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6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6화
마계에는 지옥 불이 있다.
다른 영혼은 소멸시키지만, 마족의 영혼은 치유할 수 있는, 마계 특유의 불이다.
단탈리안은 그 불에 들어가 있다.
‘영혼의 상처가 꽤 깊어. 한동안 나오지 못하겠지.’
한동안이 아니다.
적어도 1년은 회복해야 할만큼의 상처를 입었다.
‘한낱 인간계의 존재가 어떻게 영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세이레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론 단탈리안의 결단에 표정을 굳혔다.
‘아마 돌아오면 서열이 72위로 떨어져 있을 테지. 자신의 군단도 되찾을 수 없을 테고.’
그걸 알기에 자신에게 군단을 넘긴 것이다.
더는 회생 가망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그 대신 복수를 원했지.’
복수야 도와줄 수 있다.
마계의 군단장을 저 지경으로 만든 인간에 대한 흥미가 돋기도 했고.
하지만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거라곤 신의 후예라는 점과 마력과 마기를 차단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놈을 추적해야 한다.
물론 직접 나설 일은 아니다.
아직 위치도 모르는데 리스크를 감수하고 인간계로 현신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먼저 연락부터 해야지. 인간계의 수하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 세이레가 움직였다.
[인간계에 연락하고자 한다. 인간의 영혼을 준비하라!] [예!]* * *
불굴의 화신.
화염의 지배자.
꺼지지 않는 불꽃 등.
여러 이명으로 불리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서열 8위의 피레오 맥클라우린이 그랬다.
하지만 상인으로선 상대의 그런 이명을 알 턱이 없었다.
당장은 두 손을 싹싹 빌며 살아남는 게 더 중요했으니.
“사, 살려주십시오. 마, 마차 안의 물건은 모두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물건은 필요 없어.”
“예……?”
상인은 그럼 뭐하러 자신의 상행길을 방해했냐는 눈길로 남자를 바라봤다.
뭐하러 마차를 가로막고 수십 명의 호위병을 마법으로 깡그리 태워버렸는지.
답은 피레오의 입에서 나왔다.
“목격자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무슨…… 끄, 끄으으아아악!”
언제 붙었는지 상인의 몸이 화염으로 휩싸였다.
비명을 지르던 상인이 조용해진 건 새까맣게 타버린 직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쯤인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피레오는 바람으로 마차의 잔해를 치운 뒤 별안간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뭔가 파묻혀 있기라도 한 걸까?
답은 이내 밝혀졌다.
“여기 있군.”
바닥을 파고 나온 것은 검은빛의 보석이었다.
정확히는 마정석이라 불리는 물건.
물끄러미 바라보던 피레오가 그걸 그대로 삼켰다.
꿀꺽.
보석이 목울대를 넘어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놀랄 만한 장면이 나온 건 이때였다.
화르르륵!
피레오의 전신에 불길이 치솟았다.
누가 보면 분신자살을 시도한다고 오해하기 충분한 상황.
하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불 속에서도 평온한 표정을 짓는 피레오였다.
잠시 후 불길이 사그라들며 미소 짓는 피레오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이걸로 마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씨익 웃으며 다음 목적지를 찾아 떠나려던 찰나.
[피레오 맥클라우린.]머릿속으로 위대한 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레오가 황급히 루미노스 포탈스피어에 접속했다.
펼쳐진 가상의 공간.
그곳엔 키가 3m는 되어 보이는 장신의 귀공자가 서 있었다.
털썩!
피레오가 그 앞에 즉시 부복했다.
“미천한 몸이 위대하신 마계의 군단장이자 기원의 귀공자이신 세이레 님을 뵙습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었나?]“물론입니다! 대륙 곳곳에 숨겨져 있는 마정석의 위치를 알려주신 덕분에 나날이 강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게 다 세이레 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가? 기뻐하는 걸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군.]히죽 이빨을 드러내 보인 세이레의 모습은 잠깐이지만 귀공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네 몸은 마기를 흡수하기 좋게 만들어졌다. 인간계에 묻혀 있는 마기의 파편인 마정석을 쓸어 담기에 좋은 그릇이지. 내가 굳이 다른 마족들처럼 리치 드래곤을 부리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고.]“은혜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쭉 마기를 흡수한다면 리치 드래곤도 두렵지 않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선구자 자리의 꼭대기를 노려볼 수도 있고.]“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 말에 피레오가 걱정스레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인간계에 마족에게 대항한 인간이 있다. 현신했던 군단장 중 하나가 녀석에게 당했지.]“예?”
누가 당했다고? 군단장?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지만, 세이레의 표정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그 발칙한 인간을 네가 찾아서 죽여줬으면 한다. 아니지, 죽일 것까지는 없다. 찾기만 하면 그 이후엔 내가 나설 테니까.]“대체 누구입니까?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은.”
[아는 정보가 많지 않다. 다만 16, 17살 즈음 되어 보이는 남성이고 오러를 사용한다고 한다.]“16, 17살 되는 오러 유저라…… 너무 광범위한데요.”
대륙을 통틀어 수십만 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실력이 상당하다더군. 오러 마스터에 달할 정도로.]“그 정도라면 범위가 확 줄긴 하지만 그래도 좀…….”
[또한 신의 후예라 들었다. 군단장을 잡을 정도면 그 정도 칭호는 있어야겠지.]“저어, 외람되지만 신의 후예라는 게 뭔지…….”
[인간계는 물론 마계에까지 퍼진 소문인데 모르나 보군? 마계에선 인간이 자존감이라도 세우고자 지어낸 소문이라는 추세지만…….]“무슨 이야기입니까?”
궁금해하자 세이레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들을수록 피레오의 동공이 서서히 확장된다.
[……그런 미친 존재를 사람들은 신의 후예라고 떠받들었다지.]“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야. 누구도 본 적은 없고 흔적도 없지. 하지만 소문을 증명할 만한 인간이 바로 며칠 전에 나타났다. 마법을 흡수한 뒤 그대로 반사하거나, 마력과 마기를 차단해 버리는 능력을 지녔다고 하지.]“그, 그런!”
피레오는 이제 놀람을 넘어 경악하고 있었다.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갖춘 자가 인간으로서 존재한다고?
“16, 17살의 나이에 그 정도 능력을 갖출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외모를 바꾼 게 아닐까요?”
[내 생각도 그렇다. 소년은 아마도 본모습이 아니겠지. 하지만 능력이 워낙 독보적이니 어딜 가든 눈에 띌 거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어.]“만약 그 신의 후예라는 자를 찾았다고 칩시다. 그다음은요? 마기를 차단하는 놈을 무슨 수로 이기죠?”
대책이 있는지 세이레는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거기까진 신경 쓸 것 없다. 너는 신의 후예의 위치만 알아내서 내게 알려주면 돼. 그 이후에 놈을 처리하는 건 내가 직접 할 테니. 알았나?]“분부 받들겠습니다.”
* * *
접속을 끊은 피레오는 아직도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마계의 군단장을 제압하는 인간이 있다니…… 상상도 못 해봤어.’
무엇보다 신의 후예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지만.
‘마력과 마기를 못 쓰게 만든다? 누구도 그자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지 않을 수 없지만 혼자서 머리를 굴려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일단 위에 보고부터 해야겠지.’
리치 드래곤을 상관으로 두는 다른 선구자들과 달리, 피레오는 직접적으로 마계 군단장의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선구자들을 무시해도 좋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쪽은 이쪽대로 위계질서가 있었으니.
‘그분에게 연락해야겠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피레오가 다시 루미노스 포탈스피어에 접속했다.
그리고 상관에게 신호를 보냈다.
곧이어 사람 형태의 심상이 나타났다.
“피레오?”
그가 부른 사람은 이인자인 발루두크였다.
“오랜만입니다, 발루두크 님.”
“네 이놈!”
발루두크가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간 테리온과 더불어 회의에도 나타나지 않던 피레오였으니까.
“갑자기 나타나면 내가 두 손 들고 환영이라도 해줄 줄 알았더냐?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그동안 뭘 하고 있던 게야?”
“죄송합니다. 그간 제 후견인이신 서열 70위의 군단장, 세이레 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건 죄송합니다.”
피레오는 군말 없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보여야만 했다.
혼자서 세이레의 지원을 받으며 마기를 흡수해 힘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들킨다면?
모든 선구자가 자신을 죽이려 들 테니까.
‘가타부타 말할 것도 없다. 무조건 잘못을 빌어야지.’
언젠가 힘을 키워 일인자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망을 들키지 않으려면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 해도 쉽사리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발루두크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락하면 받기는 해야지! 테리온도 그러더니만, 그렇게 단독행동할 거면 그룹엔 왜 들어온 게야?”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만…… 그 테리온이 죽었습니다. 제가 연락드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뭐라? 누가 죽어?”
얼마 전에 리치 드래곤인 카르록시나와 연락이 되냐고 물어보던 테리온이었다.
그런 그가 죽었다고?
“시체를 확인했느냐?”
“그건 아닙니다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구한테?”
“세이레 님으로부터요.”
발루두크는 입을 닫았다.
마계의 군단장이 말했다면 더 따질 것도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히 말하거라.”
“예.”
피레오는 자신이 들은 바를 곧이곧대로 가감 없이 모두 이야기했다.
굳이 거짓을 섞을 필요는 없었다.
발루두크의 협력을 끌어내려면 최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는지, 발루두크는 눈을 크게 뜬 채로 피레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기가 막히는군. 테리온이 신의 후예에게 죽었다니…… 게다가 단탈리안 군단장 또한…….”
중얼거리던 발루두크는 별안간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자카르도 죽은 건 아니겠지?”
“자카르라면, 그 불사의 선구자 말입니까?”
“그래. 지성체 언데드를 구한답시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떠돌이이긴 하다만, 근래 들어 연락해도 받질 않는단 말이지. 내가 지시한 암살 임무도 수행하는지 알 길이 없고.”
“설마요. 불사를 다루는 자카르가 누군가에게 당할 위인입니까?”
“마계의 군단장이신 단탈리안 님조차 당하지 않았느냐? 마력과 마기를 차단한다면 충분히 당하고도 남을 일이지. 그건 우리조차 예외는 아니고.”
녹스, 아즈라힐, 자카르, 리타, 테리온까지.
어째 수년간 문제없던 선구자들이 자꾸만 죽어 나가는 느낌이다.
“만약 자카르까지 죽었다면 남은 선구자는 일곱밖에 되지 않아.”
“그, 그렇게나 적습니까? 대체 어쩌다가…….”
“쯧, 그간 우리에겐 관심도 없었으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턱이 있나.”
피레오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던 발루두크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표정을 굳혔다.
“피레오.”
“예?”
“그 신의 후예라는 자의 인상착의가 어떻게 된다고?”
“16, 17살 정도 되는, 오러를 사용하는 소년이라 합니다. 능력으로 보아 꾸며낸 모습일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단탈리안 님이 보신 모습은 그렇다고…….”
“소년이라…… 설마 아니겠지.”
“예? 누구 짐작 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어. 지크 맥러플린이라는 소년인데 나이대가 일치하는군. 우리 일을 방해한 전적이 있어서 자카르에게 암살 명령을 내려놨지. 처리했다는 연락은 못 받았지만 말이야.”
“맥러플린이라면 데칸 왕국이잖아요. 거긴 마법사 가문 아닙니까? 저희가 찾는 사람은 오러 유저인데요.”
“그렇지. 한데 얼마 전에 정보를 들었다. 신성 제국의 주요 인물을 호위하기로 한 호르모스 상인연합에서 지크라는 이름의 마검사를 고용했다고.”
피레오의 두 눈이 커졌다.
“설마……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마법을 반사할 수 있는 데다 오러까지 사용한다면 마검사처럼 보이기엔 충분하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겠네요. 딱히 단서도 없으니 확인해 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정됐군.”
발루두크가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웃었다.
“피레오, 네가 가서 확인하고 오너라. 그 지크라는 녀석이 신의 후예인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