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5화
악마의 술법을 사용하자마자, 말리고르에 의해 죽었던 테리온이 몸을 들썩이며 일으켰다.
다만 목이 반 정도 잘린 탓에 덜렁거리는 게 흉하다면 흉했다.
“Dieux et ripper(상처를 수복하라).”
연이은 주문으로 덜렁거리던 목이 깔끔하게 달라붙었다.
‘과연, 말을 할까?’
지크가 테리온을 주시하자, 녀석이 새로운 주인을 알아보고 부복한다.
“미천한 종이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호오, 녀석도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됐잖아?’
자카르, 말리고르, 리타에 이어서 네 번째 지성 언데드였다.
‘그러고 보니 12인의 선구자들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네.’
그 말은 다른 선구자들도 죽인 후에 언데드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일까?
‘이거 퀘스트도 깨고, 부하도 생기고, 일석이조구만.’
기쁘다.
기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히죽 웃은 지크와 달리, 카르볼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얼굴이었다.
“지크. 이 녀석도 부하로 만든 것이냐?”
“어. 해보니까 되네? 단탈리안까지 부하로 만들지 못한 건 아쉽지만.”
단탈리안은 죽이자마자 불씨가 된 탓에 시도도 할 수 없었다.
그와 별개로 혀를 내두르는 카르볼이었지만.
“허, 누가 보면 네가 리치 드래곤인 줄 알겠구나.”
“됐고, 이제 정리 좀 하자고.”
“정리할 게 뭐가 있…….”
대답 대신 제단 쪽으로 다가가는 지크를 보며 카르볼이 입을 닫았다.
그러고 보니 납치된 인간들이 있었다.
“괜찮으세요?”
지크가 접근하자 여인들은 움찔거리며 하나같이 몸을 떨었다.
겁먹은 기색.
‘하기야 단탈리안은 물론 테리온까지 잔인하게 죽인 내가 무섭지 않다면 이상한 거겠지.’
일단 불안해하는 여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검부터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너무 겁먹지 마세요. 저는 여러분을 구하러 온 사람입니다. 지켜보셔서 알겠지만, 여러분을 납치한 마족과 마법사도 죽였잖아요?”
“저, 정말 죽은 것 맞나요? 저기 버젓이 살아 있는데…….”
한 여성이 용기 내며 가리킨 곳엔 언데드화된 테리온이 있었다.
지크는 즉시 손을 저어 녀석의 소환을 해제시켰다.
“저건 그냥 제 소환수일 뿐입니다. 없앴으니 이제 안심하세요.”
지크는 손수 손을 뻗어 여성들이 제단에서 내려오게끔 도와줬다.
그녀들을 결박했던 검은 사슬은 테리온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흑,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요.”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누구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반면, 누구는 사지로 내몰렸던 공포를 떠올리며 흐느끼기도 했다.
누구는 아버지와 마을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고.
―이분 덕분에 운 좋게 살아 남았어. 하지만 돌이 되어버린 우리 아버지는? 다른 마을 사람들은 무사한 걸까?
패트리샤가 근심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는 몰랐다.
지크가 동정심 어린 눈으로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을 줄은.
“이름이?”
“네? 패, 패트리샤예요.”
“어디에서 왔어요?”
“디온 마을이란 곳인데…… 여기가 어디인지도 몰라서…….”
지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여성들을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제가 길을 알아요. 각자 집으로 모셔다드릴게요.”
“저,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인사했지만, 지크는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그의 시야 한쪽에는 퀘스트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돌발 퀘스트 : 무사히 에스코트하기】
└제물로 붙잡힌 여성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신사답게 그녀들을 직접 각자의 마을까지 데려다주십시오.
└마을 데려다주기 0/5명
└6차 스킬 숙련도 5,000 증가
* * *
“감사합니다, 지크 님!”
“그럼 들어가세요.”
네 번째 여성을 데려다준 지크가 메시지를 바라봤다.
[마을 데려다주기 4/5명]이제 남은 사람은 패트리샤라는 여인뿐이다.
‘여인이라기엔 너무 성숙한 표현이긴 하지만.’
지크보다 한 살 어린 16살이라는 건 이미 생각을 읽고서 알아냈다.
아버지를 끔찍이 여기는 효녀라는 것 또한.
“가죠. 디온 마을은 이쪽으로 가면 나옵니다.”
“아, 길을 굉장히 잘 아시네요. 시골이라 외지인은 모를 줄 알았는데…….”
“뭐, 이 정도는 기본이죠.”
“정말 대단하세요.”
패트리샤의 감탄에 어깨를 으쓱한 지크였지만 실은 식물들의 도움을 좀 받았다.
지리를 전혀 모르는데도 길잡이처럼 움직인 건 그런 이유가 있었다.
“아! 여기서부턴 제가 길을 알아요. 이쪽으로 오세요.”
앞장서는 패트리샤를 따라 걸음을 옮기자, 곧 목가적인 청취의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패트리샤가 걸음을 재촉했다.
“아버지! 아버지!”
석화 마법에 걸린 아버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그때.
눈에 익은 한 사람을 발견했다.
“제이크 아저씨!”
“패, 패트리샤?”
절뚝이는 제이크의 몸 상태가 딱 봐도 좋지 않아 보인다.
“괜찮으신 거예요?”
“나, 난 괜찮……. 으윽.”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부여잡는 제이크.
그 모습에 패트리샤가 걱정했지만, 제이크는 손사래를 쳤다.
“나보다는 네 걱정을 했지.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아버지는 돌이 되셨잖아요.”
“아, 그게 말이다. 몇 시간 전에 풀려났어.”
“예?”
들어보니 어느 순간 아버지가 돌에서 인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시전자인 테리온이 죽자마자 석화 마법에서 풀린 것이다.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어요?”
“풀리자마자 널 찾겠다고 마을을 나섰어.”
“네에에?”
“하지만 걱정 마라. 나간 지 꽤 됐으니 슬슬 돌아올 게다. 큭.”
다시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제이크의 모습에, 지크가 나섰다.
“잠깐만 계세요. 치료해 드릴게요.”
“예?”
빛의 축복을 사용하자 뻗어 나온 빛이 제이크를 감쌌다.
“어, 어?”
욱신거리던 갈비뼈 통증이 씻은 듯이 나았다.
“이제 됐어요.”
“이, 이분은?”
“저를 마법사로부터 구해주신 분이세요.”
놀란 눈을 하던 제이크가 체면 불고하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제이크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패트리샤……?”
숲 쪽 방향에서 아버지 란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패트리샤! 우리 딸!”
란트가 기쁜 마음에 달려가려다가 지크 일행을 보고 움찔거렸다.
특히 마법사처럼 입은 카르볼을 보더니, 경계의 눈빛이 되었다.
“누, 누구십니까? 당신들은? 설마…….”
“경계하지 마세요. 저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버지. 이분들이 저를 구해주셨어요.”
“이분들이……?”
패트리샤가 증언하고 나서야 란트의 경계심이 풀렸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딸을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을 몰라보고 그만…….”
“아닙니다. 마법사에게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충분히 그런 반응을 보일만 하죠. 이해합니다.”
점잖게 나오는 지크의 모습에 란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딸이랑 비슷한 나이 같은데, 말투는 어른스럽기 그지없군. 귀족인가?
속마음 읽기 스킬을 켜둔 지크는 란트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볼 겸 좀 더 생각을 읽어보기로 했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짧게라도 생각을 읽고 상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한 지크의 판단은 적절했다.
‘흔히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농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란트는 제국 출신이었다.
그것도 신성 제국의 수도인 바르칸 출신.
그곳의 상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그 시절을 자신의 전성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큰돈을 벌고 제국으로 돌아와서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기도 했고.
‘하지만 꿈일 뿐이지. 이런 시골에 살면서 어떻게 큰돈을 벌겠어?’
게다가 번듯한 귀족 사윗감까지 바라는 모양인데 인적도 없는 시골이라면 어림도 없다.
기회가 없으니까.
그런데…….
‘어째 보는 눈빛이…….’
지크를 바라보는 란트의 이글이글한 눈빛을 보니 지금을 그 기회로 보는 모양이다.
생각을 읽어보니 예상대로였다.
―보아하니 귀족인 것 같은데, 이 기회에 내 딸 좀 어필해 봐? 예절도 바르고 실력도 있어 보이는 게 사윗감으로 삼으면 손색이 없겠구만.
부담스러운 눈빛의 진위를 알게 되자 지크로선 난감했다.
‘사위는 무슨. 이 아저씨 너무 앞서가는데?’
처음 본 사람을 뭘 믿고 사윗감으로 삼는단 말인가?
무엇보다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패트리샤가 날 좋아할 리도 없잖아.’
그런 생각으로 시선을 돌린 곳엔 조금 상기된 표정의 패트리샤가 있었다.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외간 남자를 소개하다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좀 민망하네.
‘패트리샤가 날 좋아한다고?’
부끄러운지 힐끔거리며 이쪽 눈치를 보는 걸 보니 맞는듯싶다.
얼마나 순진하면 목숨을 구해줬다고 한눈에 반한단 말인가?
‘착해. 지극정성으로 아버지를 생각하는 심성도 곱고. 하지만…….’
지크는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만 해도 퀘스트를 하기 바쁜 몸이었으니.
[마을 데려다주기 5/5명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5,000이 증가합니다.] [7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0,219/30,000]‘퀘스트는 다 처리했고, 이제 신성 제국의 호위 임무를 할 차례인가?’
마침 신성 제국에 몸담았던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궁금한 걸 물어보면 되겠다.
생각을 읽는 것만으로는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 뭣 좀 물어봐도 될까요?”
“아, 그럼요. 그럼요! 뭐가 궁금하십니까?”
나이가 어림에도 깍듯하게 답한 란트가 뭐든 대답해 주겠다는 듯 눈을 빛내자, 지크가 말했다.
“신성 제국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 * *
[크으윽!]마계의 본체로 영혼이 돌아오자마자 단탈리안이 피를 토했다.
그러자 충신 라히모스가 기겁하며 달려왔다.
[다, 단탈리안 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 커억……!]또 한 번 검은 피를 뱉어내는 군단장의 모습은 누가 봐도 괜찮은 상태가 아니었다.
[어, 어쩌다 이렇게 깊은 상처를……. 영혼의 상처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허억, 허억…… 내 힘은…… 내 20%의 힘은 소멸하였나?] [지금 힘이 문제가 아닙니다! 영혼이 너덜너덜한 상태라고요!]본체로 돌아왔음에도 단탈리안은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각한 수준임을 깨닫자, 라히모스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지원을 요청하기 위함이다.
잠시 후.
귀공자처럼 기품 있어 보이는 남자를 데리고 돌아왔다.
바로 위 서열인 70위의 군단장 세이레였다.
[이거 상태가 심각하다 하여 와봤더니 정말로 다 죽어가고 있구먼그래.] [세, 세이레 군단장님…….] [아아, 말을 아끼게. 우선 상처부터 확인해 보지.]이윽고 세이레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단탈리안의 몸을 휘감았다.
[으음, 영혼의 상처가 심각해.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나?]대답은 라히모스에게서 나왔다.
[단탈리안 님은 조금 전에 인간계로 현신하셨었습니다.] [인간계?]세이레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든다.
단탈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마기가 20% 모자랐던 게로군. 한데, 인간계라 해봤자 단탈리안 군단장을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계의 버러지들로선 마족의 강대한 영혼에 직접적인 상처를 입히는 건 불가능할 텐데?] [저도 그것이 의문입니다.] [말해보게, 단탈리안. 대체 누구와 싸우다 이렇게 됐나?]세이레의 시선이 꽂혔고, 라히모스 또한 궁금하다는 듯 단탈리안을 바라봤다.
[사, 상대는…… 신의 후예였습니다…….] [농담이 지나치군. 그건 전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야.] [정말입니다, 세이레 님. 놈은 특출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나는 물론 마기까지 차단할 수 있는…….] [마기를 차단해?] [예…… 제가 무력하게 당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아무런 마법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단탈리안은 솔직하게 말해야 했다.
세이레의 도움을 얻으려면.
[제 영혼이야 지옥 불에 들어가면 상처가 서서히 회복될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엔 마기도 더 줄어들고 군단도 이끌 수가 없죠.]잠시 침묵한 단탈리안이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세이레 군단장님께서 저희 군단을 이끌어주십시오. 아래 서열에 넘기는 것보단 그게 나을 듯합니다.] [정말 나에게 군단을 넘기겠다고?] [예. 그 대신 저를 이렇게 만든 녀석에게 복수해 주십시오. 세이레 군단장님께서도 인간계에 선구자라는 수하가 있지 않으십니까?] [있지. 있고말고.] [그 수하에게 정보를 전하십시오. 신의 후예에 대한 정보를……. 그리고…….]단탈리안이 지친 와중에도 눈을 빛냈다.
[놈을 죽여서 영혼을 마계로 데려와 주십시오. 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분이 풀리겠습니다.]살벌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