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8화
“그럼 패트리샤. 다음에 봐.”
“살펴 가세요, 스승님.”
“뭐야, 둘이 벌써 사제지간이 되기로 한 거냐?”
“스승과 제자 사이가 맞긴 하잖아?”
카르볼의 말에 부정하지 않는다는 듯 패트리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1살 차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지크는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자 마법사의 길로 인도해 준 스승.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스승이라 부르기 싫은 패트리샤였다.
스승이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드는 호칭이었으니까.
―지크 님이 그렇게 부르라니 어쩔 수 없지…….
아쉬워하는 제자의 속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이는 지크가 의도한 바였다.
일부러 거리감이 들도록.
‘이러는 게 맞지. 난 지금 누군가를 마음에 둘 여유가 없으니.’
그래도 서로 스승과 제자라는 끈을 만들었으니 패트리샤는 그걸로 만족하리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서클로 인해 마법의 재미를 느낄 테니 수련을 게을리하지도 않을 테고.
‘나는 간간이 패트리샤가 잘 성장하는지 봐주면서 원격으로 숙련도 보상만 챙기면 된단 말씀.’
성장 속도로 보면 1년 안에 5서클까지는 찍을 터.
잠깐의 조언으로 숙련도 25,000을 챙기는 셈이니 가성비 좋은 퀘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럼 갈게. 란트 씨도 잘 지내세요.”
“예, 지크 님! 다음에 오시면 술상 한번 거나하게 차려드리겠습니다! 하핫!”
기뻐하는 란트를 보며 피식 웃은 지크는 그대로 몸을 돌려 원래의 목적지로 향했다.
다름 아닌 황금 독수리 용병단으로.
* * *
열흘이 지나고 만남을 약속한 당일.
호르모스 상인연합의 호위대장, 칼로스가 두 팔 벌려 일행을 반겼다.
“시간 맞춰 와줬군. 황금 독수리 용병단의 엘리트들!”
“엘리트는요, 무슨.”
지크가 어색하여 중얼댔지만 칼로스는 그런 말 말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겸손할 것 없네. 전설 속의 마검사와 드래고니안이 포함된 파티를 엘리트라 부르지 그럼 뭐라 부르겠는가? 아니, 엘리트란 말로도 부족하지!”
“하하…….”
하기야 틀린 말은 아니다.
지크, 카르볼, 카르세, 피터, 메리.
겉보기엔 모두 인간이었지만 뜯어보면 신의 후예에 드래곤 두 마리가 섞여 있다.
용병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강의 파티.
칼로스가 내내 웃음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내 자네들이 있어서 든든해! 호위할 인물이 워낙 높으신 분이라 걱정했었는데 이거 쉽게 가게 생겼구만.”
“높으신 분이라면 누구……?”
“그건 나중에 대원들 앞에서 임무 설명할 때 말해주겠네. 일단 우리 대원들부터 만나러 가지.”
칼로스는 따라오라 손짓하며 한 건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대략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각자 늘어진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자, 새로운 충원 병력이 왔으니 집중해라!”
손뼉을 친 칼로스가 지크 일행과 함께 단상 위로 오르자 이목이 모였다.
“다들 미리 이야기 들었겠지만, 데칸 왕국에서 귀한 용병을 데리고 왔다. 소개하게, 지크.”
“안녕하세요. 황금 독수리 용병단의 지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크는 검사이자 마법사라네. 오러 유저에 버금갈 정도로 검술 실력도 뛰어나지만 6서클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하지.”
“쟤가 그 소문의 마검사라고?”
“저 애송이가?”
마검사라는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 탓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웬 애송이가…….”
“말도 안 돼. 끽해야 17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6서클이라고?”
“대장님이 전설 속의 마검사를 고용했다길래 기대했더니만 이거 기대 이하잖아?”
“순 사기꾼 아니야?”
웅성거림 사이로 얼핏 부정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잠깐 동원된 임무이고, 이번 일만 끝나면 용병단에서 완전히 빠질 생각이니까.
그의 관심은 그보다 퀘스트에 있었다.
‘시스템은 임무에 참가해서 명성을 쌓으라고 했어. 왜 그런 걸까? 이 임무에 그만한 가치가 있나?’
상념에 잠긴 사이, 다른 동료들의 소개도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5서클 마법사인 메리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5서클 마법사, 카르볼이다.”
“저, 저도 5서클 마법사예요. 이름은 카르세인데, 어…… 또 뭐라고 말하지……?”
“그 정도만 소개하면 됐어, 카르세.”
“아, 네! 카르세예요! 감사합니다!”
카르세가 잠깐 어리바리 타긴 했지만, 반응은 상당했다.
“오오, 아름다운 미녀가 셋이나…….”
“이거 눈 호강 제대로 하는데?”
“이, 이따가 말이라도 걸어볼까?”
그야 호위대엔 남자들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인지 피터가 6서클이라는 말에도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이걸로 소개는 끝났고, 시간이 좀 남았으니 점심 먹고 1시간 후에 브리핑을 시작하겠다. 그동안 새로 합류한 동료들과 친해지도록 하고. 문제 일으키지 말고. 이상.”
단상에서 내려간 칼로스가 건물 밖으로 나갔다.
쿵.
문이 닫히자마자, 대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여성 대원들에게 말이라도 걸어보기 위함이었다.
“메리라고 했지? 몇 살이야?”
“어떤 남자 좋아해? 나처럼 근육질 많은 남자는?”
“남자친구 있어?”
폭탄 같은 질문 공세가 이어졌고, 그건 비단 카르볼과 카르세도 다르지 않았다.
“얘 완전 내 스타일이네. 몇 살이야?”
“5서클 마법사라고? 난 6서클 마법사인데. 내가 마법 좀 가르쳐줄까?”
“아, 좀 비켜봐! 여자들이 안 보이잖아!”
급기야 서로 티격태격하는 추태까지 보이자, 지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들 여자에 환장한 사람처럼 구네.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되는 탓에 잠깐 속마음이나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스킬을 켜봤다.
몇몇을 둘러보았고 이내 왜 이러는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여기나 군대나 별반 차이 없구나.’
상인연합 소속 호위대의 병력은 대개 남자만 뽑는다.
상행길을 따라가는 호위대의 특성상 강행군이 빈번하기에 체력이 좋은 남자를 주로 선발하는 것.
그렇기에 호위대는 검을 찬 오러 유저가 대다수였다.
물론 효율 좋은 마법사가 몇몇 섞여 있긴 했지만, 그조차 남자다.
남자들로 가득한 무리에 여성이 섞여 들어오면 종종 문제가 생기곤 했기에 아예 남자만 고용하기로 정한 것이다.
‘이제 보니 우리가 특수한 경우였구나. 내가 추천한 탓에 여성이어도 받아들인 거였어.’
하지만 지금은 찝쩍거림이 도를 넘고 있다.
“카르볼이라고 했지? 어때? 나 같은 남자 만나보는 건. 보아하니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데 말이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고. 뜨거운 밤을 보내면서.”
“푸흐흐흐! 야, 고트! 너 요즘 오줌발도 시원찮잖아!”
“아,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옆 대원과 투닥거리는 고트라는 남자를 보며, 카르볼이 지크 쪽으로 시선을 보내왔다.
“지크.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마른 장작 같은 녀석을 꺾어버려도 괜찮은가?”
“뭐? 마른 장작? 이 X발, 좋게 좋게 대해줬더니 못 하는 말이 없네?”
“푸하하! 저 여자분이 맞는 말 했구만 뭐.”
해골처럼 마른 몸에 콤플렉스가 있었는지 고트가 눈을 부라리며 카르볼을 쏘아봤다.
“예쁘다고 해서 봐줬더니 안 되겠네. 너 6서클이라고 했지? 나도 6서클이거든? 따라와. 마법 대련이다!”
고트는 그렇게 소리치며 지팡이를 꺼냈고, 카르볼은 어떡하냐는 눈빛으로 지크를 바라봤다.
“뭐해? 대련하고 싶다는데 응해줘야지.”
지크가 고트 쪽으로 턱짓하자 카르볼이 정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죽여도 되나?”
“에이, 일 망칠 일 있어? 너 인간 세상 유희도 해봤다면서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그거야 3천 년 전이지 않은가. 그리고 난 황제였으니 서민들의 방식은 잘 모른다.”
“황제? 하긴 제국을 세웠다고 했지?”
아키델피아 제국이었나?
그리 중얼거리던 지크의 귀로 고트의 고함이 들려왔다.
“X발 것들이 뭘 그렇게 쑥덕거리고 있어? 작전 짜냐?”
“어떡할까, 지크?”
“반 죽여.”
“알았다.”
명령을 하달받은 카르볼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오오, 고트와 저 여자가 마법 대련한다고?”
“간만에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는걸?”
“자자, 다들 길을 터주자고!”
지루한 훈련이 일상인 그들에게 있어서 싸움은 언제 봐도 지겹지 않은 구경거리인 법.
대련이 성사되자 대원들이 적극적으로 길을 터주며 자리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한 명이 자진해서 심판으로 나서주기도 했다.
“시작에 앞서 간단하게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시작 신호가 있기 전까지는 마력을 발현시켜선 안 됩니다. 그리고 지나친 살상 마법이나 광역 마법은 주변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금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알겠으니 얼른 시작하라고.”
고트가 재촉했고 카르볼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본 심판이 끄덕이며 신호를 냈다.
“좋습니다. 자, 그럼 대련, 시작!”
하지만 대련은 꽤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시작과 함께 카르볼이 서른 개의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 쏟아냈으니까.
“헉! 뭐, 뭐야? 무영창?”
아무리 1서클 마법이라 해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
그런데 서른 개를 0.1초 만에 만들어내는 실력이라니?
똑같이 공격 마법을 준비하던 고트가 서둘러 방어 마법으로 술식을 전환했다.
슈아아악!
서른 개의 매직 미사일이 몸에 닿기 전에, 가까스로 배리어를 만들어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카카카카카칵, 까앙!
“헉!?”
보통 매직 미사일이 아닌지 6서클 마법사의 배리어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퍼퍼퍼퍼퍼퍽!
“억, 욱, 컥, 끅!”
매직 미사일에 흠씬 두들겨 맞은 고트는 곧 넝마가 된 몸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심판이 당황하여 잠시 눈을 끔뻑였다.
현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스, 승자는…… 카르볼!”
“우, 우와아아아!”
단번에 카르볼이 남성들의 주목을 받았다.
얼굴까지 예쁜데 실력까지 뛰어나니 호감도가 급상승해 버렸다.
“이 정도면 됐나, 지크?”
“어, 충분해.”
고트는 기절했을 뿐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만약 죽을법한 상황이 나왔으면 지크가 그 전에 막았으리라.
미래 예지가 가능한 그였으니까.
하지만 지크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카르볼! 남자친구는 없어요?”
“진지하게 나랑 결혼해 주시겠소? 이건 청혼이오.”
“다들 꺼져봐! 카르볼에 어울리는 남자는 바로 나, 헹크 님이라고!”
방금 보여준 카르볼의 무력이 이 자리에 있는 대원들의 남심을 뒤흔들었다는 점이다.
‘미친. 아까보다 더 날뛰고 있잖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대원들의 모습에, 지크는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카르볼은 남자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자에 관심 있다는 뜻은 아니고요.”
지크의 대변에 대원들의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넌 뭔데 끼어드는 거야? 동료면 다야?”
“애새끼가 어른들 사이에 끼어들면 안 되지.”
“설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날 선 반응이 지크를 향했지만 역시 신경 쓰지 않았다.
지크 입장에선 날파리가 눈을 부라리는 격이었다.
“관심 없으니까 그만 하세요, 다들.”
“카르볼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나서서 지랄이냐고.”
“동료니까 나서주는 겁니다. 안 그럼 왜 나서겠어요?”
“하, 이 새끼가 안 되겠네? 몇 살이야 너?”
“17살입니다만?”
당당하게 말한 지크지만 오히려 헛웃음을 터트리는 대원들이었다.
“17살? 그 나이에 6서클이라고?”
“저 새끼 분명 마검사 아닐 거야. 저 나이에 무슨 6서클이야?”
“마검사라는 것도 거짓말이지 너?”
“순 사기꾼 같은 새끼.”
비난의 화살이 지크에게 몰린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크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한 덩치 큰 남자가 어깨를 붙잡고 시비를 걸기 전까지는.
“야. 곱게 말할 때 물러나라?”
고개를 돌리니 아까 본 헹크라는 사내였다.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밀치려고 한다.
하지만.
“어……?”
뜻대로 되지 않자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근력 스탯만 5천이 넘어가는 나를 네가 밀칠 수 있겠냐?’
속으로 비웃은 지크였지만 헹크는 자존심에 금이 간 모양이다.
갑자기 대련을 신청하는 걸 보면.
“야, 애송이! 따라 나와! 본때를 보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