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7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7화
피레오에게 명령을 하달한 직후.
발루두크는 곧장 자신의 상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일인자에게도 공유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피레오가 신의 후예인지 확인 작업을 하면, 세이레 군단장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는 건가요?]“그렇습니다. 직접적인 처리는 세이레 군단장이 하기로 했답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로군요. 마계의 군단장이 움직일 만한 일이라니.]한동안 침묵하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려온다.
[그 지크라는 마검사는 어디에 있죠?]“공교롭게도 호르모스 상인연합에서 그 마검사를 고용했답니다. 호위 임무의 충원 병력으로 쓰기 위해서요.”
[호위 임무라면 마침 우리가 처리하려던 일이잖아요.]“맞습니다. 피레오를 작전에 투입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참에 잘됐네요. 일 처리를 위한 선구자를 누구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예. 피레오를 통해 작전도 성공시키고 신의 후예도 밝혀내겠습니다.”
[만약, 상대가 정말로 신의 후예라면 쉽지 않을 거예요. 모든 게 어그러질 수 있다는 뜻이죠.]“음…… 그럼 어찌하는 게 좋을까요?”
고민하는지 당장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선구자를 한 명 더 보내야겠어요.]“누구를?”
[일레나가 좋겠군요.]발루두크의 미간에 주름이 파였다.
“일레나는 괜찮아할지 몰라도 피레오가 싫어할 겁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건 그녀밖에 없으니.]“하지만…….”
[아니면 발루두크, 그대가 나설 건가요?]발루두크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은 맡은 일이 산더미다.
“……일레나에게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래요. 둘은 잘 해낼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예…….”
[그보다 신도들을 모으는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아즈라힐이 죽어서 조금 지체되긴 했으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만들어뒀던 환각제가 남아 있으니까요.”
[하루라도 빨리 신도들을 모으세요. 제 후견인께서 참을성이 없으시네요. 에스카를 대체할 기술자도 빨리 구하시고요.]“아, 알겠습니다. 일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습니다.”
* * *
란트에게 신성 제국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 이후.
지크는 부녀와의 작별을 고했다.
“버, 벌써 떠나시려고요?”
“예. 할 일이 있어서요.”
“이거 딸을 구해주신 은인께 대접이라도 해드려야 하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버지 란트가 사윗감을 붙잡지 못해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그건 패트리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폭탄 발언을 하는 걸 보면.
“저,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어디로 가는 줄 알고……?”
“그건 모르지만 데려가시면 여행길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제가 빨래랑 요리는 잘할 자신이 있거든요.”
“맞습니다. 우리 딸이 손이 얼마나 야무진지 일은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란트까지 데려가라고 부추긴다.
딸을 보내는 게 마음에 걸리지도 않나?
‘생각을 읽어보니 두 사람 다 나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어. 그러니 선뜻 따라온다는 말이 나오지.’
지크는 진저리치면서도 패트리샤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완전히 푹 빠진 소녀.
그런 소녀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순 없다.
선구자들이 자신을 노릴지도 모르니까.
‘패트리샤의 모습에서 유피넬시아가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종족은 다르지만 두 사람 다 목숨을 구해준 여성들이다.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모습도 닮았고.
그런데 닮은 점이 또 있다.
[현자의 눈으로 현상을 꿰뚫어 봅니다.]‘어?’
마법에 대한 재능.
지크는 누구도 몰랐던 패트리샤의 재능을 현자의 눈으로 꿰뚫어 봤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엄청난 재능이 있잖아?’
패트리샤는 마력을 받아들이는 데 탁월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마나 감응력과 마나 친화력이 압도적이다.
말하자면 12인의 선구자에 걸맞은 수준.
‘보통은 재능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크는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자의 눈 스킬 덕분에.
‘평민이라 재능 검사를 받지 못한 건가?’
판게아의 대다수 아기는 100일이 되면 재능 검사를 받지만, 이런 시골까지 여파가 닿지는 않으리라.
‘이거 잘만 키우면 12인의 선구자에 버금가는 마법사가 탄생하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지크였지만, 부녀는 그런 줄도 모른 채 지크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은 당연하게도.
“안 됩니다.”
NO였다.
기대와 달랐는지 패트리샤와 란트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이참에 사윗감 덕을 보려던 란트는 대도시로 나갈 꿈을 접었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일렀다.
“실망하지 마세요. 당장 떠나진 않을 테니.”
“지크, 무슨 소리냐?”
“아직 시간 있으니 조금만 머물다 가려고.”
“뭐? 왜 굳이…….”
용병단에 돌아가 호르모스 상인연합의 호위 임무에 들어가야 하는 마당에, 뭐?
잠시 머물다 가겠다고?
뭐하러 지체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카르볼이었지만, 이어진 지크의 말에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패트리샤는 장차 위대한 대마법사가 될 그릇입니다. 그래서 직접 마을에 머물면서 마나의 운용법을 가르쳐주려고 해요.”
“네?”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사자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지만, 지크는 그러든 말든 시야 한쪽을 바라봤다.
다름 아니라 퀘스트창이 떴으니까.
【서브 퀘스트 : 패트리샤 키우기】
└패트리샤에게 대마법사의 재능이 있음을 알아챘습니다.
└그녀를 마법사의 길로 이끌어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인도하십시오.
└패트리샤의 서클 0/9
└1서클 달성 시마다 모든 스킬 숙련도 5,000 증가
* * *
“그렇지, 그렇게.”
“아아, 이게 마나라는 거구나.”
패트리샤의 방에서 이론 수업을 하던 지크가 혀를 내둘렀다.
‘이거 엄청나게 빨리 배우는데?’
사실 며칠은 패트리샤의 집에서 신세를 질 생각이었다.
서클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패트리샤는 이론 수업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해버리고는 지크가 몸 안으로 흘린 마나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
이른 나이에 9서클을 이룬 에스카를 보며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케이스가 바로 여기에도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요?”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면 이론은 더 배울 게 없고, 서클을 수여해야겠지.”
“서클 수여요?”
“원래 첫 서클을 만들 때는 다른 마법사의 개입이 필요한 법이거든. 보통 그걸 서클 수여식이라 부르지. 개도식이라고도 부르고.”
“어떤 원리인데요?”
선배 마법사가 필터링 된 순도 100%의 마나를 공급해 후배의 몸에 서클을 만들어준다.
그 원리를 설명하자, 패트리샤는 다시금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우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등을 보여야 해. 손바닥을 접촉시켜서 마나를 흘려보내야 하거든. 너는 들어오는 마나를 한 점의 저항 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그러니까…… 윗옷을 벗고 맨살을 보여야 하는……?”
“그렇지. 하지만 굳이 다 벗을 필욘 없어. 등만 만지면 되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끄러웠는지 패트리샤는 조금 쑥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자신 또래의 남자를 보는 것도 처음이거니와 등을 내어준다는 게 시골 소녀로선 여간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마법사가 될 기회를 놓칠 순 없는 법.
더구나 목숨을 구해준 상대의 손길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 지금 시작할까요?”
“그러자.”
패트리샤가 발그스레한 얼굴로 슬그머니 윗옷을 걷어 올리는 그때.
벌떡!
지크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방을 나가 누군가를 데리고 온다.
카르볼이다.
“카르볼. 여기 패트리샤에게 서클 좀 만들어줘.”
“벌써 이론 수업이 끝났나?”
“응. 빠르지?”
“정말로 대마법사의 재능이 있는 모양이군.”
놀라워하는 카르볼.
그러나 패트리샤도 다른 의미로 놀라긴 했다.
“지, 지크 님이 직접 해주시는 게 아니었나요?”
“나는 서클이 없어서 불가능해.”
“예? 서클이…… 없으시다고요?”
분명 마족과 싸울 때 마력탄을 날리는 모습을 봤는데?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지크가 거짓말할 이유는 없기에 믿는 패트리샤였다.
“그, 그럼 부탁드릴게요.”
“알았다.”
“다 되면 불러. 난 나가 있을 테니까.”
카르볼과 패트리샤만 방 안에 남겨두고, 지크가 나왔다.
그러자 아버지인 란트가 동그래진 눈으로 다가온다.
“잘되고 있는 겁니까? 지크 님?”
“예. 그리고 말씀 놓으세요.”
“아닙니다. 귀족인 걸 아는데 어떻게 놓을 수가 있습니까.”
가문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지크는 귀족임을 밝혀둔 상태였다.
란트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거였고.
무엇보다 딸을 구해준 은인이었으니 감사하는 마음에서 존대를 꼬박꼬박하는 게 더 컸다.
지크로선 부담스럽기 그지없었지만.
“패트리샤가 배우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요. 이해하는데 며칠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대로면 오늘 내로 마법사가 될 수 있겠어요.”
“정말입니까? 그것참 잘됐군요, 하하!”
란트는 기뻐하는 기색이었지만, 그의 속마음을 읽은지라 조금 진지한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란트 씨. 패트리샤가 마법사로 성장하더라도 마을은 벗어나지 마세요.”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마을을 벗어나 대도시로 가고 싶어 한다는 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예전과 같은 삶을 되찾고 싶어 한다는 것도.”
“…….”
“하지만 그것이 가족의 행복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도시는 위험해요. 다른 귀족들이 패트리샤의 힘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하, 하지만 도시로 가는 게 우리 딸한테도 견문을 넓힐 기회가 될 테니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패트리샤는 배움이 필요한 아이가 아니에요. 걸음마를 떼는 방법만 알려주면 알아서 일어나서 문 앞까지 갈 거예요. 그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죠. 굳이 도시로 가거나 다른 마법사를 스승으로 둘 필요는 없어요.”
“……그, 그 정도입니까?”
“예. 그러니 진지하게 잘 생각해 보세요. 위험천만한 도시로 나가는 게 행복할지, 지금처럼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게 행복할지.”
“으음…….”
란트는 고민에 빠졌다.
제국민으로서의 삶을 맛봤던 만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했는데도 고민을 해?’
보나마나였지만 지크는 그의 생각을 읽기 위해 스킬을 켰다.
아니나 다를까.
―도시가 위험하긴 하다만…… 저렇게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썩힐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지크의 조언에도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시로 가고픈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
‘어쩔 수 없지.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지크는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엘프의 보물창고에서 챙겨온 금화 주머니 하나를 꺼내놓았다.
텅!
묵직한 소리에 깜짝 놀란 란트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머니를 바라봤다.
“받으세요.”
“이, 이게 뭡니까?”
“만 골드예요.”
“헉!”
“그 정도면 시골에서 사는 데 모자람은 없을 거예요.”
없을 뿐이랴?
이 정도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시골에서 산다는 한정하에.
“이거면 선택하시는 데 도움이 되겠죠?”
“가,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패트리샤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마법사로 치면 아직은 갓난아이예요. 절대 도시로 데려가시면 안 돼요.”
“그럼요, 그럼요. 아주 여기서 푹 눌러살겠습니다!”
“그럴 것까진 없고요, 스스로를 지킬 만큼의 힘을 가질 때까진 이곳에 있는 게 좋겠어요.”
“예! 그리하겠습니다!”
재차 당부하던 지크는 순간 열리는 방문에 고개를 돌렸다.
“지크. 패트리샤가 1서클로 각성했다.”
“정말? 그거 잘됐네.”
카르볼의 말에 동의하듯 시스템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패트리샤의 서클 1/9]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5,000이 증가합니다.] [7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5,219/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