬은 이름 그대로였다.
단탈리안처럼 속마음을 읽는 스킬.
다만 눈에 보여야 한다든지, 정신력이 소모된다든지 하는 제약 등이 있다.
‘그럼에도 엄청난 스킬이구만.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초능력을 얻었기 때문일까?
지크는 기쁜 마음으로 즉시 시범에 들어갔다.
‘속마음 읽기 사용.’
스킬을 ON으로 켜둔 뒤 카르볼을 쳐다봤다.
―미, 미친……. 아무리 현신체라지만 정말로 단탈리안을 죽일 줄이야…… 아주 괴물이 다 됐구나, 지크.
‘멍하니 단탈리안이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더니만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참으로 유용한 스킬이었다.
이게 있으면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진실의 눈의 상위호환 버전이랄까?’
피식 웃어넘긴 지크는 우선 스킬을 OFF 시키고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메인 퀘스트 보상이 남아 있다.
[기본 스킬 : 대지의 보호]―효과 : 바닥을 딛고 서 있는 대상에게 대지의 보호 버프를 겁니다. 대지의 보호는 어떤 공격이든 1회 방어해줍니다.
―특이사항 : 하나의 대상에게만 걸 수 있으며 지면을 딛고 있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발동 후 1분의 쿨타임이 있습니다. 타인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오, 어떤 공격이든 막아준다고?’
1회라는 제한이 있지만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는, 일종의 버프 스킬이었다.
‘게다가 나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걸 수 있잖아?’
땅을 디뎌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나쁘진 않다.
누군가를 지키기에도 좋은 스킬 같고.
지크는 이어서 아공간을 열어 아이템도 확인해 봤다.
[대지의 장갑]―분류 : 장갑
―효과 : 모든 지속성 마법에 면역, 지면에 손을 대면 [대지의 추적] 사용 가능.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지크 맥러플린 귀속
―설명 : 대지의 선구자가 사용했던 장갑. 총 13개의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구자의 의복 세트 효과 (5/13)
―4세트 효과 : 용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7세트 효과 : ?????
―10세트 효과 : ?????
―13세트 효과 : ?????
‘지속성 마법 면역. 나쁘지 않아. 근데 [대지의 추적]은 무슨 기능일까?’
지면에 손을 대면 사용할 수 있다기에 일단 장갑부터 착용해 봤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가죽 장갑이다.
하지만 무릎 굽혀 동굴 바닥에 손을 댄 순간.
[대지의 힘을 빌려 원하는 대상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위치를 추적할 대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주십시오.] [얼굴을 상세히 기억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집니다.]메시지가 떠오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면 우선…….’
눈을 감은 지크는 가까이에 있는 카르볼부터 떠올렸다.
[대상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위치 정보를 전송합니다.]그런 메시지와 함께 머릿속으로 정보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카르볼의 위치를 알려주는 정보들이었다.
어디로, 어떻게 가면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하지만 바로 앞에 있어서 제대로 테스트하기엔 부족했다.
‘그렇다면…….’
다시 땅을 짚은 지크는 엘소리움의 유피넬시아를 떠올렸다.
그러자 찾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보가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찾을 수 있는지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어.’
인간에게서 숨기고 싶었던 엘소리움이란 도시가 단번에 노출된 순간이었다.
‘이거 굉장한데? 얼굴만 알면 누구든지 찾을 수 있다는 거 아냐?’
씨익 웃는 지크였지만 기뻐하기엔 아직 일렀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메시지가 하나 더 남아 있었으니까.
[마기의 근원을 찾아 제거했습니다.] [‘단탈리안(현신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마기를 흡수합니다.] [마기를 11,000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1,000 증가하였습니다.] [7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5,219/30,000]‘오. 마기가 꽤 들어왔잖아?’
이제 보상이랄 것은 다 들어왔다.
남은 것은 한가지뿐.
‘테리온도 언데드로 부활시키면, 과연 일어날까?’
지크는 내친김에 곧장 사용해 보기로 했다.
테리온의 시체에 손바닥을 겨누며.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