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4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49화
‘뭐야, 저 새끼?’
난데없이 대련 신청하는 헹크를 보며, 지크가 헛웃음을 치는 찰나.
【돌발 퀘스트 : 호위대에게 인정받기】
└호르모스 상인연합 소속 호위대에서 당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력을 보이고 그들의 인정을 받으세요.
└호위대에게 실력 인정받기
└6차 스킬 숙련도 7,000 증가
퀘스트가 떠오르자 헛웃음이 미소로 바뀌었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솔직히 주위에서 웅얼웅얼하는 게 귀찮은 파리 떼를 보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꿀단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웃어?”
상대하는 헹크의 미간은 더더욱 좁혀졌다.
자신을 비웃는다고 착각했기 때문.
‘애송이 새끼가……! 마법만 안 쓰면 X밥인 주제에!’
헹크는 조금 전에 지크가 자신의 힘을 버틴 걸 마법 탓이라 여기고 있었다.
마법으로 몸을 무겁게 만들어 버틴 게 아닐까 하는.
그렇기에 심판을 불러 규칙을 추가했다.
“야, 아루스!”
“어? 어!”
“대련 규칙에 마법이든 오러든 일절 쓰면 안 된다는 규칙 추가해! 지금 저 새끼랑 대련할 거니까!”
“아, 알았어. 그런데 그런 조건이면 상대가 하려고 할까……?”
모두의 시선이 지크에게 쏟아졌다.
대련도 상대가 승낙해야 할 수 있는 법.
당연히 퀘스트가 떠올라서 거절할 이유가 없던 지크였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헹크가 일부러 콧방귀를 뀌며 도발했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대련을 피할 생각은 아니겠지? 애송이? 정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던가.”
“하하하하핫!”
“크흐큭큭큭!”
뭐가 재밌다는 건지 주변에서 낄낄대며 웃었지만 지크에게 도발은 통하지 않았다.
그저 귀엽다는 듯 빙그레 웃어줄 뿐.
“대련할게요. 대신 저랑 내기하면 어때요?”
“내기? 내기 좋지. 내가 이기면 저 여자는 내 거다.”
헹크가 가리킨 여자는 카르볼이었다.
지목당한 카르볼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카르볼의 의사를 물어봐야겠지만, 뭐, 그쪽이 이길 일은 없으니 알겠어요. 그럼 제가 이겼을 때의 요구사항은요…….”
“하, 이 건방진 애송이 보소? 어차피 네가 이긴다고?”
오히려 지크의 도발에 걸렸는지 헹크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요구사항이고 뭐고 들을 것도 없다. 어차피 내가 이길 텐데. 하지만 이긴다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지.”
“약속하셨어요.”
“아루스! 목검 가져와! 이 새끼 버르장머리 좀 고쳐줘야겠으니까.”
심판이 둘에게 훈련용 목검을 가져다줬다.
사람들이 거리를 두자 자연스레 옥타곤이 만들어졌다.
“하필이면 미친개 헹크한테 걸리다니. 불쌍하구만.”
“그러게. 오러 블레이드도 만들 수 있는 실력자인데.”
“두들겨 맞고 울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좌중에선 헹크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인성은 별로여도 실력만큼은 손가락 안에 드는 오러 마스터 하급이었으니까.
하지만 지크가 이미 오러 마스터 상급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규칙은 아까 들었다시피 마법과 오러 없이 순수하게 검술로만 대련해야 합니다. 자, 그럼 준비하시고…… 시작!”
신호와 동시에 헹크가 검을 들고 달려 나갔다.
“뒈져!”
실로 무서운 기세였지만 지크는 가볍게 공격을 피한 뒤 반격을 가했다.
뻐억!
“커흡!”
옆구리에서 올라오는 통증에 헹크가 눈을 부릅떴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다.
빡!
“컥!”
이번엔 다리를 얻어맞자 거구가 휘청였다.
“이 새끼가!”
악바리처럼 소리친 헹크의 검이 허리를 노리고 들어갔다.
그러나 닿기도 전에.
뻐억!
지크의 목검이 번개처럼 헹크의 어깨를 때렸다.
“끄악!”
고통에 무릎 꿇은 헹크가 눈알을 부릅떴다.
‘이, 이대로는 질 수 없어. 반칙패를 하더라도 자존심은 챙겨야 해!’
이미 상대와의 실력 차가 드러났지만, 그 차이를 좁힐 방법이라면 한 가지가 있다.
오러.
신체에 오러를 활성화하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고 종국엔 녀석을 무릎 꿇릴 수 있으리라.
우우웅!
“아니?”
“쟤 지금 오러 쓴 거 아니야?”
오러의 사용은 오러 유저가 알아보는 법.
전신에 피어오른 아지랑이를 못 느낄 리가 없던 사람들이 헹크를 가리키던 순간이었다.
빠각!
“끄, 끄아아악!”
목검을 맞은 헹크의 다리가 기이하게 꺾였다.
결국 주저앉아 엉엉 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헹크였다.
“끝났죠? 심판님?”
“어, 어…… 스, 승자는 지크!”
심판이 소리쳤지만, 아까와 같은 함성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쉬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호위대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헹크의 패배가.
“저렇게 쉽게 이길 줄이야…….”
“헹크가 방심한 거 아니야?”
“방심하긴 했지. 아까부터.”
“무작정 달려들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몇몇 사람들이 말을 바꾸면서 지크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이가 없네. 어이가.’
아무래도 칼 밥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보니 한참 어린 소년에게 밀린다는 걸 인정하긴 싫으리라.
헛웃음이 나왔지만 고맙게도 인정받을 기회는 남아 있었다.
“애송이. 나랑도 대련해 보자.”
도전자가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 * *
호위대장 칼로스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녀석들이 과연 사고 치지 않고 가만히 있을까?’
걱정된 마음에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말까지 대원들에게 해뒀지만 그럼에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로 해서 들을 놈들이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식사 끝내자마자 가봐야겠어.’
빠르게 점심 식사를 끝낸 뒤, 칼로스가 건물로 향했다.
아직 식사하러 오지 않은 걸 보면 여기에 머무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역시. 여기 있었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대원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뭐, 뭐야, 이게!”
80여 명 중 서 있는 대원은 고작해야 절반.
나머지 절반은 바닥에 쓰러져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희들! 여기서 뭔 짓을 한 거야? 여자 대원들 차지하겠다고 서로 다투기라도 한 거냐? 어!”
서로 패싸움이라도 한 줄 알았던 칼로스가 한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뭔 구경거리가 났는지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다들 멀뚱히 서서 뭘 하는…….”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인파 사이로 파고든 그때.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빠악!
“어흐윽!”
목검 하나로 다섯 명과 동시에 대련하고 있는 지크의 모습이.
빡! 빡!
지크는 압도적으로 다섯의 검로를 피하며 빈틈을 찾아 때렸다.
힘도 어찌나 센지 상대가 한 번 맞으면 주저앉아 일어설 생각도 못 했다.
“지크?”
“아, 대장님.”
칼로스를 본 지크가 목검을 내렸다.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저더러 대련하자고 자꾸만 덤벼드는 탓에 조금 상대해 준 것뿐인데…….”
‘조금? 이게 조금이라고?’
황당하다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칼로스.
마흔에 가까운 대원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누워 있다.
반면 지크는 다소 멀쩡한 모습.
‘혼자서 마흔을 상대했는데도 숨 한번 흐트러지지 않다니.’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던 칼로스는 자신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오러 마스터 중급인 나라도…… 오러를 쓰지 않고 이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는 힘들었을 테지.’
새삼 괴물을 고용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지만, 한편으론 든든한 아군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마검사라는 소문이 사실로 판명 난 셈이었으니까.
‘실력을 보지 못해서 나도 완전히 믿고 있진 않았는데, 다행히 증명은 됐군.’
칼로스가 쓰러진 대원들을 툭툭 발로 찼다.
“엄살 그만 부리고 일어나! 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냐?”
“으윽, 지, 진짜 아프다고요, 대장님.”
“그러게, 누가 덤비래? 내가 떠나기 전에 말했지? 사고 치지 말라고. 그런데 그새를 못 참고 이 지랄을 떨어?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덤빈 거야? 응?”
‘모, 몰랐죠, 당연히!’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억울해하는 대원들이었지만 속말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더 말해봐야 좋은 소리 들을 건 없었기에.
“빨리 일어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말하고!”
“헹크라는 사람이 많이 다쳤습니다.”
“헹크가?”
지크의 말에 고개를 돌린 칼로스는 헹크를 살펴봤다.
“이런……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버렸군. 빨리 치료해야…….”
“아니요. 치료하지 마세요.”
지크는 손을 저었다.
“저희가 내기를 한 게 있거든요. 이긴 사람 말은 무엇이든 들어주기로. 그렇죠, 헹크 씨?”
씨익 웃은 지크가 헹크를 내려다봤다.
소년답지 않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마주한 헹크는 두려움에 먼저 시선을 돌렸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그의 다리를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헹크는 불구가…….”
“예. 불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호위대에서 퇴출하는 것도요. 어차피 불구가 된 사람을 병력으로 쓰진 못하잖아요?”
“…….”
앞에 뭔 상황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단단히 찍혔다.
그렇게 여긴 칼로스가 헹크를 바라봤다.
“헹크. 지크의 말에 동의하느냐?”
“…….”
헹크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라고 다리 병신이 되고 싶겠는가?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지크의 보복이 두렵다.
이미 혼자서 절반 가까이 되는 대원들을 작살 낸 것으로 실력 차이를 증명해냈으니.
“헹크?”
“도, 동의…….”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는 그때.
“치료해 주세요. 불쌍해서 안 되겠네.”
“…….”
지크가 자비를 베풀었다.
생각을 읽어보니 반성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그리고.
‘퀘스트도 이미 완료했으니까.’
[호위대에게 실력 인정받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7,000이 증가합니다.] [스킬 ‘마기 흡수’의 성취도가 7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기 감지 및 흡수 범위가 40m▶45m로 상향되었습니다.] [마기 흡수로 올릴 수 있는 스탯양이 하루 6개▶7개로 상향되었습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3,843/100,000]* * *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직후.
오늘따라 훈련소의 점심 식사 자리는 한적했다.
절반의 대원이 밥도 굶고 치료받기 바빴으니까.
힐끔힐끔 눈치를 보기도 바빴고.
“지크. 저 녀석들이 자꾸만 널 째려보는데?”
“그냥 눈치 보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네가 이 구역의 왕이라서 그런가?”
“그런 셈이지.”
“하긴. 신하들도 나를 향해 저런 눈빛을 지을 때가 있었지. 오래전 일인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군.”
감상에 빠진 카르볼을 내버려 두고 식사를 끝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원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속마음이 들려온다.
―혼자서 오러도 없이 수십 명을 때려눕히다니. 독한 놈.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힘을 지닐 수 있지?
―헤밀톤 영지전에서 혼자 수십을 학살했다는 소문이 허언이 아니었구만.
―진짜 미친개는 헹크가 아니라 저 녀석이었어.
―아이 씨, 눈 마주쳤다.
대련 이전과 비교해 지크를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얕잡아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뿐더러 두려움을 품은 사람이 대다수다.
헹크에게 행한 짓거리를 떠올리면서 몸서리치는 대원도 있었다.
‘두려워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인정은 받았네.’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가 끝난 뒤엔 칼로스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다들 점심은 잘 먹었나?”
“예.”
당당히 답한 사람은 지크뿐이었다.
“다른 사람은?”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재미있는 대답이군. 그러게 왜 지랄을 떨어서는 화를 자초하나?”
“…….”
할 말이 없던 대원들이 시무룩해졌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기를 바라며, 이번 작전의 브리핑을 시작하겠다.”
그 말에 대원들이 자세를 고쳐 앉고 귀담아들었다.
겉보기엔 무뢰배 같아 보여도 임무에 있어선 진심인 그들이었다.
“이번 임무는 신성 제국의 요청으로 중요 인물을 브라함 왕국까지 모셔가야 하는 임무다. 여기 지도에 보이는 라브테란 산맥을 지나서 시간 단축을 할 예정이며 총 82명이 호위하는…….”
설명이 이어졌고 각자 호위하는 위치도 전달받았다.
다만 가장 궁금한 부분은 듣지 못했다.
설명이 거의 끝났을 때쯤, 지크가 손을 들었다.
“호위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요?”
“아, 그걸 말하지 않았군.”
깜빡한 칼로스가 말을 이었다.
“호위 대상은…….”